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박세연 기자 = 16일 서울 송파구의 한 부동산중개업소에 아파트
급매물 안내문이 붙여있다. 지난해 전국 공동주택 실거래가가 14% 이상 떨어지며
역대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특히 아파트가 16% 이상 떨어지며 하락세를 이끌었다.
전국 집값 방향을 주도하는 서울의 경우 지난해 22.09% 하락했고, 인천(22.73%)과
경기도(22.27%)도 20% 이상 급락했다. 2023.2.16/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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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성동구에 거주하는 A씨는 얼마 전 30평대 아파트를 8억원대에 팔았다. 급하게 이사할 일이 생겨 2년 전 시세인 10억원대에 초급매로 매물을 내놨지만 매수자는 이마저도 비싸다며 가격 흥정을 시도했다. 사정이 급한 A씨는 결국 2020년 이 단지 매매가에도 못 미치는 가격에 아파트를 넘겼다.
# 30대 직장인 B씨는 이직한 직장과 가까운 곳으로 이사를 준비하고 있다. 매수자가 많지 않아 유리한 상황이라고 판단한 B씨는 여유롭게 가격을 흥정하며 조건에 맞는 집을 최대한 싼 값에 구매할 계획이다.
매수자 우위 시장이 지속되면서 집주인을 상대로 이른바 가격 후려치기를 시도하는 매수인이 늘고 있다. 저렴한 가격에라도 집을 빨리 팔아야 하는 집주인들 입장에서는 울며 겨자먹기로 집을 넘길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25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마포구 대흥동 신촌그랑자이 전용84㎡(7층)는 최근 이 단지 최고 호가 18억원보다 3억7500만원 낮은 14억2500만원에 실거래됐다. 최저 호가로 등록된 저층 매물보다도 낮은 가격이다. 이 단지 최저 매물은 최초 14억8000만원에 등록됐다가 이날 3000만원 낮춘 14억5000만원으로 변경됐다.
송파구 잠실동 리센츠 전용84㎡도 지난 17일 20억5000만원에 손바뀜됐다. 이 단지 최고 호가 23억원보다 2억5000만원 낮은 가격이다. 이 단지는 지난해 4월 최고가 26억5000만원을 기록했지만 지금은 21억~22억원대 매물도 쌓여 있다.
강남 재건축 대장주도 가격 후려치기를 피해가지 못했다. 강남구 압구정동 현대1차 전용131㎡(2층)는 지난 17일 35억5000만원에 거래됐다. 이 단지 호가는 현재 38억~40억원 선으로 최소 호가보다도 2억5000만원 낮은 가격이다. 이 단지 신고가 47억6500만원보다는 12억1500만원이나 떨어졌다. 저층이긴 하지만 신고가를 기록한 단지가 3층인 점을 감안하면 층수가 발목을 잡았다고 보기 어렵다.
김세웅 압구정케빈부동산중개법인 대표는 "매수자 우위 시장이다보니 매도인 입장에서 정상적인 호가로 나온 가격도 2억~3억원까지 조정해 거래하겠다는 매수인들이 있다"며 "당장 집을 구매할 필요가 없는 매수인들은 집값이 더 빠질 수도 있다는 생각에 급급매 매물에도 흥정을 시도하다보니 자금이 필요한 매도인들은 매물을 던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KB부동산에 따르면 지난주(13일 기준) 서울 매수우위지수는 25.1이다. 일주일 전(23.2)보다는 조금 높아졌지만 여전히 매도자가 훨씬 많은 거래 침체 상태가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매수우위지수는 0~200 범위 이내로, 지수가 100 미만일 수록 매도자가 많음을 의미한다.
기준금리 동결에도 관망세는 지속될 전망이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지난 23일 기준금리를 연 3.5%로 동결했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금리가 인하된 것은 아니기 때문에 고금리 부담은 지속된다"며 "이번 결정으로 부동산 시장이 풀리거나 거래가 활발해질 것으로 보이진 않는다"고 말했다.
김효정 기자 hyojhyo@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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