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맞는 아내
부처님 재세 시 어느 날, 미모의 장자 부인이 허구 헌 날, 남편에게 두들겨 맞고 몸에 피가 낭자한 채로 부처님을 찾아뵙고 슬프게 울었다.
“자비하신 부처님이시여, 저는 전생에 무슨 죄를 지었기에 허구한 날 남편에게 맞아야 합니까. 제가 인물이 못난 것도 아니고, 아내로서 마땅히 지켜야할 부도(婦道)를 지키고, 자녀교육에도 전혀 잘못이 없습니다.” 이렇게 말하며 울면서 하소연을 했다.
부처님께서는, ‘내 말을 잘 듣고 전생의 인과(因果)를 깨달으라.’ 하시고, 팔을 들어 허공을 가리키셨다.
그 때 영상으로 어느 대궐이 허공에 떴다.
부처님께서는, 너는 전생에 저 대궐의 공주였다. 공주가 성질이 못돼서 허구한 날 아무 잘못도 없는 시녀를 꼬집고 때리고 피를 흘리게 하는 등 온갖 못된 짓을 했느니라. 시녀는 상전 앞이라, 한 마디 항변도 못하고 그대로 한을 품고 살다가 죽었느니라. 시녀는 전생의 한이 풀리지 않은 인과(因果)로 금생에 너의 남편이 됐고, 꼬집던 공주는 바로 너다. 너는 전생에 뿌린 씨를 금생에 받는 것이다. 네가 전생에 시녀를 때리고 꼬집은 것만큼, 네 남편이 너를 때리는 것이다. 전생으로부터의 인연과보(因緣果報)를 이제는 알겠느냐.
시녀가 너에게 꼬집힌 한을 품고 죽었듯이, 네가 또 금생에 한을 품고 죽으면, 내생에 또 네 남편에게 앙갚음을 할 것이며, 세세생생 주거니 받거니 앙갚음이 계속되느니라. 이제 인과를 깨달았거든, 너는 금생에 또다시 원결(寃結)을 맺지 말고, 지극정성으로 진참회(眞懺懷) 해서 다겁생(多劫生)을 두고 이어온 갚음을 금생에서 딱 끝내 거라. 이렇게 말씀하셨다.
깊이 참회하고 깊이 생각한 장자 부인은, 부처님께 제가 부처님의 제자가 될 수 없을까요 하고 여쭈니까, 부처님께서는 아난 존자를 불러서 마하파자파티(Mahapajapati, 大愛道尼―부처님의 계모) 비구니에게 안내케 하셨다. 즉시 장자 부인은 삭발하고 비구니가 돼 부처님의 가르치심대로 열심히 수행했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