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클립아트코리아
오전 7시 알람을 맞춰놓고 잠들었는데 6시 50분에 눈이 떠지는 날이 있다. 가끔 알람을 맞춰놓지 않은 주말에도 6시 50분에 깨곤 하는데 왜 이러는 걸까?
먼저 생체시계다. 우리 몸은 낮과 밤의 주기에 따라 체온과 심장박동, 호르몬 분비 등이 바뀐다. 이를 관장하는 유전자가 따로 있다. ‘CLOCK’ ‘MNAL1’ ‘Period(PER)’ 등이다. 이중에서 PER 단백질은 수면 주기에 영향을 끼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PER 단백질의 농도가 높아지면 혈압이 떨어지고 심장박동이 느려져 졸음이 찾아온다. 반대로 PER 단백질의 농도가 낮아지면 잠이 달아난다.
PER 단백질의 농도는 24시간 주기를 갖는다. 실제 PER 유전자가 발현시키는 단백질의 농도가 24시간 주기로 변한다는 사실을 밝혀낸 과학자들이 2017년 노벨 생리의학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24시간 주기는 우리의 반복된 일상을 따른다. 따라서 평소 잠들었던 시간에 깨어 있으면 피곤함을 느끼기 쉽다. 또 일정한 시간에 일어나는 걸 반복하게 되면 쉬는 날에도 평소 일어날 때의 체온과 혈압, 심장박동 상태로 눈을 뜨게 된다. 알람과 상관없이 같은 시각에 깨는 까닭이다.
아침에 일찍 일어나야 한다는 의지나 압박감이 알람보다 먼저 우리를 깨웠을 가능성이 있다. 기상 후 각성 상태에 도달하는 과정엔 코르티솔이라는 호르몬이 관여한다. 코르티솔은 사람이 스트레스를 받아 흥분할 때 분비된다고 해서 스트레스 호르몬이라고 알려져 있지만 꽤 많은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체내 혈당을 생성하고, 기초 대사를 유지한다. 우리가 깨어서 활동하는 데 필수적인 역할을 한다. 이러한 코르티솔은 뇌에서 부신을 표적으로 하는 부신겉질자극호르몬(ACTH)에 따라서 조절된다.
위와 같은 호르몬 분비 과정이 의지의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독일 뤼벡대 연구팀이 한 그룹에는 6시간 후에, 다른 그룹에는 9시간 후에 깨울 것이라고 알려준 뒤 두 그룹 모두 6시간 후에 깨웠다. 연구팀은 실험 참여자가 잘 때부터 깨기까지 호르몬 수치를 측정했는데, 6시간 후에 일어날 것이라고 인지했던 그룹은 깨어나기 1시간 전부터 부신겉질자극호르몬(ACTH) 농도가 점차 증가했다. 깨어난 직후 최고 농도에 이르렀다. 그러나 9시간 후에 일어날 것으로 알고 있다가 갑자기 6시간 만에 일어나게 된 그룹은 깨어난 직후에야 ACTH 농도가 급증했다.
알람보다 먼저 깬다고 걱정할 필요는 없다. 오히려 알람이 울리기 직전에 깨어난다면 호르몬의 조절이 잘 이루어지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오상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