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내리던 날
김 난 석
아이야
눈을 그러모아 사람을 만들려느냐
아니다
이렇게 쌀쌀한 날엔
애만 쓴단다
하느님의 온기를 기다리든지
네 입김이라도 불어넣어 보렴
그러면 주먹만 한 것이야
못 뭉치겠느냐
시작은 늘 그렇게 하는 거란다. / 졸 시 "싸락눈" 전문
눈이 내린다기에 올림픽 공원에 나가 봤다.
집 앞 좁은 골목에 사르락 사르락 내리는 눈보다
너른 공원에 펑펑 내리는 눈 구경을 하고 싶었던 것이다.
그러나 날씨가 쌀쌀해서 그랬던지
함박눈이 아니라 싸락눈이었다.
추운 날엔 습도가 낮아
눈이 내리는 중에 뭉쳐지질 않으니
가는 눈일 수밖에 없다.
눈이 내리다 그치니
공원 관리인은 빗자루 들고 눈길을 내고
어린이는 손으로 눈을 긁어모으고 있었다.
아마도 눈사람을 만들어볼 요량이었을 것이다.
날씨도 추운데 저렇게 손으로 긁어모아
눈사람을 만들 수 있을까?
그러나 그건 그 어린이의 세계이니
가만히 들여다보다 물러나고 말았다.
자연현상은 다 때가 있다.
꽃눈 뜨다 꽃이 피는 때,
꽃이 지고 열매가 맺는 때,
잎이 다 지고 겨울을 나야 하는 때.
인간사 마찬가지니
두 손으로 기어 다녀야 하는 때,
한 발 두 발 걸음마 하다 넘어지기도 하는 때,
두 발로 힘차게 내달리는 때.
그런 때를 거스르면 어찌 될까?
괜히 애만 쓰게 된다.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 한다.
참으로 절묘한 말이다.
스스로 돕지 않는 사람을 하늘이 어찌 알고 도우랴.
그러나 때를 알지 못하고 애만 쓴다면?
그것도 하늘이 도울 리 없을 것이다.
그렇다고 한없이 때만 기다려야 하는가?
아니다.
작은 정성이라도 쏟아부어야 한다.
그러면 그게 하늘을 움직이게 하리라.
그래서 시작이 반이란 말도 하는 것 같다.
하늘의 때를 알고 정성을 쏟고,
정성을 쏟아 하늘의 도움을 청하고,
그러는 가운데 이룸도 있는 것이니
어느 게 먼저랄 것도 없이
하늘의 때와 인간의 정성을 맞물려 돌아가게 할 일이다.
땡땡 추운 날에 참 쌀쌀맞은 눈이 내리고
눈에 얽힌 추억은 오르락내리락한다.
어떤 회원은 눈길에서 일어났던 역경을 토해냈다.
그래서 나는 그런 역경을 이기고 여기까지 온 걸
행운이라 화답했다.
어떤 회원은 눈길로 뛰어나가며 노래를 불렀다 한다.
아다모의 '눈이 내리네' ~
그도 그럴 것이 그네는 가수가 아니던가.
눈이 내리네~
그님은 오지 않고~
풍차만 도네~
나는 천재시인 백석을 떠올린다.
나는 나타샤를 사랑해~
눈은 푹푹 내리고~
흰 당나귀를 타고 산골로 가자~
백석의 시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의 한 구절이지만
눈 내리는 걸 보고 저마다 감회가 다를 수밖에 없다.
자연을 극복하는 인간승리의 삶,
내리면 떠오르는 회한의 삶,
혼탁한 현실에서 도피를 꿈꾸는 몽환의 삶,
그중에 나는 자연과 화해하는 삶을 꿈꾼다.
2025. 2. 8. 도반(道伴)
첫댓글 올림픽 공원엘 나가 보셨군요
좋은 곳에 사십니다
이제는 눈이 무섭습니다
낙상할까봐 외출도 자제합니다
이젠 그게 제일 무섭지요.
제아내는 낙상해 팔이 부러져서 제가 밥차려먹습니다.ㅎ
올림픽공원 요?
제가 한번 초대하렵니다.
많이 가본 올림픽 공원
파란잔디 일때 주로 갔지요
눈내린 공원의 어린아이와
빗자루 들고 가는 저분
한컷 잘 하셨네요
저분요?
그건 세상인심
무관심이지요.
파란잔디일때요?
그때 안단테 님 초대할게요.
난석이란 닉으로 올리셨던 때 부터 그 유려하신 필력에 허꺼덕 했심데이
분명 그 시절 눈 내리는 날 코트깃 세우시고 눈길을 걸었던 모습에 많은 여심 들이 심쿵 했을거라 ~~유추 해 봅니다 ^^
아이구우 상상도 참
이쁩니다.ㅎ
오는 15일에 카페 시산제를 하는데 와서 노래 한자락 불렀으면 좋겠네요.
사진은 지지난해 시산제 때 양띠들 모습입니다.
노자가 없으면 도반이~
88올림픽 때 엄마랑 오빠가 거기 사셔서 올림픽 구경 잘 했던 생각나네요.ㅎ 이제 내가 엄마 모습이 되었네요. 강건하십시오.
그때 반상회할때 난 엄마랑 오빠를 본일이 없는데~~~?
심심해서 해본소리지만,ㅎ 날풀리면 한번 와요.
좋은 글을 가슴에 품습니다.
행동하지 않은 생각은 그냥 생각일 뿐이죠
오늘 운이 좋다고 그냥 가만히 있으면 운이 오늘 것이 아니듯
운이 좋은날은 더 열심히 하여 그 운을 받아야 하는 것이죠
가슴에 닿는 글 추천하고 갑니다 선배님 감사합니다^^
나도 그렇지만
박희정 님은 더 좋은 때를 살아갑니다.
좋은 일 많이 하시길~
아이고
이 아름다운 글을 못읽고 지날 뻔 했네요. ㅎ
백석의 시를 읽으니
고적한 길상사도
떠오릅니다.
자연과
인간과 화해하는 삶
저도 꿈꿉니다.
건강하세요.
별말씀을...
그러고 보니 별꽃에 이어 길상사의 붉은 꽃무릇도 떠오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