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빗속에서 농성을 시작한 서울조선족교회 교인들과 조선족 동포들 | ||
이명박 정부는 법질서 확립을 통해 나라를 선진국으로 만들자는 명분하에 무조건 엄정한 법집행만을 강조하고 있다. 법질서를 확립하자는 대의명분에 반대할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그러나 그런 명분이 정당성을 확보하려면 법을 집행하려는 자들이 먼저 법을 지켜야 하며, 나아가 집행하려는 법에는 문제점이 없는 지, 그리고 그 법집행으로 인해 보호받아야 할 인권이 짓밟히는 일은 없는지 충분히 고려되어야 한다. 그렇지 않은 법집행은 명분도 없을 뿐만 아니라 법의 이름으로 국민을 고통으로 몰아넣고, 인권을 유린하는 통치자의 압제가 될 뿐이다.
우리는 이명박 정부가 중국동포들에 대해 법질서 확립이라는 명분을 내세우면서 시행하는 정책을 보면서 심히 실망을 금할 수 없다. 지난 5월 9일 법무부는 지난 17년간 한국에서 불법 체류해 온 <한중수교(1992년 8월 24일)이전에 입국한 동포들>에 대한 정책을 결정했다. 이에 따르면 1949년 10월 1일 이전에 태어난 동포들, 늙은 부모를 모시고 있는 동포, 자녀를 키우고 살고 있는 동포들, 중병으로 고통을 겪는 동포들에게 H-2 비자를 주어 한국에서 5년간 체류하도록 허용하고, 그 외의 동포들은 전부 중국으로 추방하기로 하였다. 이로 인해 수교 전 입국자의 일부는 구제받게 되었으나 나머지 대다수는 잡히는 대로 강제 추방당하게 된다. 실제로 지난 5월 13일에는 수교 전에 입국하여 단속된 중국 동포 두 사람이 당국의 강압에 못 이겨 출국하였다.
비록 위 정책이 인도적인 차원에서 이루어졌다는 명분을 내세우고 그런 내용이 포함되고 있으나, 우리는 이 정책이 여전 기만적인 임시 미봉책이요, 형평성을 잃은 비인도적인 정책임을 분명히 천명한다. 정부는 국민들의 분노를 자극하지 않으려고 고령 동포, 아이를 낳아 기르는 동포, 부모를 모시는 동포, 그리고 거동이 불편하여 움직일 수 없는 동포들은 인도적인 차원에서 체류합법화를 하기로 결정을 했다. 그러나 이들은 앞으로 5년 동안 만 더 체류를 할 수 있으며 그 뒤에는 모두 중국으로 돌아가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그들은 또 다시 불법체류자가 된다.
그 위에 5년 뒤에 이들을 중국으로 돌려보낸다는 것은 더더욱 말이 되지 않는다. 5년 후이면 이들의 국내 체류기간은 무려 22년이 된다. 22년을 조국에서 살아 온 동포들을 강제로 중국으로 돌려보낸다는 것은 도저히 용서할 수 없는 일이다. 그렇지 않고 5년이 지난 다음 그들에게 영주권을 주어 조국 땅에서 살도록 한다면 이야말로 형평성을 잃은 정책이 된다. 왜냐하면 이들에게 적용하는 인도적 배려의 조건이 비록 수긍이 되는 것이지만, 그렇다면 이 조건을 충족시키지 못하였으나, 조국에 17년을 체류해 온 다른 동포들의 사정을 배려하여 이들에게도 같은 혜택을 주는 것이 더 합리적이고 형평성이 있고 인도적인 정책이 아닌가?
위에서 엄정한 법집행이 정당성을 얻고 국민의 지지를 받으려면 법을 집행하는 자들이 먼저 법을 준수하여야 하며, 집행하려는 법이 과연 합리적인 것인지를 따져보아야 하며 그 집행으로 인한 인권침해는 없는지 살펴보아야 한다고 했다. 이 점에서 이번 수교 전 입국 중국동포에 대한 법무부의 법집행은 그 자체로 정당성을 확보하기 어려운 것임을 밝힌다. 그 이유는 이 법은 근본적으로 중국과 구 러시아 동포들을 차별하는 데서부터 출발하였기 때문이다.
