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시편 묵상
2024년 11월 7일 목요일 (연중 31주간)
제삼권
제 83 편
(아삽의 찬양시)
1 하느님, 침묵을 깨소서. 잠잠하지도 쉬지도 마소서, 하느님.
2 당신의 적들이 소리 높이 떠들고 당신의 원수들이 머리를 치켜 듭니다.
3 당신 백성을 거슬러 음모를 꾸미고 당신 보호 아래 있는 자들을 거슬러 공모하며
4 "같이 가서 그들의 나라를 쳐부수자. 이스라엘은 그 이름마저 남기지 말자." 합니다.
5 그들은 모두 한속으로 공모하여 당신을 치려고 손을 잡았습니다.
6 에돔, 이스마엘, 모압, 하갈족,
7 그발, 암몬, 아말렉, 불레셋, 거기에 띠로 시민들,
8 아시리아까지 합세하여 롯의 자손들과 손을 잡았습니다. (셀라)
9 일찍이 미디안과 시스라를 치셨듯이 키손 강에서 야빈을 치셨듯이 그들을 치소서.
10 그들은 엔돌에서 전멸하여 땅바닥의 거름이 되었사옵니다.
11 적장들을 오렙과 즈엡처럼, 추장들을 제바와 살문나처럼 만드소서.
12 "하느님의 목장들은 우리 것이다. 가서 빼앗자." 하고 뇌까리던 그들이옵니다.
13 나의 하느님, 저들을 흩으소서. 바람에 굴러가는 엉겅퀴의 도가머리처럼,
14 바람에 흩날리는 초개와 같이 숲을 사르는 불길과 같이 산들을 휩쓰는 불꽃과 같이
15 당신의 회리바람으로 저들을 쓸어가소서. 돌풍으로 저들을 어지럽게 하소서.
16 저들이 당신의 이름을 부르기까지 야훼여, 그 얼굴에 부끄러움을 씌워주소서.
17 어이없고 겁에 질려 다시는 일어나지 못하게 하시고 수모를 당하여 멸망하게 하소서.
18 온 세상에 지극히 높으신 분, 당신의 이름만이 야훼이신 줄을 알게 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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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느님 백성이 간절한 기도를 바치며, 하느님께서 자신들의 기도를 들어 주셔야 하는 이유를 나열하는 공동 탄원 시편입니다. 아삽의 이름으로 불려진 시편 시리즈의 마지막 노래이기도 합니다. 시편에 등장하는 각 나라와 민족의 이름이 등장합니다. 모두 이스라엘을 넘보는 적대자들입니다. 이스라엘이 위기에 직면하여 바친 노래일 것입니다. 이웃의 민족과 갈등하고 때론 동맹도 맺어 가며 지키던 계약 관계가 어그러져 자신들을 공격받을 처지에 있자 하느님께 탄원하는 내용입니다.
여전히 자신들을 지키기 위해 다른 민족을 멸하게 해 달라는 기도가 불편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구약과 시편의 관점에서는 하느님께 간절히 기도하는 울부짖음으로 이해해야 합니다. 온전히 자신들의 입장에서 하느님께 기도하고 있음을 기억하며 오늘 시편을 묵상합니다. 결국 이스라엘을 공격하는 적대자들은 하느님의 정의에 도전하는 꼴이 되기 때문입니다. 하느님께서 일하시지 못하도록 업신여기는 교만함을 물리쳐 달라는 기도로 묵상합니다.
오늘 시편에서 시인은 이스라엘의 적대자들을 ‘주님의 원수들’(2절)이라고 하고, 자신들을 ‘주님의 백성’(3절)이라고 칭합니다. 82편이 약한 사람들을 편드시는 하느님이라고 노래했다면, 83편은 약한 민족을 보호하시는 하느님을 기대합니다.
우리 자신은 물론 공동체가 직면한 외부적 위협 요소가 많습니다. 뜻하지 않은 공격과 어려움에 처했을 때, 공동체가 함께 힘을 모아 기도하는 일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를 알게 합니다.
공동체의 위기 앞에서 각 개인이 하느님께 간절히 간구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리고 그 탄원이 모이고 모여 공동체의 기도가 되어야 할 것입니다. 우리 공동체가 어려움을 당할수록 하느님의 일을 하기 어렵게 된다는 사실을 깨닫는다면 우리의 기도는 좀 더 깊게, 좀 더 넓게 바쳐지고 확산되어야 할 것입니다.
하느님 나라의 의로움을 실현하는데 우리를 귀하게 쓰시도록 우리가 처한 외부적 어려움을 잘 해결하도록 전심으로 기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