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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수필 쓰기 연습 원문보기 글쓴이: 이훈
기후를 바꾼 탄소문명, 의식주도 바꿀 때다 / 곽노필
사상 최악의 폭염에 해류·바람도 느려져
올 여름 한국인들은 사상 최악의 폭염을 경험하고 있다. 난생 처음 40도가 넘는 여름을 보내고 있다. 1907년 한국에서 기상관측이 시작된 이래 가장 뜨거운 여름이다. 아직 8월 중순임에도 폭염일수, 열대야 일수가 모두 역대 최고 기록을 넘어섰다. 한국만 그런 것이 아니다. 북반구에 거주하는 전세계인이 비슷한 고통을 겪고 있다. 이웃 일본에선 폭염사망자가 속출하자, 정부가 나서서 주저 말고 에어컨을 틀라고 권유하고 나섰다. 지구상에서 가장 더운 곳이라는 기록을 가진 미 캘리포니아의 데스밸리는 7월 평균 기온이 42.3도를 기록했다. 지난해 100년 만에 세운 기록을 1년 만에 다시 갈아치웠다. 많은 나라에서 섭씨 40도는 이제 흔한 일이 돼버렸다. 지난 4월 말엔 파키스탄에서 50도가 넘는 수은주 기록이 나오기도 했다. 북극권에서조차 30도가 넘는 불볕더위에 순록과 휴양객이 함께 더위를 식히기 위해 물에 뛰어드는 진풍경이 벌어지고 있다.
유례없는 폭염의 직접 원인은 유라시아대륙 하늘을 뒤덮은 채 꼼짝 않고 있는 뜨거운 고기압이다. 기상 전문가들이 `열돔'이라고 부르는 현상이다. 그런데 그 뒤엔 지구 온난화에 의한 바람과 해류의 둔화 현상이 있다. 바람과 해류는 지구의 열에너지를 이동시키면서 지구 곳곳의 날씨에 큰 영향을 미친다. 우선 적도에서 시작해 유럽과 북미의 대서양 연안을 순환하는 대서양 해류의 속도가 1800년대 이후 크게 느려졌다. 150년 동안 북대서양 해류의 흐름이 15~20% 정도 느려졌다고 한다. 영국과 미국, 캐나다 공동연구진이 지난 4월 과학저널 <네이처>에 발표한 연구 결과다. 지금의 대서양 해류 움직임은 1600년 만에 가장 약해진 상태라고 한다. 지구 온난화로 염분이 없거나 낮은 빙하가 녹아 바다로 흘러들어가 표층수를 형성하면서 표층수와 심층수의 뒤섞임이 약해져 해류의 흐름이 둔해졌다는 것이다. 독일과 스페인, 그리스, 미국 공동연구진도 <네이처>에 20세기 중반 이후에만 15% 느려졌다는 연구 결과를 동시에 내놨다. 해류의 둔화는 기온 상승을 부추긴다. 2004년작 재난영화 <투모로우>는 과학적 근거에 기반하지 않았다는 비판을 받기는 했지만, 지구온난화에 따른 해류의 변화가 가져올 수 있는 기상 재난을 상상력을 동원해 극적으로 보여줬다.
바람도 느려졌다. 과학자들에 따르면 유라시아 대륙 중심에서 동쪽으로 부는 북서계절풍이 약해졌다. 지구 온난화로 북극해의 기온이 올라가면서 남-북간의 온도차가 줄어 대기정체를 부른다는 것이다. <네이처> 7월7일치에는 열대성 저기압, 즉 태풍이 움직이는 속도가 지난 70년 사이에 10% 정도 느려졌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느리게 움직이는 태풍은 땅에 더 많은 비를 뿌려 더 많은 피해를 낳을 수 있다.
