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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령 9~13 | g1
작성자 : 김영순 (gamsun2)
9信 3-20-99 To 현령
미안! 어쩐지 답을 기다리지 않고 먼저 편지를 내민다는 건 너에 대한 배려가 아닌 것 같아서...
별 뚱딴지같은 미안 감을 갖고있다고 의아하게 생각할게다.
이건 함평女子들 한테서 받은 느낌 그대로를 너한테 잠깐 설명한 것이지 너는 아니야.
* * * * 널 향한 마음에 pen을 들었다가 이러는 내가 갑자기 싫어져서 그만 놓아버렸지.
오지도 않는 잠을 억지로 청해보려는 차에 한국 올케한테 전화가 왔구나.
그곳 소식을 전해들은 나는 또다시 잠 못 이루고 괜한 그리움에 맘이 설레어 덮어버린 편지를 다시 쓴다.
정들은 이들과 멀리 떨어져 외따로 살고있는 이 마음을 그 누구도 이해하진 못 할 꺼다.
난 때때로 Pen 끝에 묻어나는 이 외로움을, 이 그리움을 즐기고 있나보다.
서울 복잡한 그 거리에서 사람들과 부딪히며 걸어다니다가 꼬부라진 노파한테선 바늘 한 묶음을 샀었고
안경 거는 목거리 줄은 어떤 영감님한테 샀는데 왜 이러한 것들이 향수처럼 자주 스쳐 지나가는 걸까?
현령아! 어릿꽝처럼 우러나는 이 마음은 내가 생각해도 이리 질리는데 넌 더욱 더 질리리라.
그 소식이 그 소식인 나의 넋두리를 받아보는 친구들은 약간씩 짜증이 났으리라.
치만 너 만은 그러지 않으리라 믿는다.
97년 네게 처음 편지 쓰기 시작한 그날부터 지금까지 노트 한 권의 분량을 썼는데
나쁜 년들(너말고)은 낙서 한 장 안 보내니 난 많이 손해본 장사를 했구나.
그래도 그 밑진 장사를 계속할 셈이니 이런 얼빠진 아줌마가 또 어디 있을까?
현령아! 우리가 비록 젊음의 윤기를 잃었다 치더라도
내 안 깊숙한 곳에서부터 우러나오는 중후한 멋을 지닐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나를 가꿔야 한다고 생각은 가지고 있어 內的으로나 外的으로 말야.
이곳! 나를 가꿀 일 이라고는 없는 이곳! 피부손질? 주위엔 온통 숯검정의 연탄 나르는 사람,
차라리 아주 진한 사람은 괜찮어 조금 흐린 사람들은 팔꿈치나, 손금 손마디를 보면
정말 때가 덕지덕지 붙은 것같이 까만 색 크레용으로 줄을 그어놓은 것처럼 그리 생겼으니
내 피부는 걱정할게 없고, 체중조절?? 그것 또한 임신 7-8개월 정도의 거구들이 왔다 갔다 하니
내 똥배는 애교일 수밖에... 그래도 한국에 있었으면 주위에 자극을 받아 가끔씩 시도는 했을 텐데...
한국사람이 많이 모이는 교회에 가면 멋쟁이도 많고 때론 모델 같은 사람들도 있지만
어쩐지 미국과는 안 어울리는 어색함을 느끼게됨은 시기심이 발동한 때문이리라.
현령아! 큰손이신 어머님께서 보내주신 약은 선영 아빠가 보약처럼 잘 먹는단다.
무슨 감기가 그리 오래가느니 나의 핀잔 들어가면서도 콜민에 코데롱에 입맛대로 골라드니
약 좋아하는 남편 둔덕에 병원집 딸인 네가 더욱 돋보이는구나.
지금도 너가 보낸 파스 한 장을 등짝에 척 붙이고 늘어지게 자고있단다.
이민 오던 날 공항에서 네가 건네준 가곡 테이프들 너무 잘 듣고 있어 양 희은 조 관우역시...
과연 내가 한국에 살았으면 이 가곡 한 구절 구절이 가슴깊이 파고들 수 있을까 하는 정도로 푹 빠져들고 만단다.
네가 준 한지에 그린 무궁화 도 거실 한 중앙에 걸어놓고
선영아빠曰 한국인이면 누구나 무궁화 한 점씩은 갖고 있어야 한다나.
네게 받은 게 어디 이것들 뿐이겠냐만은 아무튼 집안 곳곳에서 너를 느끼고 있단다.
현령이 넌 잘 모를 테지만 난 여행을 참 좋아한단다.
그 방랑벽은 24시간 대기중 이라는 자칭별명을 가질 정도로 작은 나드리 일망정 만사 제쳐놓고 앞장 섰더랬는데.,..
우리가 만나면 유럽의 어는 고풍스런 궁정박물관 앞에서나
아님 스위스 알프스의 멋진 호텔에서 그리 극처럼 만나 즐거워하리라 생각했는데
그 놈의 IMF가 뭔지 그 꿈은 당분간 사라진 것 같고
하다못해 이곳에라도 한번 다녀가도록 전해도 별다른 흥미를 못 느끼더구나.
하여 난 내가 나서야 한다고 생각한다. 조금만 여유가 생기면 제일먼저 내가 가장 갖고싶어했던 여행가방을 사서
장위에 올려놓으련다. 그걸 쳐다보며 한국갈 여비를 마련하고야 말리라.
