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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콰아아아앙!!!
요란한 굉음과 함께 창문에 금이 쩌억 갈라지고 온 땅이 진동한다. 침대에 누워 한창 깊은 잠에 빠져들었던 리온은, 갑작스러운 충격음에 놀라 자리에서 일어났다.
“무.. 뭐야?!”
아직도 채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허둥지둥 자리에서 일어난다. 창문에 금이가고, 집안의 장식물들이 어지럽게 쓰러져 있는 걸 보고나서야, 뭔가 큰 충격이 있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지진? 뭐가 폭발했나?”
호기심에 창문을 열어 바깥을 확인하려 했으나, 창문은 열자마자 곧 닫을 수 밖에 없었다. 엄청난 양의 먼지가 방안으로 들어오려 했기 때문이다. 바깥이 보이지 않는 이유는 어두워서가 아니라, 바깥에 뿌옇게 피어오른 먼지 때문이라는 것을, 그제서야 알 수 있었다.
“대체 무슨일이 일어난 거야....”
답답함과 함께 왜인지 모를 불안함이 가슴 깊은곳에서부터 꿈틀거리며 엄습해 온다. 리온은
주먹을 그러쥐며, 먼지의 안개로 어둑한 창문 저편을 응시했다.
Episode-1.
어슴프레 날이 밝은 새벽녘. 충격이 있던 직후에 즉시 출동한 소방서/군 관계자들은 주변 상황을 정리함과 동시에, 특별 팀을 구성하여 충격의 진원지에 존재하는 물체를 현장에서 조사하고 있었다. 특수보호복으로 온몸을 감싼 몇 명의 인원이, 땅에 반쯤 파묻힌 금속의
황금빛 구형물체를 이리 저리 돌아다니면서 바라보고 있다. 땅에 파인 부분까지 생각한다면, 지름만 족히 8m는 될 것이다.
“대체 이게 뭐지?”
“글세... 아니 대체 이런게 어디서 떨어진거야?”
사진을 찍고 투시 레이저 카메라 등으로 내부를 보려고 해도 도무지 볼수가 없다. 우주에서 낙하한 물체가 아니겠느냐 하는 얘기가 가장 가능성이 높아보였지만, 이 물체에는 대기권을
돌파할 때 생기는 흔적이 전혀 남아있지 않았다. 고열에 대인 흔적도, 식은 흔적도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리고 우주에서 낙하했다면야 생기는 크레이트.. 그러니까 땅의 패임이 이렇게 약하지 않을 것이다.
타당한 반박이지만 오히려 그로 인해 현장에 있던 연구진은 더더욱 머리를 싸맬 수 밖에 없어졌다. 그렇다면 대체, 어느 누가 무슨 목적으로 이러한 물체를 도시 한가운데에 낙하 시킨단 말인가? 테러리스트의 폭탄이 아닐까 하는 얘기도 있었지만, 이만한 폭탄을 땅에 투하하여 물질 피해를 입힐 바에야, 더 적은 돈을 투자해서 소형폭탄을 터뜨리는 것이 더 큰 피해를 줄 수 있을 것이라는 반박이 나왔다. 실제로, 구체가 낙하하고 나서 생긴 피해라고는 충격파에 의한 유리창문과 유리문의 파열, 그 외의 수도관의 균열 등이지, 그리 심각한 피해는 일어나지 않았었다. 무엇보다도 다행히. 인명 피해가. 투시도 할 수 없고 그 무엇도 할 수가 없다면, 현장에서 제 아무릴 머리를 굴려봐야 나오는 것은 탁상공론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현장에 모인 연구진은 다들 현실적인 연구를 우선시 하는 사람들이지 한가지 물체를 두고 머리를 짜매 스스로의 결론에 달하는 철학에는 흥미가 없는 사람들 이었다. 약간의 조사 후, 그들은 이 물체를 옮겨서, 자세히 조사해 볼 것을 결의 했다.
“그런데... 이녀석 운반하는 건 누구한테 허가를 받아야 하나?”
현장에 나와있던 연구진중 한 사람이 질렸다는 표정을 지으며 주변의 동료들에게 의견을 구했다. 하늘에서 갑자기 똑 떨어진 이 구형물체. 대체 이녀석을 누구한테 허락받고 옮겨야 할까? 괜히 뒤집어 써서 이 금속 덩이의 소유주가 되기는 싫은데...
“뭐야... 저게. 구슬? 아니 뭐지?”
