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 전라도닷컴>
<김진수의 약초산책 37>
“매핵기, 원인과 치료” - 차즈기(紫蘇葉)
매핵기(梅核氣)는 기병(氣病)이다. ’매실 씨 만한 덩어리 하나가 목에 걸린 듯 삼키거나 뱉어지지 않는 것‘으로 비유한 한방 병명이다. 기(氣)는 전신의 장부기능을 추동하여 흡수ㆍ화생ㆍ온후ㆍ운행ㆍ통달하는 에너지의 원천이다. 인체생명활동을 유지하는 정미한 물질인 정(精)과 의식활동을 의미하는 신(神)이 모두 기를 근본으로 한다. 그런데 일상의 화, 비탄, 우울, 사려 등 정서적 응어리가 이것의 흐름을 막으면 혈을 저장하는 간기(肝氣)가 먼저 울체된다. 간에서 습열이 발생하고 열의 속성을 따라 역상하여 몸과 뇌를 잇는 좁은 통로에서 객담, 해수, 천식을 일으키거나 매핵기가 되는 것. 즉 정신작용 및 외기의 변화가 자율신경계에 이상을 가져와 하나의 증후로 나타나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그러므로 매핵기는 다시 담병(痰病)이다.
담은 한의학에서 매우 독특하고 중요한 병사이다. 스트레스를 받거나 신경을 많이 쓰게 되면 기를 주관하는 폐가 통창하지 못하여 고유의 선발숙강(宣發肅降) 기능이 떨어지게 된다. 폐는 기를 위로 올리고 흩는 선발기능을 통해 체내에서 생성된 탁기를 밖으로 내보내고, 비(脾)로부터 수송된 수곡의 정기를 피모에 이르기까지 고루 펴서 나누어준다. 또 기를 아래로 내리는 숙강기능을 통해 흡수한 자연계의 청기를 신(腎)으로 내려보내 깊고 평온한 호흡을 유지해준다. 만일 스트레스가 이러한 폐의 기능을 방해하면 기의 승강ㆍ운행이 어려워져 또 화열이 발생하고, 비위(脾胃)에서는 생담(生痰)하여 위로 인후부를 속박하게 된다.
매핵기 증상을 양방의 내과는 역류성식도염으로, 이비인후과는 역류성인후두염으로 진단하며, 실제로 목에 이물이 있는 것이 아니라 인후두부 점막의 감각 증상이므로 신경정신과에서는 인두신경증으로 진단한다. 비강과 구강, 인두강은 하나의 공간이지만 바라보는 입장에 따라 각각 다른 이름을 붙여놓았다. 역류성 내지 신경성이라는 인식에서 한 발짝 한의학에 다가서있지만 스트레스(七氣)가 어떻게 몸의 병으로 화하는가 하는 근본적인 물음에 대해 설명이 부족하고 치료 또한 부적절하다. 매핵기는 세균에 의하거나 조직의 변성이 오거나 염증성으로 기인한 병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신경학적 근 마비나 국부적인 신경감각저하로 보기도 어렵다. 따라서 위산분비를 억제하는 프로톤펌프저해제나 마크로라이트계 항생제, 소염효소제, 항불안제 등으로는 매핵기를 다스릴 수 없다.
매핵기 치칙의 기본은 간에 기혈이 울체되고, 인후부에 담기(痰氣)가 몰려 생긴 것이므로 소간건비(疏肝建脾, 간기를 풀어주고 비장을 튼튼히 함), 이기화담(理氣化痰, 기를 잘 돌게 하고 담을 제거함)해야 한다. 자소엽(자소자) 목향 향부자는 간의 울기를 풀어주고, 백출 복령 후박 사인은 비위의 습담을 없애 기를 잘 통하게 한다. 진피 청피 지각 지실 백두구 오약은 대표 이기약(理氣藥)들인데 병정에 따라 화담(化痰)을 위주로 하려면 반하, 백개자, 나복자, 전호, 길경에서 더하고, 강기(降氣)를 강조하려면 자소자, 전호, 선복화에서 더한다. 매핵기의 대표 치료방으로 《의감(醫鑑)》에 나오는 가미사칠탕(加味四七湯: 자소엽 (강)반하 후박 적복령 진피 지실 남성 사인 신국 각 10, 청피 7, 백두구 6, 빈랑 익지인 각 3. 생강 조금)이 있다. 동의보감은 이 방제에 대해 ‘매핵기를 치료하는데 신기하다’고 적었다. 소자강기탕(蘇子降氣湯: 반하, 자소자 각 10, 육계 진피 각 7.5, 당귀 전호 후박 감초 각 5, 생강 대추 자소엽 조금)도 매핵기 치료에 다용한다.
매핵기를 치료하는 자소엽(紫蘇葉)은 꿀풀과에 속하는 일년생초본으로 차즈기의 생약명이다. ‘紫’는 빛이 자색을 띤다는 뜻이고 ‘蘇’는 퍼지고 흩어지는 것을 의미하는데 자소엽이 행기화혈(行氣和血, 기를 원활히 소통시켜 혈을 조화롭게 함)의 작용이 있음을 나타낸 한자이다. 자소엽을 채취하면 정유성분이 날아가지 않도록 그늘진 곳에 매달아 말리는 것이 좋으며 오래 끓이면 휘발하여 약효가 떨어지므로 달이는 중간에 넣도록 한다. 맛은 맵고 달며 성은 조금 따뜻하다. 폐 비경으로 들어가 행기관중(行氣寬中, 정체된 기를 순행시키고 속을 편안하게 함), 신향서울(辛香舒鬱, 매운 맛과 향기로 울기를 흩음), 이기개결(理氣開結, 기를 고르고 맺힌 것을 풂), 해표산한(解表散寒, 표를 풀어 찬 기운을 흩음), 해어해독(解魚蟹毒, 날 생선이나 게의 중독을 풂)의 효능으로 대표된다. 자소엽은 또 진정작용이 있어 수면시간을 연장하며 진해 평천 거담작용이 있다. 황색포도상구균, 곰팡이, 사상균류에 대해 억제작용이 있으며 잎 줄기 종자는 어느 것이나 조기(調氣)하는데 사용된다.
차즈기 씨를 자소자(紫蘇子)라 하는데 폐와 대장경으로 귀경하여 자소엽과 비슷한 효능을 나타낸다. 폐울(肺鬱)을 풀고 하기(下氣)하며 소담(消痰)한다. 기옹담체(氣壅痰滯, 기와 담이 막힘)를 치료하고 지해평천(止咳平喘, 기침과 천식을 멎게 함)하는 효능이 있다. 매핵기에 자소엽(자소자)을 필두로 백출(창출) 복령 전호 지실 후박 길경 목향 향부자 반하 사인 청피를 같은 분량으로 하고 감초를 곁들여 조성할 것을 권한다. 여기에 폐열을 내릴 목적이면 우방자를 취하고, 전체적으로 조열(燥熱)한 배합을 보완하기 위한다면 맥문동이나 천문동을 추가하면 된다. 이 방제는 치료(祛邪)에 편중되어 있으므로 장기간 사용하지 않는다.*
차즈기 꽃 잎 줄기
차즈기 꽃
차즈기 전초
자소엽(약재)
자소자(약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