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17일: <쾌속>-호류지-<보통>-나라-<보통>-오사카-[원민박]
드디어 일본여행의 핵심인 나라, 교토 여행의 첫날입니다. 나라에 가는 길에 호류지가 있기 때문에 오전에 호류지, 오후에 나라를 여행한 후 저녁을 오사카에서 먹기로 계획을 세웠습니다.
호류지역에서 호류지는 조금 멀기 때문에 호류지역에 8시45분에 있다는 호류지행 셔틀시간에 맞춰서 아침일찍 일어나 민박에서 제공하는 아침밥을 먹고 출발. 호류지행 전철은 JR난바에서도 출발하지만, 전날의 악몽이 있어 그냥 지하철로 도부쯔엔마에역으로 가서 바로 옆에 있는 신이마미야역을 통해 호류지로~ 쾌속을 타서 몇정거장 지나가주니 좋더군요. 근데 이 쾌속이란 녀석이 참 재밌습니다. 좌석이 옛날 우리 통일호처럼 생겼는데, 좌석방향을 바꾸는 방식도 통일호와 똑같이 등받이를 밀면 등받이가 반대편으로 넘어가는 방식이죠. 근데 요 등받이가 살짝 밀면 넘어갈 정도로 부드럽더군요. 다들 타자마자 등받이를 미는데 모르고 앉다가 반대편 사람이 밀어 튕겨나가는 상상을...^^;
도착시각은 8시 30분쯤. 그런데 이게 왠일입니까, 호류지행 셔틀은 9시45분부터 -_-; 아 또한번 100배책에 당하는 순간이었습니다. 역에서 한시간 기다릴 수도 없고 그냥 걸어서 가기로 했습니다.ㅠㅠ 전날의 삽질에 살짝 겁을 집어먹긴 했지만, 그 무거운 배낭을 숙소에 두고 나와서 그렇게 힘들지는 않더군요. 계단 오를 때만 빼면^^;(걸으면서 생각났는데 사진기를 안갖고 나왔더군요. 지금생각해도 너무 안타까운 일..)
드디어 호류지 도착. 셔틀버스도 안다니는 이른 시각에 왔기 때문에 굉장히 조용하고 한적했습니다.(그 시각에도 이미 관람을 마치고 나오는 외국인도 있었습니만..) 호류지의 첫인상은 엄청난 것이었습니다. 그렇게 짜임새있고 아름다울수가! 우리나라의 사찰은 주로 산 속 좁은 곳에 자리하고 있어서 아래에서 올려다보면서 보이기 시작하게되고, 그나마 넓은 편인 불국사도 정면에서는 높은 기단 위에 있기때문에 인간적인 눈높이에서 건물간의 위치에 의한 조화라든지 하는 것은 보기가 어렵습니다. 하지만 호류지는 마치 왕궁의 구조처럼 넓은 평지에 여러 건물이 겹쳐보이도록 배치가 되어있기때문에 굉장히 아름다웠습니다. 처음 경복궁에 가서, 근정전과 북악, 인왕산이 이루는 조화에 맛이 갔을 때의 그 느낌이었죠. 수려한 대산(大山)이 받쳐주지 못하는 평야지역에서 건물과 나무만으로 조화를 만들어내는 능력에 놀라버렸습니다. 관람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 아쉬움에 계속 뒤를 돌아보게 되더군요.
워낙 호류지에 일찍 갔기때문에 나라에는 매우 일찍 도착했습니다. 마치 경주와도 같은 느낌의 도시라는 말에 자전거를 빌려 돌아다녀보기로 했죠. 자전거 1일 대여료는 900엔. 꽤 비싸지만 하루종일 탈 수 있기 때문에 빌려보기로 했습니다. 절차는 간단하더군요. 마음씨 좋아보이는 할아버지가 내준 종이에 이름과 'KOREA'란 주소만 적어주면 OK. 신나게 밟아 한창 공사중인 코후쿠지와 나라의 상징인 5층탑을 보고 연못을 돌아 대불전이 있는 동대사로 갔습니다. 물론 동대사는 자전거로 돌아다닐 수 없습니다. 동대사의 정문인 남대문 앞에 자전거를 두고 들어가야하죠. 우리나라로 치면 불국사와 같은 곳이라서 수학여행온 일본학생들과 떡고물이라도 얻을까 달려드는 사슴들로 엄청 붐빕니다.
