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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농촌은 제대로 굴러가고 있는가? 한국 농촌은 정말로 도시인들에게 살고 싶은 곳인가? 라는 의문제기를 해봅니다.
한국의 마을에 들어가서 집을 하나 얻어서 조사연구를 할려고 숙소를 알아보니 프랑스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천문학적인 숙소비와 생활비에 놀랬습니다. 한국의 이장들이 돈독에 올라서 마을측에서 펜션, 민박집을 운영하고 도시인들에게서 바가지 요금을 씌워서 돈을 착취하다니..기가 막힙니다.
한국의 어느 마을 사무장한테 숙소문의 연락을 했더니 가장 비싼 펜션을 소개하고 싼 숙소가 없다, 겨울에는 난방비 때문에 민박집을 운영 안하다고 겨울이 비수기인데도 불구하고 하루 숙박비를 5-10만원씩 부르는데 만일 한달을 체류하게 되면 무려 150-300만원의 천문학적인 숙박비를 내야 한다는 계산이 나옵니다. 그래도 못 깎아주겠다고 합니다.
만일 펜션 건물이 역사적 문화적 유산가치가 있고 지어진 지 수백년 된 건물이고 그래서 지불가치가 10만원이라고 하면 설득력이 있는데 한달만에 후다닥 지어졌고 재료비와 인건비 다 합쳐서 2천만원 이하인 싸구려 건물에 단 한 사람이 자는데도 10만원을 부여할 만한 근거가 있나요? 라고 사무장한테 물어보니 이 사람이 할 말이 없다고 하네요. 프랑스는 마을에 중세때 영주들이 살았던 성이나 수도원을 숙박시설로 개조해서 숙박비를 비싸게 받아도 그만한 지불 가치가 있기 때문에 관광객들이 와서 많이 자고 갑니다.
한국의 팬션건물들은 우리의 지역적 맥락과는 상관없이 타입플로지가 북유럽이 원조이고 한국의 농촌과 전혀 어울리지 않는데, 왜 이런 서구화된 건물들이 우리 농촌을 점령해서 한국농촌마을을 피폐화 시켰는지 의문이 듭니다. 이런 건물들을 보면서 농촌역사의 엄청난 단절을 실감합니다. 농어촌공사, 농림부가 주도해서 수년전에 안산전시관에 세운 가짜 한옥, 가짜 펜션들을 마을 아무데나 마구잡이로 짓게끔 건축허가를 내 준 국가적인 차원의 정책은 분명히 잘못된 겁니다. 게다가 농어촌공사에서 만들어낸 표준주택을 통한 농촌주거환경 개선정책도 결국은 마을을 획일화하는데 더욱 일조했습니다.
예컨대 프랑스인들이 한국의 가짜 펜션에 와서 자고 싶어할까요? 휴가형 패턴이 한달 이상 장기휴가를 내는 이들이 만약 여름에 한국에 온다면 150-300만원을 주고 펜션에서 자느니 차라리 텐트를 가져와서 자연과 가까와질 수 있는 텐트 치고 자는 걸 선호할 겁니다.
그저 돈 밖에 모르는 한국 마을 주민들의 한심한 모습들... 이래서 한국 마을에 들어가서 살고 싶지가 않다는 생각이 듭니다.
포럼 회원들 중에 귀촌을 해서 농촌연구를 제대로 하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있을텐데 도시보다 생활비가 많이 들어서 귀촌을 꺼려하고 농촌연구를 제대로 하기가 힘들겠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프랑스는 1년 4계절 내내 지트가 문을 열고 숙박비가 일정한테 (비수기에 한달 정도 쉼), 한국은 왜 그렇치 못할까요?
프랑스 마을에 첨 도착해서 이장한테 돈이 여의치 않아서 싼 숙소를 소개해 달라고 부탁드렸더니 가장 싼 지트를 소개해 주셨고 1박에 10유로이고 그래서 2박에 20유로를 주었고, 마침 이장님이 휴가를 떠나셔서 집을 5일간 비우게 되어서 저보고 자기 집에 와서 혼자 있으라고 열쇠도 맡겨주시고 숙박비도 안 받으셨습니다. 연구목적으로 체류한다고 설명해 드렸더니 마을회관에서 사무장이 자료열람, 시설이용비, 복사비도 안 받으시고 적극적으로 협조해 주셨습니다. 사무장이 아는 주민집이 있다고 소개해 주어서 월세를 가장 저렴한 가격으로 240유로 내고 6개월을 살았고, 그나마 마지막 3주치 집세를 안 받으시고 그냥 선물이라고 주셨습니다.
