친구가 어제 있었던 일을 깜박하고 잘 기억하지 못하게 되면 흔히들 "너 치매 온 거 아니냐?"라고 조롱을 한다. 조금 전의 일을 깜박하거나 물건을 어디에 두었는지 잘 기억하지 못하면 사람들은 치매가 오려나 보다라고 쉽게 생각할 수 있지만, 이런 현상은 어디까지나 건망증일 뿐이지 치매는 아니다. 그러니까 건망증과 치매는 분명한 차이가 있다.
가령, 자동차 키를 손에 들고 그 키를 찾으려고 여기저기 헤매고 다니는 것은 건망증 때문에 그런 것이지 치매는 아니다. 그러나 자동차 키를 손에 들고 있으면서 그 키가 무엇에 쓰는 물건인지를 인식할 수 없게 되면 그것은 치매이다. 건망증은 기억의 체계가 잠시 불안정하여 순간적으로 깜박거리며 기억의 상실 상태에 놓이게 되는 현상을 말한다. 즉 일시적인 기억상실증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이와 같은 일시작인 기억상실증은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다. 뇌의 구조가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복잡하기 때문에 생기는 현상이다. 그러나 영구적으로 어떤 사건을 기억해내지 못하게 되면 병적인 기억상실증이라고 한다. 뇌의 심각한 손상으로 기억 저장 시스템이 파괴되었기 때문이다.
건망증과는 달리 치매는 뇌의 지각능력이나 인지능력이 전혀 작동되지 못하는 상태를 말한다. 그래서 기억체계는 물론이고 뇌의 통합기능이 무너져 사물의 인식이나 상황의 판단을 전혀 할 수 없는 현상을 말한다. 그럼으로 뇌의 인지능력이 떨어져 자신이 누구인지 자신이 어디에 있는지를 전혀 알 수가 없을 뿐만 아니라 자녀들이나 배우자, 친구들을 알아볼 수 없는 것이다. 즉 공간지각력, 자아의 인식, 시간개념, 방향감각 같은 것을 전혀 형성할 수 없는 상태이다. 얼마나 끔찍한 일인가?
그러면 치매는 왜 일어나는가? 대부분은 노화의 현상이다. 사람은 태어날 때부터 두개골 안에 약 1000 억 개라는 뉴런(뇌세포)들이 이미 생성되어져 있다. 천억 개라는 어마어마한 숫자의 뉴런들은 살아가면서 다른 뉴런들과 끊임없이 시냅스를 형성하게 되며 일정한 기간 내에 시냅스를 형성하지 못한 뉴런들은 스스로 죽어야만 한다. 뉴런들은 세포자멸사라는 프로그램을 갖추고 있다. 시냅스를 형성하는 과정을 설명하자면 복잡해지니까 그냥 신경세포(뉴런)들끼리의 회로를 연결하는 것으로 이해하면 편할 것이다.
이 지구상의 어느 누구가 되었든지 자기 머리 안에 존재하는 천억 개라는 모든 뉴런들을 활용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많은 뉴런들이 활용되기 위해서는 다른 뉴런들과 시냅스, 즉 회로를 연결해야만 한다. 그렇지 못한 대부분의 뉴런들은 활용되지 못하고 죽어없어지고 만다. 과학자들에 의하면 활용되지 못하고 죽어없어지는 뉴런들이 하루 십만 개나 된다고 한다. 다시 말하면 활용되지 못하는 뉴런들이 매일 십만 개씩 우리의 머리 안에서 죽어가고 있는 셈이다.