동대사는 일본의 문화는 작고 정교함의 문화라는 관념을 철저히 깨버린 곳이었습니다. 남대문은 정말 어마어마하지만, 그 안의 대불전은 더 어마어마합니다. 대불전 안의 대불은 정말... 말로 설명할 수 없을정도로 거대한 건물과 불상이었습니다. 단 대불전은 그다지 잘 지은 건물같지는 않더군요. 용마루도 이상하게 짧고 좌우 길이에 비해 높이가 너무 높습니다. 여러번 불타고 다시 지으면서 건물 규모가 축소되어 그렇다는데 박력도 있고 어느정도는 아름답다는 느낌은 들지만 제대로 된 건물이란 느낌은 들지 않습니다. 우리나라 덕수궁의 정전인 중화전은 본래 2층건물인데 불탄 후에 역시 규모를 축소해서 좌우길이는 그대로인체 1층건물이 되어 꽉 눌린듯한 느낌인데 좌우로 줄이느냐 높이를 줄이느냐에 따라 이렇게 느낌이 다르니 재밌습니다.
동대사의 본존불인 대불은 말 그대로 대불입니다. 보자마자 말 그대로 입이 떡 벌어집니다. 다들 아시다시피 우리나라는 조선시대이후로 억불정책을 펼쳤기때문에 왠만한 사찰은 다 산으로 들어가있어 규모도 작고 화려함도 덜한 편입니다. 하지만 일본은 근세까지도 불교를 정치에 이용했기때문에 주로 평지에 짓고 규모도 엄청납니다. 게다가 우리는 보통 큰 나무하나를 깎아 불상을 만들거나 큰 나무가 없으면 석불을 만드는데 비해 일본은 여러개의 나무로 부분부분을 깍아 조립을 한다는 점, 우리는 돌탑을 쌓는데 비해 일본은 나무탑을 쌓는다는 점 때문에 규모면에서 상대가 안됩니다.(물론 규모가 예술성을 보장하는건 아니지만^^;) 다시한번 말하지만 대불은 정말 엄~청납니다.
대불전을 빠져나와 동대사를 받쳐주고 있는 와까꾸사산으로 오르기 시작했습니다. 나무가 없이 잔디만 자라는 아주 특이한 산입니다. 거의 다 올랐을까 정상이 보이는데 난간이 들러쳐져 있더군요. 문이 닫혀있어 안쓰는 문이겠거니 한참을 돌아 올라갔다니 이럴수가! 겨울엔 폐쇄였던 것입니다.ㅠㅠ 책에도 나와 있었지만 제대로 확인하지 못한 제 잘못이었죠. 아쉬움을 뒤로한채 다시 하산. 자전거를 타고 이스이엔으로 향했습니다.