현장 주변의 고층빌딩. 어제의 사건이후 한숨도 못잔 리온은 먼지가 걷히자 마자 집안에 있는 카메라를 들고 무작정 바이크를 움직여 이사람 저사람에게 물어 소리가 난 방향을 향해 달렸다. 덕분에 이미 현장에는 소방관들을 비롯한 경찰/ 군인들 까지 출동한데다가 이런걸 놓칠리 없는 방송인들까지 한 대 몰려 북새통을 이룬 후였다. 그 사이에 파고들 용기도 없었을뿐더러, 말리려는 경찰/군/소방관과 몸싸움을 벌이는 기자들의 틈바구니에 들어가고 싶은 생각은 추호도 없었기에, 리온은 건물 옥상으로 향하기로 했다. 저곳에서 라면, 조금 더 자세히 볼 수 있을거야. 하는 마음에.
그리고 실제로, 옥상에서 현장을 내려다 본 리온은 깜짝 놀랐다. 저런 물체가 있다는 얘기는 들어본적이 없었다. 황금색으로 빛나는 구체는, 그 크기를 짐작케 하듯 반쯤은 땅에 묻힌 듯 했다. 거의 무언가에 이끌리듯 사진을 찍어서, 카메라의 기능을 활용. 최대한 줌 을 당긴다.
“알 수가 없네....”
카메라에 찍힌 사진을 PPC(개인용 소형 컴퓨터. 노트북과 핸드폰을 적당히 융합시킨, PDP의 소형 진화 형태)에 전송한 후, 등록된 전화번호중에 몇몇 을 찾아서 사진을 전송한다.
‘다들 이게 뭐라고 생각해? 어제 우리 동네에 떨어진 건데 현장에서 봐도 알 수가 없어.’
라는 메시지와 함께.
생각보다 빠르게 답문들이 날아오기 시작한다. 다들 어젯밤의 그 충격 이후로 잠을 제대로 못잤는지도 모를 일이다. 현장까지 달려올 마음이 든건 리온 뿐인것 같지만. 대부분의 메시지 내용은 ‘이게 뭐냐’하는 반응이었다.
자 지금부터 어떻게 한다냐... 습관처럼 PPC를 열어 시계를 확인하려 했더니, PPC가 먼저 반응을 보였다. 요란한 소리를 내며 남들에게는 그리 들려주고 싶지 않은 요란한 음악을 울려대며 진동을 시작한 것이다. 표시된 시계는 오전 7시30분. 그리고 소형 터치 스크린에는 이러한 메시지가 표시되었다.
[일어나. 학교가야지.]
..아 그렇구나. 학교가야지.
옥상에서 내려오자, 처음과는 달리 어느정도는 현장이 정리된 분위기 였다. 그렇게 막으려 하던 파와 돌입하려던 파로 나뉘었던 벽은 보도허가와 함께 가볍게 허물어져 버렸고, 투입된 연구진 마저 두손 들은 지금, 현장에는 여지껏 남은 몇몇 방송국의 기자들과, 역시 현장 정리를 위해 남은 몇 명의 군/경찰 병력을 제외하고는 현장을 떠났다. 그냥 들어가려던 리온은, 누구하나 현장을 제지하는 사람이 없는것을 알게되자, 슬몃 호기심이 동했다. 마침 카메라도 들고 있겠다, 3달치 아르바이트 비를 부어 산 이 카메라는 나름 전문 사진기자 처럼 보이게 해줄 마법의 아이템이 되어줄 것이다.
일부러 몸가짐을 어른스럽게 가진 후, 종종 걸음으로 슬쩍 기자들 사이에 섞여 본다.
“굉장하네요 이거. 대체 뭐래요?”
“몰라. 나중에 투입된 연구진들도 현장검증은 포기했다고 그러더라구.”
사진찍는데 열중하던 사진기자와 문답을 주고 받으며 제법 그럴 듯 하게 사진을 찍는다.
가까이서 볼수록 더 신기한 녀석이었다. 황금빛의 표면이 태양을 반사하며 아스라이 빛나는 그 모습이 무언가 사람을 끌어 당기는 듯한 느낌을 준다. 번쩍이는 플래쉬가 반복되면서,
차츰 그 속도가 느려지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시간이 천천히 흐르는 듯한, 이 세계와 다른 세계가 이어지는 틈에 있는 것 같은....팟! 하고 일순간에 여러 이미지가 한꺼번에 머릿속에 나타났다가 사라진다. 갑자기 일어난 괴현상에 자신도 모르게 다리힘이 풀리며 그만 자리에 주저 앉고 말았다.
“어.. 어이. 괜찮아?”
“아.. 네... 네.”
사진기자가 갑자기 주저앉은 리온을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바라보았다. 리온은 그저 고개만 끄덕일 수 밖에 없었다. 대체 방금 그 이미지는 뭐였을까? 오래된 성과.. 오래된 도시를 덮치는 거대한 해일. 하늘을 뒤덮은 거인들... 불바다가 되어버린 대륙...
자리에 멍하니 주저 앉은체. 리온은 일순간 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머릿속을 완전히 점령해 버린 그 이미지에 눌려 자리에서 일어날 수가 없었다.
“환상?”
