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출마 선언을 하는 국민의힘 대선주자 최재형 전 감사원장을 두고 ‘엄근진’(엄격·근엄·진지) 이미지를 떠올리는 이들이 많다. 판사 출신인 데다 그간 국회 국정감사 등에서 의원들의 날 선 질의에 동요 없이 답변하는 모습이 대중에게 알려져서다.
2017년 감사원장 인사청문회에선 최 전 원장을 둘러싼 각종 미담이 알려지면서 여당 의원이 “미담 제조기”(박홍근 민주당 의원)라는 별명을 붙여주기도 했다. 정치권에선 ‘범생이’ 이미지라는 평가도 있다. 하지만 최 전 원장과 가까운 인사들은 “알고 보면 유쾌한 사람”이라고 입을 모은다.
유아 시절 부친 최영섭 전 예비역 해군대령과 경남 진해의 함선 갑판에서 찍은 사진. 오른쪽이 최 전 원장이고 왼쪽은 최 전 원장의 큰형 최재선씨다. 최 전 원장은 사진을 촬영한 장소를 진해 앞바다로 기억했다. [최재형 캠프 제공]
최재형 전 감사원장의 고등학교 시절 서울 동교동에서 찍은 가족사진. 뒷줄 오른쪽이 최 전 원장이다. [최재형 캠프 제공]
최 전 원장은 경남 진해에서 4남 중 둘째로 태어났다. 부친인 최영섭 전 예비역 해군대령은 6·25 전쟁에서 해군의 첫 승전고를 울린 대한해협해전에 참전한 전쟁 영웅이다. 지난달 8일 숙환으로 별세했는데, 최 전 원장에게 “대한민국을 밝혀라”는 자필 유언을 남겼다. 최 전 원장은 주변에서 존경하는 인물을 물을 때면 “아버지”라고 답하곤 했는데, 최 대령은 자서전에서 “‘훌륭한 사람이 얼마나 많은데 아버지를 존경한다는 녀석이 세상에 어디 있느냐’고 한소리 하자 재형이는 빙그레 웃기만 했다”고 회고했다.
1969년 서울 남산초등학교 졸업식에서 졸업 축하 꽃다발을 든 최재형 전 감사원장. [최재형 캠프 제공]
경기고 2학년 시절 친구들과 대천 해수욕장에 놀러가 바닷가에서 기타를 치고 있는 최재형 전 감사원장. [최재형 캠프 제공]
고등학교 1학년 때 서울 도봉산을 등산하며 두 손을 주머니에 넣고 포즈를 취하는 최재형 전 감사원장. [최재형 캠프 제공]
최 전 원장은 이후 부친이 예편하면서 가족들과 서울 회현동에 잠시 자리를 잡았고, 서울 중구의 남산 초등학교, 강동구의 한영 중학교를 거쳐 경기고에 입학했다. 최 전 원장의 죽마고우인 강명훈 변호사는 “단지 공부만 하던 친구가 아니었다. 기타도 열심히 치고, 축구를 할 땐 매번 골키퍼를 맡았다. 다른 친구들을 배려하는 마음이 깊어서 다들 재형이를 좋아했다”고 말했다.
최재형 전 감사원장이 1982년 결혼 전 아내 이소연씨를 데리고 처음 집을 찾아 가족들에게 소개하던 당시 모습. 최 전 원장 지인은 “온 가족의 시선이 집중돼 다소 긴장한듯 수줍은 모습의 아내 이소연씨와, 이를 아는지 모르는 지 태평하게 웃으며 책을 꺼내 읽는 최 전 원장의 모습이 관전 포인트”라고 전했다. [최재형 캠프 제공]
1983년 육군 법무관 임관식 당시 최재형 전 감사원장과 아내 이소연씨. [최재형 캠프 제공]
최 전 원장 삶을 관통하는 핵심 키워드는 가족이다. 아내 이소연씨는 부친 친구의 소개로 만나 1983년 3월 결혼했다. 최 전 원장이 27살, 이씨가 23살 때였다. 최 전 원장은 결혼 전인 1982년 이씨와 함께 서울 동교동 집을 찾았는데 당시 모습이 사진에 남아 있다. 최 전 원장과 가까운 한 지인은 “온 가족의 시선이 집중돼 다소 긴장한듯 수줍은 모습의 아내 이소연씨와, 이를 아는지 모르는 지 태평하게 웃으며 책을 꺼내 읽는 최 전 원장의 모습이 관전 포인트”라고 설명했다.
2019년 최재형 전 감사원장 가족이 명절 모임에서 국민의례를 하는 모습. 맨 뒷줄에 서 있는 사람이 최 전 원장. 가족 모임때는 국민의례를 하고, 애국가를 4절까지 완창하는 게 최 전 원장 가족의 전통이다. [최재형 캠프 제공]
최재형 전 감사원장의 부친 최영섭 전 예비역 해군대령이 손주들과 함께 찍은 사진. 최 대령은 1990년대 방학 기간마다 손주들을 집으로 불러 예의범절을 가르치는 '훈육 캠프'를 했다고 한다. [최재형 캠프 제공]
최 전 원장의 가족은 ‘애국 집안’으로 알려져 있다. 명절 때 가족 모임이나 식사를 할 때면 부친 최 대령의 주도로 국민의례를 하고 애국가를 4절까지 완창하는 게 집안 전통이다. 최 전 원장은 육군 법무관 출신으로 다른 형제 셋도 육해공군에서 장교로 복무해 병역 명문가로 불린다.