남들이 자주 온다 간다 하건 말건 내마음이 그곳에 가있으니 보고픈 이는 만나야 하고
그리운 곳은 가봐야 한다고... 사실은 열심히 돈을 모아 자동차 한 대를 더 구입해야하는데
난 그딴 불편함 정도는 감당할 수 있으니 비행기표와 노자를 마련하는 게 더 큰 목적이랑께.
칸이 부족하니 이만 안녕한다.
10信 4-6-99 to현령
보내는 기쁨을 누리고 싶다고 했지 그래! 너의 마음 듬뿍 담은 가득하게 채워진 한 통의 편지가
받는 기쁨은 배가 되버렸단다 더 이상 바랄게 없이 족해
그리고 고마워 만물이 소생하는 봄이라서 너그러우시나?
아냐_ 원래 품성이 넉넉한 친구였지 되돌아올 답이 너무 아름답게 미화될 졸 알았기에
믿는 마음에 하소연도 하고 보채기도 했나보다 은근히 속을 보인 것 같아 얼굴 붉히기도 하지만 현
령아 우리 이렇게 나이 들어가자꾸나 삼단 같은 머리라더니(말은 많이 들었지만 삼단을 한번도 본적이 없단다
다만 네 머릿결을 보며 삼단을 상상했을 뿐) 너의 그 곱던 머리에 흰 머리카락 뽑기로 밤을 세웠다니 어찌 아니 부러운가(??)
이 친구야 난 뽑을 머리칼조차 아까운 벌거벗은 머리라네
그런데 거울에 비친 내 흰 머리칼은 어찌나 반짝반짝 빛나는지 윤기를 얻은 양 홀로 욕실에서만은 빙긋이 웃어보기도 한다네
뽑은 머리칼이 한 움큼이라니 그 또한 부럽구먼 난 그만큼 뽑으면 대머리 아줌마 일걸세
그대에겐 좀 이르다 싶겠지만 "윤기 흐르던 머리 이제 자취 없어라" 란 은발의 멜로디가 얼마나 가슴속에 파고드는지...
은발은 논하고자 하니 나도 모르게 말씨가 고상해져 버렸네?!
현령아! 내가 너를 진심으로 흠모(사랑)하게 되었음은 고급 사우나나 뷔페 때문이 절대 아니라는 것 알지?
거추장스러운 포장지 모두 벗겨버린 알몸 보여준 듯한 설악의 그 밤은
어려서부터 이어지지 못했던 우리의 긴 장벽 같은 서먹함을 모두 허물어뜨리고 말았단다
소꿉동무의 진한 情이 솟아나서 모든게 감싸지고 덮어졌지
우리가 서로의 상처를 모른다면 진정한 친구라 이름지을 수 있겠니
홀가분하게 벗어 던진 그 순간 새로움으로 채울게 너무 많다는 걸 알아야 해
그밤 이후__ 적어도 나 하나쯤은 건졌다고 생각해주라 내 비록 부족하고 흠 많겠지만
사랑하는 마음이야 넘치도록 풍부하단다 꼬마시절부터 줄곧 그랬었어
내가 좋아하던 친구에 손등에 사마귀가 흉하게 났고 때가 덕지덕지 끼었을 때 그게 정답고 좋았었다
그 친구의 언 손을 붙잡고 즐겁게 뛰놀았지
어느 날 친구 손등에 때가 벗겨지고 깔끔하게 빛났을 땐 그 또한 너무 예뻐 보였지
여고시절 현숙이랑 친했을 때 (지금도 물론이지) 어쩌다 그녀의 손톱에 끼인 까만 때가 그렇게 멋스러워 보일 수가 없었어
진짜 난 그래 내가 좋아하는 이의 흉허물 그런 것은 더욱더 아끼고 싸매 주고 그러고 싶다
현령아 ! 네가 말한 매듭짓는 듯한 삶의 정리란 것 생각해보면 우리 人生에 꼭 필요한 정기 정검같은 것 아니겠니
마음을 비우고 더러움 씻어내듯 버릴 것 버리고 나면 또 다시 가득 채울게 얼마나 많아지던가
그 마음엔 자연의 섭리가 눈부시리만큼 아름답게 느껴지고 조그만 일에라도 웃자고 덤빌라치면
주변 곳곳에 웃을 일밖에 없질 않던가 퍼내어도 써버려도 맑은 물 넘실대는 샘물처럼 잃었다고 생각한 게
다시 새로움으로 얻어지고 그러드라
적잖게 살아온 나이에 들고 보니 지난날 내가 가장 깊은 늪에 빠져 모든걸 잃었을 때
그때 이후부터 새로운 진실이 보이기 시작했어 가려야 할 것 소중한 것들이 절로 드러나고 말야
진실함을 갖고 내곁에 남아있는 이들이야말로 영원한 내 人生길동무임을 알게 되었지
그 일이 없었다면 난 여전히 가식에 싸여있는 주위와 친한 척 좋은 척 살았으리라 생각하니
온몸에 두드러기 증세가 날것만 같다
현령아! 내가 하고자 하는 얘기가 어디 딴 방향으로 흐르지나 않았을까
그러면 영리한 네가 잘 추스려서 나의 진심을 읽으리라 믿는다 --
내가 널 얼마나 사랑하는지 .. 그리고 또한 내가 참 괜찮은 女子 라고말야...
