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볼러 저자(글) · 고현석 번역
웅진지식하우스 · 2024년 10월 21일
★세계적 교육 석학의 30년 현장 연구 결정판
★신종호 서울대 교육학과 교수, 박형주 아주대 수학과 석좌교수 추천
‘닥수(닥치고 수학)’가 아이 수학 머리를 망친다
뇌과학, 심리학, 교육학을 넘나드는 학습과 성장의 비밀
자녀의 의학 계열 진학을 바라는 부모가 늘면서 ‘수학 조기 교육’ 열풍이 뜨겁다. 대치동에서는 4세부터 ‘닥수(‘닥치고 수학’의 줄임말)’를 시작하는 일도 흔하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과거 중고등학생들 사이에서 회자되던 ‘수포자(’수학 포기자’의 줄임말)’ 단어가 초등학교까지 내려왔다.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초등학생 8명 중 1명이 자신을 ‘수포자’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솔직히 말해서, 아이들이 왜 수학을 싫어하는지는 어른들이 더 잘 안다. 직접 경험해봤기 때문이다. 의미를 알 수 없는 숫자와 기호 들이 칠판 가득 나열되어 있다. 일방적인 문제 풀이 강의가 끝나면 이제는 제한 시간 내에 빨리 문제를 풀어서 정답을 맞혀야 한다. 점수에는 내 노력이나 관심이 하나도 반영돼 있지 않다. 이런 수학을 과연 몇이나 좋아할 수 있을까? 결국 대부분에게 수학 시간은 ‘끔찍한’ 경험으로 남는다.
수학은 꼭 이런 식으로만 공부해야 할까? 더 나은 방법은 없을까? 이런 의구심을 품은 부모들은 『수학 머리는 어떻게 만들어지는가』에서 소개하는 새로운 수학 공부법에 감탄하게 될 것이다. 저자인 스탠퍼드대 조 볼러 교수는 지난 30여 년간 뇌과학, 심리학, 교육학을 넘나들며 수학 잠재력을 폭발시킬 수 있는 학습 조건들을 연구해왔다. 그리고 연령·수준·인종 등이 다양한 학생들의 수학 성취도를 향상시키는 데 성공적이었던 학습 방법과 사례 들을 전 세계 교사 및 부모와 공유하고 있다.
아이도, 수학도 죄가 없다
문제는 잘못된 공부법이다
많은 사람들은 수학은 타고나는 거라고 생각한다. ‘난 수학에 재능이 없어’ ‘난 수학과 맞지 않아’와 같은 말들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뇌과학 연구들은 우리 뇌가 고정된 것이 아니며 지속적으로 변하고 성장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즉, 우리는 뇌가 효과적으로 배울 수 있게 공부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수학이 잘 이해되지 않고 어렵게 느끼는 것이다.
초등학교 때 배우는 분수의 나눗셈을 떠올려보자. 선생님은 학생들에게 ‘뒤집고 곱하는’ 방법을 계속 훈련시키지만, 왜 그렇게 해야 하는지 설명해주는 경우는 거의 없다. 이처럼 빠르고 정확하게 답을 내놓는 규칙만 배우고 외운 아이들은 진도를 나갈수록 많아지는 공식 목록 속에서 길을 잃을 수밖에 없다.
어린아이들이 덧셈을 처음 배울 때, 덧셈은 뇌에서 큰 공간을 차지한다. 이 지식은 수년에 걸쳐 압축돼 뇌에서 점점 더 작은 물리적 공간을 차지하게 된다. 그래서 성인이 되어 3+4를 수행하라는 요청을 받으면 압축된 작은 공간에서 해당 지식을 빠르고 쉽게 검색할 수 있다. 이런 압축은 우리 뇌에 점점 더 많은 학습 공간을 만들어준다. 하지만 그레이와 톨은 그들의 기념비적인 논문에서, 우리는 개념만 압축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아이들이 규칙과 방법만 배우면 압축은 전혀 일어나지 않는다. (230쪽)
아이가 제대로 배웠는지 자꾸 시험을 쳐서 확인하는 관행도 학습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러면 아이들은 수학의 본질이 정답을 맞히는 데 있다고 믿게 된다. 그 결과, 평가와 시험에서 여러 차례 실패를 맛본 아이들은 당연하게 자신에게 수학적 재능이나 적성이 없다고 결론짓고 포기하고 만다.
