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라빛 붓꽃을 좋아한다는 김해의 들꽃이야기님댁에 그 꽃이 붓 같은 꽃잎을 피웠을적에
다시 가자고 나 스스로에게 다짐 같은 약속을 했었다.
그리고 드디어 그 약속을 잡았는데 보나마나 재나마나 눈코뜰새 없이 바쁜
계절이다.
여러번을 재고, 망설이다가 드디어 떠난 길......
농사를 하고서는 이 시기에 여행을 다녀 본적이 없다.
무엇이든 씨앗을 심어야 하는 시기이고 나물을 뜯어야 하는 계절이기에 나설 생각조차 가져 본 적이 없는 것이다.
이 시기에 산천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감탄을 하면서......
창밖으로 스쳐 보이는 모든 풍경에 감사하고 감탄하면서 첫번째 간 곳은 동대구였다.
오늘 만나는 분들은 새재님은 일전에 나만 만났었고, 인터넷 만남은 오래 되었지만 이번에 처음 만나는 비타민님,
그리고 평창이 고향인 유천강님이었다.
서로 얼굴도 모르면서도 잘도 만난다.
그리고 만나보면 오래 된 지인처럼 나눌 이야기도 많고, 헤어지기는 더욱 아쉽다.
조그만 카페에서 만났다가 빠듯한 일정 때문에 금새 헤어져야 했다.
이 사진을 보니 트럭에다 물건 싣고 다니며 장사하는 여자 같다.
사실 나 스스로 이 시기에 여행을 한다는 것이 용납이 안되어서 혼자 만족할만한 합리적인 일을 만들었는데,
그것은 그동안 만들어 두었던 백초효소를 배달하러 간다는 명목이었다.
효소는 유리병에 배달을 해야 하기 때문에 배달이 여간 까다로운 것이 아니다.
만약 배달도중에 잘못되면 아무도 배상을 해 줄 없는 것이기에 그것을 핑계 삼았더니 마음이 조금은 편했다.
누가 여행을 간다고 뭐라 하지 않지만 뒷꼭지가 뜨끈뜨끈 한것이 괜시리 농사하는 사람들에게 미안한 마음이었던 것을
그나마 이렇게 핑계를 삼으니 위로가 되고 평안이 되었다.
트럭에 싣고 간 것도 많았다.
어디를 가면 빈손으로 못가는 우리성질에 이것저것 싣다가 보니 마치 장사하는 사람의 트럭 같아진 것이다.
내 등뒤로 보이는 꼬리진달래는 재작년 수해 때 떠내려 온 것인데 이런 것이 없는 범초님댁으로 시집을 가는 중이다.
대구에 계신 분들과는 그렇게 헤어지고 이번에는 창녕으로 덩더꿍이 님을 만나러 간다.
내가 제일 대단하게 생각하는 사람들중에는 어디가 특별히 아프지 않으면서도
평소에 건강한 먹거리에 신경을 쓰고,
또 이렇게 효소처럼 비싸면서도 딱히 어디가 금방 좋아지는 것이 아닌 것을 꾸준히 챙겨먹고,
건강을 관리하는 사람들이다.
나도 잘 못하는 부분이 이 부분인데 어디가 좀 안좋으면 열심히 챙겨 먹다가도 좀 괜찮아지면
소홀히 하는 일들.....
그런데 그것을 이렇게 꾸준히 잘 챙길 수 있다는 것은 참으로 대단한 일인 것이다.
오늘 만나는 덩더꿍이님도 그런면에서 대단히 존경스러운 분이다.
아담한 시골학교에 근무하시는 덩더꿍이님은 아직 퇴근 전이라 학교에서 만났다.
여러가지 꽃들이 피어난 학교는 구경할 것이 너무나 많았다.
우리쪽에는 이제 잎이 돋아나는데 여기는 아까시가 향기를 폴폴 날리며 피어 있고,
작약이 색색으로 꽃을 피우고 은은한 향기를 날린다.
