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와야함에도 불구하고 비가 오지 않아, 지역 농민들의 시름이 더해가는 오늘입니다.
내일은 오겠지, 모래는 오겠지라는 생각으로 비를 기다리는 지역 농민들. 장마전선이 올라온다는데 주말에는 좀 많이 오길 기대해봅니다.
9시 15분,
오늘은 좌측집 어르신이 윗집 어르신을 대신해서 물건을 구매해주셨습니다.
안사시던 물건을 고르시길래 무슨일인지 싶었더니, 윗집 어르신이 외출이 있으셨었나봅니다.
따로 비닐봉지에 잔돈까지 챙겨서 꼼꼼하게 챙기신 후, 집까지 배달해주시니 참 감사할 따름입니다.
부탁할 이웃이 있다는건 삶에 정말 큰 힘입니다.
윗집에 더 윗집 어르신은, 요양보호사가 물건 구매를 부탁한다며,
장아찌간장 하나를 사신다고 하셨습니다. 근데 돈은 주고 가지 않았다고 하니, 어르신께서는 탐탁치 않으셨습니다.
일단 본인 돈으로 결제를 하시곤, 받아야겠다며 하나 놓고 가라고 하십니다.
9시 25분,
점빵차를 기다리는 총무님.
"울 회관에 외상 값 있다믄서?" 하시며 카드를 주십니다.
항상 오며가며 회관에서 미리 물건 받아간것을 잘 계산해주십니다. 늘 이용해주심에 감사한 마음을 말씀드렸습니다.
9시 40분,
회관에 들르니 입구부터 고소한 냄새가 납니다. 무엇인가했더니 어르신들께서 뭔가를 드시고 계셨습니다.
"기독병원서 음식을 해왔어~ 그래서 같이 나눠먹고 있었는데, 한숟갈할텨?" 하시는 어르신.
바로 가야해서, 어르신들께는 커피만 마시고 가겠다고 말씀드리며 나섰습니다.
별거 아니지만, 이렇게 작은 음식이라도 어르신들 드시라고 갖고와주시니 어르신들이 너무 잘드시는 모습에 보기가 좋았네요.
10시,
오늘도 문 밖에 걸터 앉아계십니다. 평상시보다 기운이 조금 더 떨어져보이는 어르신. 지난주에는 밝게 웃으셨는데, 오늘은 뭔일이 있으셨나 싶습니다.
지난주에 어르신께서 다 갖고가신 떠먹는불가리스, 그리고 바나나, 요구르트, 빵, 황도 이렇게 챙겨갔습니다.
어르신께서도 황도가 많은지, 이번엔 2개중에 1개만 고르셨습니다. 어르신도 많은것을 인지하고 있었다는 것입니다.
요구르트도 5줄중에 3줄을 고르셨는데, 냉장고에 요구르트가 더 있었습니다. 어르신께서 평소에 드시는 양이 많으셨던것인지 일단 지켜보기로 했습니다. 판매 물건을 노트에 기록하고, 어르신께 잔돈 드리고 나왔습니다.
10시 15분,
회관에 모여 계시는 어르신들, 오늘도 인사만 하고 가려고 하였으나 어르신 한 분께선
"울 집쪽으론 오질 않어~~ 울 집에 그 잎새주 한 박스만 놓고 가게~ 자네가 나 3만원만 꿔주게" 하십니다.
옆에 계셨던 이모님은 핸드폰 사이에 있던 오만원권을 꺼내서 제게 주십니다.
어르신 집은 막다른 골목이라 차가 깊이 가질 못합니다. 모든 집을 다 가고 싶으나, 그렇게되면 운영에도 어려움이 있어,
최대한 마을 내 가까운 골목 중심으로 다니다보니 이러한 일도 있는듯 싶습니다.
돈 빌리시는 어르신의 모습을 보신 또 다른 어르신도,
"나도 식초랑... 밀가루 좀 사야하는데, 자네가 좀 빌려주게~" 하십니다.