인간문명과 탄소의 불가분 관계
21세기 극한기상의 40%는 폭염
이런 이상기후의 근저엔 인간 활동이 배출하는 방대한 온실가스에 의한 지구 온난화가 있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과학자들은 대체로 인간의 산업활동에서 배출되는 온실가스를 20세기 후반 이후 기후변화의 주된 요인으로 지목한다. 지구 온난화 주범으로 인간 활동을 거론하는 건 탄소 때문이다. 탄소는 대기중에 이산화탄소 형태로 존재하면서 지구의 열을 가둬놓는 온실가스 역할을 하는 물질이다. 따라서 지구 온난화 피해를 줄이려면 탄소 배출을 크게 줄이면 된다. 문제는 지구 대기에서 탄소를 줄이는 것이 극히 어렵다는 점이다. 왜 그럴까? 인류와 탄소의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 때문이다. 46억년 지구 역사에서 산소는 생명을 낳고, 탄소는 문명을 낳았다. 산소가 생명 유지를 위한 필수 요소라면, 탄소는 문명 발전의 원천이었다.
문명의 근원이라 할 불의 발견에서부터 인류는 생존과 번영을 위한 에너지를 탄소에서 얻어냈다. 현대 인류문명의 근간을 이루는 화석연료의 주성분이 바로 탄소다. 탄소는 수분을 제외하고 대체로 살아 있는 유기체 질량의 절반을 차지한다. 게다가 지구상에 존재하는 모든 화합물의 80%에 탄소가 들어가 있다. 문명은 새로운 탄소화합물을 생산해온 과정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인류 문명을 `탄소 문명'이라 부르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탄소가 주성분인 화석연료는 산업혁명의 불쏘시기개가 됐다. 지구상의 탄소는 대부분 카보네이트(탄산염)나 화석연료 형태로 땅속 퇴적암층에 갇혀 있다. 또 상당량은 바다에 녹아 있다. 대기중에선 이산화탄소 형태로 존재한다. 대기중의 이산화탄소 농도는 수십만년 동안 0.2~0.3% 사이에 머물러 있었다. 농경이 시작된 1만년 전부터 산업혁명 이전까지만 해도 260ppm에서 280ppm으로 약 20ppm 증가하는 데 그쳤다. 하지만 문명은 땅속에 갇혀 있던 방대한 양의 탄소를 지상으로 불러냈다. 산업혁명이 땅속 탄소의 배출 구멍을 열어제치면서 이산화탄소 농도는 150년 사이에 405ppm(2017년)으로 급등했다. 그 사이 지구 온도는 섭씨 1도가 올라갔다.
온도계의 눈금은 한 눈금밖에 올라가지 않았지만, 지금 우리가 겪고 있는 변화는 엄청나다. 무엇보다 여름이 길어졌다. 기상청이 지난 100년간 한반도 기후 변화를 분석한 것을 보면, 2016년 서울의 여름, 즉 하루 평균 기온이 20도를 넘는 날은 142일에 이른다. 1910년대(1911년~1920년) 평균 94일에서 36일, 즉 한 달 이상이나 길어졌다. 한 해 3분의 1이 넘는 기간이 여름인 시대가 됐다. 폭염일수는 1980년대에 8.2일에서 두배 가까이 늘었다.
과학저널 <네이처>가 2004~2018년 중반까지 발생한 190개 극한기상 현상에 관한 논문 170여편을 분석한 결과, 극한기상의 3분의 2는 인간이 유발하는 기후변화 때문에 생겨났거나 심해졌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극한기상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폭염이었다. 전체의 43%나 됐다. 이어 가뭄(18%), 홍수(17%) 차례였다. 2017년에는 기후변화가 없었다면 3개의 극한기상이 나타나지 않았을 것이라는 연구결과까지 나왔다. 2016년의 아시아 폭염(열파)와 같은 해의 전세계 폭염, 그리고 2014~2016년의 알래스카만과 베링해의 수온 상승이 그것이다. 물론 모든 극한기상의 원인이 기후변화에만 있는 건 아니다. 분석 사례의 29%는 명확한 인간 영향력이 없거나 어떤 판단을 할 결정적인 증거는 없었다.