또한 주민들 인심에 깊은 감동을 받았습니다. 약 140가구를 일일히 다 만나봤고 주민들 한 사람, 한 사람이 첨 만나는데도 마치 친구같이 친절하고 주민들 집에 식사초대도 많이 받았고, 이들의 솔직하고 적극적인 협조가 아니었더라면 연구하기 힘들었을 겁니다. 한국의 어느 마을은 노인들이 도시인들한테 경운기를 태워주고 농촌관광 가이드를 하고 40만원의 짭짤한 수입을 올린다고 하는데 저는 프랑스 마을에서 주민들이 경운기, 눈치우는 차에 돈도 안받고 마을을 한바퀴 돌고 그냥 태워줬습니다. 히치하이킹을 하면서 10킬로 거리를 그냥 태워준 주민들이 여러명 있었고, 사회연대의식을 발휘해서 저를 그냥 도와줬다고 합니다. 한번은 11월말에 안시에서 새벽 1시반에 차가 없어서 길거리를 헤메고 있었는데 어느 젊은이 3명이 저를 발견하고 제가 있는 마을까지 차로 태워준 적이 있있습니다. 마을에서 가장 오래된 교회건물, 순례길도 주민들이 나서서 차로 가이드해 주었고요.
그래서 12월1일날 마을회관에서 제가 주민들을 초대해서 김밥, 잡채, 탕수육, 닭도리탕 한국음식 메뉴 11가지를 내놓고 식사대접으로 그동안 진심으로 베풀어준 이들의 은혜에 고마움을 표현했습니다.
한국에 이런 순수한 인심을 가진 마을이 얼마나 있을지 의문이 듭니다. 그리고 프랑스 농촌연구 결과물과 한국의 결과물을 비교해 봐도 한국은 유치원 어린애들이 장난친 수준이고 구체적이지 못하고 넘 이론화, 추상화된 개념으로 가득차 있고, 농촌종합개발사업 보고서를 가지고 한불 농촌학술교류를 하기에는 부끄럽고 챙피한 수준입니다.
게다가 마을 홈페이지 수준은 장사 위주의 너무나 열악한 분위기이고, (돈을 벌기 위해서 마을들이 사이트 운영한다는 느낌이 넘 강함), 프랑스 마을 사이트에서는 마을의 특산물 토산물 소개 판매 그런거 없습니다. 마을의 역사와 문화 자연유산만 가지고 홍보를 해도 관광객들이 많이 오고 마을이 매상을 많이 올립니다. 제가 있는 마을에 여름 일일 관광객이 3천명 왔다 갔습니다.
한 예로 똔이라는 마을 주민들이 만든 토종벌꿀은 국내 관광객, 외국인들에게 인기가 많고 벌꿀이 그야말로 꿀맛입니다.
홍보 안해도 입소문이 나있고 인근 재래시장에서 벌꿀들을 판매합니다.
게다가 한국의 마을 주민들이 운영하는 식당의 커다란 간판들과 큰 글씨로 새긴 음식메뉴들의 사진을 프랑스 마을 주민들에게 보여줬더니 주민들 왈 한국마을가게들 식당들이 보기 흉하다고 비판을 했습니다. 외국인들이 욕하는데 한국의 마을 주민들이 이를 자각해야 합니다. 사진을 둘러봐도 한국 마을에 볼 게 없네...
프랑스 마을축제는 주민들의 공동체 활성화를 목적으로 하는 소박한 목적이 강한데 비해서 한국의 마을축제는 농산물 팔기 위한 시장바닥이고 감동을 주기는 커녕 눈살을 찌푸리게 합니다. 장사속 축제는 프랑스 남쪽 악상프로방스가 심하다고 들었습니다.
한국의 이장들이 프랑스 마을에서 성공적으로 하고 있는 마을사업을 소개해 달라고 하는데, 사업이 별게 있나요.
