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조선 명의톡톡' 명의 인터뷰
'십자인대 재건술 명의' 건국대병원 정형외과 무릎관절센터 이동원 교수
자기 관리와 운동·스포츠에 대한 관심이 올라가면서 연간 4만건 넘게 발생할 정도로 흔한 전방십자인대 파열 환자가 꾸준히 늘고 있다. 건강보험공단 발표에 따르면 2015년부터 2019년까지 5년 새에 6%가량 환자 수가 늘었다. 한번 손상되면 회복이 어려운 인대가 파열되는 것인 만큼 방치했다간 무릎 관절이 불안정해져 운동 능력이 떨어지고, 관절 연골의 퇴행성 변화까지 생길 수 있다. 다행히 여러 가지 수술법이 계속 개발돼 조기에 정확한 진단을 받고 치료하면 약 90%까지 기능을 회복할 수 있게 됐다. 최근 전방십자인대 재건술 트렌드에 대해 건국대병원 정형외과 이동원 교수에게 물어봤다.
사진설명=건국대병원 정형외과 이동원 교수./사진=신지호 사진 기자
- 전방십자인대는 어떤 조직인가?
인대는 뼈와 뼈 사이를 이어주는 강한 구조물이다. 전방십자인대는 무릎 한가운데에서 허벅지 뼈인 대퇴골과 정강이 뼈인 경골을 이어주는 인대다. 경골이 앞으로 밀리거나 돌아가는 걸 막아준다. 보통 전방십자인대에 가해지는 스트레스는 약 500뉴턴(N) 정도인데, 스포츠 활동을 하다가 예기치 못하게 무릎이 앞으로 밀리는 힘을 받거나 돌아가는 힘을 받으면 2000뉴턴 이상 강한 외력이 가해질 수 있다. 이런 충격을 받으면 너비 8-10mm 정도의 전방 십자인대가 손상을 입게 된다. 전방십자인대와 십자가 모양처럼 앞뒤로 얽혀있는 후방십자인대는 전방십자인대보다 비교적 두껍다.
- 고위험군이 따로 있는가?
20대 남성 환자가 가장 많고, 다음으로 30대, 40대 순이다. 아무래도 고강도 스포츠 활동을 즐기는 사람이 파열될 위험이 크다.
- 부상 입었을 때 어떤 증상이 나타나면 전방 십자 인대 파열을 의심해야 하나?
십자인대가 뜯어진다는 것은 단순히 찢어지는 게 아니라 폭탄이 터지듯이 다발 전체가 터지는 개념이다. 두꺼운 인대 다발이 강한 외력으로 확 뜯어지다 보니 그때 뚝, 뻑하는 관절 내의 파열음이 난다. 무릎 안에는 피가 20~50cc 정도 고여 무릎이 붓고 아프다. 뚝하는 소리, 느낌과 다치고 나서 무릎이 붓고 디딜 수 없는 통증이 나타난다면 반드시 전방 십자인대 파열을 의심해봐야 한다.
- 시간이 지나면 통증이 사라진다던데 그냥 두면 안 되는가?
부분 파열이든 완전 파열이든 손상 후 1~2주가 지나면 염증 반응이 가라앉기 때문에 부기와 통증도 사라진다. 그렇다고 해서 치유된 것은 아니다. 시간이 지나 모르고 방치하는 사람도 있을 수 있는데, 일상생활 중 무릎이 휘청거리거나 삐그덕거린다면 반드시 MRI 등 정밀 검사를 받아봐야 한다. 스스로 무릎을 당기거나 돌려서는 알아차리기 어렵다.
- 자연 치유는 안 되는가?