이렇게 매일 죽어가는 많은 뉴런들의 죽음으로 시체들이 생기고 그 시체들을 처리하는 대식세포와 같은 백혈구가 있기 때문에 시체들이 뇌 안에서 쌓이는 것을 방지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백혈구가 미처 처리하지 못한 시체들로부터 여러 가지의 잔해물질이 생성되는데 다행스럽게도 이런 것들조차 분해하는 다양한 효소들에 의해 처리가 된다. 그런데 사람이 나이를 먹어감에 따라 면역력도 저하되고 효소의 생성도 저하되어 뇌 안에서는 매일 죽는 뉴런들의 시체를 처리할 수 있는 능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불행하게도 어떤 사람들에게는 죽어가는 뉴런의 잔해들을 분해시켜주는 효소들을 유전적으로 만들지 못하거나 소량만 만들어내기 때문에 일찌기 치매가 올 수도 있고, 유전적인 소인이 없는 사람들보다 치매에 걸릴 확률이 더욱 높아지는 것이다.
어떻든 이렇게 뇌 안에서 매일 죽어가는 뉴런들의 잔해물질들이 처리되지 못해 여기저기에 축적되다보면 회로를 연결하고 있는 다른 뉴런들의 심각한 장애물이 되는 것이다. 이런 장애물들이 뉴런들의 회로망에 엉키게 되면 회로가 잘 작동하지 않아 치매의 현상이 나타나는 것이다.
우리는 누구나 천억 개나 되는 뉴런들을 모두 활용할 수 없지만 그 많은 뉴런들을 최대로 활용할 수는 있다. 머리를 많이 쓰는 일을 하는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뇌 안에서 뉴런들끼리 회로를 연결하고 있는 회로망의 숫자들이 훨씬 많다. 머리를 잘 쓰지 않는 사람의 뇌 안에서는 대부분의 뉴런들이 회로를 연결하지 못하고 죽기만을 기다리는 뉴런들이 대부분이라면, 머리를 많이 쓰는 사람의 뇌 안에는 뉴런들끼리 서로 복잡하게 회로를 연결하고 있기 때문에 죽어야 할 뉴런의 숫자는 그만큼 적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따라서 뉴런들끼리의 회로를 연결하는 회로망의 숫자를 늘리는 것이 매일 죽어가는 뉴런들의 숫자를 줄이는 것이 된다. 매일 죽는 뉴런의 숫자가 줄어들면 잔해물질들이 뇌 안에 덜 쌓이게 될 것이고 그렇게 됨으로써 치매의 발병 확률도 낮아지게 된다. 뇌 안에서 뉴런들끼리 회로를 연결하기 위해서는 머리를 쉬지 않고 지속적으로 사용해야 한다. 머리를 쉬지 않게 한다는 것은 생각을 많이 해야 한다는 것이다. 생각을 많이 하기 위해서는 책을 많이 읽거나 여행을 많이 하면서 생각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드는 것이며, 또한 책을 읽고 여행을 함으로써 얻어지는 많은 정보와 지식들이 뇌 안으로 유입되어 경험기억들로 쌓이게 된다. 이것저것의 경험기억들이 많이 축적되어 있을 때 생각이 다양해지고 깊어지기도 한다. 경험기억들이 많이 저장되어 있지 않은 사람들은 생각할 거리가 없기 때문에 멍청해지는 것이다. 책을 많이 읽든 여행을 많이 하든 아니면 다른 무엇에 의해서든지 경험기억들을 뇌 안에 많이 저장하는 일은 뉴런들끼리의 회로를 많이 연결하게 하는 것이다. 왜냐하면 경험기억의 저장장치가 바로 뉴런들이며 경험기억으로 저장된 뉴런들은 다른 뉴런들과 서로 회로를 연결해야만이 저장장치로서의 기능을 하기 때문이다.
