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대성 원리
최 병 창
큰아들이 사다 놓은
포장도 뜯지 않은
먹음직하고 향기로운
복숭아하나를 입에 덥석 물었네
새콤하고 달큼한 입맛이 혓바닥을 간질이며 연신 물오른 햇잎 같이
입가를 맴돌았네
곰곰이 생각해 보니
단맛이 가득한 황도 맛이 씹으면 씹을수록 향기로운 맛이 아니라 쓰디쓴
소태맛이었음을 알게 되었으니
어찌 그랬을까
그때서야 난 알았네 하나를 먹어보라는 아비의 권유에도 아버지나 많이
드시라는 말이 목구멍에 걸렸기 때문이네
젊은 시절 나도 내 아버지께 과연 그랬을까 입에 물고 있던 복숭아 조각들이
울컥하고 쏟아지면서 입 밖으로 튀어나왔네
주는 것과 받는 것
나도 그랬고 내 새끼도 그랬듯 상대적인 것은 아무것도 변하지 않았네
내가 내 아버지 생전을 부끄럽게 받들었듯 내 새끼도 제 아비를 열심히
챙긴다는 것
며칠 동안 복숭아를 먹지 못했네 도무지 목구멍에 넘어가질 않으니
그것도 문제 이긴 하지만
앞으로는 새끼한테
어떤 것이든 먹고 싶고
하고 싶다는 말을 조심해야 했네
아무리 인사치레나
목구멍이 포도청이라 할지라도.
< 2023. 08. >
배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