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안달루시아 천체물리학 연구소 크리스티나 퇴네 박사가 주축이 된 국제 공동연구팀(서울대 임명신 교수팀도 포함됨)은 덜 파격적인 해석을 내놓았다. 즉 중성자별이 거성 옆을 지나다 나선 궤도로 접근해 결국은 합쳐지면서 블랙홀로 바뀌고 이때 감마선 폭발이 일어났다는 것. 그리고 열흘 뒤 초신성폭발이 이어졌다. 이 가설이 맞다면 세 번째 감마선 폭발 메커니즘이 밝혀진 셈이다. 퇴네 박사는 “크리스마스 폭발은 감마선 폭발의 유형이 우리가 생각했던 것보다 더 다양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고 설명했다. 연구자들은 이 현상이 지구에서 55억 광년 떨어진 곳에서 발생했다고 추측했다.
이탈리아 브레라천문대 세르지오 캄파나 박사팀은 이와는 전혀 다른, 상당히 파격적인 해석을 내놓았다. 즉 크리스마스 폭발은 지구에서 ‘불과’ 1만 광년 떨어진 우리은하 내부에서 일어난 현상이라는 것. 이 시나리오에서도 중성자별이 등장하는데, 소행성 같은 작은 천체가 중성자별의 중력에 잡혀 끌려오다 중력의 차이(조석력)로 천체가 일그러지며 파괴된다. 그 뒤 빠른 속도로 빨려 들어가는 잔해가 폭발할 때 감마선이 분출된다. 거대질량 블랙홀이 별을 집어삼킨 사건의 축소판인 셈이다.
사실 이 모델은 1960년대 감마선 폭발 현상이 처음 관측된 뒤 1973년 제안된 모델이었는데, 감마선 폭발이 먼 우주에서 일어나는 사건이라는 게 밝혀진 뒤 잊혀 있었다. 임명신 교수는 “두 연구 그룹을 이끈 캄파나 박사와 퇴네 박사는 스승과 제자 사이”라며 “이들이 한 현상을 전혀 다른 입장에서 해석하며 대립하게 된 것도 흥미로운 일”이라고 말했다.
여러 가지 천문학의 난제를 풀기 위한 도구
수명을 넘겨가며 활약한 스위프트 위성과 지상의 여러 망원경 덕분에 지난 수년 동안 감마선 폭발 연구는 어느 때보다도 활발했다. 우주에서 가장 밝은 천체와 가장 먼 천체라는 기록을 세웠고 초기 우주의 먼지에 대한 정보를 알려주기도 했다. 또 관측된 감마선의 거리 분포는 우주의 진화 이론을 뒷받침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