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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2008년... 이제 그 한해도 저물어가는 이 시점에서 한번 생각해봅니다. 올해의 사건이라고 하면 당장 우리 머리속에 생각나는 일들은 뭐가 있을까?
당장 생각나는 것들로는 숭례문 화재, 경제위기, 광우병파동, 먹거리 문제, 연예인들의 연이은 자살 등등... 어느것 하나 좋은 소식은 없고 전부 뒤숭숭한 이야기들 뿐입니다. 그만큼 올 한해는 기쁨보다는 슬픔이, 기대보다는 절망이, 웃음보다는 눈물이 많았던 무자년이 아닐까 싶은데요.
그러나 부정적인 것들로 가득한 판도라 상자안에도 희망이 남아있었듯이, 올한해에도 분명 우리들에게 훈훈한 감동과 함께 얼굴에 미소를 지을 수 있게한 사건들이 있을 것입니다.
2008년 우리의 마음을 훈훈하게 만들어준 사건들!! 지금부터 하나씩 만나볼까요?
지금으로부터 1년전인 2007년 12월 7일. 사상 유래없는 최악의 기름유출 사고가 났습니다. 충남 태안 앞바다에서 홍콩 선적 유조선 '허베이 스피리트'호와 삼성중공업 선박이 충돌하여 서해바다에 기름이 유출된 사고였죠. 특히 사고지역인 태안해안국립공원은 서해 생태계의 허리에 해당하는 지역으로 갑각류와 복족류, 바위에 붙어사는 부착생물의 서식지였으며 이들을 먹이로 삼는 연안 조류들이 모여드는 곳이었습니다. 1995년 여수 앞바다에서 발생한 해양사고인 시프린스호 사건 이후 최악의 해양 오염사고로 기록된 태안반도 기름유출 사건. 어민들은 절망에 빠지고 말았습니다. 물고기들도, 어패류도, 새들도 모두 검은 기름에 뒤범벅이 되고 말았죠.
이제는 끝났다고 생각했을 때... 전국에서 사람들이 태안으로 몰려들기 시작했습니다. 직업에 구분없이, 나이를 따지지 않고 태안으로 하나둘 모이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그들은 기름을 걷어내기 시작했습니다. 기름을 걷어냄과 동시에 어민들에게 희망을 주었고, 바다의 생명을 살려냈습니다. 사건이 발생한 때는 12월. 사람들은 술마시고 흥청망청 놀기만 하는 송년회를 대신해서, 자연을 살리는데 땀을 흘릴 수 있는 자원봉사를 택했습니다. 날씨가 좋지 않아도, 눈보라가 휘몰아쳐도 봉사의 발걸음은 끊길줄을 몰랐습니다.
태안 자원봉사 활동은 하루 평균 2만여명이 참여해 세계를 놀라게 했습니다. 그야말로 '태안의 기적'을 만들어낸 겁니다. 겨울의 강추위도 태안 자원봉사자들의 뜨거운 열정만큼은 식힐 수가 없었습니다. 복구물품이 부족하자 자원봉사자들은 아예 물품을 집에서 직접 가져오기도 했습니다. 집에서 못쓰는 숟가락으로 바위 틈새에 끼인 기름을 파내고, 수건과 헌옷으로는 기름띠를 닦았습니다. 자원봉사자들의 노력으로 검기만 했던 바닷가에서 1주일만에 하얀 백사장을 볼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들의 노력은 해가 지나서도 계속 이어졌습니다. "누군가 가서 하겠지..."라는 생각이 아니라 "나라도 가야지..."라는 생각으로 온 국민이 일심동체가 되어 태안을, 더 나아가 우리의 소중한 자연을 살리기 위해 모든 노력을 다했습니다. 이런 노력으로 태안은 다시 제자리를 찾을 수 있었고 올해 해수욕장도 무사히 개장할 수 있었죠. 정말 IMF이래로 이때만큼 전국민이 한마음 한뜻이 된적이 있나 싶습니다. 태안반도 자원봉사자들의 물결은 국민들뿐만 아니라 전세계인의 마음에 감동을 준 사건이 아닐까요?