지구 기온이 더 오르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탄소 문명의 이점은 이제 한계에 이른 것일까? 올 여름 전세계가 겪고 있는 폭염은 이런 의구심을 갖게 한다. 18개국 공동연구진이 1984년부터 2015년까지 20개국 412개 지역의 평균 기온과 사망률 자료와 온실가스배출 및 인구 전망 시나리오 등을 토대로 폭염 관련 사망자 수를 추정한 결과를 보면, 별다른 대응 조처가 취해지지 않는다면 2031~2080년 폭염 관련 초과사망률은 1971~2020년 대비 최고 150%(몰도바)~2000%(콜롬비아)에 이를 전망이다. 미 MIT 연구진은 중국에서 가장 인구밀도가 높은 동북부 화베이평원을 비롯해 페르시아만, 남아시아 등은 이번 세기말엔 사람이 살 수 없을 정도의 폭염을 겪을 것이라는 연구 결과를 내놨다. 1도가 오른 지금 우리가 겪는 기상이변들은 이런 지구온난화 재앙의 예고편으로 보인다.
지구 기온이 더 오르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기후변화에 관한 논문들을 종합해 향후 닥쳐올 재난을 설명해 놓은 <6도의 멸종>(2014, 세종서적)에 따르면 2도가 오르면 세계 바다 생물의 가장 중요한 서식처인 적도 산호초가 사라지고, 바닷물 산성화로 바다 생물이 생존의 위협을 받는다. 중국 등 많은 지역에선 대가뭄과 대홍수가 번갈아 일어난다. 중위도권 지역에선 혹독한 폭염(열파)로 사망자가 급증한다. 해안도시들은 해수면 상승으로 서서히 가라앉는다. 3도가 오르면 지구온난화가 자가발전 단계에 들어선다. 흙이 따뜻해지면서 활동이 왕성해진 세균이 죽은 식물들을 더 활발하게 분해해 이산화탄소를 더 많이 배출한다. 지금은 어쩌다 일어나는 엘니뇨도 수시로 발생한다. 열대와 아열대 주민들은 가뭄이 빈발하자 고위도 지역으로 생존을 위한 이민길에 나선다. 4도가 오르면 지구 전역에 이런 기후난민이 넘쳐날 것이다. 5도가 오르면 극지의 빙하는 녹아서, 열대의 정글은 불이 나서 사라진다. 해수면 도시는 모두 가라앉는다. 만인에 대한 만인의 생존 투쟁이 벌어진다. 6도가 오르면 인류를 포함한 모든 동식물들이 결국 멸종을 맞는다.
이런 상상들은 모두 과학적 근거에 기반한 것들이다. 다급해진 인류는 탄소 배출 억제에 나서고 있다. 2016년 지구의 날(4월22일)에 뉴욕에서 서명식을 가진 파리기후변화협정은 지구 평균기온의 상승폭을 섭씨 2도 이내로 제한하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하지만 강제구속력은 없는 협정이다. 성공 가능성은 20분의 1이라고 한다. 오는 10월 인천에서 열리는 제48차 기후변화정부간협의체(IPCC) 총회에서 발표될 보고서에서는 “온실가스 배출이 현재 수준으로 계속되면, 지구기온 상승폭은 2040년께 1.5도를 넘어설 것”으로 내다봤다. 보고서는 현재 지구 온도가 10년마다 약 0.2도씩 올라가고 있으며, 현재 각 국이 발표한 온실가스 감축안을 지켜도 2100년에 지구기온이 3.5도나 올라간다고 지적했다.