“응. 뭐랄까 뭔가. 엄청난 무언가가 팟 하고 갑자기 머릿속에 파바박 떠오르는 그런 느낌!!
알겠어?”
“모르겠어. 사진 찍다가 무슨 영감이라도 얻은거야?”
그날의 점심시간, 리온은 학교의 친구이자 반은 연인이자 1년선배인 세이를 만나 아침에 격은 일들을 이야기 하는 중이었다. 세이는 리온의 애매한 설명에 고개를 갸우뚱하며 얼굴을 찡그렸다. 도대체 무슨 이야기 인지... 아침부터 그렇게 난리를 격고 왔으면서 피곤한 기색은 하나도 없다.
“너 혹시 꿈꾼거 아니야?”
“아니라니까. 뭐라고 해야하나.. 마치 시간이 잠깐 정지한 듯한 느낌이었다고 해야하나.. 아무튼 그랬었어. 아... 뭐라고 설명해야 하지.”
머리를 벅벅 긁으며 답답해 한다. 세이는 그런 리온을 보며 미소지었다. 솔직하고, 뭔가 전하려 하고, 꾸밈없이 전하려 하는 모습이 좋았다. 그런 상대에게는, 자신도 진심으로 자신을 보여 줄 수가 있다. 그래서, 세이는 리온을 좋아했다. 리온도 세이를, 있는 그대로 상대해 주기 때문에.
“그러니까. 뭔가 생각도 못한게 머리에 떠올랐다. 라는 얘기지? 거기서?”
“..어. 그거야 그거! 내가 떠올린건 아닌데 파바박 하고 떠오르는 듯한...그런거!!”
세이가 알아듣는듯 하자, 리온은 손가락까지 퉁기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걸 그렇게 전하고 싶었을까. 워낙에 밝은 성격이고 자기감정에 솔직한 줄은 알지만, 가끔 이런 모습을 보면 재미있다고도 생각한다. 그런데, 대체 이 아이는 뭘 본걸까?
“그래서. 어떤 이미지들 이었는데?”
“어... 그러니까....”
어디서부터 얘기를 해야 하는지 가늠하기 어려워서, 리온은 그냥 계속 머리에 남은 이미지를 단편적으로 세이에게 설명했다. 불타오르는 대륙과, 검은 하늘을 뒤덮은 금빛의 거인들. 오래된 성이 있는 고대의 도시를 뒤덮어 버리는 해일... 세이는 처음에는 얘가 만화를 너무 봤나 하고 생각했지만, 리온의 표정이 너무 진지해서 농담으로 넘겨버릴 수 도 없게 되었다.
“그게 그... 쇠로된 구슬을 보다가 갑자기 떠오른 이미지란 말이야?”
“응. 어째서인가 팍. 하고 머릿속에 떠올랐어. 뭔가... 의미가 있는 걸까?”
“지금까지는 그런 적 없었지? 리온이 이런 얘기 하는건 처음 이잖아.”
“응. 나도 처음이니까. 친구녀석들은 도움이 안되고. 세이라면 알아 줄 거라고 생각했어.”
세이라면.. 이라고 생각해 주는 부분이 기뻤다. 자신을 특별하게 생각해 준다. 라는 것. 누군가에게 그러한 존재가 될 수 있다는 건 즐거운 일이다.
“리온. 너도 다음 수업으로 끝이지? 수업 끝나고 같이 가보자. 거기.”
“거기?”
“응. 나. 리온이 뭘 봤는지 궁금해. 나도 보고 싶어.”
“알았어. 같이 가보자. 그럼 뭔가 더 확실하게 떠올릴 수 있을지도 몰라.”
“인류의 역사에서.. 오늘날처럼 지구가 ‘국경’과 ‘인종차별’이라는 게 없이 하나가 된 역사는 그리 길지 않습니다. 여러분은 아마 상상하지 못하겠지만... 300년 전만 하더라도, 지구 상에는 수없이 많은 ‘나라’라는 집단이 존재했습니다. 일정의 땅과 국민들로 구성된, 지금의 지역 자치제 같은 것들이 ‘정부’를 이루어 그 나라를 다스렸지요. 역사적으로도 수없이 많은 국가들이 생성과 소멸을 반복했습니다. ‘전쟁’이라는 것을 통해서지요. 정말로 무익한....”
교양 시간이 언제나 그렇듯이 조는 학생이 태반이다. 리온은 인자하고 마음씨 좋은 역사학 교수에게 아무런 불만이 없었지만, 수업시간에 행하는 이 고문에 가까운 최면만큼은 사양하고 싶었다. 더더욱이 두려운 것은, 이 작고도 일정한 템포의 목소리가, 어째서인가 귓가에서 쉬이 잊혀지지 않고 계속해서 울려 퍼진다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보자면, 아마 그 어떠한 교수보다도 강의의 실력이 있는 교수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수반하는 정신적 고통도 어마어마 하지만...
