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세포 야경
십일월 넷째 월요일이다. 오후가 되니 구름이 낮게 드리우고 기온이 쌀쌀해졌다. 일과를 마치고 어디로 짧은 구간 산책을 다녀오려고 와실로 들어 차림을 바꾸어 길을 나섰다. 연사삼거리로 나가 옥포 방면 버스정류소에서 지세포와 구조라까지 가는 22번 버스를 탔다. 연초삼거리를 지나 송정고개를 넘으니 날을 벌써 어두워 옥포 시가지 산비탈 아파트와 가로등엔 불빛이 들어왔다.
대우조선소 앞을 둘러 두모고개를 넘어 장승포로 갔다. 마전을 지난 옥림에서 내렸다. 버스에서 내리니 어둠이 내렸고 성근 빗방울이 흩날렸다. 고갯마루라서인지 바람까지 불어 황량했다. 옥림은 거제대학으로 드는 길목이다. 함께 내린 승객인 조선소 작업복을 입은 외국인 새내 둘과 같이 횡단보도를 건넜다. 내가 저녁 산책을 나설 곳은 거제대학이 위치한 산기슭 아래 해안가다.
올가을 어느 날 초저녁이었다. 해가 짧아져 퇴근 후 산행보다 산책을 자주 가다보니 지세포 방면으로도 두 차례 나왔다. 지세포 해안로를 걸었던 적 있다. 산책 데크에 야광 불빛이 들어와 운치가 있었다. 그날 봐 둔 옥상마을 아래 옥화마을로 갈 참이다. 그 이후 와현고개에서 모래 숲 해수욕장을 찾은 적도 있다. 바깥 바다는 해금강인 구조라엔 만월이 된 달이 휘영청 떠 있었다.
지난번 지세포에서 대명 리조트 아래 해안선 따라 설치된 산책 데크를 걸었더랬다. 낮이 아닌 밤에 걸어도 데크의 보안등이 켜져 산책에 어려움 없었다. 멀리 원호를 그린 지세포 연안과 함께 야경이 참 운치 있었다. 해안 산책로는 옥상마을 아래서 끝나 되돌아갈 처지였다. 그런데 난 산책로가 없는 몽돌해안을 더 걸어 옥하마을까지 갔었다. 옥하마을은 달리 옥화마을로도 불렀다.
아마 거기 사는 사람들의 의중이 반영된 마을 이름인 듯했다. 윗마을 옥상에 눌려 사는 아랫마을 옥하라기보다, 아름다울 화(華)나 꽃 화(花)로 불리길 더 바랐던 모양이다. 옥화는 와현마을처럼 고개에서 가파른 비탈을 내려선 마을이었다. 장승포 마전 일대와 거제대학 들머리는 대우조선소 직원들 숙소가 될 낮은 아파트가 가득 들어서 있었다. 조선소 설립과 건령이 같을 듯했다.
비탈을 내려서니 ‘거제리우’라는 대단지 아파트가 보였다. 전망이 좋고 외관이 번듯하며 넓은 아파트일 듯했다. 그런데 아파트는 완공되었으나 불이 켜진 창은 몇 군데 밖에 보이질 않아 유령의 집 같았다. 미분양 아파트가 곳곳에 많음이 오늘의 거제 경제 현실이었다. 비탈을 내려가니 해안가임을 알 수 있는 간판이 보였다. 어디서 많이 본 듯한 ‘해녀촌횟집’과 ‘막썰어횟집’이다.
옥화는 한적한 포구에 자리란 갯마을이었다. 마을 앞에는 선창도 있었다. 옥화에서 바라보인 건너편 지세포 야경이 참 운치 있었다. 대명 리조트 아래는 지세포 해안 탐방 데크엔 조명이 가지런했다. 우뚝한 리조트도 조명탑을 세운 듯 야광불빛이 화려했다. 원호를 커다랗게 그린 지세포 포구는 높고 낮은 건물들에서 밝은 불빛이 나왔다. 그 앞의 검은빛 바다와 대조를 이루었다.
빗방울이 흩날렸지만 옥화 선창을 지나 방파제를 따라 계속 나갔다. 버스 종점을 지나서도 산책로가 이어졌다. 마을이 끝난 곳에서 산책 데크가 설치되어 보안등에 청홍의 불빛이 들어왔다. 어둠 속 초행이지만 난간이 있어 위험하지 않을 듯해 데크를 따라 걸었다. 거기서 바라본 지세포 야경은 아까보다 더 아름다웠다. 해안 데크 아래는 파도가 밀려와 갯바위에 부딪혀 부서졌다.
탐방로가 끝난 곳에는 전망대가 있었다. 어둠 속이라 끄트머리까진 나가지 않고 되돌아왔다. 난간에 설치된 보안등의 열병을 받으면서 옥화 선창으로 되돌아왔다. 포구엔 옥림항이라는 표지가 보였다. 시야엔 여전히 지세포 포구 야경이 들어왔다. 운행 횟수가 뜸할 시내버스가 외진 포구로 들어왔다. 능포에서 옥화를 거쳐 거제대학으로 오가는 버스였다. 귀로 시간이 단축되었다. 19.11.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