탄소문명의 딜레마를 보여주는 에어컨
그렇지만 인류는 폭염의 고통에서 벗어나기 위해 다시 탄소문명에 손을 벌리는 딜레마에 빠져 있다. 비근한 사례가 에어컨이다. 국제에너지기구(IAEA) 보고서에 따르면 전세계 에어컨 보급 대수는 2050년까지 16억대에서 56억대로 3.5배 늘어날 전망이다. 앞으로 30년간 1초당 10대씩 팔린다는 전망이다. 같은 기간 전세계 에어컨이 소비하는 전기의 비중은 10%에서 20%로 늘어날 것으로 예측됐다. 보고서는 "이런 추세라면 2050년 전세계 에어컨들이 소비하는 전기량은 중국 전체의 전기 소비량과 맞먹을 것"이라고 밝혔다. 덩달아 석탄과 천연가스 발전소에서 배출되는 온실가스도 2016년 12억2천만톤에서 2050년 23억8천만톤으로 거의 두 배가 될 것이라고 보고서는 내다봤다.
영국 버밍엄대 과학자들은 식품, 의약품 보관 및 산업 공정에 사용되는 냉각장치까지 포함한 전망치를 내놨다. 이에 따르면 전 세계 에어컨 장치 수는 현재 36억대에서 2050년 140억대로 4배, 냉방 에너지는 5배로 늘어난다. 앞으로 30년 동안 1초마다 19대의 냉각 장치가 새로 나온다는 얘기다. 에어컨은 사막의 나라 사우디아라비아 전기 수요량의 70%를 차지한다. 사우디아라비아의 사례는 지구 온난화가 진행될수록 전기 에너지 수요가 얼마나 급증할지 짐작하게 해준다. 파티 비롤 국제에너지기구 사무총장은 "앞으로 몇년 후에는 에어컨이 에너지소비 2위의 산업이 될 것"이라며 "전 세계 전기생산 증가분의 21%는 에어컨 수요 증가에서 비롯될 것"이라고 말했다. 지구온난화가 에어컨을 부르고, 에어컨은 다시 지구온난화를 부추기고 있는 셈이다.
사실 에어컨은 폭염 희생자를 줄여주는 문명의 이기다. 미국의 경우 에어컨 도입으로 1960년 이후 폭염 사망자가 75%나 줄었다. 따라서 과학자들이 제시한 해법은 에어컨을 사용하지 못하게 하는 것보다는 에너지 효율을 높이거나 탄소배출 없는 냉각 방식을 개발하는 것이다. 에너지 효율만 높여도 잘하면 냉방에 필요한 에너지 수요를 절반으로 줄일 수 있다고 보고서는 밝혔다.
대기가 아닌 땅에서도 악순환의 구조가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기온 상승으로 땅속 박테리아와 곰팡이들의 활동이 활발해지면서 악순환의 고리가 형성되고 있다. 이 미생물들은 죽은 잎과 식물을 먹고 살면서 이산화탄소를 대기로 내뿜는다. 석탄과 석유, 천연가스의 연소가 토양을 덥히고, 이것이 다시 지구 온난화를 가속하는 시스템이다. 최근 과학저널 <네이처> 8월1일치에는 1990년대 이후 미생물이 배출하는 탄소량이 급증(약 17%)했다는 연구 보고서가 발표됐다. 사실 총량만 놓고 보면 토양은 인간활동이 유발하는 것보다 9배나 많은 탄소를 배출한다. 그러나 이는 바다와 식물이 흡수하는 탄소량과 거의 똑같다. 자연순환의 일환이라는 얘기다. 화석연료는 이 균형을 깨뜨렸다. 따뜻해진 토양에서는 더 많은 탄소가 배출된다. 지구온난화가 진행됨에 따라 이는 갈수록 더 심해질 것이다. 탄소와 문명의 관계가 악순환 국면에 접어들었다.