“세이는 굉장하네... 안 졸려?”
“난 재미있는걸. 역사라거나. 공부하면 할수록 재미있지 않아? 옛날에는 지금과는 다른 느낌의 [세계]가 존재했었다는 거야. 인종이니 어느나라 사람이니 하고 구별하면서 서로 다른 문화를 발전시키던... 지금은 통합되어 좋은 세상이긴 하지만, 그 때에는 그때의 멋이 있었을 거라 상상하곤 해. 그럼 재미있잖아?”
“...역시. 난 모르겠다.”
세이의 확실한 말에, 리온은 고개를 설래설래 저으며 쓰러지듯 책상위에 엎어졌다. 세이도 딱히 그런 리온을 제지하려 하지 않았다. 이윽고 엎드려 퍼져버린 리온의 머리를, 세이는 살며시 손을 뻗어 부드럽게 쓰다듬었다.
난관이었다. 그 어디에도 고리를 걸만한 곳이 없는 완벽한 구체이기에 크레인을 이용하려 해 봐도 땅에서 끌어 낼 수가 없었다. 땅에 완벽하게 박혀있는 쇠로 된 대형 구슬을 꺼낼 방법이 없었던 것이다. 땅을 파서 꺼내자는 의견이 나왔지만, 작업인부를 조달해야 하는 데다가 또 그러한 작업을 시키기에 들어가는 돈이 너무 컸다.
현장에서 어떻게든 해결을 볼까. 하는 이야기가 오고 갈 때 즈음 하여, 마치 그곳에 남은 사람들을 위한 것처럼, 구슬에 변화가 일어나기 시작했다. 구슬의 전 면에 걸쳐서 푸른빛의 ‘선’이 갑자기 빛을 발하며 생기기 시작한 것이다. 마치 면을 따라 흐르듯 파란 선이 하나, 둘 천천히 그 수를 늘려가기 시작한다.
갑작스럽게 일어난 변화에 현장에 남은 사람들은 온몸에 긴장을 느끼며 조용히 추이를 지켜보았다. 차츰 약했던 푸른 빛이, 이제는 주변에 그 푸른빛이 비춰질 정도로 차츰 강하게 빛나기 시작했다. 한 사람 두 사람, 그 빛의 강렬함에 불안함과 두려움을 느끼며 뒷걸음질 치기 시작한다. 이윽고, 거의 구 저체를 뒤덮듯 하는 무수한 푸른 선이 구 전체를 뒤덮었을 때, 진정한 [변화]가 일어났다.
낮시간의 한적한 도로를, 리온과 세이가 탄 바이크가 달리고 있었다. 두 사람 모두 헬멧을 쓴 채로, 세이가 리온의 뒤에 앉아 매달리듯 리온의 등뒤에 바싹 붙어있다. 지루했던 수업이 끝나자 마자, 세이가 리온을 깨운 것이다. 학교와 현장 사이에는 바이크로도 30분은 달려야 할 정도로 거리가 있었기 때문에, 리온은 적정보다는 조금 더 높은 속도를 내고 있었다.
“너무 밟는거 아냐?!”
“괜찮아 이정도는!!”
“나 치마 입었는데!!”
“펄럭이는 스커트 아니니까 괜찮잖아!!”
“자세가 불안해서 무섭단 말이야!!”
그 말에 리온은 그제서야 조금 속도를 늦추었다, 아무래도 치마를 입다 보니 두다리 쩍벌리고 걸터앉는 자세를 취할 수가 없었기에, 세이는 비스듬히 옆으로 앉는 자세로 탄 채 리온의 뒤에 매달려 있었다. 남자인 리온은 깨닫지 못했지만, 한쪽에 쏠린채 달리던 세이는 커브를 돌때마다 이대로 떨어지는 거 아닐까 싶어서 조마조마 했다.
“왜 그렇게 서둘러?”
“조금이라도 일찍 보여주고 싶기도 하고... 게다가...”
“게다가?”
왜인지 모르게 신경이 쓰여. 가서 뭔진 모르지만 확인을 해 봐야겠어. 하고 생각하고 있을 때였다. 리온은 시야의 저 편에 회색의 연기의 막이 생긴것을 보았다. 급히 스피드를 줄이고, 바이크를 세운다.
“왜.. 왜 그래?”
“...무슨일이 있었나봐. 저건...”
“.....뭐야 저게? 연기로 된... 벽?”
도심한복판에 펼쳐진 회색의 안개. 그것을 구성하는 것은 먼지와 파괴된 건물의 돌가루 들 이었지만, 리온과 세이에겐 그 벽이 마치 세상과 벽 안을 단절시킨 것만 같은 것으로 보였다. 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하고, 그저 그 자리에 서서, 멈춰버린 차들 틈에 섞여 멍하니 바라보고 있을때, 세이가 비명을 질렀다.