참, 일본여행을 하시는 분들이 꼭 알아두셔야 하는 것인데, 일본은 차량이 좌측통행입니다. 다 아는걸 왜 얘기하냐구요? 더 중요한 문제가 있죠^^ 우리는 우측통행이기 때문에 길을 건널 때 무의식적으로 왼쪽을 봅니다. 그리고 차가 없으면 넘어가죠. 하지만! 일본에서 그렇게 했다가는 오른쪽에서 열심히 달려오던 누군가와~! 저도 자전거타고 길 건너가다가 한번 죽을 뻔 했습니다. 길 건널때는 오른쪽! 이렇게 외우고 있었지만 딱 한번 헷갈리면 골로가는 겁니다. 왼쪽보고 진입했다가 앗! 하고 오른쪽 봤을때 바로 코앞까지 다가온 트럭에 순간 일그러졌던 제 시야란.. 아 지금 생각해도 끔찍합니다. 절대! 잊지마세요. 일본에서 길을 건널 때는 먼저 오른쪽을 보고 건너야합니다. 물론 저같은 경우를 당하면 절대 못있게 되겠지만 미리미리 연습해두시길~
이스이엔에서는 정말 황당한 일을 당했습니다. 입장료가 600엔이나 하는데 한 3분 돌아보니 끝. 이게 무슨일이가 싶어 어리둥절해 있는데 다른 길이 있더군요. 이스이엔은 지천회유식정원이라하여 이리저리 돌게 되어있습니다. 서있는 위치와 방향에 따라 전혀 다른 풍경이 보입니다. 길을 못찾으면 조금만 보고 나오게 되어있습니다. 일본은 무사문화였기때문에 일단 집밖으로 나오면 긴장을 늦출수 없었다고 하네요. 무사끼리는 어깨만 부딫쳐도 칼을 뽑아야하는 경우가 다반사였다니까요. 그래서 좁은(아이러니하게도 몇만평을 넘는 경우도 있지만) 집안에 동시에 여러가지 풍경을 볼 수 있도록 계산된 정원을 조성하는거죠. 중국은 워낙 스케일이 크다보니까 아얘 산과 바다(같은 호수)를 건설하는 경우가 있었지만 일본으로선 그정도까지는... 옛 시대의 일본인들이 오랜 평화시대로, 좋은 자리에 정자 하나 지어놓고 자연 그대로를 즐겼던 조선시대 선비들을 부러워했을 지도 모르겠습니다.^^; 이것보다 더 대단한 정원도 있는데 카레산스이(잘 기억이..)식 정원은 더 황당합니다. 돌 몇개 놓고 작은 자갈로 된 자갈밭에 물결모양을 내서 돌은 섬이고 자갈밭은 바다라고 생각하는 방식입니다.
이스이엔을 나와 드디어 좀 멀리있는 고분군을 찾아갔습니다. 말이 무덤이지 거의 섬이라서 코앞에 있는 것을 못알아보고 뱅 돌아가기도 하고... 엄청난 삽질을.. 거의 10km를 달렸습니다. 정말 별의 별 거를 다 해보네요. 일본이 자전거타기 좋다는거 다 뻥입니다. 도쿄나 오사카는 모르겠습니다만 왠만한 지역에서는 자전거 도로조차 없고 있어도 엄청 좁습니다. 타는 사람도 별로 없고요. 하지만 자물쇠도 안걸고 그냥 세워놓는 모습은 정말 부러웠습니다. 자전거 도난사건은 거의 없다는 말이 몸으로 느껴지더군요.
자전거에 맛이 간 우리들은 다시 나라역으로 통해 오사카로 돌아왔습니다. 신이마미야역(또는 도부쯔엔마에) 앞에 있는 스파월드에 가기 위해서였는데 입장료가 무려 2,400엔입니다. 하지만 절대 놓칠수 없다는 마음으로 며칠 손가락 빨 작정으로 진입. 근데 정말 다행으로 특별가격기간이라서 1,000엔에!! 스파월드는 2,400엔이었어도 돈이 전혀 아깝지 않을 곳입니다. 홀짝달로 나눠서 유럽형, 아시아형 사우나를 즐길 수 있고, 수영복(이게 꼭 필요합니다.)을 입고 8층에 가면 수영장, 노천탕, 물맛사지(스파)를 즐길 수 있습니다. 피곤하면 뒤로 완전히 젖혀지는 비즈니스좌석식 의자에 앉아 TV를 보거나 잠도 잘 수 있고 300엔을 얹어주면 숙박까지 해결됩니다. 수영장 시설은 캐리비안배이 실내공간수준정도 됩니다. 순환식 수영풀에 워터슬라이드와 시간마다 물을 쏟아내는 해골항아리 등등 왠만한 것은 다 있습니다. 결정적으로 이날 물이 너무 좋아서(?) 앉아있는 것만으로도 너무 좋았다는... 아 선글라스식 수경을 갖고 갔어야하는데.. 혹시 오사카에 가면 수영복 꼭 챙기시고 스파월드에 가보세요.^^
아쉬움을 뒤로한채 전철을 타고 다시 JR난바역으로! JR난바역과 잇뽐바시역사이는 난바워크라는 지하상가가 조성되어있어 구경할만 합니다. 하지만 진퉁은 중간에 빠져나와야하는데 센니찌마에도리라는 길입니다. 이 길로 쭉 걸으면 왠만한 유명한 집은 다 있고 더 가면 도톰보리로 갈 수 있습니다. '기다릴 필요없다'라는 뜻모를 말을 건네는 아저씨들을 피해 가다보면 킨류라멘이라는 유명한 라멘집이 있는데 거기서 저녁을 먹었습니다. 한국에서도 해본적 없는 줄서기까지 해가면서 들어갔는데 줄설만 합니다. 맛있는 갈비탕국물에 라면을 끓여먹는 느낌입니다.