아무리 똑똑했던 사람도 머리를 자주 쓰지 않으면 멍청해지게 마련이다. 우리가 뇌의 용량을 두고 머리가 좋으니 나쁘니를 따지지만 사실은 뇌의 용량은 누구나 대동소이하다. 즉, 누구나 뇌 안에는 천억 개라는 뇌세포들을 가지고 있으므로 뇌의 용량은 별 차이가 없다. 어떤 사람의 머리가 좋다 나쁘다를 따질 때는 뇌 안에 존재하는 뉴런들의 단순한 숫자가 아니라 뉴런들끼리 회로를 연결하고 있는 복잡한 회로망의 숫자를 따지는 것이다. 당신의 뇌 안에는 지금 아직 회로를 연결하고 있지 않은 뉴런들이 살기 위해 필사적으로 다른 뉴런들과 회로를 연결하려고 발버둥치고 있다. 이럴 때 책을 읽든지 미지로의 여행을 하든지 누군가로부터 새로운 지식을 배우는 등의 두뇌활동을 하게 되면 새로운 정보나 지식들이 뇌 안으로 유입되어 회로를 연결하지 못한 뉴런들에 저장된다. 이처럼 새로운 정보나 지식을 저장한 뉴런들은 이전에 저장된 경험기억장치들과 회로를 연결하여 회로망을 확장시키게 되는 것이다.
새로운 정보나 지식들이 끊임없이 뇌 안으로 유입되어 여기저기의 뉴런들에 저장되어 있으면 그제서야 생각을 할 수 있다. 생각을 한다는 것은 바로 뇌가 활동하는 것이고 뇌의 활동이란 여러 가지의 경험기억을 저장하고 있는 뉴런들끼리의 다이내믹한 회로망의 움직임을 말한다. 컴퓨터의 회로망은 고정되어 있기 때문에 움직일 수 없지만, 인간의 두뇌 회로망은 유기적으로 움직일 수 있다. 즉 생각을 하다보면 어떤 하나의 생각이 다른 생각과 연결되고 그 생각은 또 다른 생각과 연결되는 식으로 끊임없이 이어지는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진다라고 곧잘 표현하는 것이다.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 것이 바로 뉴런들과의 회로망이 끊임없이 움직인 결과이며 지속적인 공부와 같은 두뇌의 할동으로 새로운 정보나 지식이 유입이 되면 이 새로운 정보와 지식을 저장한 뉴런들이 또 다른 회로망을 연결하여 뇌 안에서의 회로망은 그야말로 복잡하게 형성되는 것이다. 뇌 안의 회로망이 복잡하게 되면 생각할 수 있는 범위가 확장되어 사고할 수 있는 능력이 무궁무진할 뿐만 아니라 기상천외한 아이디어가 생성될 수도 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뇌 안에서의 회로망이 다양해지고 복잡해지기 위해서는 늘 새로운 지식들이 뇌 안으로 유입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책을 읽기는 하는데 같은 책을 반복적으로 꾸준히 읽으면 새로운 정보나 지식이 유입되지 않는 관계로 그 사람의 뉴런들의 회로망은 단순하게 형성되며 단순한 회로망에서는 단순한 생각들밖에는 나올 수 없다. 이런 사람들의 사고방식은 유연하지 않아서 고정관념화 되어 있기 마련이다. 고정관념화 되어 있는 사람들의 생각은 대체로 짧고 완고하다. 생각이 짧은 사람들의 뇌 안에서는 회로를 연결하지 못한 뉴런들이 그만큼 다른 뉴런들과 회로를 연결할 수 있는 기회가 많지 않기 때문에 매일 죽어가는 뉴런의 숫자는 생각이 깊은 사람보다는 많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노인들에게 화투라도 자주 치면 치매가 예방된다며 권장하는 사람들이 있다. 물론 안 치는 것보다는 낫기야 하겠지만 화투놀이도 거기서 거기다. 화투놀이를 자주 하면 화투놀이에만 관계된 회로만 활발해지고 다른 회로와의 연결은 어려워진다. 화투놀이를 통해서 새로운 정보나 지식의 유입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나이 들어서 문화센터나 그와 유사한 단체에서 실시하는 배움의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것은 무료한 시간을 보내는 좋은 방법이기도 하지만, 자기의 계발을 통해 두뇌의 활동을 촉진시켜 치매를 예방하는 데 참 좋은 방법이기도 하다. (2015, 08, 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