“리.. 리온... 저... 저건....!!”
회색의 연기 안쪽에서, 거대한 사람의 실루엣이 차츰 차츰 그 모습을 확실하게 드러내고 있었다.이윽고, 회색의 안개를 뚫고, 허공에서, 금색의 쇠몽둥이가 엄청난 소리를 내며 연기를 가르고 빌딩의 벽에 처박혔다. 아니. 무언가가 그 쇠몽둥이를 빌딩의 벽에 ‘처 박았다’.
갑작스러운 일에 많은 사람들이 흠칫 놀랐다. 누구 한사람 사태를 이해하지 못하고 그저 그 자리에 얼어붙어 멍하니 눈을 들어 그 쇠몽둥이가 박힌 빌딩만 바라보고 있었다. 언제까지고 그곳에 서 있을것만 같던 빌딩의 중앙이 처참하게 갈라지면서, 유리장이 튀고 두꺼운 돌 들이 사방으로 튄다.
사람들이 반응을 보인 것은, 회색의 연기가 사라짐과 동시에, 그 연기의 안쪽에서 자신들을 붉은색의 외눈으로 보고 있던, 금색의 거인의 모습을 확인한 후 였다.
“꺄아아아아아아악!!!!!”
누군가 한 사람이 외친 비명이 신호가 되었다. 도로에 가득찬 차에서, 사태를 미리 직감한 사람들이 재빨리 차를 버리고 도주하기 시작했다. 리온도, 얼어붙은 세이를 끌듯이 바이크에서 내린 후, 거대한 금속 괴물의 반대방향으로 달리기 시작했다.
“리... 리온!!”
“저녀석이야!!”
“뭐?!”
“하늘을 뒤덮은 금색의 거인!! 저녀석이라구!!”
사람들이 도망치는 걸 확인한 거인이, 커다란 발을 들어, 자신의 발 밑에 무수하게 늘어선 자동차들을 즈려 밟으며 앞으로 전진하기 시작했다. 비명소리, 유리가 깨지는 소리, 무언가가 폭발하는 소리 등이 요란하게 엉키며 순식간에 그곳을 지옥으로 바꾸어 나간다.
“금방 따라 잡히겠어!!”
“그렇다고 멈춰서 있을 수도 없잖아!!”
이 사람 저 사람 도망치느라 아수라장이 되어버린 그곳에서, 리온과 세이는 서로 떨어지지 않으려고 손을 마주잡고 달렸다.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진거지. 전쟁이라거나 하는 건 옛날 이야기가 아니었나? 어느 조직의 테러라고 하기엔 너무나도 그 규모가 엄청나다. 게다가 아까부터 느껴지는 이 불안함은..... 무력하게 도망치면서도, 리온은 어째서인가 마음속에서 끓어오르는 분노를 가라앉히려고 애 쓰며 마른 침을 삼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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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대체 무슨 일이야?!”
“모르겠습니다. 저희 지역을 포함한 세계 각 곳, 그러니까.... 어제의 그 대형 쇠구슬이 떨어진 지점을 중심으로 하여 출현한 미확인병기에 의해 공격을 받고 있다고 합니다.”
지구군통합평화유지 사령부. 전 군 총사령관인 반 메이어는 갑작스럽게 전 세계에서 쏟아지는 ‘비상사태’의 보고를 받으며 사태를 파악하지 못하는 답답함을 어찌하지 못해 소리를 높였다. 통합평화 유지군 사령부. 는 세계가 하나로 통합된 이후, 전세계의 치안유지를 목적으로 설립된 군으로서, 통합이후에 그 존재가치를 찾지 못했던 전세계의 ‘군’을 통합, 재편하여 설립되어진 부대였다. 대부분의 ‘치안’ 자체는 경찰들에게 맡기고 있기 때문에 그리 큰 규모는 아니었지만, 이들은 전 세계적으로 발발하는 ‘테러’와 아직도 간간히 일어나는 ‘소수의 사람들이 모인 독립전쟁’을 억제하기 위한 무력을 갖춘 부대였다. 최신예의 병기를 소유하여, 세계 어느지역에서도 경찰의 힘을 넘어선 이들의 억제력으로서 존재하던 그들이다.
하지만, 전세계에 동시 다발적으로 이러한 일이 일어났다는 것은, 세계가 통합된 이후의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었다.
“지금 즉시 각 지역에 주둔하고 있는 부대를 전개해서 시민의 피해를 최대한 줄이는 것을 제1목표로 작전을 전개하도록!! 필요시에는 현장 지휘자에게 물질병기 사용허가를 맡긴다고 타전해!!”
“알겠습니다!!”