2008년 4월 8일 오후 8시 16분. 이소연씨가 탄 소유즈 TMA-12호가 카자흐스탄 바이코누르 우주기지에서 국제우주정거장을 향해 발사대에서 벗어나는 순간을 기억하십니까? 이로써 우리나라는 세계 36번째 우주인 배출국이 되었으며, 이소연씨는 475번째 우주인이자 여성으로서는 49번째 우주인이 되었습니다.
자체발사기술을 확보하지 못한 상태에서 러시아의 우주선을 빌려타는 아쉬움을 남기기는 했지만, 이소연씨의 우주여행은 우리나라 우주에 대한 도전정신을 보여주는 사건이자 유인 우주시대의 개막을 알리는 상징이라는 큰 의미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특히 청소년들에게 우주라는 공간에 대해 큰 관심을 불러일으키게 했죠.
한국 최초의 우주인 이소연씨가 탄생하는 순간의 시청률도 29%대를 기록하며 국민들의 뜨거운 관심을 받았습니다. 이날은 이소연씨의 고향인 전남 광주를 비롯, 전국 곳곳에서 첫 우주인 탄생축하와 무사비행을 기원하는 행사가 열렸습니다. 화면을 지켜본 사람들은 우주선이 무사히 발사대를 떠나자 자신의 일 마냥 환호했고 감동했죠. 이소연씨 역시 "개인이 아닌 온 국민이 함께 우주로 간다는 마음으로 응원해 달라"고 말했습니다.
이소연씨는 9박10일간의 임무를 마치고 4월 19일 카자흐스탄 북부 오르스크 초원지대에 착륨함으로써 무사히 귀환에 성공했습니다. 비록 예상착륙지점에서 서쪽으로 420km나 벗어나기는 했지만 다행히 건강에는 큰 이상이 없었습니다. 최초의 우주인을 배출함으로써 우리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안겨준 이번 사건. 이번 이소연씨를 계기로 앞으로 더 많은 우주인이 배출됨과 동시에 대한민국의 우주산업도 한단계 발전할 수 있었으면 좋겠네요.
2008년 2월 26일. 북한에서는 역사적인 사건이 일어났습니다. 바로 동평양 대극장에서 뉴옥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역사적인 북한 평양 공연이 펼쳐졌죠. 이날 연주회는 미국과 북한의 국가가 연주되었습니다. 또한 동평양 대극장에 걸린 미국과 북한의 국기는 양국의 화해를 상징했죠. 세계적인 명지휘자 로린 마젤이 지휘하는 뉴욕필하모닉은 이날 대중적인 선곡으로 2500여명의 관객의 환호에 답했습니다. 특히 '파리의 미국인'을 직접 소개한 로린 마젤은 평양의 미국인이라는 곡이 나올 날이 있을 것이라는 조크로 관중석에 가벼운 폭소를 일게 했죠. 세계적인 거장 로린 마젤은 소박한 모습을 보이며 평양 관객들에게 거부감 없이 다가가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평양공연은 단순한 공연을 뛰어넘어서 양국의 화해, 더 나아가 이념적 화해를 의미한 공연이었기에 그 의미가 더 컸습니다. 최근에 북한의 조선국립교향악단이 2월 뉴옥 필하모닉 교향악단의 평양 연주에 대한 답방 형식으로 이르면 내년 3월 뉴욕에서 공연하는 방안이 추진되고 있다는 소식이 들려와 화제입니다. 또한 뉴욕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평양 공연 실황 DVD가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이 선정한 올해 연말 선물 음악부문 첫번째로 뽑히기도 했습니다. 그만큼 우리나라 뿐만이 아니라 국제적인 관심을 모았던 뉴옥필하모닉의 공연.