과거 우리 정부는 중국과 구 러시아에 거주하는 동포들은 이등 동포로 분류하여 미국과 일본에 거주하는 동포들과 차별해 왔으며 그런 차별을 재외동포법의 조문으로 명시했다. 헌법재판소가 이 법조문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리고 차별을 철폐하도록 하여 법조문을 개정하였으나 법무부가 여전히 이 법을 시행하지 않고 있다. 법을 집행하는 법무부 스스로 헌법재판소의 헌법불합치 결정을 받아 국회가 개정을 하고 대통령이 공포한 재외동포법을 시행하지 않으면서 엄정한 법집행을 하겠다는 법무부는 법을 집행할 자격을 상실했음을 천명한다.
이전의 노무현 정부는 중국과 구 러시아 동포들에 대한 이런 차별을 인식하고 이들 동포들에 대해서 차별을 시정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을 하였으며, 특별히 수교 전 입국 동포들에 대해서는 인도적인 차원에서 이들에 대해 강제출국을 시키지 않았다. 노무현 정부는 중국 동포가 조국에서 불법체류자가 되는 것은 무엇보다도 차별로 인한 제도적인 잘못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기본적인 인식하에, 그리고 수교 전에 입국해서 17년을 조국에서 살고 있는 동포들의 삶의 기득권과 조선인의 후예로 태어난 그들은 조국에서 살 수 있는 태생적 권리를 지니고 있다는 점을 인정하여 그들을 추방시키지 않았다.
우리는 여기서 한중 수교 전 입국자들에 대한 이번 법무부의 강제출국정책이 비록 법질서 확립이라는 명분을 내세우고 있지만, 그것이 얼마나 비인도적이고 동포애를 배반하는 것인지를 볼 수 있다. 비인도적이라는 것은 선진국 어느 나라도 17년을 그 나라에서 범법행위를 하지 않고 체류하는 불법체류자를 추방하는 나라가 없기 때문이요, 동포애를 배반하는 것은 세계 어느 나라도 자기들의 동포들을 그것도 17년을 조국에서 살아 온 동포를 불법체류자라고 해서 추방하지 않기 때문이다.
법질서를 앞세우는 이명박 정권에서 중국동포에 대한 인권탄압이 어떻게 이루어지는 지를 보여주는 좋은 예가 있다. 수교 전 입국 중국 동포의 한 사람인 정춘실은 81세 되는 시어머니를 6년 동안 모시고 살고 있다. 시어머니는 한국국적을 회복하기 위해 한국에서 혼자 체류 중이던 며느리에게로 왔으며, 현재 국적을 취득하고 며느리의 봉양을 받으며 살고 있다. 며느리인 정 춘실은 노무현 정부 시절에 불법체류자로 단속에 걸렸으나 수교 전 입국자라는 이유로, 그리고 늙은 시어머니를 봉양하는 특별한 사정이 있다는 이유로 보호일시해제를 받고 노모를 모시고 살고 있다.
그러나 이번에 정부가 불법체류자 근절정책을 시행하면서 보호일시해제 중인 자들에 대해서도 더 이상 보호일시해제 연장을 하지 않기로 결정을 하였으며, 이에 정 춘실은 지난 5월 13일 보호일시해제연장을 받으러 관할 출입국사무소로 갔다가 그 자리에서 다시 보호가 되어 강제출국절차를 밟게 되었다. 봉양하던 며느리가 강제출국을 당하게 되자 정춘실의 노모는 밥도 먹지 못한 채 며느리를 데리고 오기 위해 이틀 동안 출입국사무소를 찾아가서 농성을 하였다. 그렇게 하여 겨우 며느리를 일시적으로 풀려 나오게 할 수 있었으나 언제 또 강제퇴거 수순을 밟을지 모를 상태에 놓여있다.
이 사건을 통해 법무부가 오로지 법질서만을 강조하는 가운데 인도적인 배려는 형식적인수준에서 하고 있다는 것을 분명히 볼 수 있다. 기실 법무부가 이번 정책을 만드는 과정에서 국민인 부모를 모시는 수교 전 입국 동포들의 경우 체류합법화를 해 주겠다는 예외 조항은 바로 정춘실의 경우를 보면서 만들어낸 것이다. 그러나 정작 정춘실 본인은 이미 강제퇴거 명령을 받았다는 이유로 이번 조치에서 제외되었다.