어르신들은 평소 지갑을 잘 안갖고 다니다보니 밖에서 바로 돈 쓰는것이 어렵습니다. 그렇게 돈을 빌려주시는 이모님 덕분에 어르신들께서는 필요한 물품들을 사서 집으로 가실 수 있었습니다.
10시 40분,
오늘도 유치원 뒷 골목에서 기다리고 계시는 어르신.
집하고는 제법 거리가 되어서 늘 여기서 왜 기다리시는지 여쭤보니,
"여기서 산거 울 아짐 하나 드리고 가려고 하지~" 하십니다.
자기것만 사는것이 아니라, 이웃분것 함께 챙기려고 늘 그곳에서 기다리시고 물건 사시는 어르신.
저는 솔직히 다른 사람것을 잘 못사게되는데, 어르신들은 어쩜 그렇게 이웃을 잘챙기시는지, 신기할 따름입니다.
11시 10분,
오늘도 어르신은 필요하신 물건을 사십니다. 사시면서 하시는 말씀,
"에~~~~~~~ 이렇게 비싸?" 하시는 어르신.
늘 물건 살 때마다 다 비싸다고 하십니다. 너무 자주 말씀해주셔서, 할말이 없다고 툴툴대니,
"지비랑 내 사이가 속 터놓고 지내는 사이잔어~" 하십니다.
"내 할말이 없으니께, 이런얘기나 하지~~" 하시며 이야기해주십니다.
어르신께선 다음번에 이야기해주실 땐 좀 더 좋은 이야기를 하실 수 있도록, 더 좋은 물건 챙겨가야겠구나 싶습니다.
11시 20분,
회관에서 어르신들이 간식을 서로 사시려고 하십니다.
지난번엔 한 어르신이 뻥튀기를 그렇게 많이 사시더니, 오늘은 다른 어르신이 보리과자를 3묶음이나 사시고,
또 다른 어르신은 카스타드를 2곽, 전병 1개를 사십니다. 서로서로 얻어먹었다고 사야한다는 어르신들. 서로 사주시니 참 좋습니다.
내일은 마을 이장님이 환갑잔치 한다고 식사 대접한다고 하니, 이 마을엔 늘 서로 먹고 나눔이 풍족하구나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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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시 35분,
오늘도 여느때와 비슷하게 건강체조를 하고 계씨는 어르신들.
누워서 할 수 있는 림프관 관련 운동을 하고 계셨습니다. 남성, 여성 어르신들 모두 다 열정적으로 참여하고 계시는 어르신들.
건강체조 선생님께서 간 뒤로, 물건 주문해주십니다.
마을에 젊은 사람이 이사오신다며, 선사할 물건들을 고르십니다.
주로 술, 화장지를 많이 사십니다. 젊은 사람이라고 하시길래, 몇살인지 여쭤보니, 60대시라고 합니다.
제 아버지, 어머니뻘인데 젊은 사람입니다. 우리 어르신들은 80대 전후이실테니 말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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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시 25분,
어르신 아드님께서 나와계셨습니다. 아드님은 눈이 보이지 않습니다. 위험하게 도로를 건너려는것 같아 차를 세웠습니다.
어르신께서 어디 계시나 싶었는데 김치를 담그고 계셨습니다.
"그 반찬해먹을거 쥐포채 있지? 그거 3개 주쇼~" 하시는 어르신.
갖다드리고 보니 김치가 맛나보였습니다. 어르신께선,
"어찌 간좀 봐볼텨? 함 먹어봐~" 하시며 한쪽 주시는데 최고였습니다.
"뭐 더 안넣어도 될랑가? 짜고 달면 울 아덜이 안먹어." 하시는 어르신. 맨 밥에 먹어도 최고일듯한 김치였습니다.
여유만 된다면 더 먹고 갔을텐데, 아쉬움 가득으로 길을 나섭니다.
14시 40분,
회관에서 나오시는 어르신. 오랜만에 뵜습니다. 반찬들 사시곤,
"커피 한 잔 먹고가게~" 하시는 어르신.
