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립선(前立腺). 전립샘이라고도 불리는, 요즘 ‘핫한’ 장기다. 이 부위를 타깃으로 한 질병들이 급증, 대중의 관심이 부쩍 높아졌다. 전립선은 남성의 방광 바로 밑에 있는 요도(尿道)를 반지처럼 둘러싸고 있는 기관이다. 정자의 생존에 필수적인 전립선 액(液)을 만드는 부위다. 남성이 생식 능력을 발휘하는 데 있어 없어선 안 될 장기이기도 하다. 전립선을 직접 겨냥하는 병은 전립선암·전립선 비대증 등이다.
유명인이 앓아 ‘황제의 암’으로 불려
이 중 가장 위험한 병이 전립선암이다. 전립선암을 대개 전립선의 주변부로부터 시작돼 내부로 진행되는 양상을 보인다. 나중엔 다른 암들처럼 뼈·폐 등 신체의 다른 장기로 퍼진다. 당연한 얘기겠지만 나이를 먹을수록 전립선암에 걸릴 위험이 높아진다. 미국에선 전체 전립선암 환자의 70% 이상이 65세 이상 노인이다. 40세 이하에선 1만 명 중 1명, 40∼60세에선 100명 중 1명, 60∼80세에선 8명 중 1명이 전립선암에 걸린다.
전립선암은 ‘황제의 암’으로 통한다. 이 암에 걸린 유명인이 한둘이 아니다. 노태우 전 대통령, 넬슨 만델라 남아공 전 대통령, 존 케리 미국 국무장관, 아키히토 일왕, 미테랑 프랑스 전 대통령, 사이클 황제 랜스 암스트롱, 미국 영화배우 로버트 드니로 등이 전립선암으로 숨졌거나 수술을 받았다.
전립선암은 원인이나 치료에서 남성 호르몬(토스테스테론)의 영향을 직·간접적으로 받는다. 약 90%는 환자 자신의 몸에서 생성되는 남성 호르몬을 ‘먹고’ 증식한다. 전립선암 환자의 남성 호르몬 분비를 차단하면 암 증식이 억제되고 일부 암세포가 사라지는 것은 그래서다. 이미 다른 부위로 암이 퍼졌어도 남성 호르몬 차단 치료를 하면 십중팔구는 효과를 본다. 그러나 남성 호르몬 차단 뒤 12∼23개월이 지나면 치료 효과가 거의 없어진다. 그렇다고 하여 전립선암의 발생 원인이 남성 호르몬의 과잉 탓만은 아니다. 남성 호르몬의 분비는 나이를 먹을수록 줄어드는데 전립선암은 (남성 호르몬 분비량이 적은) 70대에서 가장 빈번하다.
전립선암은 증상이 없는 것이 일반적이다. 만약 50세 이상의 남성이라면 특별한 증상이 없어도 전립선 특이항원 검사(PSA)와 항문에 손가락을 넣어 전립선을 촉진(觸診)하는 직장(直腸)수지 검사를 해마다 받는 것이 바람직하다.
국내에서 전립선암 환자가 급증한 것은 이미 고령화 사회에 접어든 데다 전통음식을 홀대하고 서구식 선호도가 높아진 것이 배경이다. 식이섬유가 풍부하고 동물성 지방이 적은 음식을 즐겨 먹는 것이 전립선암에 도움이 된다고 알려져 있다. 미국으로 이주한 일본인의 전립선암 발생률이 증가한 것도 이와 관련이 있다. 동물성 지방을 과다 섭취하면 남성 호르몬이 많이 만들어져 전립선암 발병률이 높아질 수 있다. 술과 담배는 전립선암의 직접적인 원인은 아니다. 하지만 알코올이 간(肝)에서 남성 호르몬의 대사 과정에 영향을 미쳐, 전립선암의 위험인자일 가능성이 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예방 식품으론 토마토가 추천된다. 1995년 하버드대 연구팀은 토마토소스를 매주 2∼4번 섭취하는 남성은 전혀 안 먹는 남성에 비해 전립선암 발생 위험이 34% 줄어든다고 발표했다. 토마토를 익혀 먹으면 암 예방 성분인 리코펜(항산화 성분)을 더 많이 섭취할 수 있다고 했다.
