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리 장모를 불편해 하지 않는 사위라고 해도 지들 가족끼리 있을 때 만큼 편할리는 없다. 주말엔 사위가 지들 식구끼리 편하게 지내라고 눈치껏 자릴 피해줬다.
딸네에서 가까운 목동 동생네로 외박을 나왔다. 마침 초등 6학년인 조카의 생일이어서 저녁미사를 마치고 나서 가족 외식을 한단다. 동생이 음식을 잘 만드니까 큰애는 집밥을 좋아하는데 작은 녀석은 밖에서 먹는 음식을 좋아해서 지 생일날이니까 자기가 원하는 대로 외식을 하기로 했단다. 샤부샤부 집인데 부페식당처럼 온갖 음식은 물론 디저트도 별의 별 게 다 있다. 소프트 아이스크림 기계부터 쵸코렛 폭포까지 있어 꼬치에 꿴 마시멜로를 흘러내리는 쵸코렛 폭포에 찍어 얼음물에 살짝 담가 굳혀 먹도록 되어 있다.
나는 내가 좋아하는 숙주와 청경채만 한 접시 갖고 와서 샤부샤부에 살짝 익혀 먹었다. 무한리필 생맥주와 와인은 거들떠 보지도 않았다. 내게는 역시 단품요리가 딱이다. 황태찜이면 황태찜, 국밥이면 국밥.
동생은 스타벅스케잌은 무엇이든 다 참 잘 만든다고 하는데 나는 케익 맛을 잘 몰라서 그런지 어뗜 걸 먹어봐도 모르겠다. 촛불을 켜고 노래를 부르고 선물을 주고.
누나가 세살 아래 남동생에게 주는 선물이 궁금해서 봐도 되냐고 물어보니 그래도 된단다. 여자여자한 구석이 없는 앤데 남동생에게 쓴 편지의 내용이 참 고전적이다. 영재고 입학으로 일주일 내내 대치동 오가며 공부하느라 시간도 없을텐데 동생 생일날 편지까지 쓰다니. 역시 형제자매는 꼭 있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