다시 숙소인 원민박으로~ 정말 힘든 하루가 지나갔습니다.
@ 호류지역에서 호류지까지 가는 버스는 9시 45분부터 있습니다. 8시45분버스는 사계절 언제라도 없으니 조심! 단, 걸어갈 만한 거리기 때문에 버스가 운행되서 사람들이 몰리기 시작하는 10시전에 가기위해서라도 아침일찍 가셔서 걸어가시길 권합니다. 호류지는 한적해야 제맛이 나는 곳입니다.
2월 18일:오사카역-<특급 와이드뷰>-교토-<히카리>-나고야-<히카리>-신오사카-<지하철>-[원민박]
드디어 고대하던 교토로 출발~ 교토는 경주보다는 서울과 같은 곳입니다. 즉, 문화재가 있되 근세의 것들이죠. 신칸센을 타고 가되 되었지만 시각표에 오사카역에서 출발하는 '와이드뷰'라는 특이한 이름의 열차가 눈에 띄어 일부로 이걸 타고 갔습니다.
와이드 뷰는 이름 그대로더군요. 창문도 엄청 넓지만 맨 앞칸에 타면 조종석과 유리벽만으로 구분되어있어 열차조종하는 모습은 물론 기관사의 시야로 앞을보며 달릴 수 있습니다. 게다가 저희 자리는 맨 앞자리. 명당자리죠^^; 아주 특별한 경험이었습니다.
교토역에 도착하자마자 1일버스승차권을 사고 바로 교토교엔으로 찾아갔습니다. 교토교엔에는 교토고쇼라는 곳이 있는데, 천황이 도쿄로 옮기기 전인 약 100여년전까지 살았던 곳입니다. 사실 이곳에 엄청나게 기대를 했습니다. 여러 성을 가봤지만 사실 그것은 지방 영주의 공간이고 일본이라는 국가의 왕이 살던 왕궁은 아니었으니까요. 이곳은 아침일찍 관람신청을 해야하기때문에 관람을 하려면 일찍 와서 신청하고 기다리고 관람하면 반나절을 쏟아붓게되는 곳입니다.
결론은... 대실망. 어제의 호류지와 동대사의 충격은 어디가고 어디 미개국가의 일개 왕궁에 불과한 모습이란... 단청도 전혀없고 지붕도 이상하고... 게다가 기단부가 없는데다 지붕만 높아 뭔가 어정쩡한게.. 그림도 평범하기 짝이없고 정원도 좁고... 그냥 보기엔 나름대로 훌륭했지만 제가 기대한 왕궁의 모습으론 전혀 아니올씨다 였습니다. 너무 초라했습니다. 게다가 정전은 멀찌감치 떨어져 봐야하고.. 근데, 지붕은 밋밋하고 이상하게 생겼는데 그게 오히려 고급지붕이라고 합니다. 나무껍질을 여러겹 쌓아서 만드는 것인데 여름엔 시원하고 겨울엔 따뜻하게 해준다네요. 기와지붕은 100여년이상의 수명이 있지만 이건 30여년 정도면 갈아야하고 몇년만 지나면 군데군데 부서집니다. 값고 비싸고요. 나중에 신경써서 보니 격이 높은 건물은 다 이걸로 되어있더군요.