아무리 자기 pr 시대 라지만 너무했나? 치만 이건 장사속이 아니니까 애교로 봐주시길....
우리 모두가 현령 너의 자식교욱에 대해 깊은 찬사와 감탄을 갔었드랬는데 생각처럼 애들이 잘 커주어 너무 고맙구나
공주는 네 친구가 아니라 마치 언니처럼 엄마를 다독일 줄도 아니 옆에서본 듯 충분히 짐작이 간다
사실 자식들에겐 엄마이기 보담 그들의 친구나 보살핌이 필요한 응석받이임이 얼마나 편한지 모른단다
내가 바로 그러거든 엄격히 나무랄 일이 잇어도 그게 잘 통하지 않을 땐 난 위 방법을 택하지
그럴 때면 지네들이 알아서 판단하고 서로 노여워하는 기간이 훨씬 단축되기도 하더라고
어차피 고상하고 품위 있는 엄마가 못될 바엔 그냥 귀여운 엄마이고 싶단다
내가 감을 무척 좋아하지 그래서 얻은 별명이 감순이란다 언젠가 감에 너무 집착한 난
날마다이지싶게 감 한 상자씩을 사들고 오는데 핑계가 가지가지였단다
철지나면 더는 못사니까 홍시를 만들어먹게 이건 저 마켓보다 싸니까 또 이번엔 세일을 해서...
이를 보다못한 유영이가 감을 쳐다보며 멀미하듯 하는 말 자기는 감을 입에 대기도 싫다고 거부감을 일으키지 않겠니
난 화가 머리끝까지 났지만 언성 높여 나무랄 일도 아니고 그렇다고 신사임당처럼 붓을 들어 훈계하는 글을 쓸 실력도 없고
그래서 낙서하듯 *반중 조홍감이 고와도 보이나다 유자이 아니라도 품엄직도 하것만은 품어가 반길 이 없으니 그를 설워하노라* 초장 중장 종장의 뜻은 이리 저리 하니 넌 어떻게 생각느냐 라는 식으로 써서 거실 탁자 위에 올려놓았었지
며칠동안을 보았는지 말았는지 딩굴거리더니 치워버리고 없더라
그리곤 긴말 필요 없이 자연스럽게 감 한 접시를 예쁘게 깍아와서 함께 먹자고 권하더구나
아무튼 내가 전하고져 하는 메시지가 얼마만큼의 설득력이 있었는지 모르지만
더 이상 먹는것에 집착하는 엄마한테 덤빌 생각은 못하더라
(이건 우리끼리 얘긴데 저도 무슨 시조가 나오고 그러니까 쬐끔 유식한 척 알아들은 척 그랬는지도 모르지 ㅎㅎㅎ)
현령아 ! 나자신을 찾아 편안함을 갖게됨은 잔을 높이 들어 축배를 해야 할 것이다
넌 지금의 그 자리에서 뿐만 아니라 어느 곳에 있었을 때도 너답게 당당했어
무지무지 자랑스러운 친구지 개나리색 한복 곱게 차려입은 그 우아함은 괜히 나타나는 자태는 아니라고 생각해
어려서부터 넌 그 키만큼이나 항상 돋보였지 知的이고 富 티나는 안경을 누가 끼었던가
넌 괴로웠겠지만 보는 이는 얼마나 부러웠다고 이름도 그래 영희 순 숙 자 그야말로 함평틱한 이름 중에
현령은 너무 예쁘고 세련 그 자체였지 난 뉘앞에서 내가 아무개라고 소개할 땐 늘 풀이 죽었던 기억이 많다만
그래도 내것이니 변명처럼 정을 느끼며 이젠 자랑스러이 말한다 young sun(젊은태양)이라고 ....
현령 넌 힘겹게 살아온 우리네 人生에 장승처럼 우뚝 선 地下女將軍이시다
세속에 몸부림에 흔들리지 않는 넌 들판의 풀 냄새까지도 사랑하며 느끼며
그 아득한 그리움 같은 것을 연보랏빛 봉투에 가득 담아서 내게 안겨주니
난 행복하지 않을 수가 없구나
살랑이는 봄바람에 물씬 풍겨오는 온갖 꽃내음 풀내음에 마음 설레었던 한국의 봄날들을 기억하게 해준 너!
너무 기특한지고
네편지 기다렸다는 듯이 잽싸게 답장을 쓰기 시작했다만
혹시 또 미안해 할(질)까봐(?) 하루라도 더 미룰 양으로 쉬엄쉬엄 쓰다보니
끊겨진 부분을 수습하지 못하고 이해력 풍부한 네게 잘 맞춰 읽도록 숙제를 남기누나
그리고 가슴을 활짝 열어 못 다한 네 얘기를 기다리노라
꽃은 피었으되 향기가 전혀 없는 삭막한 이곳에서 그래도 열심히 살아야 한다는 생각으로
오늘도 교회가서 기도할 때 "진정 내잔이 넘치나이다" 가고 끝맺음을 했단다
안녕. 4-10 덴버에서 젊은태양이
11信 5-9-99 To 현령
네 편지 받고 곧장 전화했다만 집도 병원도 비웠기에 박 현령 방랑기에 접어들지 않았나 싶었다.
너의 그 여행은 얼마나 멋있을까 생각하니 마음이 설레어서 안달 병이 날 지경이다.