과학자들은 수학 불안이 있는 사람에게 수학 문제를 제시하면, 그 사람의 뇌에서 뱀이나 거미를 볼 때처럼 공포 중추가 활성화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공포와 불안은 해마를 비롯한 뇌 일부를 무력화해 학습 능력을 저하한다. 반면, 수학에 대한 긍정적인 생각과 믿음은 뇌의 이 중요한 부분들을 활성화해 학습 능력과 성취도를 높인다는 연구 결과가 상당히 많이 존재한다. (33쪽)
우리 뇌는 입력한 대로 출력하는 컴퓨터가 아니다. 머릿속에서 능동적으로 재구성되지 않는 지식은 휘발되기 쉽고, 학습 태도나 대상에 대한 정서적 경험이 배움의 효과에 큰 영향을 미친다. 하지만 반대로 이런 뇌의 학습 원리를 잘 이용한다면, 누구나 수학을 높은 수준까지 배우고 이해할 수 있다.
마인드셋, 메타인지 이론을 활용해
어떤 문제도 두렵지 않는 아이로 만든다
지금은 싫어하고 못해도 어쨌든 계속 많이 시키면 잘하게 될 거라고, 부모들은 믿고 싶을 것이다. 하지만 저자는 아이가 수학에 대해 갖는 태도와 느낌, 즉 마인드셋부터 바꾸지 않는다면 별 효과가 없다고 말한다. 마인드셋 이론에 따르면, 무엇이든 배울 수 있다고 믿고 애쓰면서 도전할 때, 자기 자신이나 도전의 중요성을 믿지 않을 때보다 동일한 시간에 더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다. 이 책은 수학에 대한 학생들의 접근 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꿔줄 놀라운 전략들을 제시한다.
나는 강의를 시작할 때마다, 우리 뇌는 항상 성장하고, 연결되고, 경로를 강화한다는 사실을 알려준다. ‘수학 뇌’ 같은 것은 존재하지 않으며, 우리 뇌는 계속 변화한다. 나는 학생들이 애를 쓰고 실수하기를 바란다. 애를 쓰는 시간이야말로 우리 뇌가 경로를 형성하고, 연결하고, 강화하는 정말 중요한 시간이기 때문이다. (104쪽)
메타인지를 활용하는 것도 중요하다. 저자는 연산 학습지를 풀게 하는 것보다 수학 일기를 쓰면서 자신의 배움을 되돌아보게 하고, 자녀와 함께 일상 속 숫자와 관련된 이야기를 나누고, 현재의 점수 대신 앞으로의 기대를 담아 코멘트를 제공하는 것이 수학을 더 잘 배우게 만든다는 것을 여러 교습 사례를 통해 보여준다.
사실 학생들은 어떤 방법이 최선인지 모른다. 게다가 가혹한 성적 평가 문화와 좁은 의미의 수학에만 노출돼 있어 비생산적인 접근 방식을 배우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중요한 사실은 다양한 수학적 아이디어에 대해 열린 마음과 호기심을 갖도록 가르치는 메타인지적 학습 접근법을 배우면 이 모든 것이 달라진다는 점이다. (83쪽)
애를 쓰고 실패하고 다시 도전하는 과정이 기분 나쁘지 않고 편하게 받아들여질 때, 아이들은 어려운 문제 앞에 움츠러들지 않고 기꺼이 뛰어든다. 이 책은 수학 공부에 대한 오랜 고정관념을 깨뜨리고 수학을 잘하는 아이, 더 나아가 수학의 세계를 자유롭게 탐험하는 데 두려움 없는 아이로 길러내는 강력한 도구들을 선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