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 초입 송림정 식당근처 얕으마한 언덕과 밭 고랑사이,시냇가... 천지에 부드럽게 자란 이 고운 쑥들을 어이그냥 버려둔단 말인가?
지난주일날. 고구려 중원탑과 흥법사,범천사,청룡사,고달사등의 폐사지를 돌아보았다.
촉촉히 내리는 봄비. 인적없는 적막함. 무너져 내려 옛 흥망을 알 수 없는 폐사지의 고요. 미어지는 슬픈 마음 흘러내리는 빗물에 맡기고 나는 조용히 쑥을 뜯는다.
강사 선생님의 설명은 내 위로 날아가고 선사나 국사들의 사리탑과 윗둥이 부러진 석등 보련 부분이 떨어져간 석탑 아님 폐교된 산골 초등학교 분교 마당가에 넘어져 있어 학생들의 놀이용 의자로 오래동안 사용 되었을 어마어마힌 규모의 당간지주 석. 겨우 이곳이 보통 규모의 절터가 아니라는 걸 알려준다.
이 모든 것들이 우리를 슬프한다.
나는 말없이 쑥만 뜯는다.
토끼풀이 성한곳엔 쑥이 없고 쑥이 성한곳엔 토끼풀이 없다. 쑥은 구황식품으로도 쓰이는 것이니 토끼풀보다는 나으리라.
부드러운 음지쑥을 손으로 꺽어서 뜯기에 손톱밑과엄지 검지는 쑥물로 검어진다.
양지쑥은 질기고 키가 작으며 양기가 많지만 음지쑥은 키가크고 보드러우며 향이 은은하다.
봄에 이렇게 여행다니며 꺽은 팔도의 쑥은 끓는 물에 데쳐 냉동실에 보관 했다가 이듬해 음력 2월초 (음력 2월 1일은 마당쇠의 날) 농사일을 시작할 무렵 떡을 하여 많은 사람들과 나누어 먹는다.
올해는 시어머님 시골에서 올라오실때 동네어른들 모시고 경로잔치 해드리며 작년 쑥 모두넣고 절편을 하여 집에 식사하러 오시는 분들 드리고 박물관 자원봉사자들 수업때 간식으로도 가져가고 철학 모임 공부때 간식 한우리 독서대학 공부할때 간식 현대 미술관 공부할때 간식 장고 치며 민요 부를때도 간식으로 이렇게 여러사람들과나눠먹으며 자랑할꺼다.
"이 쑥 전국 방방곡곡 댕기며 뜯은 쑥인게 온 나라의 모든 기 잘받아서 좋은 일 하며 잘 사세요"
첫댓글 ㅎㅎㅎ 요즘 쥔장의 일상도 그러하네요.
손톱밑이 새까만....
막상막하의 촌부들의 손톱밑...
손녀딸 돌복 만드느라 명주실을 잡으면
좌다 뜯겨요...
손의 까시랑이 땜시...
들일을 허들 말든가
명주옷감을 만지덜 말든가...
욕심은 많아가지구.
정성껏 뜯은 쑥으로 만드신 향기로운 떡이 얼마나 즐겁고 건강한 분위기를 만들지 상상이 갑니다~! 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