잘 안된다. 자연 치유되려면 파열된 부위로 혈관이 차 들어오고, 세포들도 자라 들어오면서 인대처럼 변하는 성숙 과정을 거쳐야 하는데, 관절 안에 있는 전방 십자인대는 움직일 때마다 관절액에 씻겨 나가기 때문에 세포들이 모여드는 회복 과정이 잘 안 일어난다. 완전 파열은 물론 50% 이상 고도 부분 파열이 있어 인대 긴장도가 떨어져 있다면 자연 치유는 기대하기 어렵다. 일부분 치유된다고 하더라도 뼈와 뼈 사이를 이어주는 강한 긴장도는 얻을 수 없고 느슨하게나마 치유되는 정도이기 때문에 지속해 회전 불안정성이 남을 가능성이 크다. 방치하면 연골이나 연골판도 손상돼 조기 관절염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30~40% 정도 경증으로 파열됐다면 연속성도 유지되고, 인대 다발의 전체적인 긴장도도 잘 유지되므로 수술 없이 자연 치유를 기대할 수 있다. 약 6주간 보조기를 착용하면서 안정을 취하고, 이후 3~4개월 정도 근력 운동을 해 기능을 회복하면 정상 수준으로 복귀할 수 있다.
이동원 교수가 전방 십자인대를 가리키고 있다./사진=신지호 사진 기자
- 수술 없이 운동으로 극복할 순 없는가?
MRI를 찍었을 때 전방 십자인대가 50% 미만 손상돼 연결성은 어느 정도 있으면서 인대의 긴장도가 살아있다면, 우선 수술적 치료 없이 보존적 치료를 한다. MRI로 뼈와 뼈 사이를 봤을 때 이어지는 경사가 있으면 긴장도가 있다고 본다. 전방 십자인대가 50% 이상 파열됐고, 연속성도 소실됐고 인대 긴장도도 떨어져 있다면 수술을 고려해야 한다. 신체이학적 검사라고 무릎 돌아가는 불안정성을 추가 확인해 무릎이 빠지는 현상이 크다면 수술해야 한다. 인대는 회전을 잡아주는 것이기 때문에 인대가 제 기능을 할 수 없다면 운동으로 절대 극복이 안 된다. 또 반월 연골판이 손상이 동반됐어도 수술을 고려해야 한다.
- 주변 조직도 함께 손상되는 경우가 많은가?
전방 십자인대가 파열될 때 무릎이 앞으로 빠지고 틀어지면서 관절 안 전외측으로 지나가는 복합체 구조물이 같이 손상될 수 있다. 이렇게 전외측 복합체가 함께 손상되는 경우가 무려 약 70% 정도 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무릎이 빠졌다가 들어올 때 뚝 하고 걸리는 느낌이 나 2등급 이상 고도 회전 불안정성이 확인됐거나 ▲전신적으로 인대 이완증이 있어 전방 십자인대 재건술을 해도 회전 불안정성이 계속 나타날 것 같을 때 ▲축구·농구 등 고강도 스포츠 활동에 복귀할 때는 전방십자인대 재건술을 할 때 전외측인대 재건술을 같이 해준다.
약 30%에서 반월 연골판 파열이 동반되기도 한다. 연골판은 허벅지 뼈와 정강이 뼈 사이에서 충격을 흡수해주는 단단한 판을 말하는데, 전방 십자인대 파열이 일어날 때 정강이 뼈가 앞으로 밀리면서 돌아가는 충격을 받으며 연골판도 찢어지게 된다. 급성기 손상일 때는 바깥쪽 연골판 파열이 더 많이 동반되고, 만성기 손상일 때는 안쪽 연골판 손상이 더 흔하다. 이때 수술 받지 않고 방치하면 관절염으로 갈 확률이 무려 18배 이상 높아진다. 반월 연골판 파열 중에서도 램프 병변이라는 게 최근 주목받고 있다. 연골판 뒤쪽에서 관절 막에 부착되는 부분이 떨어진 걸 말한다. 램프는 층이 진 길을 말하는데, 무릎을 펴고 있을 때는 층이 없는 것처럼 보여도 무릎을 굽힌 상태에서는 파열 부위의 불안정성이 커 층이 지듯이 연골판 파열 부위에 위치 변화가 생긴다. 이런 위치 변화가 생기면 봉합을 같이 해줘야 한다. 전방 십자인대 재건술만 하고 램프 병변이 방치된 상태로 있으면 스트레스가 가해져 파열 부위가 넓어지면서 관절염으로 갈 수 있다. 그냥 MRI만으로는 확인하기 어렵다. 최근엔 전방 십자인대 파열 수술을 할 때 관절경으로 램프 병변이 있는지 꼭 확인한다.
