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너진 교권 교실 붕괴, 학부모 갑질 “왕의 DNA”
최근세 목사
군사부일체를 덕목으로 삼고 스승의 그림자도 밟지 않는 나라에서 어쩌다 우리의 학교가 이런 중병에 걸렸는지 안타깝고 비통한 심정이 든다. 교육현장에 참담하고 황당한 사건 들이 연이어 발생하고 있다. 특히 집중적으로 문제가 발생하는 것은 교권의 추락과 학생들의 패륜, 학부모들의 갑질 사건 들이다. 최근 한 초등학교 교사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건이 벌어졌다. 스물 세살 꽃다운 나이에 극단적인 선택을 했을까? 그간 학부모의 민원에 시달려 왔다는 의혹이 불거지면서 그간 쌓여온 교권침해 논의에 본격적인 방아쇠가 당겨진 것이다. 다른 학교에서는 교사가 제자인 학생에게 폭행을 당하는 사건에교사들로서는 더 이상 사명감만으로는 버티기 어려운 지경에 이른 것이다. 교육부 사무관이 초등학생 자녀의 담임교사를 아동학대로 신고하고, '아이를 왕자처럼 특별하게 대해 달라'고 요구했다는 사실이 알려져 공분을 사고 있다. 자신이 교육부 공무원임을 내세워 "나는 담임 교체를 할 수 있는 사람"이라고 윽박질렀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그는 자녀 담임교사에게 '왕의 DNA를 가진 아이이기 때문에 왕자에게 말하듯이 듣기 좋게 돌려서 말해도 다 알아듣는다', '하지마, 안 돼, 그만' 등 제지하는 말이나 고개 숙인 인사를 강요하지 말라는 내용을 메일로 보내기도 했다. '또래 갈등이 생겼을 때는 철저히 편들어 달라'고 당부한 사실도 공개됐다. 왕의 DNA라는 표현이 워낙 강렬해 집중 포화를 받고 있지만, 사실 최근 많은 부모들이 이처럼 자신의 자녀들을 과잉보호하고 때문에 타인에게 피해를 끼치는 것까지 서슴지 않는 성향을 갖고 있다. 아무리 제자식이 소중하다지만, 요구사항들은 귀를 의심할 정도다.
교사는 미성숙한 내 자녀를 정서적으로나 교육적으로 지도해 자아와 인격을 완성시키는 스승이다. 어떤 의미에선 부모보다 더 많은 시간을 같이하며 정성과 사랑을 쏟는 것이 교사의 역할이다. 그런 교사를 폭행하고 죽음에까지 몰고 간 근본 원인은 교사를 존경하는 스승으로서가 아닌 잠시 자녀를 위탁하는 기능인 정도로 여기는 학부모와 그런 학부모 밑에서 자라 기본적인 예의범절과 사회성이 결여된 학생, 그런 학생을 사랑과 정성으로 지도 교육할 수 없는 교사와 학교 환경에 있다. 학생과 학부모가 교사의 지도방식에 불만을 품고 고소 고발을 남발하고 교사는 이것이 두려워 수업 중에 떠들거나 수업을 방해해도 아무런 교육적 지도력을 발휘할 수 없는 무기력한 교권의 추락이 우리의 학교를 회복 불능의 상태로 몰아넣었다.
제도적 문제도 있다. 그 중에서도 전국의 교육현장들을 잠식하고 있는 학생인권조례가 심각하다. 학생 인권은 매우 소중한 가치이며, 학생들에게도 예외가 돼서는 안 된다. 더욱이 교육 현장뿐 아니라 우리 사회 곳곳에는 인권 침해가 일어나기도 한다. 그러나 학생인권조례는 빈대 잡으려고 초가삼간 태우는 격이다. 학생들의 인권만을 인정해 주는 불리한 분위기 때문이다. 이에 교사들은 인성교육과 생활지도를 포기하고 그야말로 스승이 실종되는 지경에 이르렀다. 학생인권을 부르짖던 이들은 오히려 자신들이 그 부메랑을 맞고 있는 실정이기도 하다. 머지않은 미래에 이로 인해 잘못된 교육을 받고 자란 세대로 인해 그야말로 재앙이 일어날 것이다. 최근의 사건들로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 된 이 때 사회적 공론화가 이뤄져 대책이 나와야 할 것이다,
이런 교육의 붕괴는 학생인권조례가 시행되면서부터 시작되었음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학생인권조례에 열거된 학생의 인권을 보면 심각한 것은 차별받지 않을 권리 항목에 ‘성적 지향’과 ‘성별 정체성’을 명시해 동성애를 대놓고 권장하고 옹호하고 있는 점이다. 이 조례로 교사만 피해를 보는 것이 아니다. 서울에선 한 초등학생이 ‘자꾸 교회 가자고 한다’며 어머니를 경찰에 고발한 사건이 있었다. 학교 상담선생님이 학생인권조례의 종교 강요 금지 규정에 따라 어머니를 고발하도록 권유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서이초 교사의 극단적 선택을 계기로, 그동안 교권 침해 원인으로 지목돼 온 학생인권조례 폐지 목소리가 거세지고 있다. 학생인권조례가 교실 붕괴를 가속화시켰다는 지적은 오래 전부터 제기됐으나 외면 받아 왔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학생의 인권만을 일방적으로 강조해 온 사이, 폭언·폭행 및 갑질을 일삼는 학생과 학부모들에 의해 교실이 황폐화 되고 있다. 학생인권조례는 학교 시스템을 파괴하는 구조적 문제이며교권 추락과 교실 붕괴를 만들어내는 학교 시스템을 파괴하는 구조적 문제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교육은 백년대계, 곧 백년의 약속이다. 먼 미래를 위해 백년의 시간을 준비하고 추진하는 긴 과정이 교육의 근본정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