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을 지는 무렵
내게 걸어온 말들』
아픈 아내 곁을 지키는 어느 철학가의 고백
점점 짙어지는 어둠 속에서,
기억을 잃어가는
아내의 곁을 지키는 한 남자
어스름한 황혼 길을 걸으며
신에게 외치는 고백들!
노을 지는 무렵,
신을 향한 외침
시편 90편의 구절처럼 우리는
각자의 내리막길을 따라 먼지로 돌아간다.
신이 주신 각기 다른 ‘삶의 시계’를
가슴에 품고 살아가는 것이다.
이 책의 저자 더글라스 그로타이스는
치매를 앓고 있는 아내 곁을 지키며
자신이 겪은 모든 감정을 써 내려간다.
순간순간,
가슴 속 깊숙이 끓어오르는 말들이
여기에 담겨 있다.
이어 저자는 아픈 아내와 함께
굽이진 황혼길을 걸으며
수없이 신에게 묻는다.
어디로 가야 하는지,
어떻게 가야 하는지,
얼마나 더 가야 하는지를.
고통 가운데서 길어 올린 용기와 희망
그리고 비참했던 경험까지,
어느 누구에게도 쉽게 털어놓을 수 없었던
묵직한 고뇌와 토설을 이야기한다.
끝으로 그는 희망한다.
그들의 이야기가 어둠으로 가득한
어딘가에 등불로 세워지기를,
어두운 밤을 지나
새로운 아침이 밝아오기를 말이다.
감당하기 어려운 힘든 상황에서도
고통을 애써 바라보고,
그 속에서 신에게 묻고 또 묻는다.
마침내 저자는
신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며
기쁨과 사랑,
뜨거운 눈물을 마주한다.
아내의 마지막 순간을 동행하는
철학자의 정직한 기록
총명한 학생이자 편집자,
연사로 뛰어난 경력을 쌓아가던
한 여성이 있다.
멘사 회원이기도 했던 이 여성은
누구나 부러워할 경력을 쌓아가던 어느 날,
불청객처럼 찾아온 치매로 인해
삶이 송두리째 뒤바뀌기 시작한다.
투병 초기 ‘원발성 진행성 실어증’이란
병명을 진단받은 그녀는
알고 있던 단어를 하나씩 잊어간다.
서서히 무너져가는 삶을 붙들고 선 그녀 곁에서
이 모든 상황을 함께 감내하고 아파하는 남편.
철학자이자 신실한 신앙인기도 한 그는
병세가 악화돼 가는 아내를 바라보며
정직하고도 애달픈 기록을
꾹꾹 눌러 담는다.
이 책은 철학자이자 신앙인이기도 한 저자가
병든 아내를 보살피며 그 과정에서 경험했던
소소하고도 무거운,
그러나 어둡지만은 않은 고백을 담은 책이다.
치매 환자와 그 가족들이 겪었을 만한
고단하고 지난한 경험들을 이야기하고,
이 경험들 속에서 길어 올린 철학적 사색,
깊은 기도를 서술하고 있다.
저자는 삶의 굴곡진 국면마다
성경을 인용하는데,
단순히 성경 구절을 묵상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성경 구절의 은유를
삶의 맥락에 맞닿게 해석해 낸다.
간병인과 만나 적응하는 이야기,
아내를 반갑게 맞이하면서도
그녀의 슬픈 내색을 누구보다도 빠르게 알아채는
반려견 이야기,
보호자이자 대리인으로서
자신의 새로운 정체성을
힘겹게 받아들이는 저자 자신의 이야기까지.
이 책은 질병으로 고통받는 이들,
그리고 그 가족들이
어느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한
속 이야기를 생생하면서도
깊이 있게 펼쳐내고 있다.
이 책을 통해 독자들,
병으로 고통받는 모든 이들,
그리고 그들을 지켜보는
가족들은 고통의 의미와
고통 속에서 확인하게 되는 삶의 가치,
기쁨, 희망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많은 철학자가 자신이 가진
명료한 사유를 풀어내고자 애쓰지만,
그로타이스처럼 정직함과 시적 통찰력,
강렬한 명확성,
손에 쉽사리 잡히지 않는 희망을
아름답게 그려내는 이는 드물 것입니다.”
- 오스 기니스(Os Guinness)
“동적이고 심오하며 강렬합니다.
아내와 함께 고통을 겪으며 길어 올린
저자의 통찰력에 놀라게 되실 겁니다.
이 책은 당신이 기억하게 될
또 한 편의 회고록입니다.”
- 리 스트로벨(Lee Strobel)
“책은 꾸밈없는 진실이 건네는
아름다움으로 가득합니다.
천둥과 번개가 치는 곳에서
신의 목소리를 듣는 일은
어쩌면 쉬울지도 모릅니다.
아무 말씀도 하지 않는 곳에서
신의 목소리를 듣는 일은
섬세한 귀를 필요로 합니다.
저자는 그런 귀를 가졌습니다.”
- 에릭 메타사스(Eric Metaxas)
“저는 지금껏 이런 책을 본 적이 없습니다.