제가 있는 프랑스 마을은 마을회관에서 하는 마을 사업이라고는 집을 새로 지어서 레스토랑으로 만들어서 귀촌인한테 세를 주어서 나오는 월세, 기존 농가를 레스토랑으로 개조해서 귀촌인한테 월세를 주고, 패러글라이딩 착륙장세, 부동산 가격이 낮아서 주민들의 재산세도 낮아서 이렇다 할만한 큰 소득이 별로 없습니다. 마을안에 있는 숙박시설로 지트하고 샹브르 도뜨는 개인들이 운영하고 개인이 소득을 올리는 거지 마을의 소득하고는 전혀 상관이 없고 마을은 소득세만 거둘 뿐입니다. 그외 마을식당 4군데, 기념품 가게도 개인운영이고 소득세만 거둡니다.
한국은 귀촌을 하면 도시에서 사는 것보다 생활비가 2-3배 들어간다고 하네요.
근데 프랑스는 반대로 도시보다 농촌이 생활비가 적게 들고,(50% 이상 절약됨) 예를 들면 제가 사는 집세가 240유로이면 안시에서 이 정도 조건이면 최소 600유로 이상 줘야 되고, 제가 한달 생활비가 한국돈으로 약 50-60만원 들었는데 한국 농촌은 1인 한달 생활비가 100-150만원 들어간다고 하네요.
한국은 귀촌을 꺼리는 이유가 도시보다 생활비가 많이 들고 사는게 불편하다는 거죠.
제가 살았던 농가는 벽두께가 1미터 이상이고 여름에 냉방을 안해도 시원하고 겨울에 난방을 안해도 따뜻합니다. 돌로 지어졌고, 친환경 에너지절약형이고 11월말부터12월초까지 1주일동안 눈이 1미터 이상 쌓이는 폭설이 내렸는데도 불구하고 난방을 별로 안하고 살았고 밤늦게, 이른 새벽에만 잠깐 켜고 지냈는데도 불편하지 않았습니다.
프랑스 마을 귀촌인들한테 왜 귀촌을 했습니까? 라고 일일히 다 물어보니, 1) 집값 또는 집세가 도시보다 월등히 싸다 2) 자연경관이 좋고 삶의 질이 보장된다 (여기서 말하는 삶의 질은 한국의 아파트 수준의 모든게 편리하게 갖추어진 문명화된 고급화된 삶의 질이 아니고 비록 집이 낡았고 지저분하더라도 마을의 역사와 문화가 담겨있는 농가를 개조해서 다소 불편하더라도 인간다운 삶을 누릴수 있다는 의미임) 3) 도시보다 조용하고 사생활이 철저하게 보장된다 (아파트는 사생활 보장이 안됨) 4) 도시보다 휴먼스케일의 공동체가 잘 되어 있고 주민들끼리 도농 교류를 할 수 있다는 장점 5) 주변에 생활편의시설이 잘 되어 있어서 도시 못지않게 사는데 전혀 불편하지 않다.
마지막으로 한국농촌개발에는 인재가 있는가? 프랑스 마을 30 여군데를 돌아보고 수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자료열람을 하고 냉철하게 생각해 보니 딱 2사람밖에 없습니다. 무주 프로젝트를 진행한 정 기용 선생 (20120년 작고) 하고 감자꽃 스튜디오의 이 선철 대표 이들 뿐입니다. 유일하게 한국 농촌에 자신의 혼을 담고 생명을 바친 사람들입니다. 그 외에 자신의 혼을 담은 결과물을 보지 못했습니다.
포럼에서 올라온 글을 보니 1년동안 열심히 출석하면 1년만 지나면 누구나 농촌 전문가가 된다고 말하지만, 프랑스는 농촌 전문가가 될려면 최소 10-15년의 교육 및 실무 경험이 필요하다고 합니다. 농촌 전문가는 아무나 걸을 수 없는 고독과 고난의 길입니다.
이 사람들 세대에서 인재가 이들밖에 없다는 것은 안타깝고, 오래된 미래마을도 비젼을 잘못 제시하고 있고, 프랑스가 과거에 실패한 마을기업을 어째서 한국마을들이 그 전철을 되밟고 있는지 이해가 안됩니다. 프랑스 공무원들 왈 강원도지사님께서 주장하신 강원도 마을 전체를 주식회사로 만들자는 발상은 대단히 위험하다는 지적을 받았고 왜 그런지에 대한 이유를 듣고나서 충격이 컸습니다.
