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주 전 반나절이 기억이 안난다.
오후 늦게 남편이 집에 들어와 다짜고짜 잠을 자라고 했던 기억이 어렴풋이 난다.
5시 경부터 낮잠을 자고 나서 폰을 보니 내가 많은 전화를 했고 지인들로부터도 전화가 많이 와 있었다.
무엇인가 불길한 생각이 들었다.
다음 날 남편은 나를 정신과로 데려다 주었다.
섬망이라며 큰 병원으로 가보라고 했다.
초등 4학년인 막내에게 10번 정도를 학원 가라고 했다고 한다.
그것도 몇 년 전에 없어진 학원을 말이다.
지인에게는 몇 번을 내가 전화해서 했던 말을 반복했다고 한다.
친구에게는 갑자기 머리가 하얗게 되고 멍해지고 붕 뜨는 것 같다고 한다.
그러고는 지금이 무슨 계절이고 몇 월인지 물었다고 한다.
그 전에는 입 안이 심하게 헐었고 입술도 헐어서 음식을 잘 못먹었다.
그 날에는 큰 일이 있었다.
그리고 그 다음 날에는 허리가 아파서 양말도 겨우 신었다.
일을 약간만 해도 기력이 다 빠져나간 느낌이 들어 매일 낮잠을 잤다.
어느 날은 잠깐 잔 것 같은데 4시간 낮잠을 잤다.
그러고도 저녁에 또 금새 피곤해져서 잠이 들었다.
나는 불안해졌다.
이대로 치매가 걸리는가 싶었다.
수시로 엉엉 울었다.
어느 글에는 1년 안에 죽는 경우도 있다고 했다.
죽는 것은 두렵지 않은데 막내가 제일 먼저 떠올랐다.
그리고 죽기 전에 해야 할 일이 떠올랐다.
아이들을 위해 나는 정신을 차려야 했다.
아이들은 여전히 귀엽고 사랑스러웠다.
매일 맛있는 식사를 위해 장을 봤다.
맛있게 먹는 식탁이 가장 행복한 자리인 것 같다.
10월 1일 국군의 날, 막내 생일이 다가왔다.
형 둘이 기숙사에 있어서 생일이 썰렁할 것 같았다.
나는 처음으로 막내의 친구들을 급하게 초대했다.
모두들 흔쾌히 와주었다.
즐겁고 행복한 하루가 되었다.
기숙사에 있는 두 형이 주말에 왔다.
집 안이 꽉 차게 보였다.
음식들은 급하게 싹싹 해치워졌다.
음식물 쓰레기도 한가득 나왔다.
사람 사는 맛이 났다.
둘째 아들은 식사 후에 몇 시간을 이야기 한다.
나는 그 아들과의 대화 시간을 위해 미리 모든 일을 끝낸다.
그리고 식사 후에는 늘어지게 이야기를 나눈다.
하루 기억 상실증이 있었다고 하니까
둘째도 자신이 겪었던 힘든 이야기를 꺼냈다.
그리고 그 일을 어떻게 견디고 이겨냈는지 설명해 주었다.
17세가 된 둘째가 존경스러웠다.
참으로 잘 대처하고 있었다.
“강인아, 너 참 잘 견디는 구나. 네가 존경스럽다.”
진심이었다.
나도 힘을 내야겠다고 생각했다.
좋은 강의는 수시로 들었다.
안먹던 영양제도 먹었다.
그러고 나서 나의 일상을 힘차게 회복하려고 힘썼다.
일상적인 일에 집중하게 되니 마음도 활기차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