땀 배출이 적은 겨울철에 많이 생겨
요도를 둘러싼 전립선 일부가 커지면서 요도를 압박, 원활한 배뇨를 방해하는 것이 전립선 비대증이다. 이 병은 우리나라 남성의 15∼20%가 앓고 있는 흔한 질환이다. 50대의 절반 이상, 70대는 70%에게 고통을 주는 것으로 알려졌다. 나이 들수록 유병률이 높아지는 것은 전립선 비대증이 노화의 한 과정이기 때문이다.
전립선 비대증은 노화·남성 호르몬·비만 등이 주원인으로 꼽힌다. 스트레스·노인 인구가 늘고 서구식 식습관이 널리 보급되면서 해마다 환자가 증가 추세다.
평소 밤톨 같던 전립선이 호두 크기로 커지면 방광 출구를 막아 다양한 배뇨 이상 증상을 일으킨다. 평균 2시간마다 소변을 누는 빈뇨(頻尿), 소변 줄기가 약하고 가늘게 나오는 약뇨(弱尿), 소변을 참기 힘든 급박뇨(急迫尿), 배뇨 후 남아있는 느낌이 드는 잔뇨감(殘尿感), 자다가 소변 때문에 한 번 이상 잠을 깨는 야간뇨(夜間尿) 등을 느낀다면 전립선 비대증을 의심할 수 있다. 방치하면 요도가 좁아져 배뇨가 힘들어지고 신장에 손상을 주거나 성(性) 기능 장애까지 동반될 수 있다.
전립선 비대증이 있으면 전립선암으로 발전할까봐 걱정하는 사람이 많지만 다행히도 전립선암과는 무관하다.
전립선 비대증은 겨울 질환이다. 국내의 한 연구에서 전립선 비대증으로 인한 병원 방문 건수는 가을부터 증가하기 시작해 12월에 정점을 찍는 양상을 해마다 반복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온이 약간 오르기 시작하는 2∼4월엔 병원 방문 횟수가 눈에 띄게 줄어든다. 겨울철에 전립선 비대증 환자가 많아지는 것은 비뇨기과 의사들이 거의 공통으로 경험하고 있는 사실이다. 겨울엔 섭취한 수분이 땀으로 배출되는 양이 적어 소변량이 늘어나게 마련이다. 따라서 야간뇨·빈뇨·잔뇨감 등 전립선 비대증의 증상들이 악화되기 쉽다. 연말·연시·명절이 있는 겨울에 술자리가 많아지는 것도 전립선 비대증 환자에겐 괴로운 일이다.
전립선 비대증 환자는 소변량을 늘리는 맥주 등 술 섭취를 절제해야 한다. 커피·탄산음료 등 이뇨 효과가 있는 카페인 음료의 섭취도 자제할 필요가 있다. 저녁식사 후엔 가급적 수분 섭취를 줄이는 것도 유익하다.
전립선 비대증 치료에 고려 인삼이 효과적이란 연구결과가 국내에서 나왔다. 만약 사람을 대상으로 현재 진행 중인 임상연구에서도 긍정적인 결과가 얻어지면 인삼은 전립선 건강 개선을 돕는 국내 첫 건강기능식품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전립선 건강에 도움 되는 식품
현재 식약처가 ‘전립선 건강 유지에 도움을 줄 수 있다’고 인정한 기능성 성분은 북·남미에 서식하는 허브(herb)인 소팔메토(톱야자, Saw palmetto) 정도다.
서부 아프리카의 향신료로 현지에선 기니 고추·악어 고추로 통하는 멜레구에타 고추(Melegueta pepper)와 국내에서 자생하는 장구채 등이 전립선 비대증 개선에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되는 식물들이다.
그 밖에 전립선 건강에 전반적으로 이로운 식품으론 토마토·콩·견과류 등이 꼽힌다. 토마토엔 붉은색 색소이자 항산화 성분인 리코펜, 콩엔 식물성 에스트로겐(여성 호르몬)의 일종인 이소플라본이 풍부해서다. 토마토 소비가 많은 지역의 전립선암 발생률이 적은 지역의 5분의 1 정도밖에 안된다는 역학조사 결과가 제기됐다. 콩을 즐겨 먹는 일본인이 미국에 이민한 뒤 전립선암 발생률이 미국인과 별 차이가 없었다는 연구 결과도 나왔다. 이를 일본인 패러독스(Japanese paradox)라 한다. 호두·땅콩 등 견과류도 ‘심심풀이’가 아니라 남성의 전립선 건강을 위한 식품이다.
첫댓글 집안력이있어서 전 자전거도 잘 안타는데, 술과 고기 조절은 완전 힘들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