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촌 장날/ 최우창
6월 28일 점촌 장날,
발화 전의 돋보기 같은 뙤약볕을
정수리에 한가득이 이고
꼬부랑 할매 두 분이 시장에 오셨네
뭘 사러 오셨는지
두 분 다
한 손엔 지팡이를
다른 손에 검은 봉지를 들고
한길을 건너는 데
차들도 갈 길이 장날이네
꼬불어진 허리 위로
자라목처럼 머리를 추켜들고
불안히 좌우를 살피던
좀 덜 꼬부라진 할매가
좀 더 꼬부라진 할매를
부축하며 겨우겨우 한길을 건너셨다
그리고 두 분은 약속을 한듯이
동시에 가쁜 숨을 들이쉬며
꼬부라진 허리를 엉거주춤 바루셨다
덜 꼬부라진 할매와 더 꼬부라진 할매는
어떤 사이실까?
며느리와 시어머닐까?
딸과 엄마일까?
동서일까?
동네 형님과 동생일까?
쨍쨍한 햇볕처럼 분명한 것은
먹고 살고, 먹여 살리려 허둥지둥 대다
시나브로 꼬부라졌을 것.
열 손가락 되는 새끼들에게
허기진 빈젖 물리고 물리다 보니
더 더 더 꼬부라졌을 것.
6월 28일 점촌 장날,
덜 꼬부라진 할매와 더 꼬부라진 할매가
장바닥에 '쌍기역(ㄲ)'을 쓰면서
정겨이 장을 보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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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촌장날
돌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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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166
22.06.28 14:00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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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두 어르신의 모습이 눈에 선하네요.
맘이 찡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