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시편 묵상
2024년 10월 31일 목요일 (연중 30주간)
제삼권
제 78 편
(아삽의 시)
1 내 겨레여, 나의 가르침을 들어라. 내가 하는 말에 귀를 기울여라.
2 내가 역사에서 교훈을 뽑아내어 그 숨은 뜻을 밝혀주리라.
3 선조들이 입으로 전해 준 이야기, 우리 모두 들어서 익히 아는 이야기,
4 야훼의 영예와 그 크신 능력, 그리고 이루신 위대한 일들을 우리는 다음 세대에 숨김없이 전하리라.
5 야곱과 굳은 언약 맺으시면서 이스라엘 자손에게 법을 주실 때, 후손들에게 그 법을 가르치라고 우리의 선조들에게 명령하셨다.
6 뒤이어 태어날 후손에게도 대대로 알리라고 명령하셨다. 그들도 일어나서 자손에게 이야기하여
7 그들의 희망을 하느님께 두고 하느님이 이루신 장한 일들을 아니 잊어버리고 분부하신 계명을 지키라고 명령하셨다.
8 반역하고 고집 센 선조들처럼, 절개 없이 하느님께 불충한 그 세대처럼, 그들처럼 되지 말라고 명령하셨다.
9 활 잘 쏘는 에브라임 자손들, 전쟁이 일어나자 등을 돌렸고
10 하느님과 맺은 계약 지키지 않고 그의 법 지키기를 거절하면서
11 당신께서 이룩하신 장한 일들과 그들에게 보여주신 기적을 잊어버렸다.
12 이집트 땅 소안 평야에서 저희 선조들에게 보여주신 기적을 잊어버렸다.
13 바다를 갈라 그들을 건네주셨고 바닷물을 강둑처럼 서게 하셨다.
14 낮에는 구름으로 밤에는 불빛으로 그들을 밤낮으로 인도하셨다.
15 사막에서 바위를 쪼개시고서 심연처럼 많은 물을 마시게 하고
16 반석에서 시냇물을 터뜨리시어 강물처럼 흐르게 해주셨건만,
17 그럴수록 그들은 그분께 죄를 짓고 그 사막에서 지존하신 분께 거역하면서
18 하느님을 짐짓 시험하여 실컷 먹을 음식을 요구하였고
19 하느님을 비웃으며 한다는 소리, "아무리 하느님이지만 할 수 있으랴. 무슨 수로 이 사막에서 잔칫상을 차리랴?
20 바위를 치자 물이 솟구쳤기로 물이 흘러서 강물이 되었기로 자기 백성에게 빵을 주실 수야, 고기를 마련하실 수야 있을까보냐?"
21 야훼, 들으시고 분통이 터져 야곱을 불로 결딴내시고 그 진노하심은 이스라엘에게 미쳤으니,
22 그들이 하느님을 믿지 아니하고 그 구원을 믿지 않은 탓이다.
23 그러나 당신은 하늘의 구름에게 명령하시어 하늘의 문들을 열게 하시고
24 그들이 먹을 만나를 비처럼 내리시고 하늘의 양식을 그들에게 내리시어
25 천사들의 양식을 사람들에게 먹이셨으니 그들이 배불리 먹을 식량을 내려주셨다.
26 하늘에 동쪽 바람 일으키시고 당신 힘으로 남쪽 바람을 불러오시어
27 먼지처럼 고기를 몰아오시고 바다의 모래처럼 날짐승을 쏟아주셨으니
28 그들의 진지 가운데 그것들이 떨어지고 그들이 사는 천막 둘레에 두루 떨어져
29 배곯았던 그들인지라 마음껏 먹고 실컷 마셨다.
30 그들은 입 안에 먹을 것을 넣으면서 아직도 배고프다 앙탈을 하니
31 하느님의 진노가 그들 위에 타올라 그들 중에 건장한 자들을 내리치시고 이스라엘의 젊은이들을 때려눕히셨다.