요즘에는 사진을 찍자고 상대방에게 말하는 것에 덜 적극적이 되었다.
사진을 찍기 싫어지는 마음이 언제부터인가 이해가 되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덩더꿍이님은 먼저 사진을 찍자고 하여서 얼마나 반가운지.....
바람이 많이 불어서 얌전하게 나오지는 않았지만 그날 바람이 불었다는 것을 이 사진을 보면 알 수 있을 것이다.
처음 보는 이 등심붓꽃에게서도 바람소리가 들린다.
시간이 있었으면 겨울에 보았던, 우포늪을 가 보고 싶었는데 그렇질 못해서 아쉽게 헤어졌다.
창녕에서 고속도로로 한시간을 넘게 달려서 오늘의 주 목적지 들꽃이야기님댁에 도착한 것은 그래도 밝은 낮이었다.
사진에서 눈에 익은 풍경이지만 낮은 대문과 그 한쪽에 흐드러지게 핀
둥근조팝들이 주인 보다 먼저 우리를 반겨 주었다.
약속을 하고 오늘 만나기로 한 부산에 햇사레님내외, 그리고 안양에서 달려 온 참새님과 만나
반가운 해후를 먼저 하였다.
참새님은 지난 주간에 동유럽여행을 다녀와서 아직 여독이 풀리지도 않았는데
앞으로 전원주택을 지을 때 참고한다고 이 댁을 꼭 보기를 원해서 KTX 를 타고 달려왔다.
언제 만나도 역시나 할 이야기가 많아서 사진을 찍는 중에도 이야기 중이다.
마당에 볼 꺼리가 너무 많아서 집으로 들어가기까지 한참이나 걸렸다.
일 하다가 달려나와 맞아 주시는 들꽃이야기님.
들꽃이야기님의 전문인 분경들에도 봄이 왔다.
그 앙증맞은 정원에도 갖가지 꽃이 피어나고, 잎들이 새옷을 갈아 입었다.
그 사진만 놓고 보면 단양 어느골짜기 같기도 하다.
겨울에 무척이나 감동있게 보았던 장독대가 있는 정원 그곳에 피어난 조그만 꽃과 나무들.....
역시나 기대이상이다.
이런 여유와 여백은 또 어떻고......
어떤 드라마의 대사중에 여행은 내 인생의 비타민이다 라는 말처럼 바로 이런 것이다.
좀 무리해서 오기는 하였지만 무리하길 잘 했다 싶은 마음이 물결처럼 일어난다.
예상했었지만 보라색 붓꽃은 감탄을 연발하게 했다.
그 붓으로 내 마음의 도화지에 인생의 영양제 비타민 같은 그림하나 그려 놓는다.
이 댁의 모란은 벌써 꽃을 다 떨구고 씨앗맺기를 시작했다.
이 꽃이 피었을 때 그 향기를 가늠해 본다.
우리집 모란은 내가 떠나올적에 막 몽우리를 펼치기 직전이었는데 이 여행을 마치고 돌아가면
그 반가운 모습과 향기를 만날 수 있겠지......
여행을 떠나 왔다가 돌아갈 곳이 있음도 새삼 감사한다.
내 인생의 여행길도 언젠가는 마치고 돌아 갈 천국이 있음도 여행을 통해 느끼고 다시 얻게 되니
이 여행길은 비타민을 먹는 것처럼 영양가가 넘침이 확실하다.
마당가에 아주 조그만 연못도 있다.
뒷쪽에서 흐르는 물을 끌어 들여 만들어 놓은 것이다.
그 연못가에 맛있는 감나무가 있고 거기에도 조팝나무가 꽃을 피우고 붓꽃도 꽃피울 준비를 하고 있다.
마당 한가운데에서 무심히 만난 자운영꽃이다.
우리가 사는 중부지방에서는 보지 못하는 자운영이라 처음 보았지만 금새 알아 볼 수가 있었다.
카페에서 만난 미국에 사시는 자운영님이 생각났다.
