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한지6-36/끝 -
● 楚汉志 (汉高祖传36) /끝 ●
*刘氏에서 吕氏时上되다
~~전략~~
太后는 그렇게 말하며 새삼스러이 이를 바드득 갈았다.
여수는 머리를 조아리며 아뢴다.
"마마께서 분부만 내리시면 언제든지 죽여 버리겠사옵니다."
태후는 고개를 좌우로 흔들며 말한다.
"그년을 아무렇게나 죽여서는 안 된다.
그년이 죽는 꼴을 내 눈으로 똑똑히 봐야 하겠으니,
내일 아침에는 그년을 이리로 끌어내어라."
"분부대로 거행하겠사옵니다."
여수는 척비를 끌어오려고 영항으로 달려갔다.
영항에 갇혀 있는 척씨 부인의 몰골은 불쌍한 모습이었다.
지난 날 刘邦의 총애를 한몸에 받아 오던 때에는 시녀들이 300여 명이나 되었다.
그리하여 몸에는 언제나 비단옷을 감고,
꽃 피는 봄날과 달 뜨는 가을 저녁이면 많은 시녀들을 거느리고 은은한 풍악 소리를 들어 가며
御苑을 거닐며 인생의 즐거움을 일삼던 그녀였었다.
그러나 유방이 죽고 나자, 그녀는 움막 같은 영항에 그날로 감금되어 햇빛조차 구경하지 못하고,
주먹밥으로 간신히 목숨을 이어 가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날 밤 한밤중에 심복으로 부리던 시녀 한 명이 비밀리에 그녀를 찾아와
다음과 같은 끔찍스러운 일을 귀띔해 주었다.
"조왕께서 그제 미양궁으로 끌려오신 이후로 영영 소식이 없사옵니다."
그 말을 들은 척씨 부인은 눈물이 하염없이 솟구쳐 올랐다.
(그렇다면 내 아들 여의는 필시 태후의 손에 죽었단 말이냐. 그렇다.
내 아들은 태후의 손에 분명히 목숨을 잃었을 것이다.
이 원수를 살아서는 갚을 수 없겠지만 나는 죽어서라도 이 원수만은 반드시 갚고야 말겠다.)
큰 마누라와 작은 마누라의 관계..... 이것은 피차간에 타협할 수 없는 영원한 원수지간인 것이다.
여수가 태후의 명령으로 척씨 부인을 데리러 온 것은 바로 그 다음날 아침의 일이었다.
여수는 척비를 미양궁으로 끌고 가기는 하면서도, 내심으로는 그녀를 은근히 동정하였다. 그리하여,
"부인은 지금 태후의 명령으로 미양궁으로 끌려가는 중이옵니다.
지금이라도 살고 싶으시면 태후에게 용서를 빌도록 하십시오.
그렇지 않으면 오늘로서 죽음을 면하기가 어려울 것이오."
약자에 대한 일종의 감상적인 동정이었는지 모른다.
그러나 악이 바칠 대로 받친 척비는 그 따위 싸구려 동정에는 상대 조차 않고 대답조차 하지 않았다.
이윽고 척비가 미양궁 뜰 아래 꿇어 앉혀지자, 태후는 대청마루를 천천히 걸어 나오더니
아무 말도 아니 하고 척비를 조소의 눈으로 노려보기만 하였다.
한쪽은 强者요 한쪽은 弱者인지라,
두 사람의 시선이 정면으로 마주쳤을 때에는 약자의 편에서 시선을 피하는 것이 보통이다.
그러나 척비는 결코 그렇지가 않았다.
그녀는 비록 뜰 아래 꿇어앉아 있기는 할망정, 얼굴을 똑바로 치켜들고 태후를 무섭게 쏘아보고 있었다.
태후는 울화가 치밀어 오르는 동시에, 일종의 전율감조차 느껴져서 자기도 모르게 호통을 내질렀다.
"네 이년!
네년은 선제의 총애를 독점해 오는 동안에 황후인 나를 원수로 알았을 뿐만 아니라,
나의 아들을 태자 자리에서 쫒아 내고 네 아들을 태자로 삼으려고 했것다?
네년은 그런 죄로 오늘날 이꼴이 되었건만, 아직도 반성하는 빛을 찾을 길을 없구나!"
