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북도 제천시 봉양읍 구곡리
봉양읍을
지나 마을로 접어드니 굽이굽이 좁은 길들이 구부러져 흐른다. 잘록하게 들어간 허리를 몇 번이고 들락날락거리고 나니 그제서야 구곡이란
마을 이름에 고개가 끄덕여진다. 첩첩산중까지는 아니더라도 외딴 섬같이 인적이 드문 조용한
시골 마을 구곡리는 많이 알려지지 않은 만큼 옛 모습, 옛 인심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 동네를 가로지르는 개울물도, 변덕스럽게
불었다 잠잠했다가를 반복하는 바람 소리도 어디 하나 오염되지 않은 그대로다.
이렇게 적막한 구곡마을에 오늘, 시끄러운 놈 하나가 들어왔다. 객지에 나가 있는 이곳 청년들이 노인들만 남은 고향 마을회관에 노래방
기기를 선물한 것. 저들 살기도 바쁘면서 고향 생각해 준 젊은이들의 마음 씀씀이가 기특해서, 오랜만에 만나는 얼굴들이 반가워서 마을
어른들은 회관에 모여 아침부터 지지고 볶고 잔치를 준비한다. 놀거리라고는 직접 깎아 만든 윷이 고작이던 구곡리에 오랜만에 큰판이
벌어졌다. 시끄럽다 뭐라 하는 이가 있길 하나, 훼방 놓는 이가 있길 하나 밤새 어르신들 사이에 마이크가 돌아가고 노랫소리가 새벽을
넘긴다.
구곡마을 원임순 할머니의 봄맞이
논보다 밭이 훨씬 많은 구곡마을은 담배와 고추를 재배하는 하우스 농사가 대부분. 원임순 할머니(58) 역시 아들, 딸 4남매를 이
맵디매운 담배 농사로 대학까지 보냈단다. 3월 중순 파종을 시작으로 더운 여름 내내 푹푹 찌는 하우스 안에서 담배를 수확할라치면
그 냄새가 어찌나 쓰고 독한지 약을 먹지 않고는 엄두도 못 냈단다. 이제는 자식들도 제 밥벌이 할 만큼 다 커서 더 이상 담배 농사를
짓지 않아도 되니 올해 원임순 할머니의 봄 농사는 여느 해보다 홀가분하다. 담배가 있던 자리엔 대신 파란 고추모가 싹을 틔웠다.
“이제 요놈들 농사 지어 자식들한테 보내야죠.” 해가 넘어가자 행여나 찬바람 들까 비닐을 재차 아무는 할머니의 손 닿는 곳마다 봄이
머문다.
충청도 구곡마을식 봄 상 차리기
충청도 음식은 참 심심하다. 모양도 심심하고 맛도 심심하다. 양념을 많이 쓰지 않기 때문에 입 안에 넣으면 재료 특유의 향과
맛이 혀에 그대로 전달된다. 봄나물 하나만 봐도 경상도, 전라도의 그것과 분명 차이가 있다. 된장, 고추장 등의 발효 식품에 버무리기도
하지만 참기름, 생강으로 채독만 없에 조물조물 버무려 먹거나 생콩가루에 무쳐 말간 국을 끓여 먹는 게 특이하다. 인접한 바닷가가
없어 생선 요리는 귀한 음식 축에 속하는데 대신 마을을 가로지르는 개울에서 종타리, 피라미를 잡아다 충북 별미인 ‘도리뱅뱅이’를
만들어 먹는 것이 특이한 상차림 중의 하나. 고기들을 둥글게 빙빙 늘어놓은 모양에서 따온 이름이 재미나다.
▷ 달래 무침
* 열량: 80kcal
* 조리시간: 30분
* 난이도: 중
* 가격대: 1만원 이하
* 재료:
달래 100g ,
붉은 고추 1개, 양념장(고추장 1큰술, 다진 파 1큰술, 다진 마늘 ½큰술, 식초 ½큰술, 설탕 1큰술, 사이다 2큰술), 통깨·소금 약간씩
* 조리법
1. 달래는 깨끗하게 씻어 4cm 길이로 썰어서 준비해 둔다. 붉은 고추도 어슷하게 썰어서 준비한다.
2. 볼에 고추장, 파, 마늘, 식초, 설탕, 사이다를 넣어 잘 섞는다.
3. 준비한 양념에 썰어 놓은 달래와 붉은 고추를 넣어 버무린 다음 그릇에 담고 통깨를 얹어 낸다. 기호에 따라 소금으로 간한다.
▷ 도리뱅뱅이
* 열량: 207kcal
* 조리시간: 30분
* 난이도: 중
* 가격대: 1만원 이하
* 재료:
피라미 25마리(손가락 크기만한 것) ,
식용유 적당량(고기가 잠길 정도), 양념장(고추장 3큰술, 설탕 1큰술, 다진 파 2큰술, 다진 마늘 1큰술, 식초 1작은술), 깨소금 약간
* 조리법
1. 생선은 내장을 손질하여 깨끗이 씻어 물기를 제거한 다음 꼬리가 가운데 모아지도록 팬에 돌려 담는다.
2. 1을 불에 올려 물기가 없어지도록 굽는다. 여기에 기름을 자작하게 부어 뚜껑을 닫고 노릇하게 튀긴다.
3. 먼저 튀긴 기름을 따라낸 다음 분량의 양념장을 만들어 생선 위에 얹어 접시에 담아낸다.
▷ 지천구국
* 열량: 80kcal
* 조리시간: 30분
* 난이도: 중
* 가격대: 1만원 이하
* 재료:
지천구 300g ,
대파 1대, 마늘 2쪽, 콩가루 5큰술, 된장 2큰술, 고추장 ½큰술, 소금 적당량, 물 7컵
* 조리법
1. 지천구는 찧어서 하루 정도 물에 담가 파란 쓴물을 뺀 다음 물기를 꼭 짜서 콩가루에 골고루 무쳐 준비한다.
2. 마늘은 다지고, 대파는 어슷하게 썰어서 준비한다.
3. 냄비에 물을 붓고 된장, 고추장, 소금을 넣고 한소끔 끓이다 준비해 놓은 마늘, 파를 넣어서 간을 맞춘다.
4. 물이 팔팔 끓기 시작할 때 콩가루를 무쳐둔 지천구를 넣고 뚜껑을 닫아 20여 분 끓인다. 중간에 뚜껑을 열면 쓴맛이 나므로 주의할 것.
▷ 아주까리 묵나물
* 열량: 50kcal
* 조리시간: 30분
* 난이도: 중
* 가격대: 1만원 이하
* 재료:
아주까리 잎(말린 것) 80g ,
쪽파 3뿌리, 당근(4cm) 1토막, 다진 마늘 1큰술, 들기름 1큰술, 참기름 1큰술, 조선간장 1큰술, 소금·깨소금 약간씩
* 조리법
1. 아주까리 잎은 물에 담가 부드러워지면 여러 번 헹궈 아린 맛을 제거하고 꼭 짜서 먹기 좋은 크기로 썬다.
2. 쪽파는 2cm 크기로 썰고, 당근은 0.3×4cm 크기로 채썰어서 준비해 둔다.
3. 볼에 간장, 마늘, 당근, 들기름, 참기름, 깨소금을 넣은 다음 쪽파와 1의 아주까리 잎을 넣고 조물조물 무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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