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촌부의 단상]
혼자 여행을 떠나려고 했는데...
2024년 甲辰年 1월 8일 월요일
음력 癸卯年 동짓달 스무이렛날
이른 아침 난롯재를 버리려고 나갔다가 식겁했다.
아주 잠시잠깐 바깥에 나간 것 뿐인데 이내 온몸이
얼어붙는 그런 느낌이다. 도대체 기온이 몇 도라서
이렇게 추위를 느끼는 걸까? 영하 22도, 어제와는
무려 14도의 차이다. 하루사이 수은주가 사정없이
곤두박질을 쳤다. 알다가도 모르는 것이 날씨변화,
투터운 옷을 파고드는 한기에 이내 온몸이 으스스
하다. 이런 추위를 살을 애는 듯한 추위라고 하는
것이겠지? 천만다행인 것은 바람이 잠잠하다는 것,
바람까지 불었으면 상상초월의 맹추위였을 것이다.
하늘이 일말의 양심은 남아있는 것이 아닌가 싶다.
아무튼 강추위의 하루를 시작한다. 비맞은 중처럼
혼자 중얼거렸다. "날씨 한번 대단하군!"이라고...
어제는 눈이 잔뜩 내려 눈치우느라 몸이 바빴는데
오늘은 한파로 인해 마음이 바빴다. 아내가 잠에서
깨기전에 난롯불을 지펴 실내를 뎁히느라 그랬다.
오늘처럼 강추위에도 견딜 수 있는 것은 난롯불이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힘들게
장작을 만들어 장작집에 잔뜩 쌓아놓는 일을 했다.
바로 이런 일을 하는 것이 촌부의 중요한 일상이고
삶을 위한 소중한 노력이다.
자연 냉장고에서 퍼온 살얼음 서걱서걱, 시원함이
끝내주는 산골아낙표 식혜에 잣알갱이 동동 띄워
난롯불 앞에서 마시는 특혜를 누리는 것은 아무나
누릴 수 없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렇게 달콤하고
시원한 우리 고유의 음료, 아내의 사랑과 정성으로
만든 식혜를 즐기는 것은 즐거움인 동시에 고맙고
감사한 그 무엇보다도 소중한 선물이라고 여긴다.
어제 식혜를 마시면서 아내가 넌지시 말을 건넸다.
"당신 여행 언제 갈거야? 이참에 그냥 다녀오지?"
라고 했다. "글쎄? 내일쯤 출발을 할까 했는데..."
라고 대답하며 말을 흐렸다. 계획만 세웠을 뿐이고
아직 결정을 못해 망설이고 있는 중이라서 그랬다.
어제 장에 나갔다 오며 아내가 은행에서 돈을 찾아
여행경비라며 용돈까지 챙겨주었다.
사실 지난 연말에 아내가 혼자 여행을 다녀오라고
했다. 같이 가자고 했다. 아내는 굳이 사양하면서
"당신은 당신대로, 나는 나대로 자유를 누립시다!"
라고 했다. 지난해부터 대구의 시인과 울산 친구가
한번 다녀가라고 했었다. 그러마 했으나 차일피일
이런저런 일 때문에 미뤄왔다. 농번기에는 밭일을
하느라 틈이 없고 하절기에는 단지 관리를 비롯한
일이 많아서 여행은 사치라고 생각했다. 요즘같은
동절기는 농한기라서 딱히 해야하는 일이 없어서
여행하기에는 좋은 시기이다. 그런데 아내가 혼자
다녀오라고 하여 망설이고 있었다. 어쩌면 각자의
생각도 정리할 필요가 있고 혼자만의 자유를 누릴
수 있는 좋은 기회이기도 하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실은 오늘부터 대구를 시작으로 울산, 창원, 하동을
거쳐 고향 남해에 갔다가 부산, 전주를 돌아오려고
했다. 여행하는 중간에 계획이 바뀔 수도 있겠지만
지금의 생각으로는 볼거리, 먹거리를 위한 여행이
아닌 만남을 위한 여행을 하려고 한다. 사람이 살면
얼마나 살겠는가? 보고싶은 인연들을 한번이라도
더 만나는 것이 삶의 활력소가 되고, 살아가는 동안
더 없이 좋은 자양분이 되지않을까 하는 생각이다.
다만 만나는 인연들에게 부담을 주고 싶지는 않아
많은 생각을 하게 되는 것이다. 이 촌부는 한가롭게
여행을 한다지만 만나고 싶은 인연들은 그들만의
일상이 있는 것이기에 만남은 좋은 것이라 하더라도
서로에게 부담스러움이 생기는 것은 원하지 않기
때문이다. 어찌되었거나 다음주엔 출발할 생각이다.
이번주에는 이런저런 집일을 챙겨놓고...
♧카페지기 박종선 님의 빠른 쾌유를 빕니다 🙏 ♧
첫댓글 여행 계획 하시며 행복 하시겟어요
그렇습니다.
모처럼 홀로 떠나는 여행이라서요.
눈도 조금 왔지만 소한 추위를 하는것 같씁니다 . 그래도 낮부터는 풀린다고 하내요 .
많이 풀려도 종일 영하였습니다.
촌부님
겨울 여행 계획이시군요
추운날 건강 조심 하시고 오늘도 파이팅 하세요
지난해부터 계획했는데
이제서야 떠나볼까 합니다.
감사합니다.^^
그림같은 예쁜집에서 사십니다~~~건강하시고 행복하셔요.^^
그런가요?
예전에 꿈꾸던 집이었지요.
이렇게 24년째 잘 살고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그러시면 안되쥬
식혜만들어 주는 마님은
모시고 가셔야징...^^
바빠서 제목만보고
급한 댓글을 달고..후다닥
그렇잖아도 함께 가자고 했지요.
극구 사양하며 혼자만의 자유를 즐기겠다면 혼자 다녀오랍니다. 그래서 그냥 홀로 여행을 하려 합니다. 감사합니다.^^
만남을 위한 여행을 하시다 보면 먹방과 볼방은 자동으로
이루어 지겠지요.
따스한 남쪽 지방
나홀로 여행 강추합니다.
모처럼의 자유와
해방감이 우리
장년들에게 꼭
필요한듯 합니다.
부인께서 현명하시네요.
예전 젊은 시절에
이미 먹방, 볼방은 엄청 많이 했죠.
나이가 들어가다보니
보고싶은 인연들이 많아서...
아내의 배려에 감사하지요.
반면 아내도
자유를 만끽하겠다네요.
아내가 고맙고 감사하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