지나치게 허구화된 내용의 스토리텔링도 프로세스가 왜곡되어 있고, 프랑스 마을에도 전설, 민담들이 많이 있지만 한국처럼 전설, 민담에 허구의 이야기를 붙여내고 지어낸 스토리텔링 사례가 없고, 반드시 역사적 사실을 기반으로 해서 철저하게 분석합니다. 한국 마을들은 스토리텔링+ 어메니티의 강한 유행으로 인해 자연스럽지 못하고 인위적, 의도적, 인공화, 공원화, 왜곡 변형된 마을들이 점점 많아지고 진짜로 중요한 내용들은 결여되어 있어서 안타깝습니다. 일본에서 들여온 마을 만들기라는 말에는 인공적인 행위가 담겨 있고, 마을 가꾸기 라는 말도 글쎄요??? 오히려 마을 살리기 라는 말이 더 적합할 겁니다. 그런데 무엇을, 어떻게 살릴 것인가? 선택과 집중이 중요하고, 여기에 대한 뛰어난 안목과 통찰력, 선명지명을 가진 전문가가 우리 시대에 절실해집니다.
한국의 어느 마을에서 오래된 성당옆에 순례길을 만드는 거, 유럽관광 가서 보고 온 유럽 마을 흉내 그만 좀 냅시다. 프랑스인들이 와서 보고 "어? 우리나라에서 하는 거하고 똑같은 게 한국마을에도 있네?" 라는 소리를 들으면 국제적 망신입니다. 예를 들면 향수만들기 체험, 당나귀 체험 등등... 프랑스 마을에서 중세때부터 전통적으로 내려오는 건데 왜 한국마을에 필요한가요?
서양 마을 사례에 대한 비판적 접근 없이 마구잡이로 복사하는 행위는 제발 좀 그만 합시다.
아무튼 프랑스의 농촌을 보면서 한국의 농업, 농촌 이 2가지에 문제가 많습니다. 농업에 대한 문제는 지면상 글이 많아서 이 자리에서 언급을 안 하겠습니다. 저는 이거 때문에 올 여름내내 한국농촌의 앞날을 걱정하면서 많은 고민을 했고 밤잠을 자지 못했습니다. 고산병에 걸려서 움직이기가 힘들었고 가을에 몇 번의 폭우, 폭설로 인해 인터넷이 마비되고 인터넷이 자주 끊어져서 보기가 힘들었습니다.
참고로 마을 원주민들 집에 컴퓨터와 인터넷이 없고 이메일 주소가 없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한국 마을은 주민 의식전환, 정신개조라는 명목하에 정보화 마을, 제2의새마을운동을 주도하고 주민들에게 컴퓨터 인터넷 교육을 시키는데 어떤 효과가 의문스럽습니다. 프랑스 마을은 주민교육을 안 하고 주민교육이 도리어 주민들의 의식을 피폐화하고 필요악이 될 수 있음을 다시 한번 말씀드리고, 이상으로 즐거운 나의 프랑스 체류기를 마칩니다.
첫댓글 송영희 교수님, 반갑습니다. ^^
역시 프랑스에서도 농어촌연구에 열정이 대단하시네요.
교수님의 혜안과 연구내용에 깊은 공감과 함께 반성을 합니다.
특히, 프랑스와의 비교를 통한 연구내용은 그 결과가 많이 기대됩니다.
다만, 우리나라의 역사적 상황에 대한 이해도 연구바탕에 있었으면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일테면 전국토가 초토화된 한국전쟁의 비참함을 딛고, 세계적 유래가 없는 짧은 기간동안에
원조를 받는 나라에서 주는 나라로 성장한 사례는 없으며, 이런 산업화과정에서의 불합리(?)나
빨리빨리문화가 만들어낸 기형적인 성장(?)의 뒷모습 말입니다.
교수님 같은 분들이 필요한 이유이기도 합니다.
건강하세요~^^
재미있게 잘 읽었습니다.. 글을 읽으면서 제 자신을반성하게 되네요..
FTA 에 맞서서 한국의 농촌이 어떻게 해야 변화되어야 하고 살아남을 수 있을까 많은 고민을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