유사한 예가 바로 현재 화성보호소에 보호받고 있는 수교 전 입국 박문학의 경우이다. 그는 현재 귀화신청을 하여 귀화허가를 목적에 두고 있는 아내와 사실혼 관계를 유지하면서 아이를 낳아 기르고 있다. 이번 조치에서 아이를 낳아 기르는 수교 전 입국동포에 대해서는 합법화를 해주겠다는 조문도 박문학의 경우를 보고 집어넣었으나, 정작 당사자인 박문학은 이미 강제퇴거명령을 받았기 때문에 이번 조치에서 제외되어 정춘실과 같은 날인 5월 13일 관할 사무소에 보호되어 현재 화성보호소에서 강제출국을 기다리고 있다.
법무부의 금번 정책이 형평성을 잃은 정책이라는 우리의 주장은 같은 형편에 처해 있는 수고 전 입국 동포들 가운데 소수에게만 특별혜택을 주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그보다 이전에 화교들에게 영주권을 주어 이 땅에 살 수 있도록 한 전례에 비춰볼 때에 더 그러하다는 말이다. 과거 대한민국이 일본제국의 지배를 받고 있던 동안 이 땅에 들어와서 살았던 화교들은 해방 이후에도 계속해서 이 땅에 살고 있었다. 그들은 대한민국 정부가 수립이 된 후에도 오랜 동안 불법체류자로 남아 있었다. 그러다가 십여 년이 흐른 다음 정부에서는 이들의 기득권을 인정하여 이들에게 일괄적으로 영주권을 주어 이 땅에서 살도록 허락한 바 있다.
정부의 금번 정책이 동포들을 차별하고 나아가 다른 민족보다 더 못한 대접을 한다는 사실을 여기서 확인할 수 있다. 정부가 화교들에게 대한민국 정부 수립 이전부터 오래 동안 이 땅에서 살았다는 이유로 영주권을 주었다면 한국과는 적성 관계에 놓였던 중국에서 살다가 조국에서 살기 위해 이 땅에 와서 17년 동안 살고 있는 동포들에게 영주권을 주는 것은 더 당연한 것이 되어야 한다.
그동안 중국동포들의 문제가 나오면 법무부는 항상 법을 내세워 왔다. 그러나 우리는 조선족의 문제는 처음부터 국가가 중국 동포들을 차별한데서 시작된 것이기 때문에 법만을 내세워서는 되지 않는다고 주장해 왔다. 그럼에도 이명박 정부가 법질서확립을 통해 선진 국가를 건설하겠다고 하면서 지금처럼 수교 전 입국 동포를 강제로 추방한다면 이명박 정부의 동포정책은 동포들의 반대에 직면하게 될 것이며, 궁극적으로 조선족 전체의 불신을 불러일으키게 될 것임을 천명한다.
차제에 우리는 이명박 정부의 중국 동포정책이 인도적이고 동포애적인 입장에서 수립되고 시행되어야 한다는 사실을 일깨우기 위해 농성을 시작하면서 다음과 같은 우리의 주장이 받아들여 줄 것을 강력하게 요구한다.
요구조건 :
하나 : 한중수교 이전 입국동포의 체류합법화를 보장하라.
하나 : 불법체류 동포들에 대한 재입국프로그램을 시행하라.
하나 : 방문취업제로 입국한 동포들의 자유취업을 보장하라.
<농성 행사 일정>
1. 촛불 집회
일시 : 2008년 5월 18일 일요일 오후 6시
장소 : 서울조선족교회 앞마당(구로구청 사거리 구로중학교 옆)
1. 농성
일시 : 2008년 5월 19일 월요일 오전 10시부터
장소 : 한국기독교백주년기념관 (종로 5가 구 기독교방송, 연동교회 뒤쪽)
2008년 5월 12일
서경석 목사 드림
서울조선족교회 담임목사
기독교사회책임 공동대표
선진화국민회의 사무총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