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순이는 올해 18살, 여학생입니다.
고등학교 2학년인데 학교에서 네일아트와 바리스타 과정을 배우고 있습니다.
졸업하면 미용과 관련된 일을 하고 싶어 합니다.
이번 겨울방학 때 아르바이트 구해보기로 했습니다.
월평팀 유나와 수연이가 거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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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먼저 지순이의 이력서와 자기소개서를 썼습니다.
지순이의 이력서와 자기소개서니 지순이가 쓸 수 있게 기다리고 도왔습니다.
「지순이가 양식에 맞추어 컴퓨터로 이력서를 작성했다.
이름, 생년월일, 나이, 연락처, 이메일 등 필요한 항목을 꼼꼼히 적었다.
주소 쓰는 칸에서 지순이가 “주소?” 하며 한참을 생각한다.
저장해 놓은 주소를 보여주려고 하는데,
지순이가 인터넷 검색 창에 ‘월평빌라’라고 치더니 활짝 웃으며
“내가 찾았다.” 한다.
‘학력’과 ‘경력사항’이라는 용어는 지순이가 이해하기 어려워해서
쉬운 단어로 바꿔 설명했다.
이해가 됐는지 ‘북상초등학교 졸업, 거창여자중학교 졸업, 아림고등학교 입학’ 이라고 적는다.
학교에서 바리스타, 네일아트 공부한 과정도 적는다.
마지막 줄, 작성자 칸에 ‘정지순’이라고 적고
“다 했다.” 하며 웃는다.
2015년 1월 5일 전유나 일지, 발췌 편집」
「지순이와 자기소개서에 어떤 내용을 쓰면 좋을지 의논했다.
성장과정, 성격 및 강점, 지원동기 및 포부 같은 항목이 있다.
성장과정에는 살아오면서 가장 기쁘고 행복한 순간을 적었다.
성격 및 강점에는 지순이가 잘 하는 일을 적었다.
지원동기에는 지순이가 아르바이트 하게 된 이유를 적었다.
이력서와 자기소개서 서명 란에 정자로 ‘정지순’을 적는다.
2015년 1월 13일 전유나 일지, 발췌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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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순이 아르바이트 구하는 일을 지순이 혼자 감당하게 하지 않고,
지순이를 잘 아는 둘레사람들에게 알리고 부탁드렸습니다.
이 일을 구실로 만나서 인사드리고, 관계를 다졌습니다.
「지순이 중학교 선생님이었던 유OO 선생님과 점심식사를 했다.
지순이가 선생님께 팸플릿을 보여드리며 아르바이트에 대해 말씀드렸다.
선생님께서 도움이 될지 모르겠지만 알아보시겠다고 하셨다.
지순이가 다니는 교회 중고등부 선생님도 찾아뵈었다.
선생님께서 차 대접해 주셨다.
“지순아, 아르바이트 어디서 하려고?”
“네일샵이랑 카페에서요.”
“일 할 수 있겠어?”
“네.”
“지순아, 일 하려면 대답도 크게 하고 밝게 웃고! 잘 할 수 있지?”
“네.”
2015년 1월 6일 전유나 일지, 발췌 편집」
「현재 지순이 도움반 선생님을 만났다.
선생님께서 지순이의 강점을 많이 말씀해 주셨다.
“지순이 인기가 많아요. 도움반 친구 중에서 지순이 졸졸 쫓아다니는 친구가 있어요.”
“포장지 접는 것은 도움반에서 유일하게 지순이만 할 수 있어요.”
지순이가 팸플릿을 드리며 일하고 싶은 곳이 카페와 네일샵이라고 했다.
여름방학 때 네일샵에서 아르바이트 하러 오라고 한 것을 말씀드리니,
“지순이가 네일에 관심이 많아요. 기본케어도 반 아이들 중에서 제일 잘해요.
손재주가 있어서 그런가봐요. 지금은 네일 바르는 게 부족하지만
여름방학 때까지는 충분히 배워 네일샵에서 잘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하셨다.
선생님도 네일에 관심이 많다고 하셨다.