좀 큰 실망을 하고 근처의 교토대학에서 점심을 해결(쌉니다~ㅎ)하고 찌온인으로~ 노선도를 보고 찌온인마에 정거장에 내려서 좀 올라가면 '구'문이 나옵니다. 구문이라는 이름에 왠지 불안감을 가지고 돌아봤습니다. 나름대로 괜찮다군요. 말로만 듣던 찌온인 7대 불가사의는 '말만'입니다. 볼만 하지만 꼭 갈 필요는 없습니다. 게다가 중요한 대장방이 수리중이라 소장방만 돌고 나왔습니다. 저도 7대불가사의란 말에 속은 듯한... 이곳에서 제일 볼만한 곳은 '신'문인 '산몬'입니다. 원래 당연히 정문인 산몬부터 보게 되어있으나 아까의 불안한 느낌이 나는 '구문'으로 들어왔기때문에 산몬의 뒤통수부터 보게 되버린... 혹시 이곳에 가시면 조심하세요. '찌온인마에'에서 내리면 안됩니다. 반드시 '기온'에서 내려야합니다. 단, 기온에서부터가면 엄청난 수의 계단을 올라야한다는 것을 알아두세요^^; 찌온인에서 제일 깊숙한 두곳이 있는데 책에도 안나와있습니다. '센히메' 가 잠들어있다는 공동묘지와 '지혜의 길'이란 곳인데 센히메는 히메지에 안가보셨다면 별로 관심이 없으시겠지만(귀무자1편의 그 공주라는데 글쎄요...) 공동묘지에 한번 가보실려면 들려보세요^^; 으스스 합니다. 엄청난!! 구조의 자동닫힘문을 열고 들어가면 되는데.. 이 자동닫힘문의 구조를 보시면 웃음이 절로^^ 작동은 완벽하더군요. 지혜의 길은 엄청난 수의 계단을 말하는데 올라가보면 신을벗고 들어가 앉아서 목탁을 두드릴 수 있는 곳이 있습니다. 저는 교회를 다니는지라 그냥 나왔습니다^^; 거기서 재밌는 광경을 봤는데 아기를 안고 거기까지! 올라온 백인여성이 한명 있었고 그 사람한테 작업을 거는 다른 백인이 있었습니다. 상황을 생각하면 재밌는 장면.
밖으로 나오니 기온거리입니다. 시간은 오후 2시 조금 넘었더군요. 책에 니죠죠가 4시반까지라고 나와있었기 때문에 아직 30분정도 여유가 있어 좀 걸어보기 했습니다. 중간에 괜찮아보이는 골목이 있어서 살짝 빠져봤는데, 오홍 이런~ 유명한 전통 술집거리였던 것입니다. 우리가 출근시간에 맞춰나왔는지 기모노를 입고 출근하는 마담(?)이 몇몇 보이더군요. 재미는 있었지만 대가는 처절했습니다. 일단 이곳으로 들어갔으니 반대편으로 나왔는데 도무지 버스정류장이... 지하철역이 나오길래 앗싸 했는데 일본은(교토만인가?) 지하철역 주위에 버스정류장이 없다는!! 한참을 돌아다닌 길에 겨우 버스정류장은 찾았지만 이미 시간은 3시가 다된 시각... 니죠죠에 도착하면 한시간밖에 없다는 결론이.. 뭐 애초부터 니죠죠는 별 기대를 안했기때문에 걱정은 안했지만 좀 아쉽더군요.
드디어 니죠죠에 도착. 니죠죠는 도쿠가와이에야스가 도쿄로 막부를 옮기기 전에 막부를 설치한 곳이고 후세에 막부가 정권을 천황에게 돌려준 곳이기도 합니다. 왕은 천황이었지만 실권은 막부의 장인 쇼군이 갖고 있었기때문에 교토고쇼보다 화려할지도 모르겠다하는 생각은 들었지만, 고쇼에서 워낙 실망했고 니죠죠 사진이라고 구할 수 있는게 초라한 정문사진뿐이라 별 기대는 안했습니다. 그래서 좀 늦게도착해도 별로 아쉬울 것은 없었는데.... 두둥~
니죠죠에 도착해서 니노마루라는 건물을 맞닥드린 순간 저는 깨달았습니다. 왜 책에는 초라한 정문 사진뿐인지... 다른 부분은~ 너무 대단해서 촬영금지! 였던 것입니다. 그러니 사진이 없죠. 아아 이런.. 시간이 한시간 밖에 없는데 ㅠㅠ
정말 이런 곳은 처음이었습니다. 이 건물 역시 단청은 없었지만 금판으로 멋지게 장식을 하니 엄청 멋집니다. 내부는 말이 안나옵니다. 천장의 그림 하나하나가 대단하기도 하지만 진짜배기는 방 하나하나의 벽에 그려진 그림. 방 하나하나가 예술작품. 입이 떡 벌어집니다. 이런 곳은 평생 처음 봤습니다. 남은 시간은 겨우 한시간 여기를 빨리보고 나머지도 봐야 한시간에 맞추는데 아 눈물이 납니다. 아쉬운 마음은 계속 쌓이면서 최대한 열심히 보면서 돌았습니다.