폭염 신기록 낸 날은 `지구 용량 초과의 날'
에너지 효율 높이고 절약 강화하는 것 함께
변화된 기후에 맞게 의식주 방식도 조정을
한국에서 111년 만에 폭염 기록이 깨진 8월 1일은 마침 `지구 용량 초과의 날'(Earth Overshoot Day)이었다. 지구 용량초과의 날이란, 인류가 사용하는 자연자원의 양이 지구가 1년 동안 회복할 수 있는 양을 초과하는 날을 뜻한다. 따라서 이날 이후부터는 미래세대가 사용해야 할 자원을 당겨 쓰는 셈이다. 국제환경단체 글로벌생태발자국네트워크(GFN=Global Footprint Network)가 지속가능한 지구에 대한 인식을 높이기 위해 만든 개념이다. 식량, 목재, 섬유(목화), 화석연료, 건물, 도로 등에서 배출하는 탄소를 포함해 인류의 생태자원 수요를 모두 합친 생태 발자국을 날짜로 환산해 계산한 것이다. 올해 계산 결과로 나온 8월 1일은 1970년 처음 지구 생태 용량초과 상태에 진입한 이후 가장 빠른 날이다. 현재 소비 수준을 유지하면서 초과 상태에서 벗어나려면 지구 1.7개가 필요하다. 생태 발자국의 60%를 차지하는 것이 바로 탄소발자국이다. 글로벌생태발자국네트워크 대표인 매티스 웨커너겔(Mathis Wackernagel)은 "우리 경제는 폰지게임을 하듯 지구에 부채를 늘리고 있다. 우리는 현재 필요하다는 이유로 미래에 사용해야 할 자원마저 마음껏 사용하고 있으며 이는 우리가 스스로를 생태학적 부채 상태로 밀어 넣고 있는 것과 다름없다. 이제 생태학적 부채 상태를 벗어나 지구를 훼손하지 않는 청정한 미래로 전환하기 위해 우리의 창의력을 활용할 때”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현재로선 탄소 없는 인간 문명은 생각하기 어렵다. 현실적인 최선의 대책은 두 가지다. 한편으로는 탄소 배출과 피해를 최소화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변화된 환경에 적응해가는 것이다. 우선 모든 부문에서 에너지 효율이 높거나 탄소를 배출하지 않는 기술을 개발해야 한다. 사회 전체적으로는 덜 쓰고, 덜 먹고, 덜 버리는 생활에 대한 각성이 시급하다. 폭염에 취약한 사회경제적 약자층엔 국가 차원의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 이들은 사회 시스템의 변방에서 재해에 무방비로 노출된 사람들이다. 선진국이 쏟아낸 온실가스의 자연재해 세례를 개발도상국 주민들이 온통 뒤집어쓰는 것과 같은 이치다. 질병관리본부 집계에 따르면 올해 들어 발생한 온열환자는 벌써 3천명을 넘어섰다. 사망자도 40명에 육박한다. 이들의 대다수가 사회경제적 취약층이다.
현재 우리의 생활 방식은 산업화 이전 기후의 적응과정에서 굳어져 왔다. 해묵은 의식주 문화를 새로운 기후환경에 맞게 조정해나가는 건 어떨까? 예컨대 몸을 옥죄는 정장 스타일, 난방 중심의 주택 구조, 육식을 중시하는 식단, 획일적인 오전 9시~오후 6시 출퇴근, 여름은 짧고 겨울은 긴 학교 방학, 초고층화하는 밀집형 도심 개발, 대중교통보다 자가용 승용차 중심의 운송 인프라 등등 일상의 각 분야에서 당연시해온 것들을 지금의 기후환경에서 다시 따져보자. 고정관념에 얽매이지 않은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인공지능, 사물인터넷, 3D 프린팅, 빅데이터 등 혁신기술들을 동원하면, 에너지를 덜 쓰면서도 더워진 기후에 좀 더 안락하게 지낼 수 있는, 참신한 대안들이 나올 수 있다. 물론 익숙한 것과 결별하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변화에도 때가 있는 법이다. 사람들은 극심한 날씨를 겪었을 때 기후변화에 대한 대응책을 찬성할 가능성이 커진다고 한다. 일종의 충격 요법이다. 악몽과도 같은 여름을 보내고 있는 지금이야말로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과감한 상상력을 발휘할 때가 아닐까?
곽노필 <한겨레> 선임기자 nopil@hani.co.kr
등록 :2018-08-13 14:24 수정 :2018-08-14 0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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