북한의 중심지에서 울려퍼진 이들의 선율은 화해의 신호를, 더 나아가 통일에 대한 희망까지도 가져다준 감동이 아닐까 싶습니다. 정치적 이해와 이념을 떠나서 뉴욕필하모닉이 선사해준 음악은 공연을 관람했던 북한 관객들은 물론, 전세계인에게 훈훈한 웃음을 가져다준 사건이라고 생각되네요.
2008년 8월... 온 국민의 시선을 한곳으로 모은 큰 사건이 있었죠? 바로 2008 베이징 올림픽입니다. 8월8일부터 8월24일까지 17일동안 205개국에서 10500명의 선수들이 28종목에서 기량을 겨뤘던 베이징 올림픽. 대한민국은 267명의 선수들이 참가하여 금13, 은10, 동8이라는 우수한 성적을 거두며 종합 7위라는 좋은 성적을 기록했습니다. 여름의 무더위를 싹~ 가시게 해주었던 베이징 올림픽. 그 감동의 순간중에서 우리에게 훈훈함을 선사해준 장면들을 모아봤습니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에서 대한민국에 첫 금메달을 안긴 선수를 기억하시나요? 바로 유도의 최민호 선수입니다. 최민호 선수는 9일 베이징 과학기술대 체육관에서 열린 남자 60kg급 결승에서 오스트리아 루드비히 파이셔를 한판으로 물리치고 영광의 금메달을 목에 걸었죠. 최민호는 2004년 아테네 올림픽에서도 유력한 금메달리스트였습니다. 그러나 경기 도중에 다리에 쥐가 나는 바람에 8강에서 몽골의 차간바타르 하쉬바타르에 누르기 한판으로 져 탈락한 아픔을 가지고 있었죠. 패자전을 거쳐 동메달을 목에 걸어 대한민국 선수단의 첫 메달 주인공이 되었지만 동메달리스트인 최민호는 사람들의 관심을 받지 못했습니다. 금메달이 아니라는 이유로 말이죠.
이런 최민호 선수의 가슴아픈 사연. 그만큼 최민호 선수의 한판승 금메달은 보는 이들로 하여금 훈훈한 감동을 주기에 충분했습니다. 그리고 또 한명의 선수. 최민호 선수와 결승에서 맞붙은 오스트리아의 루드비히 파이셔 선수. 최민호 선수의 한판으로 '넘어간' 파이셔 선수는 눈물을 쏟는 승자에게 다가가 등을 두드려주고, 손을 잡아주며 자신의 패배를 깨끗이 인정했습니다. 파이셔 선수의 이런 매너는 진정한 스포츠 정신을 보여주면서 국내외에서 많은 화제가 되었죠. 자신이 졌다고 굳어있는 얼굴을 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비록 패배했지만 승자를 축하해주는 파이셔의 모습이야 말로 훈훈한 모습이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또한 박태환 선수의 금빛 물살 역시 빼놓을 수 없습니다. 마린보이 박태환 선수는 남자 자유형 400m 결승에서 3분41초86으로 가장 먼저 터치패드를 두드리며 금메달을 확정지었습니다. 44년 동안 올림픽에 도전한 한국 수영. 박태환 선수는 44년의 서러움을 깨고 첫 메달을 금메달로 장식했습니다. 또한 남자 자유형 200m에서도 은메달을 목에 걸었는데요. 남자 자유형 200m 종목에서 아시아인 최초의 메달리스트라는 대기록도 함께 세웠습니다. 모두 미국이나 호주, 유럽선수가 메달을 차지했었던 종목에서 박태환 선수가 메달을 차지함으로써 수영계의 역사를 새로 작성했습니다. 비록 금메달은 미국의 펠프스 선수가 차지했지만, 박태환의 은메달은 국민들에게 한여름의 무더위를 잠시나마 잊게 해주었습니다.
