短歌行(단가행) / 曹操(조조)
對酒當歌(대주당가) 술을 마주하면 응당 노래를 불러야지
人生幾何(인생기하) 인생 뭐 있나
譬如朝露(비여조로) 그저 아침 이슬 같고
去日苦多(거일고다) 괴롬만 있을 뿐
慨當以慷(개당이강) 슬퍼 탄식해도
憂思難忘(우사난망) 근심은 사라지지 않으니
何以解憂(하이해우) 무엇으로 이 근심 풀어보나
唯有杜康(유유두강) 그건 술 뿐이라네
靑靑子衿(청청자금) 푸르런 그대의 옷깃
悠悠我心(유유아심) 내 마음은 그저 아득하기만 한데
但爲君故(단위군고) 다만 그대로 하여금
沈吟至今(침음지금) 아직도 시름속에 있네
呦呦鹿鳴(유유녹명) 사슴은 우우 울며
食野之萍(식야지평) 들에서 부평초를 뜯는데
我有嘉賓(아유가빈) 반가운 손님이 와
鼓瑟吹笙(고슬취생) 비파를 치고 생황을 부네
明明如月(명명여월) 달은 항시 밝은데
何時可掇(하시가철) 언제나 그것을 얻으리
憂從中來(우종중래) 근심은 가득히 일어
不可斷絶(불가단절) 끊을 수 없네
越陌度阡(월맥도천) 저 논뚝과 밭뚝을 넘어
枉用相存(왕용상존) 서로가 잘못 놓여져 있음을
契闊談讌(계활담연) 가슴을 열고 이야기 하며
心念舊恩(심염구은) 마음은 옛 은혜를 생각하네
月明星稀(월명성희) 달은 밝고 별은 드문데
烏鵲南飛(오작남비) 까막까치는 남쪽으로 날아가네
繞樹三匝(요수삼잡) 세 번을 맴돌아도
何枝可依(하지가의) 어느 가지에 몸을 의지할까
山不厭高(산불염고) 산은 높음을 마다하지 않고
海不厭深(해불염심) 바다는 그 깊이를 꺼리지 않는데
周公吐哺(주공토포) 주공처럼 어질다면
天下歸心(천하귀심) 천하를 얻으련만
* 去日(거일) : 지난 날
*杜康(두강) : 소강(少康)으로도 불린다. 술을 처음으로 만들었다고 하는 전설상의 인물.
황제(黃帝) 때 재인(宰人)이라고 한다.
지금의 하남성 여양현(汝陽縣)에 두강촌(杜康村)이 있는데, 이곳이 바로 두강이 술을 만든 곳이라고 한다. 일설에는 자는 중녕(仲寧)이고, 호는 주천태수(酒泉太守)라고도 한다.
*青青子衿(청청자금) : 시경(詩經)의 시 「그대의 옷깃(子衿)」을 인용하고 있다.
그리워하는 여자의 순수한 마음을 노래한 시이나 조조가 그리워하는 대상을 인재로 인용하였다.
<시경 卷四 國風 鄭 一之七> <子衿(자금):그대의 옷깃 중>
靑靑子衿(청청자금) 悠悠我心(유유아심)
縱我不往(종아불왕) 子寧不嗣音(자녕불사음)
푸르고 푸른 그대 옷깃 내 마음에 아득하여라.
나 비록 가지 못해도 그대는 어찌 소식 전하지 못 하는가.
*悠悠(유유) : 아득하게 멀거나 오래되다.
*沉吟(침음) : 근심에 잠겨 신음함. 작은 소리로 중얼거리는 것.
*呦呦鹿鳴(유유록명) : 시경(詩經)의 시 ‘鹿鳴(녹명:사슴이 우네)’을 인용하여 인재를 갈구하고 있음을 말함.
<시경 卷九 小雅 鹿鳴之什 二之一> <鹿鳴(녹명): 사슴이 우네 중>
呦呦鹿鳴(유유록명) 食野之苹(식야지평)
我有嘉賓(아유가빈) 鼓瑟吹笙(고슬취생)
사슴은 소리 내어 울고, 들판에서는 사철쑥을 뜯네.
내게 귀한 손님 오셨으니, 슬을 뜯고 피리를 부세.
