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17/11/05 [글로벌 칼럼] (11) 엔도 슈사쿠와 우리의 실수 / 윌리엄 그림 신부 - 우리는 하느님의 진정한 모상을 지니고 있나?

[성기화 요셉]

[글로벌 칼럼] (11) 엔도 슈사쿠와 우리의 실수 / 윌리엄 그림 신부

우리는 하느님의 진정한 모상을 지니고 있나?

발행일2017-11-05 [제3068호, 7면]

엔도 슈사쿠의 소설 「침묵」과 「침묵」을 원작으로 마틴 스콜세지 감독 제작한 영화 ‘사일런스’(Silence)에는 변절한 17세기 예수회 선교사가 나온다. 이 선교사는 제자에게 일본에서 한 선교활동은 실패했다고 말한다. 그는 일본선교는 박해 때문이 아니라 일본 그리스도인들이 선교사들이 가르쳤던 것을 제대로 믿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역설한다.

페레이라는 제자 로드리게스에게 “일본인들이 믿었던 것은 하느님이 아니라 일본의 신을 믿은 것”이라면서 “우리는 오랫동안 이와 같은 사실을 깨닫지 못했고, 이들이 그리스도인이 되었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어 “처음부터 일본 그리스도인들은 우리 하느님을 바꿔 다른 무언가로 창조하기 시작했다”면서 “일본인들은 그리스도교의 하느님을 믿은 것이 아니라 자신들이 왜곡한 하느님을 믿었다”고 덧붙였다.

아마도 이 소설에서 가장 잘 알려진 말은 페레이라가 했던 “이 나라는 늪이다. 늪에 묘목을 심으면 나무 뿌리가 썩기 시작하고, 잎도 노랗게 변색되어 시들어 버린다. 우리는 그리스도교라는 묘목을 늪에 심어왔다”라는 구절일 것이다.

물론 페레이라는 틀렸다. 따라서 엔도 슈사쿠도 잘못된 생각을 독자들에게 전한 것이다.

당시는 물론 현재 서양 선교사들도 ‘그리스도교 묘목’을 심지 않았다. 이들이 생각했고 생각하고 있는 그리스도교 묘목은 실제로는 오래 전에 유럽의 논과 밭에 심었던 것으로 페레이라가 말한 것처럼 일본에서와 비슷한 변모 과정을 거쳤다.

페레이라와 오늘날의 서구인들은 “처음부터 유럽 그리스도인들은 우리 하느님을 바꿔 다른 무언가로 창조하기 시작했고, 유럽인들은 그리스도교의 하느님을 믿은 것이 아니라 자신들이 왜곡한 하느님을 믿고 있는 것”이라고 말하는 것이 더 합당하다. 우리는 페레이라처럼 이런 왜곡에 너무 익숙해져 있다.

미켈란젤로가 시스티나 경당 천장에 그린 하느님의 모습은 그리스도교라기보다는 그리스신화에 나오는 제우스와 더 닮았다. 서구 사회에서 하느님에 대한 일반적인 관념은 산타클로스와 교통경찰을 합친 모습이다. 바로 친절하고 관대한 노인이지만 법규위반을 지켜보는 경찰인 것이다.

뿌리인 이스라엘의 신앙으로 되돌아간다면 우리가 가진 하느님의 이미지를 정화하고, 그리스도교라는 묘목을 올바로 키울 수 있을까?

불행하게도 그렇게 간단하지는 않을 것이다. 창세기에서는 정원을 산책하는 모습으로, 이사야서에서는 동방의 강력한 통치자로, 또 십자가에 매달린 강생한 절대자로 묘사하는 등, 우리는 성경에서 다양한 모습의 하느님을 볼 수 있다.

그렇다면 우리는 하느님에 대한 신앙을 사는 것을 포기해야 하는가? 하느님에 대한 신앙이 쓸데없는 노력일까?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모든 시대에 걸쳐 성인들이 탄생했고 이들은 그리스도교라는 묘목 아래에서 이 땅에서 살아왔다.

올해 일본은 엔도 슈사쿠가 묘사했던 일본의 마지막 박해 150주년이 되는 해다. 당시 그리스도인은 뿔뿔이 흩어졌고, 3414명이 외딴 마을로 추방됐다. 이 중 20%는 순교했다.

하지만 추방됐던 일본 그리스도인들은 페레이라를 놀라게 할 일을 벌였다. 이들은 페레이라와 그의 동료들이 오래 전 심은 그리스도교라는 묘목의 열매가 되어 일본이라는 늪을 바꾸었다. 추방된 그리스도인들은 인내와 친절로 이웃을 감화시켜 이들을 그리스도인으로 만들었다.

사람들의 마음을 깨끗하게 만드는 것이 신앙의 열매다. 분명한 사실은 이들이 심은 묘목이 다양한 나무로 성장해 신앙의 씨앗을 맺고 있다는 것이다.

우리가 하느님의 모습과 하느님을 충분할 만큼 알 수는 없다. 하지만 우리가 지식을 탐구하고 신앙 안에서 기도하며 그리스도교라는 묘목을 키우는 한 이는 부수적인 문제다.

우리가 비유럽 출신의 교황을 모시고 있어 가질 수 있는 장점 중 하나는 더 이상 유럽의 묘목이 신앙이라는 과수원에서 유일한 ‘공식’ 묘목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아시아와 아프리카, 미주, 오세아니아, 심지어 현대 유럽에서 그리스도인은 도전받고 있다. 우리는 다양한 묘목에서 신앙을 찾아 열매를 맺고, 새롭게 하느님 신비를 경험하고 표현해야 한다.

※윌리엄 그림 신부는 메리놀 외방전교회 사제로서 일본 도쿄를 중심으로 활동하고 있다. 일본 주교회의가 발행하는 주간 가톨릭신문 편집주간을 지내기도 했다. 현재는 아시아가톨릭뉴스(UCAN) 발행인으로 여러 매체에 칼럼을 기고하고 있다.

윌리엄 그림 신부(메리놀 외방전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