2008 베이징 올림픽에서의 최고의 하이라이트는 역시 야구가 아닐까 싶습니다. 베이징 올림픽에서 9전 9승으로 올림픽 첫 금메달의 쾌거를 이룬 대한민국 야구대표팀. 대한민국 야구는 23일 베이징 우커송야구장에서 열린 야구 결승전에서 선발 류현진과 이승엽의 홈런포를 앞세워 쿠바를 3-2로 이기고 드디어 세계정상에 섰습니다. 올림픽 본선에 3차례 진출한 대한민국 야구는 1996년 애틀랜타 올림픽에서 최하위인 8위, 2000년 시드니 올림픽에서 동메달을 기록했었습니다. 대한민국이 구기 단체전에서 금메달을 딴 것은 19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 때 여자핸드볼 이후 16년만이라고 하네요.
이날 야구를 보신 분은 알겠지만 정말 손에 땀을 쥐게한 경기였습니다. 3-2로 1점차 리드를 지키고 있던 9회말. 류현진은 9회말 선두타자 헥토르 올리비에라에게 좌전 안타를 맞은 뒤 보내기 번트로 1사 2루를 허용했습니다. 주심의 일괄적이지 못한 스트라이크 존 판정속에 1사 만루의 역전위기로까지 몰렸죠. 또한 포수 강민호가 주심에게 항의를 하다가 퇴장을 당하는 일까지 생겼습니다. 우리로서는 최악의 상황이었지요. 그러자 김경문 감독은 정대현-진갑용 배터리로 교체하였고, 그 작전은 적중했습니다. 정대현은 율리에스키 구리엘을 상대로 스트라이크 두개를 잇따가 꽂은뒤, 3구째 공으로 박진만-고영민-이승엽으로 이어지는 병살타를 잡아내 올림픽 첫 금메달 드라마의 피날레를 장식했습니다. 1루수 이승엽의 글러브에 공이 빨려들어가는 순간 경기장 안의 선수들은 물론, 이를 지켜보고 있던 국민들도 두손을 번쩍 들어올렸던 그날. 비록 2014년 런던올림픽에서는 야구가 정식종목으로 채택되지는 못했지만, 앞으로 WBC같은 국제무대에서 좋은 성적으로 베이징 올림픽에서의 감동을 이어갔으면 좋겠네요.
IMF때는 박세리의 활약을 보며 어려움을 극복했다면, 2008년 경제위기 상황에서는 김연아의 마법같은 연기를 보며 어려움을 이겨내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 같습니다. 그만큼 김연아 선수는 단순한 피겨스케이팅 선수가 아닌, 국민들에게 웃음과 희망을 주는 존재가 되었습니다. 며칠전에 있었던 국제빙상경기연맹 피겨스케이팅 그랑프리 파이널에서도 볼 수 있었듯이 김연아 선수의 인기는 여전히 고공행진중이었습니다. 김연아의 등장부터 연기, 퇴장까지 관객들의 환호와 박수는 끝없이 이어졌지요.
비록 김연아 선수가 그랑프리 파이널 3연패에는 실패했지만, 김연아 선수의 인기는 시그러들 기미를 보이지 않습니다. 김연아 선수를 잡기위해 미국, 중국 등 내년 그랑프리 개최 예정국들의 러브콜이 이어지고 있다고 하네요. 중국은 벌써 내년 대회에도 김연아 선수를 또 초청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치고 있다고 합니다. 한 선수가 최대 두차례 그랑프리 대회밖에 나서지 못하다보니 각 개최지에서는 대회 흥행을 위해서라도 유명선수를 초청하려다 보니 이런 일이 생기는것 같네요.
이미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선수가 된 김연아. 아마 올해 김연아가 보여줄 환상의 연기의 마지막은 오는 25일 목동에서 열리는 자선아이스쇼가 될 것 같네요. 이 아이스쇼 역시 팬들의 많은 관심을 받고 있습니다. 당분간 '국민여동생'이라는 애칭은 김연아 선수만의 것이 될 것 같습니다. 아직 어린만큼 앞으로의 성장을 기대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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