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어릴 때 살던 고향집 뒤쪽에 대나무 숲이 있었다. 대나무를 잘라서 활을 만들어 쏘기도 하는 등 대나무와 아주 친했다. 출가해서 보니, 절 집안에도 대나무가 많았다. 특히, 불교 최초의 사찰이 죽림정사(竹林精舍)라는 것을 알고는 처음에는 다소 충격을 받았다. 실지로 인도에 가보니 죽림정사는 온통 침이 삐죽삐죽 난 왕대밭이었다. 아무튼, 불교는 대나무와 인연이 깊은 게 사실이다. ‘관음찬’이라는 게송이 있다.
白衣觀音無說說 南巡童子不聞聞
백의관음무설설 남순동자불문문
甁上綠楊三際夏 巖前翠竹十方春
병상녹양삼제하 암전취죽시방춘
백의관음 설함 없이 설법하고, 남순동자 들음 없이 듣도다.
병 속의 버들가지 언제나 여름인데, 바위 앞 푸른 대나무 온 세상 봄이로다.
이곳 세계명상센터 산중도량에는 여러 종의 대나무가 있다. 대나무가 피톤치드를 많이 발산한다 하니 명상힐링 공간에 더 이상 좋을 수가 없다. 거제도에서 작년에 옮겨 온 맹종죽 왕대, 경남 하동에서 10년 전에 옮겨 온 왕대, 무문관 선방 앞의 산죽, 큰법당 뒤의 오죽 그리고 시누대, 종각 주위의 일반 대나무 등 다양하다. 죽림관세음보살은 365 대나무숲 앞, 바위 언덕 입구에 계신다. 석조로 조성되었으며, 한 사설 박물관으로부터 기증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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