32 그래도 그들은 더욱 죄를 범하고 이루어주신 기적을 믿지 않았다.
33 그들의 날들을 한숨에 불어버리시니 물거품처럼 그들의 목숨은 사라지고 말았다.
34 이렇게 그들을 내리치시자 그제야 그들은 하느님을 찾게 되었고 다시 돌아와 애걸복걸 그에게 달려들었다.
35 그제야 그들은 기억하였다, 하느님이 그들의 바위이심을. 하느님이 지극히 높으신 분이심을, 그들의 구원자이심을.
36 그러나 입으로는 하느님께 아첨을 하고 혀로는 하느님을 속일 뿐이었으니,
37 그들의 마음은 하느님께 충실치 않았으며 세워주신 계약을 믿지 않았다.
38 그래도 하느님의 사랑은 지극하시어 저들을 멸하는 대신 그 죄를 없애주셨다. 분통을 터뜨리지 아니하시고 화를 참고 또 참으셨다.
39 사람은 한낱 고깃덩어리, 한번 가면 돌아오지 못하는 바람임을 생각하셨다.
40 저들이 사막에서 얼마나 그에게 반역하였던가? 광야에서 얼마나 그의 마음을 아프게 해드렸던가?
41 하느님을 거듭거듭 시험하고 이스라엘의 거룩하신 분을 괴롭혔으며,
42 자기들을 원수의 손에서 구해 주시던 그 날, 그 힘을 그들은 까맣게 잊어버렸다.
43 하느님께서는 이집트에서 표적을 보이셨고 소안 평야에서 기적을 이루셨으니,
44 그들의 강물을 피로 바꾸시어 어디에서도 흐르는 물을 마실 수 없게 하셨다.
45 등에를 쏟아놓아 물게 하셨고 개구리를 풀어놓아 황폐케 하셨다.
46 그들의 소출을 누리떼에게 내주셨고, 애써 가꾼 곡식을 메뚜기떼에게 주셨으며,
47 우박으로 그들의 포도밭을, 서리로 무화과나무들을 두들기시고
48 우박으로 그들의 가축들을, 양떼들을 벼락으로 때리셨다.
49 그들에게 진노의 불을 쏟으셨고 분노와 노여움으로 재앙을 내리셨으니 곧 그들에게 재앙의 천사들을 보내신 것이다.
50 당신 분노의 길을 터놓으신 것이니, 그들의 목숨을 죽음에서 건져내지 아니하시고 그들의 생명을 염병에 부치셨다.
51 이집트의 모든 맏아들을, 그 민족의 꽃이라는 맏아들들을 함의 천막에서 모두 죽이셨다.
52 그리고 당신 백성을 양떼처럼 이끌어내시어 가축떼처럼 사막에서 인도하셨다.
53 안전하게 그들을 인도하시니 백성은 두렵지 않았으나 그들의 원수들은 바닷물이 덮쳐버렸다.
54 하느님은 그들을 거룩한 땅으로, 몸소 자리잡으신 이 산으로 끌어들이셨으며
55 그 앞에서 여러 민족들을 쫓아내시고 이스라엘 지파들에게 땅을 나누어주시어 거기에서 집짓고 살게 하셨다.
56 그러나 이 백성은 지존하신 하느님을 시험하고 거역하여 그의 명령을 따르지 아니하였으며
57 선조들처럼 엇나가서 배신하였고 말 안 듣는 활처럼 변절하였다.
58 산당에 모여서 하느님의 노여움을 샀고 우상을 섬겨 그의 질시를 받았다.
59 이것을 보시고 하느님은 크게 진노하시어 이스라엘을 아예 버리셨으니
60 인간들과 지내시던 장막 실로의 거처를 버려두고 가셨다.
61 당신의 힘과 영광을 드러내는 거룩한 궤를 원수들에게 내주어 끌고 가게 하셨다.
62 당신의 백성을 칼에 내맡기시고 그 백성 소유하셨음을 분히 여기셨다.