일본은 정원과 마찬가지 이유인지 방내부도 벽지에 그림을 그려 자연안에 있는 듯한 느낌을 내는 방식을 쓰고 있었습니다. 사방에 설경이 그려져있어서 마치 설원안에 앉아있는 느낌을 준다거나 하는 방식이죠. 이런건 다른 건물에도 있었습니다만, 그림의 격이 다르더군요. 일본에 가면 꼭! 들려보시길 권합니다.
어쨌거나 아쉽게 건물에서 나오니 4시 남은시간은 30분. 이때 방송이 나오더군요. '니노마루의 폐관시간은 4시반입니다~' 아악~ 니죠죠가 아니라 니노마루의 폐관이 4시반이었던 것입니다! 30분 더 니노마루를 보고 남은시간 여유있게 돌면 되는건데..ㅠㅠ 뭐 어쩔수 없었죠. 이제와서 다시 들어갈 수도 없고. 그냥 나왔습니다.
교토. 처음에는 조금 실망했지만 니노마루는 정말 잊을 수 없을 겁니다. 나중에 또 가야지^^
교토역으로 통해 이번에는 나고야로~
JR무제한 이용이라는 패스의 권력(?)을 이용한 이번 여행의 패턴은
관광지에서 낮시간을 보내고 대도시에서 저녁시간을 보내는 것이었죠.
고작 1시간반 머물려고 히로시마에 신칸센을 타고 간다거나
저녁먹고 올려고 신칸센을 타고 나고야에 갔다오는거 제정신이라면 절대 못할 일이죠^^
나고야는 사카에라는 번화가에 오아시스21이라는 특이한 쇼핑가가 있는데 그냥 특이하고 말았습니다. 이날 비가 많이 왔기 때문에 제대로 된 모습을 보지못한 게 아쉽네요. 덕분에 커플부대가 없는 좋은 점도^^;
다시 신오사카역으로 돌아와 지하철을 타고 잇뽐바시로~ 신오사카에서 JR타고 가려면 좀 귀찮기때문에 돈 좀 주고 (270엔) 한방에 갔습니다. 전날 1,000엔이라는 파격적인 가격으로 스파월드를 간 덕이죠.
@ 니죠죠는 4시폐관이 아니라 4시반까지 입장입니다. 하이라이트인 니노마루는 4시반에 폐관입니다.
2월 19일: 오사카-<히카리>-동경-[백악관]
드디어 토요일. 토요일에는 관광지로 나가기보다는 대도시에 있는게 조언에 따라 주말은 오사카와 동경에서 지내기로 했습니다.
아침늦게(정말 오랜만에ㅠㅠ) 원민박에서 나와 오사카성으로 향했습니다. 외관은 정말 멋지더군요. 사진 찍기엔 최고. 하지만 건물은 별거 아닙니다. 70년대에 새로 지은거라 고풍스런 맛은 전혀 없고 엘리베이터까지 있는 엽기적(?)인 놈입니다. 600엔이라는 입장료 본전생각이 절실한..