이는 결코 샘이 나서 그러는게 아니고 부러워서 난 병이란 걸 너도 알지?
아무튼 네가 아카시아향 진동하는 이 오월의 나그네 되에 길을 떠난다니 내가 다 신이난다.
젊은 나의 방랑시절엔_. 애써 장만한 등산장비가 새것이란 이유로 싫어져서 배낭은 남의 헌것 과 바꾸었고
코펠은 태워서 오래된 것처럼 보이려는 그런 멋을 부렸단다.
그 멋은 계속되어 울릉도 계곡 속에 숨겨진 폭포를 탐방하고 나오는 길목에서
생소하고 머쓱한 주막집에 들려 막걸리 한 사발을 기가 막히 게 맛있게 먹는 척을 했고,
한려수도에서 해금강을 향하는 뱃머리에 서서 자연은 내 애인이노라고 소리치던 그 형편없는 억지를 멋이라 여겼고,
거제도에선 흑산도 아가씨 보다 더 까맣게 그을린 얼굴을 하고는 버스 기다림이 무료하기에
눈앞에 보이는 시골미장원에 들려 머리를 싹둑 잘랐는데 나중에 듣게된 애긴 그 모습이 너무 흉해 웃음거리 였 다나?
그 멋은 아름다워 지기 위한 멋이 아니고 방랑자가 누리는 즉흥적인 호기 었을테니까 누가 뭐래도 상관없었지,
홍도를 다녀오는 길엔 밤배에서 바라다보는 다도해의 달빛이 너무도 황홀했기에
곤히 자고있는 친구를 깨워 그 느낌을 함께 나누자고 끌고 나왔지만
나의 그 멋은 친구를 고문시키는 거나 다름 없었다는구나.
내장산 에선 소나기 흠뻑 맞고 텐트 안으로 피했건만
그 안도 온통 빗물이 새어 차라리 비 앞에 당당히 걷다보니
비 개인 가을 단풍 숲에 서 마치 신선이 노니는 것 같은 그 안개 속에서 젖었던 속옷까지 어느새 말라버리고
젖었다 말랐다 그러기를 몇 번 그러나 나는 바로 신선이었지.
일요일만 되면 산을 오르고픔에 집에 붙어있지 못했고 한번쯤 등산을 못하게 되면
그 한 주일은 온몸이 찌뿌듯해서 컨디션이 엉망이었단다.
가을날 전등사에서 천년을 지켜 온 듯한 은행나무 밑에서 눈처럼 쏟아져 내리던 그 노란 은행잎에 넋을 잃었고,
겨울의 한라산에서 폭설로 인해 입산 금지령이 내렸것만
경찰의 눈을 피해 아무도 없는 곳으로 백록담을 향해 오르다 나뒹굴어져
눈 속에 파묻히는 죽음을 바로 앞에 둔 그것도 멋이라 여겼고.
봄날에_. 무주 구천동을 행하던 버스 안에서 철쭉들의 아름다움에 빠져 탄성을 지르고 또 지르다가
기사 아저씨한테 혼이 났었지. 여름은 계곡에서_ 강가에서_ 그리고 바닷가에서_
가슴속에 밀려드는 추억이란 파도 땜에 울렁거려 더 이상 쓸 수가 없구나.
결혼하면 남편과 함께 그 등산과 여행을 계속 할 수 있으리라 생각했는데 불행으로 낚시 좋아하는 남자를 만나
물가에 앉아 따분함으로 몸을 뒤틀다가 그나마 따라 다니는걸 포기해 버렸단다.
지금도 주말이면 선영 아빤 호숫가에 앉아있지 사진이나 그림카드에 나오는 그런 기막히게 멋있는 곳에 말야
내가 하는 말 '김 부근 출세했다 손수 운전하며 낚시 다니는 멋을 누리다니 마누라 잘 얻었네' 하지
어쩌다 한번쯤 따라가 주면 기쁘고 황송해서 입이 벌어지지만,
슈베르트의 숭어란 노랫말 그대로의 장면이 눈앞에 펼쳐 지것만,
하루종일 물만 바라보고 앉아 있는 게 나와는 생리적으로 맞질 않아서...
언제 한번은 낚싯대에 눈을 떼지 못하고 굳어버린 남편을 두고 저 말리 산책을 했는데
나도 몰래 콧노래가 나오더라 그게 '그대 없인 못살아' 였지 콧노래로 끝났으면 좋았을걸
신이 나기 시작하니 보는 사람도 없겠다 목청껏 불러댔지
그런데 그게 바람결에 실려 고스란히 남편 귀에 들어가고 말았단다.
박자 음정간섭이 병적으로 심한(?) 그 양반 앞에서 노래부르기란 그리 쉽지가 않거든,
노래 못한 마누라 놀리기를 취미처럼 여기는 사람이기에 처음엔 챙피하고 쑥스러웠지만
지금 이 나이엔 나도 뻔뻔해져서 보란 듯이 작사 작곡 맘대로 하며 골 때리는 마누라요 못 말리는 엄마가 되버렸단다..
친구도 옆에 없고 취미도 없고 도대체 이곳생활에 흥미를 못 갖는 아내가 불쌍해 보이는지 아니면 미안해서인지
입버릇처럼 하는 말 죽기 전에 세계일주는 시켜준다나 그럼 내가 듣고 가만있냐?