63 젊은이들은 불이 삼켜버리고 처녀들은 혼인 노래를 들을 수 없었다.
64 사제들은 칼에 맞아 쓰러지고, 과부들은 곡을 하지 못하였다.
65 주께서는 마침내 잠에서 깨어난 사람처럼, 술로 달아오른 용사처럼 일어나시어
66 원수들을 쫓아가며 쳐부수시고 영원히 그들에게 창피를 주셨다.
67 그러나 요셉 가문은 아예 버리셨고 에브라임 지파를 뽑지 않으셨으며
68 유다 지파를 뽑으셨으니 곧 사랑하시는 시온 산이었다.
69 거기에, 당신께서 머물 거룩한 집을, 땅처럼 영원히 흔들리지 않는 터 위에 하늘처럼 드높이 세우셨다.
70 양우리에서 일하던 다윗을 뽑으시어 당신의 종으로 삼으셨으니
71 어미양을 보살피던 그를 데려다가 당신의 백성, 야곱과 당신 소유인 이스라엘의 목자로 삼으셨다.
72 다윗은 이 백성을 한마음으로 보살피며 슬기로운 손으로 인도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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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9편 다음으로 가장 긴 시편인 78편은 이스라엘 구원의 역사를 상세히 다루었기에 역사 시편이라 불립니다. 이스라엘 역사 가운데 함께 하시는 하느님께 불순종한 내용을 나열합니다. 그들의 조상들처럼 그렇게 하느님을 멀리하지 말라는 교훈적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분량이 너무 길어 읽기에도 버거울 정도고, 특별히 한 구절을 따로 떼어서 묵상하기도 쉽지 않은 시편입니다. 시간을 가지고 천천히 읽어 가다 보면, 구약의 이야기가 떠올려질 것입니다. 분량에 비해서 하고자 하는 교훈의 의도는 금방 파악이 될 것입니다.
78편은 한마디로 하느님의 옛 백성과 그들의 불신앙의 행동을 역사적으로 기술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야곱에서부터 이집트를 나온 후 광야에서의 생활 그리고 가나안에서 살며 다윗을 선택한 이야기가 기술되어 있습니다. 여기서 백성들은 하느님께 정말로 불순종하는 사람들이었습니다. 하느님을 멀리하며 살다가, 그분의 진노로 인해 고난을 겪습니다. 오늘 시편은 이를 하느님과 맺은 약속을 지키지 않는 조상들로 표현합니다.
강한 훈계조인 ‘들어라’라는 말로 시작되는 오늘의 시편은 이스라엘을 엄히 가르치려는 의도가 보입니다. 틈만 나면 하느님의 보호하심을 잊어버리고, 선택된 겨레임을 부정하며 하느님에게 불평하고 반항을 서슴지 않는 이스라엘을 보며 우리를 떠올립니다.
특히나 위기의 순간에 더욱 하느님을 찾기보다는 우리의 생각이 앞서는 경험도 수두룩합니다. 민족 전체의 역사뿐 아니라 우리 각자 삶의 여정에서도 이런 일들이 허다했을 것입니다. 먼저 야훼를 찾고 부르짖고 우리의 허물과 바람을 동시에 아뢰어야 한다고 늘 배우고 생각하지만, 정작 어려움이 닥치거나 힘겨운 일을 만나면 두려움과 불안에 휩싸이기 마련입니다.
각자 개인도 그렇지만 공동체는 이런 불안이 더욱 빠르게 전파되고 증폭됩니다.
우리 자신을 돌아보며 늘 참회하고 성찰하기를 게을리하지 말아야 하겠습니다. 하느님은 그럼에도 우리를 기다려 주시고 용서하십니다. 역사가 이를 증명하고 있습니다. 하느님은 진노보다 사랑이 훨씬 크신 분이십니다. 지금 여기를 사는 우리에게도 그 사랑을 베푸시는 분이심을 잊지 말아야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