오사카성에서 처음으로 중국인 관광객을 만났습니다. 아직 중국인 관광객은 오사카와 도쿄쪽을 많이 도는 듯 하더군요. 한국인이나 서양인은 나라와 교토정도까지 많이 도는 듯 합니다. 쿠마모토같은 곳은 외국인이 많지 않은... 쿠마모토나 카고시마에 가면 신기한듯 다들 쳐다봅니다. 오사카나 도쿄에 가도 꼭 쳐다보는 사람이 있습니다만 그냥 외국인이겠거니 하는듯. 서양인이 찾아가면 눈이 휘둥그래지겠죠^^
오사카성에서 대실망을 한 후, 동경으로 가는 신칸센을~ 드디어 신칸센의 메인이라는 신오사카~동경 구간을 타겠구나 했는데.. 이런.. 히카리의 설움이란... 나고야에 갔다올때도 이 차를 탔지만 이 구간은 원래 이런 차를 타는 듯 진동도 심하고 시끄럽고 발받침대도 없고 아아. 정말.. 3월부터는 노조미를 많이 늘린다니 히카리는 더 밀려날듯. 미리미리 JR패스 여행을 하시는게 좋을듯^^; 근데 왜 JR패스는 노조미를 안태워줄까요. 어차피 비싸서 빈자리가 넘치던데. 차라리 자유석이용을 제한하고 지정석만을 쓰게 하는게 더 효율적인거 같더군요.
동경에 도착하니 엄청 춥습니다. 북쪽에 올라온 것도 그렇지만 한파가 몰려온거죠. 아직 비도 그치지 않고.. 다행히 이날 동경에서의 일정은 국립박물관이었기 때문에 크게 걱정은 안했습니다.
문제는 점심밥. 처음에는 신오사카역에서 에키벤을 먹으려했는데 이게 눈튀어나오게 비쌉니다. 돈이 없는 건 아니었지만 왠지 기분나빠 동경역에 내려서 먹으려고 했죠. 근데 이렇게까지 늦으니 요시노야라는 돈부리전문점(싸죠^^)에서 먹기로 마음을 먹었는데 허억. 요시노야가 없더군요. 그냥 참자하고 우에노공원에 있는 국립박물관으로~
국립박물관 역시 대실망~ 일본 3대박물관 중에서도 최고라고 했지만 가보니 별거 아니더군요. 어느 박물관이나 도저히 발걸음을 뗄 수 없게하는 전시물이 하나씩은 있는 법인데 다 그냥그냥입니다. 오히려 별관인 동양관에 전시된 이집트의 미라, 인도식의 불상(참 특이합니다. 이런건 처음봤다는..), 중국의 청자가 더 볼만합니다. 우리물건들도 있었지만 그렇게 대단한 건 없더군요.(명품이 원래 없다면 다행이지만, 혹시 꼭꼭 숨겨논 것??!!) 호류지관도 정말 볼만합니다. 전시물은 좀 볼만한 정도인데, 건물 자체가 예술입니다. 건물 앞의 분수가 뿜어질 때마다 연못(?)에 생기는 물결의 간섭무늬라든지 내부 인터리어와 조명이 아주 끝내줍니다. 99년에 새로 지었다는데 이 건물 보려고 돈내고 박물관 입장해도 될 정도입니다.
도쿄국립박물관은 학생(대학원생 이하)은 130엔이라는 파격적인 가격에 입장가능합니다. 우리나라 학생증도 통하니 국제학생증 없어도 됩니다.(우리나라와 일본은 서로 학생증을 인정해주는 것 같더군요.) 단 조심하셔야 할 게 있는데, 이것도 상술인지 매표소 유리창에 기본 입장료는 안 써있습니다. 입장티켓자판기로도 살 수 없고요. 훨씬 비싼 특별전 포함 티켓만 팝니다. 그 가격이 무려 학생 600엔!! 특별전은 우리같은 문외한은 30분도 못보고 나올 수준인데 매표소 아가씨에게 기본티켓으로 달라고 해야 줍니다. 주의하시길!
박물관에서 나와서 놓칠 수 없는 신쥬꾸로~ 도쿄도청전망대에 올라봤습니다...만 해도지고 비가와서 아무것도 안보이는... 그래도 비오는 밤에 아래서 올려다보는 고층건물들은 멋지더군요. 낮은 구름에 싸여 끝없이 높아보이는게 환상적입니다.