그는 ‘행복하게 잘 살았습니다’와 같은
결말을 염두에 두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희망은 남아 있습니다.
그에게 있어 희망은 고통,
인생에 대한 깊은 성찰로 인해 생겨납니다.
이 책이 전하는 치유의 힘이
책장을 한 장 한 장 넘기는
여러분에게도 가닿기를 바랍니다.”
- J. P. 모어랜드(J. P. Moreland)
책속으로
무엇보다 아내는 내가
이 책을 쓰는 것을 허락했다.
그녀는 이 책이 내게 도움이 될뿐더러
비슷한 시련을 겪는 사람들에게도
도움이 되리라고 말했다.
나는 그런 아내에게
“작가, 편집자, 연사로서
당신이 한 모든 일은
당신의 강점만 부각시켜 왔어.
이제 이 책으로 당신의 약점을
사람들과 나눌 거야.
그 사람들이 당신의 이야기에
위로 받을지도 몰라”라고
아내에게 말해주었다.
그리고 그녀는
희미하게 미소를 지었다.
사랑하는 아내, 베키에게
진심을 담아 이 책을 헌정한다.
--- p.16
간단한 대화로 이뤄지던 일상적인 일들이
복잡하게 변해버렸다고 생각해보자.
우리는 모든 일을 어렵고
불가능한 과업으로 느끼게 되고
홀로 고립된 듯한 느낌을 받게 된다.
누군가 도움의 손길을 내미는 것조차
고통스럽다.
전화기를 떠올려 보라.
대다수 사람이 손에 든 스마트폰이 아니라
단순한 기능만 갖춘 유선 전화 말이다.
치매로 고통받는 이들에게
단순하거나 정상적인 것은 하나도 없다.
나는 50년 동안 아무런 어려움 없이
전화를 사용해왔다.
그러나 이제 베키는 그렇지 않다.
사람이란 그렇게 무너져간다.
그녀는 단순한 기술에서조차 소외됐다.
그녀의 뇌는 아직 완전히 망가진 건 아니지만
가장 간단한 작업도
부담스레 느낄 만큼 달라져 있었다.
--- p.31~32
치매는 무엇을 잃었음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건강한 몸에서 아픈 몸으로,
조화에서 균열로의 전환일 뿐이다.
치매는 올바르게 작동했던
두뇌 일부를 무력화시키고
남은 부분까지 차근차근 없애기 위해
뇌를 정리해 간다.
이 과정은 보기 좋게 전시된
작품 순서나
논리적인 강의 흐름,
혹은 공이 일사분란하게 전개되는
야구 경기가 망가지는 것과는 다르다.
‘순서’라는 말은
쉽게 떠오르는 낱말이긴 하지만
여기에 어울리지 않는 단어다.
치매 발병 이후
스스로 체계를 바꿔서 이상해진 뇌,
손상되고 쇠퇴하는 뇌에는
새로운 배열 체계가 자리 잡는다.
--- p.39~40
눈물을 통해 보는 일은
모든 대상을 가장 진실하게 보는
이상적인 방법일지도 모른다.
가르칠 때 슬픔을 절제해야 한다지만,
나는 그럴 수 없다.
학생들과 함께 아파하면서 교수들은
강의실 안으로 새로운 지식을 불러들인다.
이를 통해 지적 성취와
하나의 감정으로 묶인
공동체를 일굴 수 있다.
아내의 병으로 고통스러워하면서
나는 학생들의 고통에
더 깊이 공감할 수 있었다.
예수는 죽음과 신앙,
내세에 대해 가장 깊고 완전한 깨달음을
얻기 전에 크게 울부짖으셨다.
가르치는 우리도
학생들 앞에서 은유적으로,
혹은 정말 말 그대로 울고 있다.
--- p.124
이제 아내는 정보를 받아들이지 못한다.
그녀의 세상은 점점 더 좁아지고 있다.
병에 사로잡힌 그녀는
기술로부터 더더욱 멀어져 간다.
이것이 그녀의 삶을
단순하고 서글프게 만든다.
그러나 그녀는 자신의 쇠퇴해가는
삶 자체로 내게 한 인간의 존재,
단순함, 삶의
중심에 대해 가르치고 있다.
아내는 자신을 보살피는
‘직접적인 존재’를 필요로 한다.
사실 우리 모두 그렇다.
--- p.141~142
치매의 황혼을 걷다가
나는 자주 길을 잃는다.
이 오솔길은 고통스럽고
나는 때로 비틀거리기 일쑤다.
하지만 꾹 참고 버텨나가며,
다쳤을 때도 한발 더 나아가
신선한 공기를 마시기 위해 헤매기도 한다.
아내와 나는 우리를 일으켜 세워줄
누군가가 필요하다.
모든 환자는 마찬가지다.
고통스러워하며
터벅터벅 길을 걷는 사람에게
당신은 무엇을 할 것인가?
어쩌면 우리는 실수로 그들의 짐을
더 무겁게 하고 있는 건 아닐까?
--- p.212
[예스24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