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다시 돌아보는 그때, 그 시간
얼마전 남미 콜롬비아의 아마존 열대림에서
비행기 추락 사고가 있었습니다.
기장을 비롯해서 어른 3명은 사망하였는데
같이 타고 있던
4명의 아이들이 사라졌습니다.
후이토토 원주민인
장녀 레슬리 (13)와 솔레이니(9), 티엔 노리엘 로노케(4), 크리스틴 네리만 라노케(1)입니다.
탑승자 중 이 아이들의 엄마가 있었습니다.
실종 40일째 되는 날(2023. 6. 9.)에
드디어 아이들을 찾았습니다.
약간의 영양실조에 걸렸을뿐
4명 모두 건강하다는 놀라운 사실을 뉴스는 알려주었습니다.
특히 막내인 11개월 아기는 열대우림에서 생일을 맞아서 1살이 되었습니다.
맹수가 득실거리는 아마존 한복판에서
비행기 사고를 당하고 엄마를 잃었는데도
어떻게 아이들이 살아남을 수 있었는지 궁금했는데
13살 큰언니가
아기를 포함한 3명의 동생들을 돌보고 이끌었다고 합니다.
(이 글을 쓰는중 "살아서 돌아가라"는 어머니의 유언을 아이들이 들었다는 기사와
아이들을 찾는데 큰 역할을 한 수색견 윌슨이 밀림속에서 행방불명 되었다는
기사를 보았습니다. 모두 눈물과 기도를 동반한 가슴 떨리는 이야기입니다.)
이 소식을 들은 아마존 원주민 부족단체에서
"아주 어릴 때부터 어머니로부터 배우고 연습한 자연환경에 대한 지식이 있었다는 것을 나타낸다"고 밝혔습니다.
밀림속에서 아이들이 되살린 기억은 무엇이었을까요?
어떤 기억은 사람을 살리고
어떤 기억은 사람을 멈추게 할까요?
우리에게는
터놓을 수 없는 고민과 괴로울 때마다 찾았던 장소,
엄마에게 처음 거짓말을 시작한 그날,
세상물정 모른다는 아버지의 비난 속에 사그라졌던 이웃사랑의 마음,
상처투성이 마음 안고 찾아간 상담소에서
태어나 처음으로 인정 받고 격려 받은 경험,
그때는 몰랐지만 엄마 돌아가신 한참 후에
알게 된 엄마의 마음...
그렇게 다시 만난 시간이 있습니다.
나를 만든 삶의 순간, 그때 그 시간을
충분히 생각해 본 적 있나요?
세상은 빨리 변합니다.
앞으로 나아가라고만 합니다.
우리는 세상에 발 맞추어 사느라
성공과 실패 아니면 관심이 없으니
모두 앞만 보고 달립니다.
뒤돌아보는 것은 헛수고이고
시간낭비라는 말에 흔들렸습니다.
그래서
코로나라는 전염병 재난을 혼자 감당하고
삼풍백화점, 세월호, 광주 학동 붕괴사고, 이태원 참사 등등
여기에 미처 나열하지 못한 참사까지 수없이 많이 겪었으면서도
쉽게 잊어버리고
제대로 된 후회도 반성도 사과도 감사도 없이
시간만 흐르고 있습니다.
생각을 나눌 친구와 이웃 없이
마음대로 결정하고 마침표를 찍고 삽니다.
그렇지만 이미 역사적 평가가 내려졌던
프랑스 혁명을 재해석하는 작업이 있답니다.
오늘의 눈으로 다시 보면
여성과 약자에게 어떤 의미가 있었는지,
혁명이라 부를 수 있는지 등등
평가와 해석이 달라진다고 하는데
우리 개인의 역사에서도
돌이켜 다시 생각해야 할 것이 얼마나 많을까요?
"이번 생은 망했다"는 생각은
다시 태어나 인생을 리셋(회귀)하는 판타지에 열광하게 하여
현실을 살기보다 환상으로 피하게 합니다.
하지만 우리는
내가 겪은 그 일, 그 시간이
지금 나에게 어떤 의미인지,
피하지 않고 찾습니다.
오늘 그 이야기를 합니다.
(2023. 6. 12. 한제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