오늘 만남을 계기로 선생님께서 지순이가 네일아트를 배울 때 더 관심을 갖게 될 것 같다.
카페도 올해 바리스타 과정을 잘 배운다면 충분히 일할 수 있겠다고 하셨다.
2015년 1월 9일 박수연 일지, 발췌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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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 신문과 인터넷에서 아르바이트 할 만 한 곳을 찾아보고,
직접 지역사회 사업장을 두루 돌아다녔습니다.
딸기 농원, 전단지 아르바이트, 카페, 네일샵, 레스토랑, 화장품 가게, 옷가게….
하루에 열군데 이상의 사업장에 갈 때도 있었습니다.
때로는 사장님의 무심한 말에 기분이 상할 때도 있었고,
두려움에 현관문을 들어서지 못한 때도 있었습니다.
그래도 지순이의 상황을 이해하고,
이야기를 들어주려 하는 분들이 더 많았습니다.
비록 아르바이트 자리를 구하지는 못했지만
이렇게 열심히 씨를 뿌리고 다녔으니
언젠가는 그 씨가 싹을 틔우고 열매를 맺을 겁니다.
「지순이와 지역사회 두루 다니며 아르바이트 자리를 알아봤다.
신문에서 일할 만한 곳을 찾아 전화해보고, 네일샵에도 갔다.
딸기공장에 전화를 했다.
지순이가 인사하고 소개하는데 주인아저씨가 장난전화인줄 아시고 끊으셨다.
“아.”라는 탄식과 함께 지순이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지순아, 다시 전화해볼까?”
“아니. 내가 말하는데 전화를 끊어서 기분이 나빠.”
지난번 갔던 네일샵에 갔다
지순이가 사장님께 팸플릿을 드리자
“아르바이트 자리 구하러 왔구나? 지금은 한가해서 안 되고
여름에 손님이 많이 오면 그 때 다시 와보렴.” 하셨다.
2015년 1월 8일 박수연 일지, 발췌 편집」
「문경남 커피숍에 갔다.
지순이가 부끄러워하며 사장님께 팸플릿을 드렸다.
“이게 뭘까? 설명해 줄래?”
지순이가 설명을 못하고 언니들을 쳐다보니 사장님이 따로 이야기하자고 하셨다.
사장님과 지순이가 한쪽으로 가서 이야기를 나눈다.
아까는 부끄러워 이야기 안하더니 사장님과 둘이 있으니 이야기를 잘한다.
사장님께서 오시더니 지순이에게 말씀하신다.
“높은 산은 한 번에 올라갈 수 없어.
한 걸음, 한 걸음 올라가야지.
하나씩 할 수 있는 만큼 연습해봐.
이름, 나이 웃으면서 잘 말할 수 있도록 말이야.
다음에 한 번 더 와.
팸플릿은 내가 가지고 있을게.”
2015년 1월 14일 박수연 일지, 발췌 편집」
「오늘은 가게 10곳을 들렀다.
모두 안 된다고 한다.
지순이도 나도 기운이 빠졌다.
마지막으로 ‘커피 볶는 집’에 갔다.
사장님께 아르바이트 자리 있는지 물어보니,
지금은 아르바이트생을 구할 형편이 안 된다고 하셨다.
팸플릿을 드렸더니 지순이에게 “지순 학생이 이야기해 주세요.” 하셨다.
“팸플릿은 가게 앞에 붙여 놓을게요.
다른 사람들이 보면서 아르바이트생 필요할 때
지순 학생에게 연락할 수도 있으니까요.”
2015년 1월 15일 박수연 일지, 발췌 편집」
「전단지 아르바이트 사장님이 연락주신다고 했는데
오늘까지 연락이 없다.
표정을 보니 지순이가 많이 실망한 것 같다.
아르바이트 구하는 일,
지순이의 삶이니 이 과정에서 겪는 기쁨도 슬픔도 온전히 지순이의 것이다.
지순이의 모습을 보니 나도 실망스럽고 힘이 빠지지만
이런 과정을 통해 지순이가 많이 느끼고 배우는 것 같다.