그까짓 세계일주 죽기 전이라 못을 박을게 뭐람 한해 휴가는 유럽으로 그 다음은 남미로 다 다음엔 아프리카.....
그러면 될 것을 포부도 크게 그걸 몽땅 한꺼번에 시킬려나 그것도 늙어 꼬부라질 적에?
이처럼 사양치 않고 받아들이나 간다 간다하면 언젠가는 가게되겠지
치만 지금은 세계지도를 향해 여행하는 것보담 나의 세계가 전부 담겨있는 한국에만 가고 싶단다.
그러하니 현령 네가 부럽지 않을 수 있겠냐 잘 다녀와라-- 이 시간 아니 잘 다녀왔지--
이 편지 전해질 시간 이처럼 우린 큰 시차를 갖고 살아가고 있구나
하지만 마음속에 품고있는 행복의 척도는 한치의 오차도 없으리니 서고 통하리라 믿는다.
효녀 현령아 내가 너를 칭찬한다. 어머님께서 일본여행 편히 잘 다녀오시도록 바랄게 안녕.
漢詩
가난을 스승으로 청빈을 배우고 질병을 친구로 탐욕을 버렸네
고독을 비려 나를 찾았거니 천지가 더불어 나와 짝 하누나
산은 절로 높고 물은 스스로 흐르네 한가한 구름 위에 잠시 나를 실어본다
바람이 부는 대로 맞길 일이지 어디로 흐르던 상관할 것 없네
있는 것만을 찾아서 즐길 뿐 없는 것을 애써 찾지 않나니
다만 얽매이지 않으므로 언제나 즐겁구나.
넌 세련되어 현대시를 곧잘 써 보내더라. 난-. 너도 읽었다는 책에서 본
어느 선승의 한시를 써 본다. 마치 내 느낌 그대로를 쓴 것 같기에...
제 12 信 dear 현령
1고수 2명창이라 했던가! 내가 한을 품고 목청 높여 소리하는 명창이라 치면
넌_. 추임새도 기막히게 북장단 잘 맞추는 명 고수이리라
내가 취하여 몸 가누지 못하는 취객이 되었다해도
넌_. 막걸리 한 사발 더 권하는 넉넉한 주모 일게다
이는 한 점 오차도 없는 우리들의 행복의 척도 때문일까?
현령아~~넌!! 김 삿갓(it's me) 보다 더 여유로운 박 삿갓이 되었더구나
내 기대감보다 훨씬 더 멋진 그 여행길은 두고두고 네 마음속에 꿈틀거려 생활에 활력을 주리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
난_ 빛바랜 추억 속에서도 이토록 마음 설레는데
넌_ 바로 엊그제 만든 신선한 추억 속에 얼마나 상큼한 행복감이 움터 오느냐
매말라버린 내 가슴팍에 네 여행을 핑계삼아 지난날에 빠져들어 한동안 촉촉이 젖은 마음으로 나 또한 행복해져 버렸단다
난 항상 이번에 다녀온 너의 여행(방랑)같은 것을 꿈꾸며 살아 왔었지
그게 이루어지지 않는다 치더라도 너의 행복함에 (해냈음에) 찬사를 보내며
나도 더 큰 행복감에 빠질 수밖에 없음을 감사 할 테다
네가 말하듯 살아가는데 그처럼 많은 게 필요치 않더라고
그래 맞다 나도 그 홀가분함이 너무 좋아서 밖으로만 쏘다녔었나보다
방종은 아니었다만 여행은 남의 눈을 의식하는 구속감이 없어서 좋았고 갖은 게 없어도
아쉬운데로 어떤 방법으로든 해결해 나가는 지혜와 용기가 너무 좋았다
청바지 꼬마 주머니에 비상금( 몇천원`` 만원을 넘진 못했지) 감춰두고
버스요금 깍아가며 완행열차 삼등뱃편 공짜 뱃놀이... 인심 좋았던 시절이기에
무료 숙식 제공도 사양하지 않았지 지금은 조류학계에 꽤 유명인사가 되신 윤무부 교수 고향집에서도
사나흘 머물 수 있었음은 잊지 못할 추억이란다
빗물을 받아 생수로 쓰고있는 물이 귀한 곳에 가면 그네들과 똑같이 짠 바닷물에 젖은 몸도 씻는걸 사양했고
양칫물이 없어 막걸리로 헹구는 단 한 사발의 물도 소중히 여기는 어느 포구의 밤도 싫치 않았지
준비성 없이 덤비는 극성스러움 때문에 하루종일 산딸기로만 배를 채웠던 곡기가 그립던 날도 있었고
폭풍우에 발이 묶이는 바람에 일정이 길어져서 쫄쫄이 굶었다는 이름 모를 방랑자들에게
내 여비 몽땅 털어 빵조각 사준 선심 때문에 내 자존심은 구겨졌고 고생 설움은 이루 말할 수가 없었단다
그 낭만 넘치는 가난함들이 나를 지탱해주는 대들보처럼 마음속에 떡 버티고 있으니
난 이 친구 저 친구에게 부자인생을 논하며 불가에서 말하는 공수래 공수거 라던가
성경에서의 적신으로 왔다 적신으로 간다 는 깊은 뜻을 열변하듯 강조하며 너스레를 떨고 있단다
가방을 좋아하는 너와나 낡아버린 가방으로 해외여행 동창모임에 참석하신 어머님의 당당하신 모습은
나 또한 존경스러움을 금할 수가 없구나 이번 여름방학은 애들에게 우리집 수준으로 치면
외국여행이나 다름없는 out of state(타주여행)를 꼭 시키려고 비행기표 반값은 엄마가 대줄 테니
LA이모집에 다녀오라고 조르다시피 해서 겨우 유영이만 설득 시켰단다
경록은 지 주머니 사정이 가볍다는 이유로 가기를 극구 거부하더라
그래도 난 그 여비를 더 이상 보태 준다고는 못한다
몸만 가면 되는 것을 재워주고 먹여주고 구경시켜 줄 터인데 뭘 그리 망설이는지 이해가 가지 않구 말구
드디어 유영이 지 비행기티켓만 예매해놓고 가방을 싸기 시작했다
온갖 감언이설로 꼬셔도 듣지 않던 경록이 그 가방을 모는 순간 마음 이 홱 돌아서 버렸단다
원래 경록이는 소풍이던 수련회던 어디만 가면 며칠 전부터 보따리 싸기에 유별난 아이였거든
그래서 지금은 지네들 방에 두 개의 가방이 out of state를 기다리고 있단다
가방이란 한마디로 '홱' 이로구나 그러하니 대형 쇼핑몰 소형마켓 가릴것없이 지나가다
내 발길 머무는 곳은 가방 진열대 앞일 수밖에...