바로 물 올려주시는데, 시간이 너무 늦었습니다. 어르신께 죄송하다고 말씀 드리며, 물만 떠간다고 하니,
"울 없어도 물 떠가고, 커피 마시고 가게~ 더운대 고생이네~" 하십니다.
회관은 이동장터 하면서 쉴 수 있는 오아시스같은 곳이었습니다.
14시 45분
여기서도 어르신들이 회관 앞 시정에 모두 앉아 계셨습니다.
"그.. 당 없는 그거 있나?" 하시는 어르신. 처음에 무엇인가 싶었더니, 제로 콜라를 말씀하셨던 것이었습니다.
어르신 따님이 주로 사셔서 따님이 드시는 줄 알았는데, 어르신께서 드시는 것이셨습니다.
매장에 바로 확인하고 배달 따로 해드린다고 말씀드리며 넘어왔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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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시 10분,
매일 두부를 놓고 오는 집 마당에 있는 나무, 꽃이 이쁘게 피었습니다.
저희 집 마당에도 한쪾에 이 나무가 있었는데, 처음엔 너무 풀만 무성하게 나는것 같아서 모두 다 짤았는데 잎파리가 이 나무와 똑같았습니다.
저희집 코너에 있는 나무도 다시 잘 길러봐야 싶네요. 역시 모르면 병입니다.
15시 15분,
회관에서 에어컨 키고 계시는 어르신들. 시원한곳에 누워서 티비보고 있으니, 이 곳이 천국입니다.
어르신께선 갈 때 끝에 집을 들렸다 가라고 하십니다. 외상값 갚아야한다며, 기다린다고 하십니다. 어르신 말씀듣고 건너가봅니다.
집에가서 잠시 기다리니 양쪽에서 나오십니다.
금액이 크지 않아 급한것도 아니지만, 크던 적던 빨리 갚아야하는것이 외상이며 콩나물 한 봉지 더 사십니다.
반대편 집 어르신은, 늘 아들이 마실 술을 사시는데, 오늘도 6팩 하나 사시네요.
15시 30분,
이동장터차 올 떄까지 기다렸다는 어르신,
밭에서 일하다가 장터가 지나가는 길에서 바로 잡으십니다.
"이동장터 차 올 떄까지 기다렸어~"
그러곤 바지 안쪽 주머니서 돈 꺼내시곤 필요한 것 사십니다. 이동장터, 일하고있다가 길가에서 생필품을 살 수 있다는 것은 정말 큰 매력이라 생각되네요.
16시,
그냥 지나가려다가 어르신께서 집 현관서 앉아 계시길래 인사드리러 갔습니다.
"이달엔 살게 없긴한데... 담주 월요일날 회관서 고기 궈 먹거든. 이젠 다들 고기 궈먹자고 그래서..."
저희는 고기도 사다드릴 수 있습니다. 라고 말씀드리니,
"아휴 잘됬네. 고기도 하는지 몰랐네. 안그랬으면 내가 읍에 또 언제나가서 사나 싶었는데... 월요일날 11시까지만 구이용으로 앞다리살 3근 부탁하게나." 하십니다.
"비게는 적당히 있으면 좋고~, 이제 알았으니 다음에도 또 이야기해겠네. 고맙네."
그러곤, 어르신께선 다듬고 계신 죽순을 주실려고 하시길래 마음만 받겠다고 말씀드리며 장터를 마무리했습니다.
회관에서 부식을 구입하는 일이, 심부름을 한다고해도 고기나 생선류는 직접 보고 구입해야, 어르신들께선 안심하십니다. 많은 돈을 쓰는 일이다보니 더 신중하게 돈을 쓰시려는 어르신들이십니다. 동락점빵이라는 매장이, 어르신들에겐 질좋은 생필품을 유통하는 곳으로 인식이 더 확산될 수 있도록 공급에 더 신경 서야겠다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