그러자 척비는 살기가 등등하게 즉석에서 이렇게 반격하는 것이었다.
"질투로 환장해 버린 마귀 같은 늙은 년아!
너는 내 아들을 죽인 철천지한의 나의 원수로다.
내 비록 살아서는 원수를 갚을 수는 없겠지만,
저승을 가서 귀신이 되어서라도 이 원수는 잊지 않고 천 만배로 갚고야 말리라!"
태후는 무서운 반항에 부딪치자 독기가 오를 대로 올랐다.
"이년아! 네가 발악을 한다고 네 년을 빨리 죽여 줄 줄 아느냐!
죽이기는 죽이되 두고두고 괴롭히다가 천천히 죽여 줄 테니 그리 알아라."
그리고 그자리에서 刑吏를 불러, 다음과 같이 끔찍스러운 명령을 내리는 것이었다.
"여봐라!
저년의 손목과 발목을 죽지 않을 정도로 차례로 잘라서 두루뭉수리로 만들어 버려라.
귀도 베고, 눈알도 뽑아 내어 厠間에다 처넣어 人糞을 주어 먹게 하여라.
그래서 이제부터는 저년을 인제라고 부르도록 하여라! "
인제란 사람 돼지라는 뜻이다.
여자들의 질투심과 증오심은 이렇게도 잔혹한 것이었던가?
씨앗이 아무리 밉기로서니, 사람을 이렇게까지 처참하게 만들 수가 있다는 말인가?
아무려나 척비는 손과 발이 차례로 모두 잘려 버린 채
돼지가 아닌 돼지의 신세가 되어 측간에 갇히는 신세가 되어 버리고 말았다.
목숨이 원수라고나 할까?
척비는 죽고 싶어도 죽을 수 조차 없는 비참한 신세가 되고 만 것이었다.
한편,
자비심이 남달리 많은 혜제는 조왕 여의가 살해되었음을 알고 나서부터는
정치에 뜻이 없어 날마다 술과 계집으로 고민을 달래고 있었다.
(내가 나라를 아무리 잘 다스려 보고 싶어도, 어머니가 아들을 죽이는 이 판국에,
무슨 재주로 나라를 제대로 다스릴 수 있단 말인가.)
그렇게 생각한 혜제는 마침내 자포 자기의 타락 생활을 계속해 왔던 것이다.
그러던 어느 날, 혜제는 사냥을 하고 돌아오다가 우연하게도 척비가 갇혀 있는 변소간에 들르게 되었다.
그리하여 소변을 보려고 무심코 바지를 내리다가,
사람 같기도 하고 귀신 같기도 한 괴물이 변소안 아래에 갇혀 있는 것을 보고
기절 초풍을 할 듯이 놀라며 변소간을 뛰쳐나왔다.
그리하여 수행하던 시종들에게 다급하게 물었다.
"측간속에 사람 같기도 하고 귀신 같기도 한 괴물이 갇혀 있는데 도대체 그것이 무엇이냐?"
시종들은 모두 거북한 표정을 지으며 기어들어가는 소리로 대답한다.
"그것은 인제라고 부르는 것이옵니다."
"인제라니 인제란 도대체 무엇을 말하는 것이냐? "
"....."
시종들은 대답하기가 거북하여 약속이라도 한 듯이 모두 입을 다물고 대답을 못 하는 것이었다.
혜제는 그럴수록 수상스러워 마침내는 추상같은 호령을 내렸다.
"인제...라는 것이 무엇인지 사실대로 말하여라.
사실대로 말해주지 않으면 수하를 막론하고 참형에 처하리라!"
이에 시종들은 몸을 떨어가며,
"사람 같기도 하고 귀신 같기도 한 그 괴물은 선제께서 극진히 총애하시던 척비의 變身이옵니다."
하고 대답하였다.
그 대답에 혜제는 소스라치게 놀라며 다시 묻는다.
"척비께서 사람도 아니고 귀신도 아닌 괴물로 변신을 했다니, 그게 무슨 소리냐?
왜 그렇게 되었는지 그 연유를 분명하게 말해라."
시종들은 더 이상 숨길 수가 없어, 는 사실을 낱낱이 품고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혜제는 그 사실을 모두 듣자 통곡을 하면서 태후에게 달려가 무섭게 대들었다.
