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으로 보는 중동역사
-김균량 지음/북랩 2021년판
깊어가는 가을밤을 사색으로 물들일 수 있는 찬스
1
-예언자께서는 무엇을 가장 좋아하십니까.
-첫 번째는 예배이고 두 번째는 향수이며 세 번째는 여자이다.
(‘제5장 바드르전투 외’에서)
이슬람교를 창시한 ‘무함마드’의 일면을 보여준 글이다.
2
중동지역은 세계 4대문명 중 이집트 문명과 메소포타미아 문명의 발원지임에도 유럽이나 서구사회에 비해 우리에게는 덜 알려져 있다. 그것은 19세기말 무렵 서양열강 세력에 의해 동아시아 문호가 개방되면서 서구문화가 한동안 휩쓸고 지나간 탓에 미처 중동의 문화가 접근할 틈이 없었기 때문이다. 이런 현상은 21세기인 지금도 여전하다. 그러나 조금만 세계사에 관심을 가진다면 오늘날 우리 인류가 구가하는 찬란한 문명사회에 있어서 중동지역의 역할이 상당부분 차지하고 있음을 찾아낼 수가 있다.
또한 지금도 서구사회에 비해 우리와 교류가 희박하기는 하지만 중동에는 이슬람 종교를 기반으로 하는 아랍민족 국가들이 그 문화를 계승한 채 현재를 이어가고 있고, 서구문화의 주축으로서 기독교의 발원지인 예루살렘을 중심으로 신흥국가 이스라엘과 지금은 옛 영화가 사라진 채 찬란했던 고대를 간직한 이집트를 포함한 튀르키예 등은 오늘날의 서구사회에 지대한 영향을 과거에 끼쳤을 뿐만 아니라 향후 미래사회의 전개에도 여전히 막대한 영향을 줄 것으로 여겨지는 중요한 곳이다.
3
저자는 역사를 전공하고 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는 선생님이다. 방학 중에 시간을 내 역사에 대한 지식에 목말라하는 학생과 일반인을 위해 책을 집필하시는 분이다. 그래서 그런지 이 책 <전쟁으로 보는 중동역사>는 수업 중 졸고 있거나 따분해하는 학생들에게 한 편의 재미있는 이야기를 통해 상황을 반전시키려는 선생님처럼 역사를 풀어가고 있다.
제목 그대로 전쟁으로 보는 역사이기 때문에 중동 지역에서 벌어지고 그때마다 역사의 한 획을 긋는 중요한 전쟁이나 전투를 중심으로 서술된다. 히타이트와 이집트의 카데시 전투, 페르시아와 그리스의 가우가멜라 전투, 로마와 유대인의 전쟁, 이슬람교의 창시자 무함마드의 메디나와 그를 종교적 이단자로 여기며 기독교를 믿는 도시 메카와의 바르드 전투, 기독교 세력과 이슬람 세력 간의 십자군 전쟁, 동로마 제국의 몰락을 가져오는 오스만 제국의 콘스탄티노플 함락 등이 그것이다.
이야기는 중요 전투에서 이해를 돕기 위해 당시 역사 지도와 침공 경로, 전투상황 도해, 무기와 갑옷 등의 그림들을 곁들여 읽는 재미와 함께 영화에서나 보는듯한 긴박감도 조성한다. 책을 점점 읽다보면 선생님의 이야기 마력에 빠져 어느덧 잠이 깬 채 눈을 말똥거리며 수업에 젖어들어 있는 학생들처럼 책속의 역사 속으로 빠져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4
내용 중간 중간에는 역사 이면에 나타나는 역사적 인물들의 인간적 면모가 자연스럽게 드러나 시대를 거슬러 인간의 보편적 속성을 엿보는 계기가 펼쳐진다. 이 글 서두에 밝힌 무함마드의 인간적 면모는 자칫 정치적 상황이 전달하는 권위에 밀려 한 인간을 바라보는 관점을 왜곡시킬 수 있는 부분에 대해서 완충지대를 제공하고 있다.
절체절명의 전투 장면에서 실제적으로 기술되어진 각 역사적 인물들의 면모를 마치 영화를 보듯 상상해볼 수도 있다. 오스만 제국의 동로마 제국과의 마지막 전투시 예니체리 부대를 투입하며 메흐메드 2세가 콘스탄티노플 성벽을 바라보며 맞은편 갈라타 해변을 말을 타고 초조하게 달리는 모습이라든지 역사적 주인공은 아니지만 그 인물들과 대적했던 적국에 속했던 상대인물들의 분투 모습도 책을 통해 잘 읽어낼 수 있다. 이런 서술에서 저자의 역사를 재미있는 이야기로 꾸며내는 솜씨가 돋보이는 것이다.
5
자, 이 글을 읽어보시는 분들, 흥미가 동한다면 한 번 읽어보시기를 권한다. 깊어가는 가을 자신만의 망중한의 세계로 흠뻑 빠져들 수 있는 절호의 찬스다.
(2022. 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