신쥬꾸로 돌아와서 말로만듣던 가부키쵸~로 역시 이상한 아저씨들이 달려들지만 살짝살짝 피해 책에 씌여있는 샤부샤부무한리필식당으로 갔습니다. 점심부터 아무것도 못먹어 배고파 죽을 지경이라서..^^ 가부키쵸는 듣던데로 안전해 보였습니다. 말이 환락가지 그냥 좀 이상한 가게들이 몇개 더 있는 유흥가 정도의 느낌이더군요. 샤부샤부 무한리필로 배터지게 먹고 나와서 시부야로~
시부야에 도착해서 너무너무 놀란 것이 오락실. 옛날 DDR을 처음 봤을 때의 전율이 흐르더군요. 그것은 바로 터치스크린방식 게임기와 카드인식 게임기. 이미 매우 다양한 종류의 것들이 나왔더군요. 터치스크린방식은 주로 디아블로식의 게임이 많았는데 마우스가 없는 대신 손으로 아이템을 움직이거나. 떨어진 아이템을 손바닥으로 쫙 훝어서 줍거나 하는게 참 인상적이었습니다. 카드인식 게임기는 예전에 한참 유행하던 카드배틀RPG를 그대로 옮겨놓은 것은 기본이고 자기가 좋아하는 축구선수 카드를 사서 게임기 위의 축구장모드 패드에 올려놓으면 그대로 인식되는게 신기했습니다. 카드 위치를 변경하면 그대로 경기장에 반영되어 포메이션을 짤 수 있더군요. 세계는 온라인게임으로 가는데 일본은 자기들 나름의 영역에서 새로운 것들을 만들어내느 것을 보니 대단하기도 했지만, 이런 일본의 모습이 오히려 일본의 발목을 잡는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제가 직접 플레이해보지 않아 온라인 지원여부는 확인못해봐서 생각은 거기까지^^ 오락실에서만 갖출 수 있는 시스템을 요구하는 온라인지원 RPG라.. 그것도 괜찮아 보이죠?
오락실에서 나와 게임&DVD샵에 들렀습니다. 벌써! 데메크3 중고가 나왔더군요. 6200엔 정도 했습니다. 사고 싶었지만 나중에 생각하니 그건 삽질. 정발판은 한글판에 밀봉 정가 5만2천원^^ 새삼 우리나라 좋은나라라는 생각이^^
충분히 놀았으니 숙소인 백악관으로~ 신오오쯔까역에서 내려 눈앞에 턱 하니 놓인 요시노야를 발견하고 눈물을 흘리며ㅠㅠ 전화를 거니 마중을 나옵니다.
숙소로 걸어들어가면서 이것저것 가게들을 설명하는데 중고도서서점이 있더군요. 다음날 들어가보니 거의 모든 책과 만화책이 100엔! 슬램덩크 완전판이 있으면 업어올려고 했는데 없어서 실망했죠^^; DVD는 1,000엔 대였지만 CD는 중고도 좀 비싸더군요.
숙소로 들어와서 단잠을 잤습니다.
원래는 상,하로 할려고 했는데 쓰다보니 내용이 많고 웃찾사 하는 시간이라 가봐야겠습니다.
'하'를 기대해주세요^^;
# 오사카였던 것 같은데, 모노레일도 아닌데 전력선이 없는 지하철이 있더군요. 어딜 봐도 위쪽엔 전력선이 없고 차체 지붕도 깨끗하고 특이했다는... 뭘까요?
첫댓글 아~트심으로도 나온 작품이죠 오사카 시영지하철이라고 3궤조 방식이라고 전차선이 레일근처에 있습니다 --
역사가 오래된 도쿄나 오사카의 지하철은 제3궤조 방식이 적지 않게 있습니다. 여담이지만 중국인 가이드를 한번 빌려본 적이 있는데 (두께가 론리플래닛 도쿄판만 합니다.) 도쿄 명소 가이드 중 절반 이상이 디즈니랜드여서 어이를 잃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리고 JR서일본은 산요패스를 사는 사람에게 노조미 승차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대신 산요패스가 꽤 비싸죠) 그리고 나가사키는 중국인이 많습니다-_- 가끔씩은 일본인보다 더 많다는 느낌도 받습니다.
산요패스는 비싼게 문제가 아니라 서일본 구간의 30프로 정도밖에 안되는듯한 사용범위가 압권이죠..
와이드뷰라면..혹시 와이드뷰 시나노를 타셨나요? ^^ 호류지..나라..교토..모두 볼만한곳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