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영환은 어떤 사람이었는가? ⌜민영환과 윤치호, 러시아에 가다⌟ 본문 중에서
우리 역사는 민영환이 을사보호조약에 반대하여 자결하였다는 그 이유로 그를 순국(殉國)항일지사로 손꼽으며 추앙한다. 그는 자결로 순국 충군 지사의 반열에 섰지만 그의 순국에는 백성의 자리가 없다. 오직 자신에게 부귀영화를 가져다 준 조선왕조, 고종과 민씨척족이 있었을 뿐이다. 20세기 초기 역사 기록자들은 충(忠) 하나로 민비와 함께 민씨세도정치의 핵심인물로 매관매직과 가렴주구로 백성의 피를 빨아먹은 부패관리의 선두에 있는 그의 모든 것을 덮었으나 그의 악덕과 부패상을 당시 대부분의 농민들은 다 잘 알고 있었다.
전봉준은 1895년 2월 11일에 법무아문 관원에게 두 번째 공초(심문)당하는 자리에서 민영환의 죄악상을 밝힌다. 아래는 김흥식이 엮은 ⌜전본준재판정참관기⌟58쪽의 공초 내용이다.
문 내직에 있으면서 매관매직을 일삼는 자는 누구인가?
답 해당 민영준, 민영환, 고영근이 그렇다.
문 이들이 전부인가?
답 이 외에도 허다해서 다 말할 수가 없다.
문 이들이 매관매직한 것을 어떻게 분명히 알 수 있는가?
답 온 세상에 다 퍼져 있으므로 모르는 사람이 하나도 없다.
다음은 윤치호가 그의 일기에 남긴 민영환에 대한 기록이다.
윤경남 번역의 ⌜민영환과 윤치호, 러시아에 가다⌟ 178쪽과 179쪽을 그대로 옮겨 적는다.
민 공의 사람 다루는 개념: 이중적이고, 위계와 비밀스런 계략으로 일관한다.
겸손에 대한 개념 : 한숨을 몰아쉬면서 온갖 자기비하의 말을 함.
위엄에 대한 개념 : 심술꾸러기처럼 입술을 쑥 내밀고 팔자걸음으로 벌릴 수 있는 한 다리를 벌리고 굽신거리며 걷는다.
권위에 대한 개념 : 자기 아랫사람에게 최성의 특권 의식을 보여준다. 친절하거나 말거나, 공 평하거나 말거나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자기 기분 내키는 대로 변덕스럽 게 대한다.
예절에 대한 개념 : 지나치게 칭찬하는가 하면 마음에 없는 친밀감을 늘어놓기도 한다.
분별력에 대한 개념 : 소심하고 필요 이상으로 혼자서 속을 끓인다.
조심성에 대한 개념 : 사람 앞에서는 자신의 원망을 미소로 위장하고 등뒤에서 몰래 자기의 적을 강타하려고 표적을 겨눈다.
공금에 대한 근검 절약성 : 그가 쓸데없이 공금을 한 푼이라고 아길 때는 한숨을 들이쉬고 내 쉰다. 그러한 그가 조선에 돌아가면 녹슬어 못쓰게 될 풍차와 밀방아 기계를 사는 데 1,500루블의 공금을 낭비했다.
고상한 품위에 대한 개념 : 그 신조를 위해서는 아무것도 한 일이 없다.
다음은 박종인 저 ⌜매국노 고종⌟에 나오는 민영환에 대한 기록이다.
1887년 민영소와 민영환이 입궐했다. 민영환이 자기가 추천해 경상감사가 된 김진명의 일본산 명주 50필을 진상했다. 고종이 얼굴을 붉히며 옷감을 용상 아래로 던져버렸다. 민영소가 전라감사 김규홍의 진상물을 바쳤는데, 춘주 500필, 갑초 500필, 백동5합과 기타 물건도 많았다. 고종이 희색을 띄며 말했다. “번신의 예가 당연히 이 정도는 돼야 하지 않겠는가. 김규홍은 참으로 나를 사랑하는 사람이다.” 민영환은 그 즉시 자기 돈 2만 냥을 보태 바쳤다.
6월 7일 모스크바에서 민영환과 윤치호는 비테와 작별하고 12시에 군대 사열식을 보러 갔다. 윤치호는 러시아의 군의 위용을 보며 훈련되지 않고 무기력한 조선군을 생각하며 주먹을 불끈 쥐었다. ⌜민영환과 윤치호, 러시아에 가다⌟133쪽에는 민영환에 대한 탄식이 나온다.