2015년 1월 15일 전유나 일지, 발췌 편집」
「오늘은 식당과 화장품가게에 가보았다.
식당 사장님께 아르바이트 자리가 있는지 여쭤보았다.
“지금은 아르바이트생을 다 구했고 개학하면 구할 수도 있으니 연락처 주세요.”
지순이가 팸플릿을 드렸다.
사장님께서 꼼꼼히 읽으시고는 아르바이트 자리가 생기면 연락주시겠다고 한다.
화장품 가게에서는 예전 지순이가 다니는 교회 선생님을 만났다.
“지순아, 선생님 기억나? 반갑다. 많이 컸네. 우리 지순이.”
지순이가 팸플릿을 드렸고 아르바이트를 구하는 중이라고 말씀드렸다.
“화장품 가게는 힘들고, 빵집을 알아봐요. 지순이가 할 수 있는 일이 있을 거예요.”
아르바이트 구하는 일로 지역사회 두루 다니니 지순이의 지인을 만났다.
관심 갖고 함께 고민해주셨다.
부지런히 돌아다녀 받은 선물 같다.
2015년 1월 16일 박수연 일지, 발췌 편집」
「오늘은 시내에 있는 카페, 네일샵, 식당을 둘러보았다.
연락처를 남겨달라고 하는 가게에서 지순이가 팸플릿을 드렸다.
대부분 팸플릿을 꼼꼼히 읽어보시고 연락주시겠다 하셨다.
지역사회 두루 다니며 인사하고 묻고 의논하고 부탁드렸다.
아직 연락 온 곳은 없지만 지순이가 아는 곳, 아는 사람이 많아지는 것 같다.
2015년 1월 19일 전유나 일지, 발췌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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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1월 27일) 기쁜 소식을 들었습니다.
지역사회 미용실에서 일해보라는 연락을 받았습니다.
지순이의 단골 미용실입니다.
지난 일 년동안 백경란 선생님이 노력하신 결과요,
한 달동안 유나와 수연이가 부지런히 다닌 결과입니다.
농협마트 앞을 가는 데 지순이를 만났습니다.
어디 가냐고 물으니 사장님이 간식 사 오라고 해서 심부름 간다고 했습니다.
옷 여기저기에 약품이 묻어 엉망이었지만,
지순이의 얼굴은 환하게 빛났습니다.
미용실에서 일하고 싶다는 꿈에 한 걸음 더 다가섰습니다.
백경란 선생님 덕분입니다.
유나와 수연이 덕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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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지순 아르바이트 글 모음
1. 아르바이트 리스트 작성(전유나) http://cafe.daum.net/ilove392766/YVPw/278
2. 네일샵(전유나) http://cafe.daum.net/ilove392766/YVPw/290
3. 공부(전유나) http://cafe.daum.net/ilove392766/YVPw/296
4. 이력서 작성(전유나) http://cafe.daum.net/ilove392766/YVPw/302
5. 둘레사람과 의논하기(전유나) http://cafe.daum.net/ilove392766/YVPw/308
6. “아르바이트 자리 있어요?”(박수연) http://cafe.daum.net/ilove392766/YVPw/320
7. “지순이라면 잘할 수 있어요.”(박수연) http://cafe.daum.net/ilove392766/YVPw/324
8. 자기소개서 쓰기(전유나) http://cafe.daum.net/ilove392766/YVPw/336
9. 문경남 커피 사장님과 만남(박수연) http://cafe.daum.net/ilove392766/YVPw/339
10. 발로 일하는 사람(박수연) http://cafe.daum.net/ilove392766/YVPw/344
11. 실패할 권리(전유나) http://cafe.daum.net/ilove392766/YVPw/346
12. 장애인과 더불어 사는 사회(박수연) http://cafe.daum.net/ilove392766/YVPw/354
13. 지순이가 할 수 있는 일(전유나) http://cafe.daum.net/ilove392766/YVPw/360
14. 공부(2014 정지순 일지 정독)(전유나) http://cafe.daum.net/ilove392766/YVPw/36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