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중순이후 주택매매 거래량이 줄어들었습니다. 때 이른 추위처럼 부동산시장도 냉기가 퍼지는 게 아닌가 걱정하는 사람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이는 시장에서 잔파도일까요? 아니면 비관론자가 말하는 것처럼 삼각파도일까요?
이번 주 닥터아파트(www.DrApt.com) 오윤섭의 부자노트에서는 장세에 휘둘리지 않아야 하는 이유를 다시 한번 정리했습니다. 유럽발 디플레이션, 미국발 금리인상설, 중국발 경제위기설에도 불구하고 말입니다.
피터 린치의 칵테일이론을 부동산 버전으로 리바이벌 합니다.
1단계에서는 집값이 장기간 내리고 있어 다시 오르리라고 기대하지 않는 개미들이 부동산에 대해 이야기하지 않습니다.
2단계에서는 개미들이 나의 생계수단(부동산 컨설턴트)이 무엇인지 듣고 난 후에 좀더 머뭇거리다가 치과의사로 갑니다.
3단계에서는 집값이 20% 이상 오르자 개미들이 치과의사는 무시한 채 내 주변에 둘러서 어떤 아파트를 사야할지를 물어옵니다.
4단계에서는 또 다시 개미들이 나를 에워싸지만 이번에는 그들이 내게 추천했던 아파트값이 모두 올라가 있습니다.
피터 린치가 말하는 칵테일이론의 핵심은 이렇습니다. 경제는 예측할 수 없습니다. 부동산시장 또한 예측할 수 없습니다. 장세의 좋고 나쁨을 묻지 말고 과소평가되거나 저평가된 부동산을 매입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지난 2006년 집값이 전고점을 기록할 때 아파트를 산 사람은 과연 누구일까요? 바로 장세에 휘둘려 뒤늦게 추격매수한 개미들입니다. 돈이 없어도 대출을 받아 빚을 내 뒤늦게 집을 사거나 투자한 사람입니다.
소심한 개미들은 시세가 움직일 때마다 마음이 조급해집니다. 가격이 오르면 사려고 안달이고 가격이 주춤하거나 내리면 언제 사려고 했는지 무색하게 매수를 유보하게 됩니다.
최악의 경우엔 비싸게 샀다가 싸게 파는 경우지요. 개미들은 탐욕에 사고 공포에 파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시세는 오르다 내리고 내리다 오르는 말 그대로 ‘잔파도’가 쉴 새 없이 옵니다. 잔파도라는 장세에 휘둘리기보다는 매수하려는, 보유하고 있는 부동산 내재가치에 집중해야 합니다.
그러면 비관론자가 말하듯 잔파도가 아니라 삼각파도라면 어떻게 할까요? 일본의 ‘잃어버린 20년’처럼 한국도 장기침체가 시작된다고 한다면?
비관론자가 말하듯 장기침체가 실제로 온다면 당연히 이에 대비해야 할 것입니다. 국내 경제전문가들로부터 일본식 장기침체설이 나온 지는 10년이 훨씬 넘었습니다. 하지만 실제로 일본과 같은 장기침체는 오지 않았습니다. 그렇다고 제가 일본식 장기침체는 영원히 오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하는 게 아닙니다.
그럼 지난 10년간 비관론자의 주장을 믿고 내집도 사지 않고 전세로 살던 부동산 개미들은 지금 어떤 상황에 처해있나요? 십중팔구는 2014년 10월 현재 전세난민으로 떠돌고 있거나 월세난민으로 떠돌고 있을 겁니다.
잔파도는 잦지만 삼각파도는 드물게 발생합니다. 또 삼각파도로 인한 사고는 더더욱 드뭅니다.
삼각파도는 진행방향이 서로 다른 둘 이상의 물결이 부딪쳐서 생기는 높은 파도를 말합니다. 매년 10월 이후 겨울철 서해에서 파도가 높고 수심이 낮을 때 발생합니다. 삼각파도를 만나면 뱃머리를 어느 쪽으로 향해야 할지 모르게 됩니다. 한쪽 파도만 타면 다른 파도가 배의 측면에 부딪쳐 배가 전복되거나 부서지게 됩니다. 삼각파도는 1993년 10월 위도 서해훼리호 침몰사고로 유명해졌지요.
하지만 훼리호 사고이후 20년이 지났지만 삼각파도로 배가 침몰한 대형사고가 난 경우는 없었습니다. 급변하는 해상 날씨에 대비한 안전수칙이 강화되고 선박기술이 좋아졌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삼각파도로 인한 대형 재난사고 가능성이 매우 낮다는 것을 방증하는 것입니다.
내일을 걱정하는 동물은 인간밖에 없다고 합니다. 밖에 나가 사고가 날까봐 평생 집밖을 나가지 않고 살다 죽은 사람의 이야기가 생각나는군요.
최근 주택시장은 10월 들어 추격매수가 끊기자 조바심 나는 매도자들이 다시 호가를 낮추고 있습니다. 매수자는 추가 하락을 기대하며 저가매수에만 집착합니다. 매수자 매도자 모두 잔파도에 흔들리고 있는 상황입니다.
잔파도에 흔들리지 않고 사고자 하는, 또는 팔고자 하는 부동산의 내재가치에 집중해야 합니다. 내재가치가 높다면 매수자는 침체기에 사야하고 매도자는 상승기에 팔아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