쇼핑 질색하는 선영아빠도 이젠 가방을 이리저리 만지작거리는 나를 채근하지 않고 당연하게 받아들인단다
보는 것만 즐길 뿐 사지는 않으련다 어머님을 생각하면서 말야
난 약간은 사치스런 마음으로 한 개쯤 더 사려고 벼렸는데
그건 한갓 부질없는 허영에 지나지 않을 것 같구나 고급스럽지는 않지만
사이즈별로 다 갖춘 내 창고 그득한 가방들을 누가 한국 가려해도 빌려 달랜다
그럼 빌려주고 말고 가방은 낡을수록 좋은 거니까
이곳 공항에서 짐나오는곳에 가서보면 인디언 시절에 있었음직한 가방
그 옛날 우리집 장위에 먼지 쓰고 올려있던 우리아버지 일본 유학시절에나 쓰시던 그런 가방들이 즐비한걸
퍽 인상깊게 느꼈지
손때묻은 내것을 소중히 여기시는 어머님의 마음은 이제 우리들의 마 음이 되리라
현령아~ 높이 나는 새가 멀리 본다 했지
네게서 풍겨나는 삼라만상의 오묘한 진리를 남달리 깊게 터득할 수 있음이며
어떤 관계로 맺어진 인연의 뼈저린 아픔도 함께 나눌 수 있음도 세상을 바라보는 눈 높이가 나보다 한 수위인 것은
너의 늘씬한 키로 멀리 볼 수 있어서 일까?
'넌 누구냐' 란 물음에 과연 난 무슨 대답을 해야하나 아무리 생각해 봐도 '나도 잘 모르겠오' 라고 밖엔...
수수께끼처럼 애들에게 물었다 현령이몬 '난 그저 나요'라 했더란다 하면서 말야
그랬더니 경록은 '이쁜이요' 유영은 '그러는 너는 누구냐' 그런 댄다
영어가 서툰 나이기에 i don't know를 입버릇처럼 말하는 소극적인 자신이 싫어서
그 말은 가능한 쓰지 않기로 다짐했것만 우리 한국말로도 그 말밖에 할 수 없다니 난 한참 멀었나 보다
중계방송처럼 편지 보냈노라는 전화목소리 들은 후론 항상 그랬듯
지금은 어디쯤 오고있을까 하며 기다림에 설랬었는데 퇴근후 경록깡이 탁자 위에 놓여있는 보랏빛 봉투를 가리키며
'죄송해요 이모편지 올 줄 알았으면 엄마 출근하시기 전에 메일박스에 다녀오는 건데..
.' 기왕에 오는 편지라면 조금 늦게 도착해도 상관없지 기다리는 마음 또한 부푼 풍선처럼 들떠 있을 테니까
깜짝 반기지 않는 내게 경록은 의아스럽게 생각하더라만
더는 기다릴게 없다는 아쉬운 내 마음을 설명하기엔 좀 복잡하더라고
반갑지 않기는야~~!! 단숨에 읽어 내려가며 끝장이 아닌가 하고 남아있는 뒷장을 헤아려보며
더 남아 있음을 흡족해하며 얼마나 편지 속에 빠져드는지 모른단다
넌 상기된 마음으로, 호들갑스러움으로(너완 어울리지 않지만), 나보다 더 부픈 가슴으로, 긴 너의 수다(?)로...
이는 날 너의 세계로 풍덩 빠지게 했지 뭐냐
몇 번이고 되풀이해도 좋을 듯한 그 여행담은 두고두고 편지에 실려 보내줘야 하는 거 알지?
한라산에서 고사리를 꺾었다는 네 말에 온갖 여유로움 다 부린 그 신선 놀음에 한마디 하고싶구나
지난번엔 몸이 아파 산나물 뜯으러 못 가서 집에서 도라지나 다듬었다는 그 말 또한 도대체가 공감할 수가 없단다
그 옛날 나물 캐러 간다고 바구니에 칼넣고 산으로 들로 나다닌 것은 나들이 기분이었음직 하여 너무 좋았다만
지금 너의 쑥뜯고 고사리꺽는 것은 노동중에 상노동일것만 같구나
세상에~~~!! 아파서 쉬어야 할 사람이 도라지 껍질 벗기는 일을 하다니... 어깨가 빠져나갈 것 같지 않던?
