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미술관과 그 건물 뒤편의 석파정은 한 덩어리다. 미술도 관람하고, 4층에서 연결되는 석파정 산책도 하는 한번에 두 가지를 즐길 수 있는 곳이다. 2022년 11월까지 서울미술관 10주년 개관 기념으로 <두려움일까 사랑일까 Fear or Love>전을 개최한다. 먼저 전시를 보고 흥선대원군 별서를 방문해 보자.
위 사진 포스터 그림은 작가 천경자(1924~2015)의 <여인>이다. 아래 왼쪽부터 <청춘>, <여인>, <자화상>순서로 전시되어 있다. 천경자씨는 자신의 작품 <미인도>가 위작이라 했지만, 국립현대미술관 소장처에서 진품이라고 하여 논란이 일어 더 유명하기도 하다. 자기가 안그렸다는데, 네가 그린 것이 맞다고 판단한 미술계^^ 그녀는 자기 자식을 몰라보는 부모는 없다며 대응했지만, 많은 사례에서 증명하듯 몰라보는 부모도 많다.

서울미술관 정문 바로 옆이다. 바위가 튀어나온 것을 보면 건물과 바위가 하나가 되었다. 서울미술관 4층 뒤편으로 석파정이 있는 것을 보면 바위 지대임을 알 수 있다. 서울미술관은 유니온약품 안병광 회장이 설립했다. <두려움일까 사랑일까> 전시는 그가 소장한 140여점의 작품을 선보이는 자리이다.

작가 김환기의 작품으로 전시가 시작된다. 작품 타이틀은 그 작품을 구분하기 위한 기호일 뿐인 듯하다.
김환기 작 <아침의 메아리 04-VII-65>(1965)
구상화 유행이 지나간 그 자리에 추상화가 들어앉는 것이 아니다. 구상화와 추상화는 언제나 함께 존속했다.
도상봉 작 <정물>(1973), <국화>(1954)
박수근은 프랑스 화가 장 프랑수아 밀레를 보고 화가의 꿈을 키웠다고 한다. 작가 박완서 왈, 박수근은 예술보다 사는 일을 우선했다고 한다. 예술과 삶이 일치되었다는 뜻일게다. 아래 <우물가(집)>을 보니 밀레와 연계점은 있어 보인다.
<우물가(집>(1953)
박수근 작 <노상>(1961)
기존의 유명한 한국 작가들의 퍼레이드가 펼쳐지다가, 이 방에 들어서니 분위기가 다르다. "만일 예수가 한국인이었다면 If Jesus had been Korean" 이라는 타이틀이 심상치 않다. 예수 탄생 마굿간이 소가 있는 외양간에 한복입은 여인으로 바뀌어 있다.

서울미술관에서는 2017년 종교개혁 500주년을 맞아 독일 정부 초청으로 특별 전시했던 김기창 작가의 <예수의 생애> 연작 30점 전시룸이 마련했다.

한복 속옷 차림의 세계받는 예수, 하늘의 천사는 선녀복을 입은 형상들로 보인다.

갓쓰고 한복입고 부활하는 선비 모습의 예수 그림이다. 옷차림으로 보면 12명 제자(아래 사진엔 유다 빼고 11명인듯)인가 하는데, 양반들로만 구성되어 있나 보다^^

천경자의 아래 작품은 아프리카 초원 이미지에 자신의 49세 인생을 중첩시킨 작품이다.
천경자 작 <내 슬픈 전설의 49페이지>(1976)
동 작품을 보는 단상까지 마련되어 있다. 보나마나 김환기 작이다. 십만개의 점, 그 광대한 우주의 별들을 헤아린 그림이다.

김환기 작 <십만개의 점 04-VI-73 #316>(1973)
아래 전시룸은 추상작가들만 모아 놓았다. 왼쪽의 점점 그림은 곽인식 작가가 떠오르고, 그 옆의 검은 얼룩같은 그림은 이배, 그 오른쪽 푸른색 얼룩은 작가 이건용이다. 오른쪽의 한자와 물방울은 김창렬 작가가 떠오른다. 가운데 뒤 사각형 안의 사각 잘린 그림은 작가 박서보다.

추상화 방에서 마음에 들었던 2개 작품이다. 왼쪽은 이우환 작가의 <바람과 함께>(1989)이고, 오른쪽은 서도호 작가의 아버지 서세옥 작가의 수묵추상화 <사람들>(1990년대)이다. 자연의 일부로 자연에 귀의해가는 인간의 모습을 찾는 작업 여정이라고 한다. 어깨동무한 사람들.