* 越陌度阡(월맥도천) : 논둑과 밭둑을 누비다. 陌(맥):(논)두둑, 阡(천): 밭두둑
*契闊(결활) : 삶을 위하여 애쓰고 고생함. 오래 만나지 않음.
멀리 떨어져 있어 서로 소식이 끊어짐
*談讌(담연) : 잔치를 하며 이야기 하다. 讌(연) : 이야기할 ‘연’. 이야기 하다. 잔치하다.
*月明星稀(월명성희) : 달이 밝으니 별은 드물다. 어진 사람이 나오면 소인들은 숨어버린다는 비유을 말한다. 즉 조조의 위력에 영웅들이 자취를 감춘다는 뜻.
*烏鵲(오작) : 까마귀와 까치.
*三匝(삼잡) : 세 둘레. 세 겹. 匝(잡) : 두르다. 빙 두르다.
*周公(주공) : 주무왕(周武王)의 동생 희단(姬旦)을 말한다.
채읍(采邑)이 지금의 섬서성(陝西省) 기산(岐山) 동북인 주읍(周邑)이다.
주읍은 주족(周族)이 고공단보를 따라 빈(豳) 땅을 떠나 칠수(漆水)와 저수(沮水)를 건너 이주하여 기산 밑에 정착한 주족의 선주지이다.
*토포악발(吐哺握發) : 주공이 목욕을 하다가 어진 인재가 찾아왔다면 물기를 닦을 겨를도 없이 달려 나와 맞이하기를 하루에 세 번씩 했고 식사를 하다가 현인이 찾아왔다고 하면 씹고 있던 음식을 뱉어내고 곧바로 뛰어나가 맞이했다는 고사로써 주공이 어진 사람을 맞이하기를 정성을 다 했음을 말하는 것이다.
( 然我一沐三捉發, 一飯三吐哺, 起以待士, 猶恐失天下之賢人)
여기서는 조조가 주공처럼 천하의 인심을 모으겠다는 포부를 표현한 것이다.
[작품해설]
조조는 자가 맹덕(孟德)이며 오늘날의 안후이(安徽)성 하오저우(毫州) 사람이다.
조조는 유비(劉備), 손권(孫權)과 함께 소위 삼국지에 등장하지만, 문학적으로는 걸출한 시인으로 손색이 없는 인물이다.
조조는 동한 말기에 권력을 장악하고 천하 패권을 장악하기 위해 노력한 효웅이지만, 대단한 문학적 재능을 가지고 있을 뿐만 아니라 문학 자체를 중시했다.
조조는 동한 말기 연호인 건안(建安) 시기에 활동했기에 문학사에서는 그의 아들들인 조비(曹丕), 조식(曹植)과 더불어 조씨삼부자(曹氏三父子)로 불렸으며, 이들은 이 시기의 저명한 시인들인 건안칠자와 함께 문단을 이끌었다.
「짧은 노래(短歌行)」, 즉 「단가행」은 원래 두 수로 이루어져 있으나, 첫 수가 널리 알려져 있다.
조조는 문학적으로는 시인이지만 정치가로서 더욱 널리 알려진 인물이다.
이 시 역시 정치가적인 결의를 드러내고 있다. 시의 마지막에 언급된 천하의 인심을 돌아오게 하겠다는 것은 바로 천하를 통일하겠다는 웅지를 드러낸 것으로, 이 시의 핵심 주제이다.
그러나 조조는 단순히 천하를 통일하겠다는 웅지만을 드러낸 것이 아니라 그 웅지를 이루기 위해서는 현명한 인재가 있어야 함을 통감하고 있다.
그러므로 이 시는 주로 인재를 얻고자 하는 자신의 마음가짐을 토로하고 있다.
서두에서는 현재까지 겪은 인생길을 회고하고 있다. 숱한 전쟁으로 얼마나 고난이 많았던가? 인간이 살면 얼마나 산다고 이렇게 괴로워야 하는가? 이 말들은 조조가 자신의 포부를 실현하기 위해 노력했던 인생길에 대한 탄식일 뿐이다.
조조는 당시 아직 천하를 통일하지 못했다.
러므로 그 이후의 내용은 현실적인 근심을 언급하고 있다.
시 중에서 ‘두강(杜康)’이란 최초로 술을 만들었던 인물이다.
물론 근거는 없지만 조조는 두강을 빌어 술을 비유하고 있다.