"어마마마는 선제를 도와 천하를 통일하셨거늘, 모름지기 人德을 만인에게 베풀어야 옳을 일이오.
그런데도 불구하고 어마마마는 척비에게 사람으로서는 할 수 없는 잔인 무도한 형벌을 내렸으니,
이게 무슨 짓이란 말이오 ?
사람에게 벌을 주려거든 무슨 벌을 주지 못해,
하필이면 이렇게도 잔인 무도한 짓을 했단 말이오.
나는 어머님의 자식임이 부끄러워 얼굴을 들 수가 없구려."
혜제가 미친 사람처럼 날뛰며 공박을 해 대는 바람에 태후는 변명할 말이 없었다.
그러나 그럴수록 척비에 대한 태후의 증오심은 자꾸만 치열해 갔다.
혜제는 생모인 여 태후를 한바탕 닦아세우고 대궐로 돌아오자,
그날부터는 모든 政事를 丞相에게 전임시켜 버리고,
자신은 주색에만 빠져들어 세상 만사를 잊으려는 듯이 지내게 되었다.
吕 太后는 시간이 지나도 혜제가 정사를 돌보지 아니 하고 주색에 빠져 지내기를 반복하자
마침내는 자기 자신이 政權을 빼앗아 버리고 싶은 욕심이 생겼다.
(오냐! 네가 에미를 배반하고 그년을 그렇게까지 두둔한다면,
이제는 네게서 정권도 빼앗아 와야 하겠다.)
태후는 아들조차 원수로 간주해 버리고, 그때부터는 여씨 일족을 벼슬자리에 등용하려고 하였다.
그러나 丞相 箫何는 前代부터의 명재상인지라,
태후의 일가 친척들을 좀체로 중용하려 하지 않았다.
"이 나라에는 선대부터의 유능한 공신들이 많사온데,
어떻게 그들을 제쳐놓고 아무런 공로도 없는 여씨들을 고관에 등용하옵니까?
옛날부터 外戚이 득세를 하게 되면 나라가 망하는 법이옵니다."
소하가 여씨 일족을 등용하지 않으려는 대의 명분은 이같이 뚜렷하였다.
참으로 승상 소하는 명재상이었던 것이다.
그러나 혜제가 즉위한 지 2년 후인 戊申年 가을에 승상 소하가 죽고 나자 사정은 크게 달라졌다.
태후는 혜제가 정치에 무관심한 것을 기화로, 실질적인 황제의 大權을 몸소 행사하기 시작했다.
그리하여 자신의 일가 붙이인 여대(呂臺), 여산(呂産), 여록(呂綠), 여택(呂澤) 등을 마구잡이로
고관에 등용하였다.
게다가 兵權조차 그들의 손에 맡겨 버렸다.
그로부터 5년 후에 혜제가 주색에 지쳐 孫을 두지 않고 세상을 떠나 버리자,
여 태후는 혜제와 아무 관련도 없는 어린아이를 천자의 자리에 올려 앉히고,
자기 자신이 섭정이라는 이름으로 대권을 완전히 장악해 버렸다.
이렇게하여 刘邦이 천신 만고 끝에 이루어 놓은 统一 天下는 10년을 채 못가서
刘씨의 손에서 吕씨의 손으로 넘어가게 되었던 것이다.
여 태후는 천하를 장악하고 나자,
여씨 일족을 불러 놓고 말했다.
"이제는 모든 것이 나의 뜻대로 되었다. 그러나 아직도 처리해야 할 일이 하나 더 남아있다.
그것은 인제를 죽여 없애는 일이다.
지금부터 인제를 이 자리에 끌어내다가, 四肢를 車에 매어 그년을 네 조각으로 찢어 죽이도록 하라.
그래야만 나의 원한이 완전히 풀려 버릴 것이다."
이렇게 인제 척비는 마침내 태후가 보는 눈앞에서 사지가 네 조각으로 찢어지는 처열한 죽음을 당하고 말았다.
여 태후는 그렇게 척비를 죽이고 나서도 마음이 개운치 않았던지,
원한의 눈물을 흘리며 자기도 모르게 이렇게 씨부려대었다고 전한다.
"네년을 죽였건만, 네년에게 빼앗겼던 나의 청춘은 다시 돌아오지 않으니, 그것이 슬프구나...."
楚漢志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