여행이 끝날무렵 소식을 알게 되었지만 근 한달간이나 소식이 없으셔서 많이 궁금했었다.
전화도 해 보고 소식을 전해 보았지만 연락이 안되어 무척 신경이 쓰였었는데
마치 그 자운영님을 만난 듯 반가운 만남.....
기대했던 낮달맞이는 아직 초반이라 그 아름다운 모습은 덜했지만 활짝 핀 꽃들이 나를 반겨준다.
바람이 많이 부는 날이라 사진을 찍기가 쉽지 않았다.
그리고 말발도리들..... 이것 역시 처음 만나는 모습이다.
왜냐하면 우리 근처에는 바위말발도리, 매화말발도리는 많지만 원조격인 말발도리는 야생에서 보질 못했다.
들꽃이야기님 댁 정원의 백미는 뒷쪽에 있다.
뒷문과 맞닺은 대크위로 각종 나무들이 계절별로 꽃을 피운다.
그리고 그 아래로 맑은 계곡물이 흘러가니 여름날 이 데크에 나와 앉아 있으면 물소리 들리지
시원하지 ~ 이런 별장이 따로 있으려고......
지금은 때죽나무가 다음 차례로 꽃을 피우려고 잔뜩 준비를 서두르고 있다.
때죽나무도 이쪽에는 없어서 그 향이 어떤지 모르지만 비슷한 사촌격인 쪽동백향과 비슷하지 않을까
혼자 가늠해 본다.
키가 큰 팽나무는 초록색 열매들을 잔뜩 키우고 있다.
밥을 할 동안에 뒷산이 있는 계곡이 좋다고 다녀 오라고 하셔서 잠시 산을 올라갔다.
집에서 5분도 안 걸어가는 곳에 이렇게 수량이 풍부한 맑은 계곡이 흐르다니 정말 부럽기 그지 없다.
도시와 접한 곳에서 만나는 맑은 계곡은 청량제 같은 역할을 할 것이다.
내려 오는 산길에서 나도, 참새님도, 남편도 카메라를 들여 댄 곳은 인가도 없는 밭가에 있는 장독대이다.
아마도 사람들이 열어 보아서 그랬으리라 싶은데 돌을 잔뜩 올려 놓았다.
인가는 없지만 잘 보존을 하는듯 단지들에서 빛이 난다.
그 한켠에 작약이 다소곳이 피어 있다.
감나무 과수원이 있는 풍경 ,
대나무 울타리가 있는 풍경,
그리고 찔레꽃향이 날리는 풍경
설레는 마음이 있는 사람들이 있는 풍경.....
여행길에 보는 풍경이다.
들꽃이야기님 댁에서는 저녁준비로 분주하시다.
재작년인가 우리집에 같이 다니러 오셧던 들꽃이야기님의 친구분들께서 장을 보아오셔서는 저녁준비를
함께 하고 계셨다.
저녁을 먹기 전에 먼저 준비해 주신 것은 해물을 썰어 넣은 방아잎 부침개이다.
방아잎은 못 먹는 사람은 그 향 때문에 못 먹지만 우리는 강원도에서도 이런 것을 먹어서 맛있게 잘 먹었다.
오늘의 메인요리 게찜~
물론 살살 녹고 입에도 딱 맞았다.
해물을 넣은 구수한 된장찌게~
그리고 겨울과 맛이 변함없는 김치.....
근처에 사시는 풀꽃지기님과 아이들님이 저녁시간에 함께 오셔서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풀꽃지기님은 쪽과 모시풀로 염색한 손수건을 나누어 주셨고,
햇사레님은 부산의 명과를 가져 오셔서 역시 나눔했다.
부산에 일정이 있어서 잠은 햇사레님댁에 가서 자기로 했다.
언제나 아쉬운 작별의 시간이 있다.
이 생에서는 늘 어쩔 수 없는 일들이겠지~
오월 13일 금요일의 보랏빛 붓꽃만개한 연못가에서 기념사진을 찍으며 여행일정의 첫날을 보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