최재형 전 감사원장이 둘째 아들 진호씨와 2006년 가족여행 도중 배 안에서 새우깡을 입에 물고 장난스레 사진을 찍고 있다. 최 전 원장은 슬하에 2남 2녀를 두고 있는데, 두 딸을 키우다가 2000년과 2006년 두 아들을 입양했다. [최재형 캠프 제공]
2016년 해군에 복무 중인 첫째 아들 영진씨와 경남 진해의 해군기지에서 찍은 사진. 왼쪽부터 최 전 원장과 아내 이소연씨, 장남 영진씨. [최재형 캠프 제공]
휴가 나온 최재형 전 감사원장의 장남 영진씨와 부친 최영섭 전 예비역 해군 대령. 최 전 원장이 사진을 찍었다. [최재형 캠프 제공]
최 전 원장은 슬하에 2남 2녀를 두고 있다. 두 딸을 키우다 2000년과 2006년 두 아들을 입양했다. 당시 부부는 한국입양홍보회 사이트에 두 아이의 입양 성장일기를 올렸는데, 아이들이 커가는 모습과 훈육에 대한 고민을 고스란히 담았다. 당시 부부가 올린 글의 한 대목이다.
“진호(둘째 아들)가 친구의 엄마에게 ‘저는 엄마 배에서 안 나왔대요’라고 말했다고 한다. 그래서 유치원 선생님에게 혹시라도 기회가 되면 진호에게 ‘가족이 되는 것은 여러 가지 방법이 있다’는 것을 넌지시 말씀해주시기를 부탁드렸다.”
최 전 원장의 장남 영진씨는 이경 전 민주당 부대변인이 '아이 입양을 더는 언급하지 말라'는 취지로 최 전 원장을 공격하자, 지난달 20일 페이스북에 “입양 전에는 고아라는 점이 부끄럽고 속상했지만, 아빠와 제가 부딪히고 이겨냈기 때문에 부끄럽지 않고 당당하다”는 반박 글을 올렸다.
사법연수원생 시절이던 1982년 경북 청도군에 봉사 활동을 갔던 최재형 전 감사원장이 코 주변에 강아지풀을 붙이고 장난스러운 포즈로 사진을 찍고 있다. [최재형 캠프 제공]
서울고등법원 부장판사 시절인 2016년 필리핀에서 선교 봉사활동을 하며 바람개비를 만들어 현지 아이들과 놀아주는 최재형 전 감사원장. 최 전 원장 지인은 ″현지 아이들에게 인기가 정말 많았다″고 전했다. [최재형 캠프 제공]
최 전 원장을 얘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또 다른 키워드가 봉사다. 기독교 신자인 최 전 원장은 그동안 국내와 필리핀 등에서 여러 차례 봉사 활동을 했다. 캠프 관계자는 “해외 봉사 때 최 전 원장이 바람개비를 만들어 현지 아이들과 놀아주면서 ‘바람개비 할아버지’라고 불리며 인기가 많았다”고 전했다. 최 전 원장은 국민의힘 입당 뒤 첫 일정으로 부산을 방문해 김미애 의원, 아내와 함께 쓰레기를 줍는 봉사활동을 했다.
최재형 전 감사원장은 수준급 탁구실력으로 알려져 있다. 오른쪽이 최 전 원장. [최재형 페이스북]
최 전 원장의 취미는 탁구다. 탁구의 재미에 빠진 뒤 일과 뒤 틈틈이 연습하며 실력을 쌓았다고 한다. 최근엔 페이스북에 수준급 탁구 실력을 공개하기도 했다. 캠프 관계자는 “지금도 아내와 아침에 탁구 연습을 하는 게 최 전 원장의 낙”이라고 전했다. 탁구를 하기 전엔 테니스도 했다.
서울대 법대 재학 시절 캠핑을 놀러가서 찍은 사진. 맨 위가 최재형 전 감사원장이고, 맨 아래에 앉아있는 학생이 강명훈 변호사다. 가운데는 같은 교회를 다니던 김추인 목사다. [최재형 캠프 제공]
최재형 전 감사원장과 죽마고우인 강명훈 변호사(왼쪽). 강 변호사는 최 전 원장의 후원회장을 맡았다. [최재형 캠프 제공]
최 전 원장의 후원회장은 50년 지기 강명훈 변호사가 맡았다. 소아마비로 거동이 자유롭지 않은 강 변호사를 고등학생 시절 최 전 원장이 2년간 업고 등·하교했다. 최 전 원장은 지난 1일 페이스북에 이런 글을 올렸다.
“명훈아. 50여년 함께 살아오면서 내게 많은 힘이 돼 주었는데, 제일 힘들 때 앞장서 주었구나. 고맙다.”
[출처: 중앙일보] [단독]가족모임땐 애국가 4절까지 부른다…사진속 최재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