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3/ 성수기 끝자락
절기는 못 속이는지 입추ㆍ말복이 지나니 그렇게 기승을 부리던 폭염이 꺾이고
가을을 준비하는지 조석으로 선선하다.
내가 어렸을 적에는 75세는 고려장감이라고 생각해서 75세까지 펜션을 할 수 있을까 했다.
그 나이가 되고 보니 아직도 팔팔해 80세까지는 할 수 있을 것 같은 자신감과 용기가 생긴다.
쉽게 사업을 접지 못하는 이유 중 하나가 손님들과 나누는 따뜻한 정이다.
하루는 단골손님도 아닌 젊은 부부가 주차장에 도착하자마자
남편에게 '천안의 유명한 호도 과자니까 드셔보시라'고 쇼핑백을 건네는데
남편은 어리둥절했단다.
튀김소보로, 호도 과자, 옛날 호도 과자를 각각 한통씩 사온 것이다.
생면부지 손님한테 과한 선물을 받고 보니 '아직 세상은 따뜻하구나' 하는 생각을 해본다.
그 손님은 갈 때도 남달랐다. 대신 인사를 전해준다고 해도 차에 짐을 실어 놓은 뒤
남편을 찾아와서 정중하게 예를 표하고 떠났다.
아들에게 섬김이라는 교육을 은연중에 하는 것 같아 감동이 된다.
펜션을 하다보면 좋은 사람들을 너무나 많이 만난다.
수원에 사는 단골 손님은 그곳에서 유명하다는 육개장을 먹어보라고 포장해오질않나,
친정어머니가 올갱이를 줍는 걸 좋아하셔서 모시고 왔다며 오리고기 주물럭을 포장해서 왔다.
그는 자주 올 때는 한 달 간격으로 다녀갔다.
단골이라 예약도 직접 하면 조금 저렴한데 앱을 통해 한 뒤 멋진 후기까지 남겨주니
따뜻한 마음이 참 고맙다.
시장에 장보러 가면서도 뭐 잡숩고 싶은 거 있으면 말하라고 하는 손님들.
마치 부모 챙기듯 만두, 수수부꾸미, 전병, 순대 등 먹거리를 사다 준다.
그 마음이 고마워 늙어 꼬부라져서 기동을 못 할 때까지는 사람들과 정을 나누고 싶은 마음이다.
이번 성수기에 힘들면 어쩌지 하고 걱정했다.
하지만 그것도 기우. 장맛비와 태풍이 예상되니 계곡에 가지 말라는
안전 안내 문자를 하루에도 수 십 통씩 날리니
다른 해에 비해 손님은 좀 줄었으나 육신은 편했다.
때로는 난감 할 때도 있다.
형부들 칠순이라 3박4일을 예약한 손님이 전날,
충청도를 관통한다는 태풍소식 때문에 못 온다는 것이다.
오지도 않은 태풍으로, 하루라면 몰라도 3일씩 취소하는 것은 피차가 손해가 많으니
일단 오셔서 태풍이 오면 환불해 준다고 약속했다.
와서 보니 마당 바로앞에 계곡이 붙어 있고 자연 휴양림 같은 숲까지 있으니 너무 좋아한다.
각지에서 모인 자매 부부들은 만천하스카이워크와 도담삼봉을 둘러보고 노을이 질 무렵 도착했다.
이튿날 하루종일 비가 왔다. 얘기꽃을 피우며 부침개도 구워먹고,
우리까지 먹거리를 챙겨주어 덩달아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이튿날 우려했던 태풍이 얌전히 물러가자 화창한 날씨에 단체관광을 하고 많이 흡족해한다.
우리를 믿고 와 준 게 너무 고마웠다.
카페에 가서 차 한잔 마시라고 정성이 담긴 글 한 자락과 찻값을 봉투에 넣고
감자와 옥수수도 삶아 드렸다. 많은 펜션을 다녔지만 이런 펜션은 처음 봤다면서 감동을 하고 간다.
이럴 때 우리는 펜션을 운영하는 보람을 느낀다.
펜션을 사작한게 우리 인생에서 가장 잘한 일이라는 생각도 든다.
좋은 사람들을 전국구로 만나서 정을 나눈다.
노후에 수입원이 있다는 것도 큰 장점이다.
금쪽같은 손자들에게 용돈이라도 넉넉히 줄 수 있는 우리의 삶이 행복하기만 하다.
첫댓글 선배님 내외분의 자애로움
항상 존경 합니다,
건강하시고 행복하시길 바랍니다 ~
가는 말이 고우면 오는 말도 곱다는 말이 있듯이
소담누님께서 내가족 같이 챙겨주시니 호도과자, 튀김 소보로등
정성이 깃든 먹을거리를 사가지고 오시는군요!
아직도 힘이 짱짱하다시니 5년 더 경영하십시요!
누님께서는 백오세(105)까지 강건하실겁니다!
산전수전 다 겪으신 덕은 선배님께서도 누님옆에서 함께 하실겁니다~~
배원장님 과찬에 몸둘바를 모르겠습니다.
저는 인복 하나는 타고 났다고 자부합니다..ㅎ
배원장님도 건강하시고 사업 번창을 바라겠습니다.
호도과자는 생면부지의 사람에게 받았답니다.
재수없으면 백살까지 산다는데 105세 너무 하시네요..ㅎ
자식들은 어쩌라고...
적당히 살다가 가야지요
요즘 너무 팔팔해서 은근히 걱정됩니다.
덕은님과 한날 한시에 가기만 기도합니다.
선배님
대단하십니다
아직도 경제활동을 하시니 얼마나 좋습니까?
저와 같이 사진을 취미로 하시는 분들 중에
96세로 625 참전용사도 계시는데 아주 활동이 대단하십니다
그리고 85세 할머니지만 나보다 사진도 더 잘 찍으시고
곱고 예쁘시며 멋쟁이십니다
선배님 지금이 한창이십니다
마음편히 웃으며 사는게 건강비결 인것 같습니다
건강하게 오래오래 행복하십시오
요즘 70대는 청춘인 것 같아요..
아프면 병원 가고, 약 사다 먹고 죽도록 가만 두질 않으니 오래 살 수 밖에요...ㅎ
노인 문제 심각해요
아직 펜션을 할 만큼 팔팔하니 우리의 수명은 어디까지인지.?
85세라도 활동을 하시니 부럽기는 하네요.
많이도 진화된 어울림의 모습 구경오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