상황을 알기 이전에 사태를 진정시키는 것이 먼저였다. 자신의 밑에서 함께 싸우고 있는 부하들이라며 현장에서 적절한 조치를 내려줄 것이다. 그렇게 믿으며, 반은 신속하게 명령을 내렸다. 부디 이 난리가 더 커지지 않기를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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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란한 사이렌 소리가 하늘을 찢고 울려 퍼진다. 도망치던 시민들이 일제히 발걸음을 멈추고 그 사이렌 소리를 쫓아가듯 하늘을 바라보았다. 이윽고, 하늘에서 커다란 로터소리를 울리며, 한 대의 대형 헬기가 도시위에 출현했다. 커다란 로터를 두 개나 가진, 대형 수송선이다. 누군가가 그 헬기를 보며 안도에 찬 소리를 질렀다.
“군이다!!”
“저녀석... 인가?”
“뭐야 저게? 괴물?”
헬기 내부의 컨테이너 실. 6대의 인간형 전투병기. ‘아더’가 몸을 웅크린채 투하시간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 아더의 칵핏에 탑승한 병사들은, 실시간으로 자신들의 기체의 스크린에 전송되어 오는 적의 존재를 보며 고개를 갸우뚱 거렸다.
“병기.. 라고 하기에는 어딘가 이질적인데. 저런 막 디자인을 하는 놈이 있나?”
[잡담금지.]
이윽고 5대의 스피커에 한 목소리가 끼어들자, 그때까지 너도 나도 농담을 주고받던 대원들이 언제 그랬냐는 듯 조용히 침묵으로 돌아갔다. 한번의 헛 기침 후, 다른 기체들과는 약간 다른 머리형태를 가진 기체의 파일럿이 이야기를 시작했다.
“적의 정체, 목적 등은 불명이며, 그 성능또한 불명이다. 각자. 최대한 시민을 보호하는 것을 최우선 목표로 하여 싸운다. 알았나?”
[ 로져!!! ]
“투하개시!!”
그 소리를 신호로, 헬기의 밑바닥이 전개되며 아더와 세상을 가르던 벽이 사라졌다. 6기의 아더는 차례대로 헬기의 록에서 해제되어, 움츠리고 있던 팔 다리를 쫙 펴며 지상을 향해 안정적으로 착지하기 시작했다. 늘씬하고 균형잡힌, 강해 보이는 금속의 육체는 마치 중장비를 착용한 군인의 모습을 연상시켰다. 짙은 회색기조의 몸체는 그 강인해 보이는 이미지를 한층 더 묵직한 느낌이 들 수 있도록 보조해 준다. 백팩과 몸 전신의 버니어와 슬래스터를 이용하여 최대한 부드럽게 바닥에 착지, 6대의 아더는 백팩에 수납되어 있던 총신과 총열을 꺼내어 결합, 금색의 괴물을 포위하듯 진을 형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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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행이야 리온. 군이 와줬어.”
세이가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리온에게 말했다. 그녀는 이제 저 믿음직스러운 로봇들이 갑자기 나타난 파괴자를 해치워 줄거라고 믿어 의심치 않았다. 직접 본적은 없지만, 영화나, 그리고 행사등에서 본 저 군의 로봇들은, 그 형상 만큼이나 엄청난 힘을 가지고 있었다. 병기의 위력 자체에는 관심이 없는 세이였지만, 지금 나타난 여섯 대의 로봇은 세이의 마음을 충분히 안심시키고 남았다. 그러나...
“리온?”
“...그만 둬. 이길 수 있는 상대가 아냐....!!”
“...에?”
[시민여러분께선 가능한한 작전지역에서 벗어나 주시기 바랍니다. 다시한번 알려 드립니다!!]
어디선가 나타난, 군인들이 확성기를 이용하여 시민들을 유도하고 있었다. 사람들은 이제부터 일어날 멋진 전투장면을 놓치지 않으려고 밍기적 거렸지만, 다들 가벼운 아쉬움을 뒤로하며 발걸음을 하나 둘 떼기 시작했다.
그래. 누구나가 이제 된거라고 믿었다. 적어도. 회색의 거인이 처참하게 부서져 나가는 모습을 보기 전까지는.
“뭐.. 뭐야 이놈? 총알이 안 먹... 힉?! 으아아아아악!!!!”
[달슨!!!]
외마디 비명과 함께, 금속 괴물의 뾰족한 팔이 그대로 회색의 로봇의 복부를 가격한다. 쇠를 되는데로 찢어버리는 금속음과 파열음이 동시에 울려 퍼지며, 회색의 로봇의 팔 다리가 흐느적 거리며 힘을 잃고 축 처진다. 이윽고 고개를 뒤로 젖힌채 멈춰버린 회색의 로봇은, 그저 금색 괴물의 검에 찔려 죽은 사냥감으로 바뀌고 말았다. 가만히 그 로봇을 바라보던 괴물은 이윽고 흥미가 떨어진 듯, 크게 팔을 휘둘러 자신의 팔에 꽃혀있던 로봇을 휙 하니 던져버렸다. 세이와 리온, 그리고 도망치던 사람들이 있는 곳을 향해.