베짱이 기질이 풍부한 나는 이곳서도 한국사람들이
봄이면 고사리 꺾으러 나가고 가을이면 고추 따러 연중행사처럼 부산을 떨더라만
난 한번도 그들 틈에 끼어들고 싶지가 않더라고 그쪽으로 취미가 붙으면 무섭게 덤빌 저력이 있겠지만
왠지 내키지가 않아 그냥 다른 일로 돈을 벌어 사먹고 말지 한단다
어떤 극성파 아줌만 (알뜰주부 겟지?) 손수 따온 고추를 말려서 빻아 서 그렇게 김치를 담궈 먹는다며
마켓에서 산 고춧가루로 담근 내 김 치를 무슨 불량식품 취급을 하더라만 그래도 난 고추 따러 안가!!
난 그쪽의 부지런하고는 거리가 멀기에 개미처럼 열심히 산나물 구해다 놓은 너의 집에 가면 이것저것 먹어보며
널 칭찬 할련다 너의 그 공들음 아까워 주라고 하지는 않을 테니 나를 위해 많은걸 남겨둘 필요가 없단다
현령아 나 가고 싶은 곳 가고 하고 싶은 대로 하랬지 없는 듯 옆에 있겠다는 네 말에 진정한 의미의 친구임을 느낀다
내가 좋아하는 일이라면 그 무에라도 감당할 수가 있다는 네 각오가 너무 사랑스러운 거 있지
지금 생각엔 _. 한국 하늘아래 어느 공간에서도 흡족해 할 수 있을 거라는 그 마음뿐이란다
안녕 덴버에서 영순
제 13 信 6-28-99 to 현령
온 몸으로 자연의 빛을 느끼며 자연의 소리를 들으며 그 속에 빠져 들 수 있는 놀라운 너의 감성은
혼자 있어도 결코 외로워 보이지 않구나
숲만 보고 나무는 보지 못하는 난 그렇게 맹한 구석이 있으므로 세상을 좀 덜 아프게 살지 않았을까 생각해 본다
이곳에도_. 나는 향기가 없다고 투덜대지만 들꽃들의 형형색색에 도취된다던가
산중턱의 풀벌레 하나 하나의 변화모습을 지켜보며 등산하는 묘미를 느끼기에
언젠가 나와함께 오른적이 있는 산만해도 27회나 올랐다는 한 언니의 얘기를 듣고
나도 얼마든지 가능한 일을 왜 덤벼들지 못하고 그저 한국의 정취만 고집 하는지 모르것다
멍청하면 멍이 들겠지 남편 역시 낚시터 예찬론자가 다 되어버렸단다
새벽녘 호숫가에 피어오르는 물안개하며 동이 트면 부지런한 물새들이 잠자는 듯 잔잔한 수면 위를 파닥거릴 때면
그곳이 바로 천국이란다 나를 꼬시는 방법도 여러 가지지만 낚시 자체에 별 매력을 느끼지 못 하기에
난 또 멍이 들어가고... 내 저 산천과 어서 빨리 친해져야 하는 건데
몇 년전부터 마음을 열어야지 열어야지 하면서도 그만 닫아버리고 마는구나
내가 만약 한국에 가서 살게되면 이곳의 자연이 무척 그리울 거라는 생각이 들지만
그래도 역시 타협점을 찾지 못하고 코방귀만 뀌는 격이라 할까
모든 자연의 소리를 듣는 너! 혹시 쌀 불리는 소리 들어본 적 있니?
지난날 한국에서 그 많던 떡쌀을 담그었을때도 들어보지 못했고
그런 소리가 있으리란 생각도 못했는데 쌀만 씻어놓으면 밥솥 안에서 혼자 쌀그락 거리는구나
난 그 소릴 이곳에서만이 들을 수 있는 숨막히도록 외로운 소리라 칭한다
현령아 무전여행을 계획할 수 있는 어머님과 너의 그 용기는 과연 지하여장군 기백이 넘쳐 나는구나
삼촌께서 말리지 않으셨더라면 어쩜 실행에 옮겼을지도 모르는 두 모녀분께 다행스러움을 전하고 싶단다
우리가 이팔청춘도 아닌데 빈손으로 다니면 어디 간들 환영을 받을 손가
남의 눈엔 어떻게 보일지 생각을 하셔야지 --
언젠가 함평女子들이 떼를 지어 영화구경을 갔는데
극장앞 여기저기 무리지어있던 우리또래 아줌마들의 모습을 보며
저이들 눈에도 우리가 똑같은 아줌마떼로 보일 거라는 생각에 픽 웃었다만_
아무튼 모든걸 털어 버리고 길떠날 수 있다는 그 자체가 이 김삿갓을 무색케 한 박삿갓이었음을 강조하는 바이다
그리고 너의 레저 테이블 타령은 어쩌면 나랑 쿵짝이 잘 맞는지
내가 이곳에 와서 제일 먼저 생필품 아닌 사치성 살림을 장만한 게 뭔줄 아니?
