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글러스 켄릭 , 블라다스 그리스케비시우스 저자(글) · 조성숙 번역
스마트비즈니스 · 2024년 07월 11일
어리석기 짝이 없어 보이는 결정을
왜 우리는 ‘끊임없이 반복하는가!’
100대가 넘는 캐딜락을 소유한 것도 모자라 휠캡에 순금을 입힌 로큰롤의 제왕 엘비스 프레슬리, 은퇴 자금을 모조리 주식시장에 투자한 평범한 교수, 매년 3만 달러를 복권 구매로 쓴 아파트 경비원까지. 듣기만 해도 안타깝고 어리석어 보이는 결정은 ‘오늘 점심엔 뭘 먹지?’와 같은 우리의 일상적인 선택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아무리 터무니없는 결정일지라도 그 이면에는 인간이 어떠한 방식으로 매순간 선택을 내리는지 중요한 의미를 알려주는 질문이 숨어 있다. 바로 “인간의 선택에는 과연 어떤 동기가 숨어 있는가?”라는 질문이다.
고전경제학에서 인간은 대단히 이성적으로 판단해서, 선택하고 결정을 내린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이와 반대로 인간의 선택은 대단히 비이성적이고 편향에 지배되어 잘못된 선택을 할 때도 무수히 많다. 과연 인간은 이성적일까? 아니면 자신도 제어하지 못할 정도로 해괴한 선택을 내리는 난폭한 동물일까? 이 책은 바로 그 동물적인 선택을 하게 되는 인간의 심리에 대한 해답을 준다.
이 책은 우리가 돈을 투자할 때, 직장을 알아볼 때, 차를 살 때, 데이트 상대를 선택할 때, 서로 대치되는 진화적 욕구에 이끌린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우리 머릿속에 하나의 ‘자아’만이 존재한다고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실제로 우리 안에는 여러 개의 부분자아가 존재한다. 그래서 어떤 부분자아가 그 순간 운전대를 잡는지에 따라, 우리의 선택과 결정도 달라진다. 어떤 상황일 때 어느 부부자아가 주도권을 잡는지 설명하면서, 어리석어 보이는 우리 판단의 이면에는 실제로 대단히 현명하고 정교한 의사결정 시스템이 작용하고 있음을 밝혀낸다.
내 안에 내가 모르는 또 다른 자아가 있다?
우리의 선택을 결정하는 ‘7개의 부분 자아!’
이 책의 저자들은 ‘진화심리학’이라는 새로운 렌즈를 통해 인간의 결정을 전혀 다른 관점에서 바라본다. 그들은 인간이 어떤 결정을 내릴 때 표면적으로 보이는 선택의 결과 이면에 숨겨진, 의도를 파악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주위의 평범한 사람들을 포함해 누구보다 똑똑하다고 자부하는 자신조차도 때론 머릿속의 회로가 고장난 것 같은 일을 할 때가 많다. 하지만 잃을 것이 많은 위치에 있는 사람들, 가령 고위 공직자나 유명 배우와 같은 사람들이 이해할 수 없는 결정을 하는 광경도 종종 목격하게 된다.
인권운동가의 대명사인 마틴 루터 킹의 사례가 대표적이다. 흔들림이 없었던 도덕 원칙을 고수하던 그도 혼외정사 문제에서만은 예외였다. 아이가 넷이나 있는 유부남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오랫동안 혼외정사 관계를 유지했으며, 출장을 다니는 틈틈이 다른 여성들과 짧은 외도를 즐겼다.
마틴 루터 킹과 같은 인간의 모순된 행동을 소개하며 저자는 사실 이런 행동의 원인은 인간의 다중 인격에서 비롯된다고 주장한다. 더 놀라운 사실은 평범한 사람들 역시 단 하나가 아닌 다양한 자아를 가지고 있다는 점이다. 적어도 7개의 자아가 존재하며 어떤 자아가 특정한 상황에서 주도권을 가지느냐에 따라, 우리의 선택과 결정이 완전히 달라진다는 것이다.
저자들은 이것을 ‘부분자아(subselves)’라고 설명한다. 7개의 부분자아는 우리의 선조부터 힘겨운 생존을 버텨내는 진화적 도전 과제에 맞설 수 있도록 설계되어, 현재까지 인간의 행동에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한다고 설명한다.
7개의 부분자아는 다음과 같다.
신체적 위해로부터 자기를 보호하는 ‘자기보호(Self-Protection) 부분자아’, 위험한 질병으로부터 회피하려는 ‘질병회피(Disease-Avoidance) 부분자아’, 타인과 동맹을 맺고 식량을 공유하려는 ‘친애(Affiliation) 부분자아’, 동일한 집단 안에서 조금 더 높은 자리에 올라서 더 많은 편익을 누릴 수 있는 ‘지위(Status) 부분자아’, 자신의 유전자를 다음 세대로 물려주려는 ‘짝 획득(Mate-Acquisition) 부분자아’, 오랜 기간 양육을 함께 할 수 있도록 하는 ‘짝 유지(Mate-Retention) 부분자아’, 아이의 생존을 위해 지극히 보살피게 하는 ‘친족 보살핌(Kin-Care) 부분자아’가 바로 이에 해당한다.
생존과 번식을 위협하는 변화무쌍한 환경이 주어질 때마다, 우리의 조상들은 다양한 진화적인 도전 과제들에 맞서 싸웠다. 그 과정에서 과제마다 다르게, 어쩌면 완전히 대치되는 방식으로 결정을 내려야 했다. 그로 인해 인간의 정신은 각각의 과제 해결에 부합하도록 다양한 심리 시스템을 갖추는 진화적 결과가 생겨났다.
순간순간 우리가 의식적으로 혹은 무의식적으로 어떤 진화적 목표를 최우선에 두느냐에 따라, 선택을 주도하는 부분자아도 달라진다. 그렇기 때문에 때론 무모해 보이고, 때론 위험하기까지 한 선택을 내리게 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