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Joy in God
삽겹살 데이
‘삽겹살 데이(day)’가 무슨 말인가 궁금해 하실 분들이 많으실 것입니다. 안법학교에는 언제부턴가 대학 진학을 앞둔 고 3학생들에게 힘을 불어넣어 주기 위한 차원에서, 반별로(친한 친구별로) 5-10명씩 그룹을 이루어 삽겹살을 구워먹는 특별한 시간을 갖는 날을 갖고 있습니다.
오늘이 바로 그날입니다. 먹는 삽겹살의 양이 어마 무시합니다. 약 5백만원의 돈이 고깃값으로 정해져 있으니 말입니다. 3학년 부장(‘학년 부장’을 ‘학년 교장’으로 종종 칭하기도 함)은 예산을 짤 때에, 중요한 것으로 책정해 놓습니다. 코로나 상황이 진행되던 지난 겨울 방학에도 어김없이 예산을 책정해 놓았습니다.
그리고 삽겹살 데이가 있기 몇주전부터 3학년 교장이 저에게 몇 번을 이야기하면서, 사전에 시간을 비워놓으라고 부탁합니다. 그만큼 고3 학생들에게는 중요한 행사입니다.
오늘 남한산 초등학교에서 교장 연수가 있어서, 끝나는 대로 부지런히 학교로 향했습니다. 오늘 길에 얼마나 비가 많이 왔는지, 정말 ‘비대면’ 하면서 왔습니다(코로나 시대에 비대면 원격 문화에 익숙해져서 그런지 이런 말도..). 오늘 고3학생들의 삽겹살 데이가 잘 진행될 수 있도록 주님께 기도하면서 내려왔습니다.
학교에 도착하니, 비는 그쳐 있었고, 이미 예수님께서 오천명의 기적을 베푸실 때처럼 5-10명씩 그룹을 지어 고기를 굽고, 성질 급한 친구들은 아직 덜 익은 것 같은 것을 커다란 입에 넣고 있었습니다. 얼마나 좋아들 하는지... 보기 좋았습니다. 교장 신부인 저를 보자마자, 고맙다고 인사부터 했습니다.
저를 그들을 향해 “너희들의 대학 진학의 대박을 위해 마련한 자리인 만큼 마음컷 먹고, 힘내서 대학 진학 준비 잘하기를 바란다. 그리고 무엇보다 너희를 정말 사랑해서 오늘의 삽겹살 축제의 자리를 마련하려고 애쓰신 담임 선생님과 학년 부장이신 권석환 선생님에게 고맙고 감사하다는 인사 꼭 해야 한다. 알았지?”라는 저의 말에, “옙”이라고 힘차게 대답했습니다.
다시금 제가 “수능” 하면 학생들이 “대박”이라는 구호를 힘차게 하도록 유도했습니다. 기분 좋은 자리라 그런지, 모든 그룹이 잘 응답해주었습니다. 그리고는 기분좋게 웃었습니다. 그리고는 학생들이 흰밥에 삽겹살과 마늘 한 쪽과 파장아찌를 상추에 잘 싸서 저에게 주었습니다. 심지어 개구쟁이 학생들은 저의 입에다 직접 넣어주었습니다. 정말 꿀맛이었습니다. 이런 맛에 교장 하는 것 같았습니다. ㅎㅎㅎ. 학생들과 사진도 몇 컷 찍었습니다.
그렇게 모든 그룹을 돌고 나니 배가 부를 정도였습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선생님들 그룹에 참여하여 학생들이 저에게 보여주었던 것처럼, 학년 교장과 진학부장 선생님, 우리 교감 선생님에게 상추에 고기를 싸서 입에 넣어주었습니다. 기분 좋았습니다.
그렇게 행복한 시간을 갖고, 출장 다녀오느라고 처리 못했던 것을 정리하고, 나오는데, 학년 교장을 만나 고맙다는 인사를 하며, 한번 안아 드렸습니다.
그리고 집에 오려고 차를 탔는데, 멀리서 학년 교장 선생님이 학생들이 미처 정리못한 부분을 정리하고, 버려진 쓰레기를 주우러 다니고 있었습니다. 얼마나 감동이었던지... 자신이 맡은 책임을 다하는 모습에 감동이 밀려왔습니다. 축복의 기도가 절로 나왔습니다.
그렇게 기분 좋게 와서, 평택 성당 마당에 차를 주차하고는 소화시킬 겸 산책을 하고 있는데, 레지오 모임을 마치고 나오시는 어른 분들이 계셨습니다. 대부분 아는 분들이어서, 반갑게 인사를 나누면서, “레지오를 마쳤으니 강복 드릴까요?”하고 말씀드렸더니, 좋아들 하시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짧은 알루쿠시오(훈화)를 하고 강복을 드렸습니다. 그리고 헤어지려고 하는데, “신부님, 2차 주회 같이 가시지요?”라고 하시는 것이었습니다. 나이가 60-80대의 어른이시고, 처음 청하는 것이라, 못 이기는 척하고 따라나섰습니다. 삽겹살 고기를 먹으면서 소주 한잔이 생각 났던 것이었습니다. 추어탕 집에서 튀김 추어와 한잔의 술, 주고 받는 신앙적인 대화와 세상의 이야기들이 어울어져 분위기를 탔습니다. 서로 은총의 자리이고, 서로 횡재라고 자랑하며 은혜로운 자리를 마치고 사제관으로 돌아왔습니다.
오늘도 참으로 은혜롭고 행복한 날이었습니다. 많은 분들의 축복과 사랑 덕분임을 고백하며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고맙습니다. 사랑합니다.
첫댓글 삼겹살 데이 한 장면.. ㅎㅎ
수능 대박.. 함성..!
수능 대박 !!!! 함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