희망이 사라졌다. 누구나가 그렇게 생각했다. 이제는 어느 방향으로 도망쳐야 하는 지 조차 파악하지 못할 정도로, 사람들은 혼란에 빠졌다. 갑자기 날아온 거대한 쇳덩이에 의해, 많은 사람들과 자동차가 짓눌린채 연쇄 폭발을 일으키며 삽시간에 시야를 삼킨다. 이미 통제력을 잃어버린 시민들은, 군인들의 필사적인 제지에도 불구하고 각자 아무방향을 향해 마구 잡이로 뛰기 시작했다. 심지어는. 지금도 처절한 전투가 벌어지고 있는 바로 그곳으로.
“어.. 어떻하지..?! 어떻해...?!”
“침착해!! 이럴때 일 수록 침착해야 되!! 제길.....대체 뭐가 어떻게 되가고 있는거야!!”
다리에 힘이 풀려 주저앉은 세이를, 리온은 억지로 일으키며 강하게 얘기했다. 이럴때 약해지면 남는 건 죽음밖에 없다. 이런곳에서 죽을 수 없고, 이런곳에서 죽게 하고 싶지 않았다. 절대로.
“뛰자. 절대로 이런데서 죽으면 안 돼.”
“으... 응.”
세이의 눈가에 맺힌 눈물을 닦아주며, 어디로 도망가야 하는 지를 생각한다. 눈은 보이지 않지만, 주변에 있는 차들의 방향을 보건데 이대로 앞으로 나아간다면 전투현장과 멀어지게 되리라. 일단은 도망쳐야 한다. 리온은 계속해서 떠오르는 이미지를 억지로 억지로 억누르며, 세이를 끌듯이 하며 움직이기 시작했다.
[소년이여....]
“응?”
“왜.. 왜 그래?”
갑자기 멈춰서는 리온을 불안한 듯 바라보는 세이. 리온은 그런 세이의 표정을 보지 못한체, 잔뜩 굳은 표정으로 고개를 두리번 거렸다. 누구야. 누가. 날 부르고 있는거지?
[소년이여... 내 목소리가 들린다면 마음을 열고 나의 목소리에 응답하세요...]
“누구.. 지? 날 부르는 거야?”
[소년이여... 나의 목소리에 응답하세요.]
“리온?”
세이의 울음섞인 목소리를 마지막으로, 일순, 리온 주변의 모든 것이 정지했다.
“...여긴.. 어디지?”
아무것도 없는, 하얀 공간. 리온은 자신이 어디에 있는건지, 서있는 건지 조차도 제대로 느끼지 못한체, 마치 그 공간에 그저 ‘존재하듯’ 그곳에 있었다. 새하얗지만, 결코 눈이 부시지도, 그렇다고 무한하여 사람을 미치게 하는 듯한 그런 느낌도 없는. 아무런 벽도 없는데 어째서인가 아늑하고 좁은듯한 느낌을 주는. 그러한 공간이었다.
“기다렸습니다. 소년이여. 내가 보이나요?”
그제서야. 리온은 고개를 움직여 소리가 난 곳을 바라보았다. 밝은 빛을 배경으로 하여, 얼굴을 알아볼 수 없지만 하얀 옷을 입은 누군가가 그곳에 서 있었다. 강렬하지만 부드럽고, 눈이 부셔 제대로 쳐다볼 순 없지만 따스한 빛. 리온은 팔로 눈을 가리며
“...누구?”
“나의 이름은 이리아. 오래 전부터 생명의 운행을 지켜보던 천사입니다.”
“....천사?”
“소년이여. 아주 오래전. 인간의 길에서 벗어난 존재가. 지금. 다시 많은 생명의 질서를 어지럽히려 하고 있습니다.”
“..생명의 질서? 인간의 길에서 벗어난 존재?”
“지금은 모든 것에 대답해 줄 수가 없어요. 하지만 아마 모든 걸 깨닫는 때가 올겁니다.
당신에게 ‘힘’을 부여하겠습니다. 부디. 생명들을 지켜주세요.”
어느새 눈앞에 까지 다가온 천사가, 부드럽게 그 팔을 뻗어 리온의 몸에 손을 대었다.
“싸워야합니다. 생명의 길을 어지럽히는 자와. 이것은 그를 위한 힘입니다. 우리들은 이
힘을 생명의 수호자... 세이버라고 불렀답니다.”
마지막 말과 함께, 천사의 손을 중심으로 강렬한 빛이 폭발하듯 리온을 감쌌다. 강렬한 빛 속에서 리온이 본것은...
“...뭐.. 뭐지 지금?”
“리온!! 리온!! 왜그래?! 리온!!”