그건 야외용 바구니와 아이스박스 였단다 자주 써먹질 않아 짐짝처럼 있을 자리가 마땅히 없어
요리조리 천덕꾸러기 취급을 당하기도 하지만 그것들을 사들이는 내마음은 얼마나 부풀었겠느냐
이곳은 말이다 가는 곳마다 레져테이블과 바베큐 그릴이 있단다
거기에 불고기나 갈비를 구우면 모든 주위사람들의 군침을 돌게 하지 지
네들은 기껏해야 핫덕에 넣을 쏘시지를 굽거나 햄버거 고기를 굽는 정도이기에
어떤 사람들은 양념을 어찌 하냐고 묻기도 하더구나
생김치 담고 갈비나 재어 자동차에 싣고 어디로든 훌쩍 떠날 수 있는 24시간 대기중인 마음은 변함없것만
왜그리 몸뚱이가 내키지 않는지 모르것다
현령이 넌~ 내가 형용할 수 있는 온갖 미사여구를 동원하여 미화시켜도 부족할 뿐...
그런 친구임을 자랑스럽게 여긴다
너도 자부심을 갖고 뽐내어라 들어줄 이 없거든 죽순에게 속삭이던 들풀한테 얘기하던
월출산 천황봉에서 외치던 네 맘대로 뽐내거라
여기에 네 팬이 있노라고 말이다 지극히 주관적이어야 할 우리들의 삶은
세속의 눈에 나를 맞출 필요가 무에 있는가 각자의 생활방식은 성역(聖域)과도 같으리라
아무도 침범할 수 없고 간섭할 수 없는 내방식대로의 삶이 소중하기에
남의 聖域 또한 존중해 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너와 나처럼 말야...
현령아 우리가 삶을 사랑할 수 있고 감사할 수 있는 건 그건 바로 죽음이 있기 때문이리라
이건 나 혼자만의 비밀스런 생각인데 불과 몇 년전 까지만 해도 양변기를 의자 삼아 세숫대야에 발을 담그고 앉아있으면
어쩌면 그렇게도 내 발이 예뻐 보이더니 콧노래를 부르며 한참을 그러고 있을 때가 많았지
빛과 물의 반사각도 에서오는 물리학적인 착시현상(?) 이겠지만 말야
그런데 지금 내 발을 보고 있노라면 이런 말을 해도 좋을지 모르겠다만 곧잘 주검을 느끼게되지
시체 되어 누워있을 내 발을 연상하며... 그만 세월의 무상함을 느끼기에 그날까지의 삶을 충실히 살아가야 할 것이라
야무진 다짐을 해보기도 한단다
그러면서 너처럼 깊이 있는 삶을 살아갈 수 있기를 바라고 또 바란다
수박 겉핥기식의 삶이라던가 나무를 보지 못하는 나의 무심함은 좀더 진지하고 무게 있는 삶이 되도록 노력해야겠지
7월 4일 미국독립기념일을 맞이해서 직장이 일주일간 문을 닫는단다
무급휴가라서 좀 째째하지만 모두들 휴가 계획을 짜느라고 난리더라
네브라스카의 바다만큼 넓은 호수로 캠핑을 간다거나 _그곳은 나도 가봤는데 꼭 남해바다의 다도해가 연상되는 곳이지_
LA로 드라이브 여행을 떠난다던가 모두들 부풀은 summer holiday 란다
누가 내게 뭐할거냐 물으면 그냥 stay home 이라고 대답했지만 정말이지
난 방에 콕 처박혀 편지나 쓰며 보낼 작정이다
너도 조금 눈치 챘겠지만 요즘엔 아무 일에도 흥미를 가질 수 없고
오직 집필(우리 애들이 놀리느라 붙여줌) 하는데만 정신이 팔려 있단다
쓰면 쓸수록 하고픈 말이 쌓여만 가니 수다는 역시 떨면 떨수록 늘게 마련이로구나
그리고 독립기념일을 전후하여 돈 아까운 줄 모르고 하늘에 쏘아 올리는 fire works를 구경하면 되는 거지 뭐
한국에서 국군의 날을 맞이해 여의도에서 불꽃놀이를 한다기에 애들 데리고 구경갔다가
바로 머리위로 쏘아 올려져 그 불꽃들이 온통 내게로 떨어져 버릴것같은 공포감에 엄마야~~ 하며 뛰어봤자 벼룩이었을
그런 해프닝이 떠오르는구나
여기서도 이름조차 멋있는 체리크릭 댐에 가서 denver시가 전체를 내려다보며
이곳 저곳에서 밤하늘에 수놓듯 쏘아 올린 불꽃에 소리도 지르고
동네 주변에서 하는 작은 불꽃놀이도 보며 손뼉도 쳐주고 그럴련다
같이 기뻐해 주는 것만으로 족할 뿐 한번도 폭죽을 사보진 않았다
내 돈 안들이고도 맘껏 구경 할 수 있는데 뭘..
만일 아들이 있었다면 그 아들 등쌀에 돈을 썼음직도 하것만 여러모로 딸 덕을 보는고나
현령아 날더러 '넌 부자다' 란 한 줄의 글을 쓰기 위해 아까운 편지지 한 장 더 사용하고
그로 인해 우표 값이 몇백원 더 들었을 너의 큰 베짱이 너가 더 부자란 걸 증명해 주는고나
박부자 건강히 잘있오 안녕. denver에서 젊은 태양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