- 전방십자인대 재건술은 어떤 과정으로 진행되는가?
전방 십자인대가 파열됐을 때 꿰맨다고 표현하거나 봉합술이라는 단어를 쓰지 않는다. 재건술이라는 표현을 하는 이유는 힘줄을 이식해서 인대처럼 재건하기 때문이다. 아래 정강이뼈와 위 허벅지 뼈에 터널을 만들고 그 뼈 터널 안에다가 힘줄을 이식해서 고정해 준다.
건국대병원 정형외과 이동원 교수./사진=신지호 사진 기자
- 수술법에도 트렌드가 있는가?
터널 위치가 매우 중요하다. 터널을 엉뚱한 곳에다 만들어 힘줄을 삽입하면 인대가 잘못된 위치에서 기능을 해 결국에는 조기 파열을 일으킬 수 있다. 초창기 전방 십자인대 재건술을 할 때는 인대를 무릎을 굽혔다가 펼 때 길이 변화가 없는 구조물로 인식했었다. 그래서 처음엔 원래 인대가 있던 해부학적 위치가 아닌 해부학적 위치보다 조금 앞쪽으로 터널을 만들었었다. 그랬더니 무릎이 돌아가는 회전 불안정성 반복적으로 일어나고, 재파열도 높은 빈도로 발생했다.
그래서 터널이 너무 수직적으로 만들어지는 것을 피해 보고자 조금 눕혀서 만드는 방식을 시도했으나 옛 수술 방식대로 정강이 뼈에 터널을 뚫고 허벅지 뼈에 터널을 뚫으면 정확한 해부학적 위치에 터널을 뚫을 수가 없었다. 그래서 정강이 뼈를 거치지 않고 전내측 삽입구를 통해 안에서 바깥으로 터널을 만들어주는 방식이나 허벅지 뼈 바깥에서 안으로 만들어주는 아웃사이드 인 방식을 개발하게 됐다.
아웃사이드 인 방식은 원하는 위치로 터널을 만들어 줄 수 있지만, 밖에서 안으로 터널을 만들다 보니 힘줄이 터널 안으로 통과될 때 힘줄이 크게 꺾이게 됐다. 마찰이 많이 발생하게 되고 결국 조기 재파열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았다. 이런 단점이 있는 아웃사이드 인 술식보다 전내측 삽입구를 위한 술식이 많이 사용되고 있다.
이후 휘어지는 가이드 핀이 생겼다. 기존의 전내측 삽입구를 위한 술식은 전내측 삽입구를 통해서 휘어지지 않는 핀을 허벅지 뼈 터널 만들 위치에 삽입하고 가이드 핀을 따라서 터널을 만들었었는데 휘어지지 않는 핀을 쓰다 보니까 가이드 핀이 향하는 위치가 굉장히 뒤쪽으로 향할 수밖에 없었다. 이를 막으려면 무릎을 과하게 굽히면서 수술을 해야 했다. 이런 단점을 극복하고자 휘어지는 가이드 핀과 리머가 개발됐고, 최근엔 이 방법으로 많이 수술하고 있다. 안정성이 크게 높아졌다.
-힘줄은 어떤 걸 이식하는가?
무릎 안에 들어가는 힘줄이 인대처럼 변해야 한다. 힘줄이 들어가면 약 6~8주 정도 지나면서 녹는 과정을 거치며 무릎 안에 있는 본인 세포들이 차들어오면서 인대처럼 성숙한다. 자기 세포들이 살아있는 자기 힘줄을 이용하면 인대 성숙에 더 유리하다. 사체에서 기증받은 힘줄 조직으로 이식하는 동종건을 이식했을 때 자기 인대를 사용하는 자가건보다 재파열될 확률이 3~4배 더 높은 것으로 보고되기도 했다.
