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십여 년이 넘는 동안
내 몸을 위해 헌신을 한?
어금니 하나를 뽑았습니다.
튼튼한 기계도 오래 사용하면
고장이 나기도 하는데
그 오랜 세월, 하루에도 여러 차례
저작( 咀嚼 )할동으로 힘들었을 법도 한데
잘 버터 주었던 안쪽 상부의 어금니가
효력을 다한 듯 자주 통증으로 몸을 괴롭혔습니다.
부모가 주신 귀한 이빨인데 어쩌나 하며 미련을 떨다가
미루고 미루고 그러다가 된통 아픔을 겪고 있습니다.
수명을 다한 것을 뽑고 임플란트를 하라는
의사의 권고는 줄곧 사양을 했던 터입니다.
밤새 앓던 이를 어찌할 수 없어 발치를 하기로 했습니다.
엑스레이를 찍은 사진을 보며 이를 뽑아도
임플란트를 할 수 있는 잇몸인지를 한 2개월 지켜봐야 한답니다.
마취 주사를 놓고 이를 뽑습니다.
이가 뽑히는 소리가 들립니다.
소름이 끼칩니다. 온몸이 긴장을 합니다.
그렇게
이를 뽑고나니 시원섭섭하다는 게 이런 것인가하는 생각이 듭니다.
앓던 이 뽑은 것 처럼 시원하다는 말을 왜 하는지 알겠습니다.
왼쪽 볼떼기가 부어오릅니다.
비대칭의 괴이한 얼굴이 되었습니다.
못난 얼굴이 더욱 못나 보입니다.
오랜 세월 동고동락, 동행한
어금니와의 이별은 이렇게 막을 내렸습니다
일주일 뒤 진료 예약을 하고 병원을 나섭니다.
이를 뽑고 빈자리를 솜으로 틀어 막고
빈 어금니를 잔뜩 물고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