1세대 단색화가 홍익대 교수 시절 박서보(1931~) 작가의 문하생 2세대 단색화가 김태호(1948~) 작가의 작품이다. 이것이 단색인가 하는 느낌과 함께, 직접 보면 두터운 물성이 진하게 풍기는 작품들이다. <내재율 Internal Rhythm> 시리즈이다.



지형지물에 따라 석파정은 4층에서 연결된다. 인왕산 북동쪽 바위산 기슭에 자리한다. 서울시 유형문화재 제26호인 석파정은 흥선대원군 별서라고 한다. 별장과 별서의 다른 점은 후자가 전자보다 더 많이 머무르는 곳이라는 뜻이라고^^ 그의 호가 석파이다.

입장하자마자 오른쪽에 사랑채이고 왼쪽이 아래 사진의 '소수운렴암각자'이다. 석파정을 짓기 전부터 있던 바위이다.


나무들 사이로 어렴풋이 보이는 정자가 석파정이다. '유수정중관풍루'라고 불리기도 하는데, 그것은 '흐르는 물소리 속에서 단품을 바라보는 누각'이라는 뜻이다. 9월 초에 방문했을 때 단풍은 초록초록하지만, 가을 단풍이 무르익어 붉게 되면 많은 방문객으로 넘칠 듯해 보였다.

길을 따라 더 깊이 들어가니 아래와 같은 공간이 나왔다. '너럭바위'다. 코끼리 바위라고도 부른다. 어마어마한 덩어리다.

'구름길'이라고 쓰여있는 계단을 따라 올라갔다.

담벼락 끝에 닿았다. 담벼락을 따라 계단이 조성되어 있고, 다양한 그림들이 그려져 있다. 아래 사진의 그림은 김환기 작가의 작품이다.

위의 석파정 담벼락에 그려진 벽화는 아래 사진에서와 같이 현재 서울미술관에 전시되어 있다. 그는 전라도 계좌도(안좌도)에서 태어났다. 고향 안좌도의 자연과 어우러진 항아리를 진 여인들의 모습들을 그려낸 작품이다.
김환기 작 <섬 스케치>
전 국민이 다 아는 이중섭의 <황소> 작품이다. 이것도 현재 서울미술관에 전시되어 있다. 진품은 생각보다 그리 크지 않다. 서울미술관 대표 안병광 회장은 1983년 제약회사 영업사원으로 힘들던 시절 우연히 접한 아래의 작품 프린트를 보고 성공해서 원화를 아내에게 선물하겠다고 다짐했다고 한다. 그는 2010년 경매에서 이 작품을 구입했다.

아래 사진과 같이 벽화들이 그려 있는 계단을 내려오며 복잡한 도시 서울에서 잠시 휴식을 취해보자.

벽화를 그렸지만, 아래 사진과 같이 그 위를 덩굴이 뒤덮고 있기도 하다. 그렇게 겹겹이 쌓인다. 그렇게 과거가 뭍힌다.

이 계단은 석파정 건물 뒤로 이어져 있다.



고종이 이곳에서 하룻밤 머물고 갔던 사랑채의 방이다. 석파정은 본래 흥선대원군 것이 아니었다. 세도가였던 안동 김씨 김홍근 소유였는데 흥선대원군 이하응이 차지하기 위해 고종을 머물게 했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임금이 잤던 곳은 불가침 장소가 되기 때문에, 그 아비인 흥선이 석파정을 차지하게 된 것이라고^^

'삼계동각자'라고 불리는데, 일명 '거북바위'이다. 이곳에서 3개의 시냇물이 만난다고 한다.

사랑채 측면에 자리한 노송 '천세송'이다. 약 650여년의 세월을 지내온 것으로 추정하며 서울시 지정보호수 제60호로 지정되어 있다.

석파정 사랑채의 측면 전경이다. 푸른 하늘 아래 초록초록하다.

전반적으로 둘러보고 다시 들어왔던 곳으로 왔다. 서울미술관 4층에서 석파정으로 연결되는 문으로 나와 뒤돌아 서면 아래 작품과 전경이 펼쳐진다.
김태수 작 <Eco Flow - Singing Nature>(2015)
그 옆으로는 유명한 점박이 호박 작품이 놓여 있다. 굳이 여기에 쿠사마 야요이 작품을 놓은 이유가 뭘까 한다. 인왕산과 호박이 어울리나 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