조조가 말하는 근심은 인재에 대한 갈구이다. 조조는 자신의 통일이라는 이상은 훌륭한 인재들을 바탕으로 이룰 수 있다고 생각했다.
조조는 『시경』의 시 「그대의 옷깃(子衿)」을 이용하고 있다.
이 시는 원래는 사랑하는 사람을 그리워하는 내용이지만, 조조는 이를 이용하여 그리워하는 대상을 인재로 비유하고 있다.
이어서 인용한 『시경』의 시 「우는 사슴(鹿鳴)」 역시 인재에 대한 갈구와 관련된다.
이 시는 주인과 손님이 연회를 베푸는 내용인데, 조조는 자신을 주인으로 손님을 인재로 상정한 것이다.
그러므로 훌륭한 손님은 바로 인재를 지칭하는 것이며, 자신은 악기를 타며 그들을 환영하겠다고 말하고 있다.
그러나 사실상 앞부분에 언급된 근심은 이러한 인재를 아직 얻지 못한 것에서 비롯된 것이다.
밝은 달을 딸 수 있으면 좋겠다는 염원은 바로 인재를 얻었으면 좋겠다는 의미이며, 역시 아직 얻지 못했기에 근심이 끊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에 조조는 남북의 논길을 넘어서 인재를 구하려고 하는 고생을 마다하지 않겠다고 말하고 있으며, 또한 이들을 만나 잔치를 열면 먼 훗날에 자신이 이렇게 인재를 구하기 위해 노력했던 일들을 회상할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그렇지만 현재는 여전히 인재를 구하는 중이다. 어디에 있는 인재인지 모르지만 조조의 입장에서 이들은 존재하며, 새들이 나뭇가지에 깃들 듯이 인재들이 머물만한 곳을 찾을 것이므로 자신은 그 머물만한 곳을 마련하겠다는 의지를 비유적으로 언급하고 있다.
이어서 자신이 얼마나 인재를 찾고자 하는가를 묘사하고 있다.
산이 높든 바다가 깊든 자신은 모든 것을 무릅쓰고 인재를 찾아갈 것이라고 표현하고 있다.
특히, 마지막 연에서는 인재를 구하기 위해 먹고 있던 음식을 뱉어내고 인재를 예우했다는 주나라 주공의 고사를 이용하여 인재에 대한 갈망을 단적으로 말하고 있으며, 이렇게 하여 자신의 이상인 천하통일을 실현하겠다는 포부를 피력하고 있다.
[작품 속의 명문장]
對酒當歌, 人生幾何!
譬如朝露, 去日苦多
술을 마주하고 노래하세, 인생은 그 얼마나 되리오!
마치 아침이슬 같이 짧지만, 지나간 나날 고난이 적지 않았지.
술을 마주하며 노래한다는 것은 향락이 아니다.
이 구절은 조조가 전쟁의 와중에 연회를 열어 군장들을 위로하며 잠시 자신의 인생길을 회고하고 있는 장면이다.
인생의 짧음을 아침이슬이 햇빛을 받으면 금방 증발해 버리는 것에 비유하고 있는데, 교묘하면서도 시적인 표현이다.
그러나 조조는 이렇게 짧은 인생이지만 고난이 많았다고 말하고 있다.
이 고난은 천하통일의 염원을 이루기 위해 노력하느라 생긴 것이며, 이 구절이 탄식하는 듯하지만 사실상 후회하는 탄식이 아니라 다시 자신의 결의를 다지겠다는 의미가 숨겨져 있다.
山不厭高, 海不厭深.
周公吐哺, 天下歸心.
산은 높은 것을 마다하지 않고, 바다는 깊은 것을 싫어하지 않으니.
주공(周公)은 먹은 것을 토해내며, 천하의 마음을 얻었네.
조조가 산과 바다가 높거나 깊거나를 개의치 않겠다는 것은 다음 구의 주공(周公)의 고사로써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주나라의 주공은 주나라 초기의 정치가로 황제를 도와 국가의 기초를 견고하게 한 인물이다. 그는 인재를 구하기 위해서라면 입에 든 음식을 뱉고 인재를 찾아갈 정도였다고 하며, 이렇게 했기 때문에 주나라가 안정되었다고 한다.
조조는 이 고사를 이용하여 산과 바다의 높고 깊음을 생각하지 않고 주공처럼 인재를 찾을 것이며, 이로써 천하를 통일하겠다고 말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