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오랜만에 들어왔어요. 그간 코로나 등등 많은 일들이 있었죠... 모두 건강하게들 지내고 계신지요.
저는 지금도 일본에 살고 있고, 앞으로도 그럴 것 같아요.
한국이 그리워도 못 가는 신세... 그동안 있었던 일들을 안부 편지 쓰듯 써 봅니다.
우선, 회원님들의 응원과 도움을 받아서 처음으로 제 이름의 번역서를 내는 꿈을 이뤘고요.*감사합니다*
처음에 일본어에서 한국어로, 다음 책은 영어에서 한국어로 번역했고, 세번째는 다시 일본어, 그리고 지금 네 권째 계약 절차 진행중인데 앞으로도 쭉 같은 출판사에서 일본어로 번역을 하게 될 것 같네요.
예전 고민이 무색하게도 저는 계속 같은 출판사에서 일해 왔고, 대표님이 좋은 분이세요.
첫번째 번역서가 스테디셀러가 되어 얼마전에 2쇄 인세를 받았어요, 이런 일이...
두번째 책은 평은 좋은데 판매량은 그냥 그렇고, 세번째가 베스트셀러 카테고리에 들어가서 이것도 2쇄 들어간다고 해요.
대표님이 두 권 다 2쇄 인세를 정산해 주신다고 하셔서 비록 번역료가 얼마되지 않더라도 인세가 겹치니 기대한 것보다 많네요.
그러나 기술의 발달로 인해서 번역일을 언제까지 계속할 수 있을까 좀 걱정스러운 것도 사실입니다.
현재까지는 그래도 사람이 주로 하고 번역기는 보조적인데요.
저는 파파고를 일본어 초벌번역에는 사용하지 않고, 혹시 있을지 모를 번역실수를 체크하는 용도로 사용합니다.
영어번역에서는 초벌번역에 사용했는데, 일본어는 그냥 제가 하는 것이 결과적으로 빠른 것 같아요.
아무튼 AI와 번역기를 계속 주시하고는 있습니다.
얼마전에 GPT와 대화도 해봤는데, 진화생물학자 오카 아사지로에 대해 설명해 보라고 하니까 잘 나가더니, 대표작으로 <봄과 아수라>를 들더군요.
그래서 제가 그건 미야자와 겐지의 작품이라고 하자, 이 녀석이 즉시 <맞습니다. 당신의 말대로 미야자와 겐지의 작품입니다. 제가 아직 완벽하지 않아서 실수도 합니다. 여러분이 지적을 해주시면 제가 향상되는데 도움이 됩니다.> 이러면서 고맙다고 하더군요.
번역 조수로 사용하면 재미있을 것 같지만, 아직은 정보가 잘못된 곳이 있어 미덥지가 못하네요.
이 일을 얼마나 오래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몰입할 때의 행복감은 정말 이루 표현할 수 없고, 내 번역서가 처음 ISBN을 받던 날을 잊을 수 없네요.
사람들이 북리뷰에서 좋은 책을 번역해 줘서 고맙다고 할 때의 보람, 공공도서관과 대학도서관에서 내 번역서가 검색될 때의 기쁨 등등...
출판번역은 돈도 적고 힘든 일이지만, 또한 기쁨과 보람도 큰 일입니다.
그러나 어쨌든 다른 부업도 찾아 보고는 있답니다. 노안도 오고 있는지라...
모두 건강 잘 챙기시고, 하시는 일 잘 되시길 빌게요.
그럼 또...
첫댓글 おめでとうございます!
감사합니다. 이모티콘이 정말 귀엽네요.
혹시 일본 번역 작품중에 영미나 유럽의 사상가나 철학가에 견줄만한 심오한 내용의 책이 있을까요? 일본 번역작품의 대부분이 소설류로 너무 단조로운 느낌의 번역물들이 많은 것 같거든요. 제가 일본 번역서를 많이 찾아보지 못한 것일 수도 있다고 생각하는데 해당되는 일본 작가를 몇 분 추천해 주시지요. 최고 지성을 갖춘 일본작가의 생각을 접하면 일본을 좀 더 이해할 수 있지 않을까요?
제가 주로 번역하는 분야가 사상이나 철학은 아니고, 특수교육쪽이어서 제대로 답변해 드리기에는 지식이 많이 부족합니다. 그러나 저도 일본 번역서가 소설이나 만화 쪽에 많이 치우쳐 있어서 아쉽다는 생각을 늘 하고는 있습니다.
일본 사상가 중에서 해외에 잘 알려진 사람은 니시다 기타로 (철학) 가 있고, 에도시대의 의학자로 카이바라 에키켄이 있습니다. 카이바라 에키켄은 해외 학자 중에 그를 '동양의 아리스토텔레스'라고 칭한 사람도 있습니다. 그가 쓴 '양생훈'은 한국어로 번역되어 있고요. 요즘 작가 중에 평론가로는 가라타니 고진, 또 사회학자로 오구마 에이지 등이 있습니다. 이 사람들의 책은 한국어로도 번역되어 있고요, 일본의 불교 사상가도 해외에서는 상당히 연구되고 있는 것 같은데 제가 불교에 대해서는 잘 몰라서 추천을 해 드릴 수 없네요, 죄송합니다.
그리고 국내에서 많이 알려져 있지 않으나 제 개인적으로 앞으로 더 많이 번역되었으면 하는 책들은 동아시아의 아나키즘에 큰 영향을 미친 무샤노 코지, 또 급진적 사회주의자이지만 우익으로 평가받는 기타 잇키(이 사람 번역서는 소수이지만 나왔어요)의 책 또는 그와 관련된 연구서입니다.
추가로, 현대에 일어난 일본의 사상적 사건이라면 일본 적군파의 아사마 산장 사건을 들 수 있을 듯 합니다. 일본 적군파의 학생운동, 사회운동이 현대 동아시아 사상사에 미친 영향이 크다고 생각하며 관련 책들이 이후에 번역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멋지십니다
bluesky 님이야말로 멋지십니다. 프로신데... 저야 아직 번역 경력이 일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