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원본 메세지] ---------------------
얼마 남지않은 군입대를 두고 암울하던 인생에 하나의 낙이 생겼는데 그것이 바로 지금 내가 썰을 풀고자하는 요 '네 멋대로 해라'라는 드라마이다.
난 지금도 내가 지금까지 본 드라마중 가장 완성도 높은 드라마를 꼽으라면 당당히 초특급 미니시리즈 'M'을 꼽을 것이다.
솔직히 난 'M'이후의 드라마를 드라마로 보지 않는다.
으 그 진저리 쳐질 정도의 수준낮음들...
그런 내가 이 드라마를 좋아하게 되었다는 것은 정말로 특기할 만한 일이 아닐 수가 없다.
게다가 당 드라마가 리밍을 비롯한 광범위한 팬층을 확보하고 있음을 볼 때(지금 인기검색어 5위가 '네 멋대로 해라'다) 당 드라마를 단순한 드라마로 볼 수 없음을 어느 순간부터 직관하게 되었다.(아니 내가 좋아하는 것과 다른 사람들이 좋아하는 것이 합일할 수 있다니..??!!!)
자, 그럼 각설하고 내가 판단한 바에 의한 당 드라마가 최고일 수 밖에 없는 이유를 하나하나 까발라 보도록 하겠다.
첫째, 캐스팅된 연기자들의 연기되겠다. 아니 연기야 뭐 당연히 받쳐줘야하는 거 아냐? 하는 사람들 분명히 있을 것이다. 그러나 여기 등장하는 캐릭터들이 소화하기 쉬운 인물들이냐하면 그거 절대 아니다. 예를 하나 들어보겠다. 난 그 중에서 가장 빛나는 연기로 한기자 뽑겠다. 누구나 수긍할 수 밖에 없다. ㅋㅋ 공효진의 싸가지 없는 연기에, 이나영의 음울함과 절묘한 조화를 이루는 양동근의 솔직함, 그 밖에 신구를 비롯한 여럿 감초연기자들...아 이세창을 빼먹었군;; 정말 이렇게 캐릭터하나하나가 완벽한 생동감을 가지고 살아움직이는 브라운관... 아 나 이런 거 볼 때 필 마구 감동받아서 눈물찔찔흘리는거 개의치 않는다.
둘째, 사상유래없는 이상한커플 탄생되겠다. 솔직히 이나영, 양동근 절대 안어울린다. 지금까지의 코드하면 물론 이동건, 이나영 커플 자연스레 됨이다. 그리고 양동근이랑 공효진 매우 잘 어울림이다. 근데 시나리오 작가가 이나영이랑 양동근이랑 엮어줬다. 이거 엽기되겠다. 볼때마다 안 어울리는데 그래도 붙여줬다는거... 계속 보면 어울리는거 느낀다. 연기가 이걸 가능케한다. 아 진짜 이럴 때 연기의 힘을 느낀다.
셋째, 부자와 거지의 파격되겠다. 이나영네 집 부자다. 양동근은 거지는 아니지만 잘 사는거 결코 아니고 중산층도 절대 아니다. 옛날 드라마 러브스토리보면 부자는 전부 남자다. 이런 위치가 바꼈다는거 그럴 수도 있지 뭐하고 그냥 지나갈 수 있다. 그런데 여기 나오는 부자는 그냥 부자아니고 밑바닥은 그냥 밑바닥아니다. 이전엔 부자와 밑바닥이 나오는 드라마에서 부자들은 그냥 부자인거 하나로 완벽이었다. 다 잘생기고 집은 화목 그 자체, 한가지 페널티가 있었다면 성질이 드럽다는 것ㅋㅋ. 그런데 여기에선 이나영네 집안 사정 넘 불안하다. 그렇다고 양동근네 집안 사정은 좋으냐 그것도 아니다. 공효진네도 그렇다. 한기자가 약간 예외적이긴 하지만 이 사람도 백마탄 왕자 아니다. 이나영 도와줄려고 음반제작사에 로비하고 그래도 이나영 아직 음반 한 장 못냈다. 이를테면 여기 나오는 설정 모두가 인간적이라는 얘기다. 다 그나마의 아픔을 지니고 살지만 거기에 굴하지 않고 열심히 살려고 노력한다는 것이다.
넷째, 남자주인공이 죽는다. 그것도 불치의 병으로. 이런 류는 어디서 많이 들어본 얘기다. 남자랑 여자랑 둘이서 사랑한다. 보통 사이좋게 사귀기까지가 드라마 반 이상 넘어간다. 그러다가 좀 많이 좋아질라치면 어김없이 여자가 불치의 병이거나 병을 알아도 너무 늦게 알아서 죽어야 한다. 그러면 드라마 보던 사람은 눈시울을 적시기위해서 두루마리 화장지 한 롤정도는 넉넉히 준비해야하고... 아니나 다를까 죽기시작해서 죽을때까지 엄청나게 울어싼다. 아 이 얼마나 상투적인가. 그러나 내가 주목하는 것은 바로 남자주인공이 죽는다는 거다. 드라마는 이렇게 상투적인 러브스토리를 따라가는 듯 하면서 외도를 막해대는 것이다. 이전까지 남자주인공이 병으로 죽는 드라마 나 한번도 못봤다.
다섯째, 악역이 없다. 보통 드라마에 악역은 약방에 감초, 인도카레의 향신료, 곰탕에 무우깍두기격으로 드라마에 적당한 긴장감을 부여함과 동시에 드라마의 원만한 진행을 위해서 빠질 수가 없는 것이다. 벗뜨 여기엔 악역이 없다. 가장 악역이라 할 수 있는 사람이 양동근 좇아다니는 형사다. 한 번씩 나타나서 저 사람이 전과자니 어쩌니 하면서 태클 걸어댄다. 그러면 주위사람은 이런다. 전과자면 어때, 저렇게 잘사는데... 그러면 그 형사 그냥 간다. 아마 앞으로 이 형사 한 번 더 나오기 힘들 것 같다;; 이 형사 다음 약간 악역으로 비칠 수 있는 사람이 한기자다. 그러나 이 역시 안타깝게도, 난 한기자가 전혀 악역으로 보이지 않는다. 이 사람은 다만 솔직할 뿐이다. 자기 감정에 솔직한거 그거 죄 안된다. 재수없기는 하지만. 나 같아도 자기 여자가 딴 남자한테 가면 있는 욕, 없는 욕 다 해대겠다.
결론, 고로 이 드라마는 최고일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약간 약한 것이, 사운드 적인 측면인데, 이나영이 맡고 있는 밴드가 별로 그렇게 성공하지 못해서그럴 수도 있다고 납득이 안가는 바 아니다. 그 노램 좋더만, 나비야~ 어쩌구 하는 노래. 아쉬운 점이 있다면 군입대 땜시 마지막까지 이 드라마를 엔조이할 수 없다는 거, 넘 안타깝다.
P.S.어제 이밍으로부터 온 아홉자짜리 문자.
'주인공은 죽지 않는다'
이밍 주인공이 안죽으면 내가 지금까지 쓴 거 말짱 꽝이야. ㅋㅋ
아 올만에 장문을 썼더니 가슴이 넘 흡족하구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