보병, 포병, 기병대 등 잘 무장한 병사들이 활기찬 군약대의 곡조에 맞추어서 질서 정연하게 행진하는 모습이 굉장히 멋져 보였다. 민영환 공은 군사퍼레이드에는 관심이 없었고, 날씨가 덥다고 투덜거리기만 했다. 그는 민씨 세도 전성기에 십년 가까이 장군직을 맡았던 사람이다.
⌜민영환과 윤치호, 러시아에 가다⌟ 84쪽은 민영환의 양반으로서 특권의식과 행색이 잘 드러난다.
민영환 공은 전형적인 조선의 ‘양반’이다. 만사를 시중 들어줄 사람이 있어야 했다. 셔츠나 저고리를 입을 때, 양말 한 켤레를 신을 때, 외투 단추를 채우는 일까지 혼자서는 못 한다. 정말 놀라운 일이다. 그가 시중드는 사람이 없을 때는 어떻게 혼자서 잠을 자며 먹을 수 있을까 걱정스러웠다. 담배를 피워 무는 일도 멋진 신사의 한 일과이다. 그의 담뱃갑, 권련과 썰어 놓은 잎담배 등은 러시아에서도 쉽게 구할 수 있다. 질병에 대배하는 의약품 재료들은 그를 불로장생하게 할 만한 것이다. 만일 조선 사람들이 약재를 분량대로 처방하기만 한다면 말이다. 또한 그는 양반 체면을 소중히 여기고 이성과 감성에 순응하는 신사이기도 하다. 그는 자신에기 비웃음거리가 되고 수치스런 일이 드러난다면 기꺼이 먹지 않고 마시지도 않을 것이다. 그건 제대로 생각한 일이다.
그ᅟᅥᆯ데 민 공은 상감 전라에게서 그가 여행 중에 쓸 개인 사비로 2만 불을 받았다. 추측컨대, 특별기금의 범위를 넘어서 은밀한 비자금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나도 모르겠다. 어찌 되었든 그가 내 아내를 위해 100불을 주겠다고 약속했으니 신나는 일이다.
자. 이제 민 공은 그의 사촌형 민영익에게서도 2만 불의 자금을 받았겠다. 그 외에도 1천 불 혹은 그 이상의 자금을, 이덕유의 대리인 곽참봉에게서 받았을지도 모른다. 이렇게 많은 현금을 갖고 있는 것이 분명한데 민 공은, 오늘 아침에 나에게 종이쪽지 한 장을 내민다.
윤치호는 1896년 4월, 러시아 니콜라이 2세의 황제대관식에 전권공사 겸 특사로 가는 민영환의 통역관으로 5개월 동안 그와 동행을 하며 일기를 썼다.
민영환은 러시아 공사관으로 도피한 고종에게 러시아와 협상할 5가지 비밀 지침을 받아가지고 니콜라이 황제 대관식에 참석하였다. 그 다섯 가지 제안은 첫째, 조선군대가 믿을 만한 수준으로 단련될 때까지 러시아 군대가 국왕의 경호를 지원해줄 것. 둘째, 군대와 경찰의 훈련을 위해 다수의 군사교관을 파견해 줄 것. 셋째, 궁내부와 내각과 광산과 철도분야를 지도할 고문관을 파견해줄 것. 넷째, 조선과 러시아 사이의 직통 전신을 가설할 것. 다섯째, 일본에서 빌린 국채를 갚기 위해 300만 엔을 차관해줄 것 등이었다.
다섯 가지 제안은 당시 조선이 어떤 상태이며 고종이 어떤 지도자인가를 잘 보여준다.
윤치호는 망국 수순을 밟고 있는 조선의 현실을 애달파하며 지식인의 고뇌로 민 씨 세도가의 한 사람인 민영환을
그의 일기에 본 대로 느낀 대로 적어서 우리에게 경종을 울리고 있다.
2023년 11월 21일 화요일 묘시
우담초라하니
참고 서적
윤경남 번역 ⌜민영환과 윤치호, 러시아에 가다⌟, 신앙과 지성사, 2014
김흥식 엮음 ⌜전본준재판정참관기⌟, 서해문집, 2017
박종인 저 ⌜매국노 고종⌟,, 와이즈맵, 2020
윤효정 저 ⌜대한제국아 망해라⌟ 다상초당, 20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