세이의 매달리는 듯한 절규가, 순식간에 리온을 다시 현실로 불러온다. 꿈이었나? 하지만 그렇다고 하기엔.... 온몸에 이상하리 만치 따스함과 힘이 넘친다. 그래. 해야할 일이 있다.
내가 여기서 해야만 할. 나에게 그러한 비전이 보여졌던 이유도...!!
“세이. 잘 들어. 나. 지금부터 해야할 일이 있어. 그러니까 세이도 전력을 다해 도망쳐.”
“...?뭐?”
“괜찮아. 약속할게. 반드시 돌아 갈거야. 그러니까. 세이도 꼭 도망쳐서 무사해야 해.
알았지?”
“리온...?”
평소의 리온과 다르다는 걸, 세이는 알 수 있었다. 침착해 침착해 하면서도 어딘가 초조해하고, 똑같이 두려움에 떨면서도 어떻게든 그것을 이겨내려던 모습이, 지금은 어째서인가 자신감에 가득차고 무언가를 기대하는 듯한 얼굴로 바뀌었다. 그래. 마치 빛을 발하는 것 처럼. 리온은 두 손으로 부드럽게 세이의 양볼을 감싸며 말했다.
“꼭. 다시 만나자. 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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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이럴수가. 아더 5대가 이렇게 간단하게....!!!”
아더 부대의 리더, 랙은 눈앞에서 벌어진 일을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었다. 격한 훈련을 거쳐 선발된, 조종과 임무수행의 톱 만이 쥘 수 있는 영예의 파일럿. 그 자리에 오른 자신들이, 손 한번 제대로 써보지 못하고 전멸할 위기에 빠진 것이다. 남은 탄수는 제로. 조종간을 쥔 손에서 식은땀이 흘러 내렸다. 이대로 죽는 건가....!
“젠...장....!!”
욕지기를 내뱉으며, 자신을 향해 손을 치켜든 적의 공격을 막아내기 위해 조종간을 움직인다. 자신의 몸을 보호하려는 듯 두 팔을 교차시켜 방어태세를 취하던 아더의 등 뒤에서, 갑자기 한줄기의 빛이 뿜어져 솟아 올랐다. 순간 금색 괴물의 움직임이 멈췄다. 그 주변에 있던 모든 사람들과, 모든 생명있는 존재들의 움직임이.
이윽고, 구름을 뚫고 하늘을 넘어 어디까지고 뻗어오른 빛 너머로, 무언가가 날아오는 것을, 그곳에 있는 사람들 모두가 보았다. 붉은 빛의, 커다란 날개를 가진...
“...피닉스?”
칵핏에 앉아, 믿을 수 없다는 듯 눈을 휘둥그레 뜬체 중얼 거린다. 빛의 기둥을 타고 나타난 거대한 불의 새가 하늘을 누빌때마다 자욱했던 안개가 걷히고 어두웠던 하늘이 푸르름을 되찾는다. 이윽고, 하늘을 춤추듯 돌며 붉은 빛을 수놓던 불의 새는 차츰 그 형상을 갖추어 나가기 시작했다. 은빛의 강철의 육체를 가진, 거대한 철의 새의 형상을.
금색 괴물은 조용히 갑자기 나타난 철의 새를 보며 싸울 태비를 취했다. 금색 괴물은 알고 있는 것이다. 저 새가 무엇인지.
하늘의 정점까지 다시 상승한 새는, 그곳에서 모습을 바꾸었다. 날개가. 몸통이. 전신이 빛을 발하며, 각 프레임을 이동시키고 재 결합하여 차츰 그 모습을 바꾸어 나간다. 몇 번의 변형구조를 걸친 끝에 완성되어, 지상으로 착지한 그것은, 더 이상 철의 육체를 가진 새가 아니었다. 두 다리. 두 팔. 강인한 몸통과 찬란하게 빛나는 두쌍의 뿔을 가진 거대한 철의 거인. 은백의 기사.
백은의 거인이 태양빛을 받으며 대지에 섰다. 그곳에 있는 사람들 모두가, 눈을 떼지 못하고, 마치 이끌리듯, 홀린듯 은빛의 철의 거인을 바라보고 있었다.
대치하고 선 금색의 괴물이 공격자세를 갖춘다. 은빛의 거인 또한, 몸을 움직여 차분히 싸울 자세를 취했다. 거대한 두 거인이 대치하고 있는 그 장면은, 마치 신화 속에 나오는. 천사와 악마의 대결을 그대로 형상화 해놓은 듯한 모습이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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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 얼마만에 창작란에 글을 올리는 건지 모르겠네요.
10년전에 `지구의 수호신 어스세이버'라는 제목으로 글을 올린지 어언 10년.
이제서야 그 설정이나 내용의 모든 틀을 잡아서 재 연재를 시작합니다.
아무쪼록 부족한 글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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