자가 건을 채취 할 때는 앞 쪽 허벅지에서 떼는 경우도 있고 뒤쪽 허벅지 근육인 햄스트링에서 떼는 경우도 있는데, 나는 앞쪽에서 떼는 것보다는 햄스트링에서 떼는 것을 더 선호한다. 전방 십자인대 파열이 발생하면 허벅지 앞 근육이 약화한 상태로 2년 이상 지속되곤 한다. 허벅지 앞에서 힘줄을 떼면 근력이 약화돼 있는 상태에서 더 약화될 수밖에 없고, 앞 무릎도 더 불편할 수밖에 없다.
- 십자인대 재건술 후 재활 운동은 얼마나 해야 하는가?
재활이라는 용어보다는 기능 회복이라는 말을 쓰고 있다. 수술하고 다음 날부터 바로 기능 회복 치료를 해야 한다. 전방 십자인대 파열이 되고 재건술을 받으면 허벅지 앞 근육은 계속 취약한 상태로 있고 햄스트링은 과 긴장한 상태로 있기 때문에 수술하고 직후부터 바로 허벅지 근육을 키우는 운동을 해야 한다. 특히 앞쪽 허벅지를 자극하고 활성화하는 운동이 좋다. 한 3~6주 이내에는 이런 식으로 허벅지 앞의 근육을 활성화하면서 정상적인 보행을 연습을 해야 한다. 6주 이후부터는 적극적으로 근력 운동하면서 기능 회복 치료, 고유 수용 감각 등을 키우는 운동을 하는 게 좋다. 6개월쯤 후 기능 회복 검사를 했을 때 양측 차이가 15% 이내에 들어오면 운동 복귀를 할 수 있는 기준점에 들어왔다고 보고 운동 복귀를 시킨다.
- 검사 없이 운동 복귀 시점을 알 방법이 있는가?
안전하게 운동 복귀를 하려면 결국에는 하체의 안정성이 잡혀 있어야 한다. 스텝박스에 올라가서 한쪽 발로 내려갔다가 올라왔을 때 무릎이 무너지면 아직 운동 복귀하면 안 된다. 또 한 발로 점프 착지할 때도 무릎이 X자로 무너지면 운동 복귀하면 안 된다.
- 전방십자인대 재건술을 받는 환자에게 마지막 한마디 한다면?
전방 십자인대 파열 건수가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 건수가 증가한다고 해서 결코 쉬운 수술은 아니다. 결코 만만한 수술이 아니므로, 충분한 경험을 갖춘 의료진과 의료 장비가 마련이 되어 있는 곳을 가야 한다. 또 하나는 수술받을 때 세 가지를 유념해야 한다. 첫 번째가 정확한 위치로 터널을 만드는 것이고 두 번째가 웬만하면 자가 건을 사용해서 인대 성숙을 촉진하는 것이고 세 번째가 동반 손상을 놓치지 말고 잘 치료하는 것이다. 수술 후에도 수술이 끝났다고 생각하지 말고 운동 복귀를 하기 위한 기능 회복 치료를 잘 받아서 안전하게 운동 복귀를 할 수 있어야 한다.
건국대병원 정형외과 이동원 교수./사진=신지호 사진 기자
이동원 교수는...
인제대 의대를 졸업하고 가톨릭의대 박사 과정을 밟았다. 현재 건국대병원 정형외과 교수 및 반월연골판이식 클리닉장이다. 전방십자인대 재건술과 반월연골판 이식술 등 무릎 관절경 수술에서 소문난 명의다. 1주일에 수술 15건 이상을 소화하고 있다. 또 연구에 대한 열정도 대단하다. 전방십자인대 등 무릎 관절경 분야에 매진해, LG 미래의학자상, 대한슬관절학회 최우수 해외논문상, 대한스포츠의학회 솔연구상 등을 수상하였다. 무엇보다 환자와 끊임없이 소통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의사다. 현재 전방십자인대재건술을 주제로 '무릎 PRO'라는 네이버 카페를 운영하며 환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이슬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