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른 번째 ‘고택에서 듣는 인문학 강좌’는 숲의 생명력을 느껴
6월 28일, 강선대에서 모리재까지 김용규 대표의 <숲으로부터 온 편지>를 주제로
문자향 서권기文字香書卷氣(글의 향기, 책의 기운)를 나누고자 하는 연구공간 파랗게날(대표연구원 이이화)의 ‘고택에서 듣는 인문학 강좌’는 매달 마지막 토요일 우리 곁의 명승고택을 찾아 문학, 역사, 예술, 철학, 말과 글 등 다양한 인문학적 교감을 나눈다. 지난 5월은 거창향교에서 우리 시대의 발전과 전진을 위하여, <한국 현대사, 미래가 비치는 거울>이란 주제 아래 한국 현대사의 현주소와 나아갈 길을 조명한 학술토론회를 마련한 데 이어, 녹음 창창한 오는 6월 28일(토) 오후 2시 강선대(경남 거창군 북상면 농산리 497-1)에서 모리재(농산리 673)까지 숲길을 걸으며 김용규 여우숲 백오산방 인간대표의 <숲으로부터 온 편지>란 주제로 자연과 인간을 바라보는 자리를 마련한다.
“누리고 있는 알량한 평안과 안정을 목숨처럼 여기는 사람들은 끝내 알지 못한다, 그대로 앉아 있어 유지되는 달콤함이 전부가 아니란 사실을. 곳곳에 감추어진 세상의 비밀을 파헤치는 일은 강렬한 유혹이다. 다가서 만져보고 냄새를 맡으며 찔리고 뒹굴어야 알아지는 아름다움이 지천에 널려 있다.”라고 말하는 김용규 대표는 충북 괴산 출생으로 ‘행복한 삶을 배우는 숲 학교’와 창작과 문화와 교육이 어우러진 ‘행복숲 공동체’를 만들어가고 있다. 현재 ‘백오산방’에서 숲과 더불어 지내면서 자연과 사람을 연결해주는 일을 하며 숲 해설가로, 농부로, 숲학교 교장으로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그는 숲길을 거닐며 나무 한 그루, 풀 한 포기도 가볍게 여기지 않고, 각각의 이름을 부르며 이야기를 나누는 자연인이다. 인간은 자연을 다스리는 존재가 아니라 무자비한 착취를 버리고, 살아 있는 생명과 조화를 이루고 배려하며 살아갈 때 진정 아름다울 수 있다고 말한다. 묵묵히 자신의 모든 것을 아낌없이 내어주는 자연을 닮았다. 지은 책으로 ≪숲에서 온 편지≫, ≪숲에게 길을 묻다≫ 등이 있다.
이달의 강좌가 마련되는 강선대에서 모리재까지의 숲길은, 자연의 호흡과 역사의 묘미를 함께 느낄 수 있는 곳이다. 강선대(降仙臺)는 신선이 내려와 놀았다 하여 붙여진 이름으로, 월성계곡 월성천의 맑은 물과 어우러진 풍광이 뛰어나다. 모리재(某里齋)는 1637년(인조 15) 인조가 청나라 태종 앞에 나가 항복하는 치욕적인 화의가 성립되자 척화파인 동계(桐溪) 정온(鄭蘊·1569~1641)은 끝까지 싸울 것을 주장하며 남한산성에서 자결을 시도했으나 전의와 광주목사의 손에 구명된 후, 이곳에 낙향하여 덕유산에 들어가 죽을 때까지 은거했던 곳을 선생의 덕과 애국충절을 기려 유림들이 건립한 재사(齋舍)이다. 모리재는 자연석 초석 위에 정면 6칸의 팔작지붕의 건물로, 지역의 유림들이 모여 선생의 학문을 추모하며 공부하던 곳이다. 재실로서 특이하게 남부 지방의 민가 형식을 띠고 있다. 정문으로 사용되는 팔작지붕 2층 누각의 화엽루가 자연석을 둥글게 다듬은 위에 기둥을 세웠다.
찾아가는 길은, 서울에서 거창까지는 서울남부터미널이나 동서울터미널에서 하루 각 10여 회의 고속버스가 운행되어 3시간 30분이 걸리며, 거창읍에서 강선대까지는 하루 12회의 황점, 산수․병곡, 월성행 완행버스(055-944-3720, 서흥여객)가 운행되는데 40여 분(18.6km)이 걸린다. 승용차로는 88고속도로 거창나들목으로 나와 함양방향 거함대로를 달리다가 말흘교차로에서 위천(무주) 방면으로 들고, 북상면 소재에서 함양 방면으로 좌회전하여 1.3km를 달리면 민들레울 다리 건너 강선대에 닿는다.
연구공간 파랗게날의 인문학 강좌는 인문학을 아끼는 누구에게나 열린 시민강좌로 진행하며, 인문학 연구 및 강좌의 지속성을 위해 연구회원과 후원회원을 모시고 있다. (강좌문의 : Daum카페 ‘파랗게날’, 010-9257-11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