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무덤은 경주에 있는 삼국시대 통일 신라의 왕들의 무덤과 다를 바가 없이 크게 꾸며놓았는데 그 만큼은 아니더라도 장군의 묘 만큼 크게 꾸며 놓았던 것이다.
준호는 이해가 되지 않았다. 무엇 때문에 이렇게 수만평되는 산에다가 호화스런 묘를 만들어 놨는지 그리고 무덤에 안치되어 있는 사람이 생전에 어떤 명성을 가졌는지도 궁금했다.
서초동에서 음식점을 하는 사람이 꾸며놓을 무덤이 아니었기에 궁금함을 금할 수가 없었다.
준호는 서초관에서 가져온 물품들을 광수와 함께 부지런히 내려서 산지기인 둘째하인 즉,
광수의 작은 아버지가 차에서 내려놓는 것을 어깨에 메고 묘 앞으로 운반하고 있다.
풀을 베고 점심을 먹을 쯤에 현철은 형들과 따로 떨어져 술을 마시면서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
"형님, 제가 드릴 말씀이 있다는 것은 아무래도 이혼을 해야 할 것 같아서 그럽니다."
말을 하고 현철은 휴, 하고 한숨을 내쉰다.
"뭐, 이혼? 그게 무슨 말이냐?"
사촌형과 작은 아버지가 동시에 놀라며 반문한다.
"말씀을 안드려서 그렇지만 벌써 1년이 지났는데도 한 번도 부부관계를 갖지 못했다는 겁 니다."
형인 현권이 현철을 바라보며 말한다.
"뭐, 부부관계를 한 번도 갖지 않았다구? 왜, 뭣 땜시?"
환갑을 지난해 넘긴 작은 아버지가 도저히 이해를 못하겠다는 듯이 말한다.
"모르겠어요. 둘째아이를 낳고 부터는 완전히 변해버렸어요. 성격도 변해버렸고 밥도
안차려주는가 하면 툭 하면 말끝을 잡고는 싸움을 하려고 하니 죽겠어요.
하루 이틀도 아니고 신경이 날카로워져서 어떤 때는 두둘겨 주고 싶을 때가 한 두 번이
아니죠."
"아니 고년이 제 서방 밥도 안차려 준단 말이야?"
작은 아버지는 화를 벌컥 내면서 언성을 높였다. 그 소리에 일을 하던 준호와 광수 그리고
큰 하인과 작은 하인인 산지기 형제도 일제히 현철이 있는 쪽을 향해서 돌아다 본다.
"그것 뿐이면 괜찮겠어요. 밥이야 뭐 서초관에서 먹고 들어가면 되지만 이거 원 툭 하면
이혼하자는 얘기만 하고 하루하루가 지겹다고 하면서 사정을 하는 거예요. 이혼을 제발
해달라고 말이지요. 가뜩이나 일 년동안 굶었서 생각이 나서 미치겠는데 사사건건 말
싸움을 불러일으키니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아니, 고년이 그 찢어진 아가리로 이혼을 하자고 한단 말이냐? 고런 괘씸한 년 같으니라 구! 어디 내가 가서 한 번 물어 봐야겠다. 아니 아무리 세상이 변해서 부모를 제주도에
버려두고 오는 세상이고 제 스승을 112에 신고하는 세상이지만 명문대 나오면 다 그러냐
하지만 제 맘대로 위자료 줘 가면서 누가 이혼을 시켜준대? 어린 것들은 어쩌고? 낳아
놓기만 하면 장땡이냐? 누가 키울거냐? 요년이 아직 따끔한 맛을 못봐서 요러지. 나쁜년
같으니라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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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아버지 고정하십시오. 지금 작은 아버지가 나서서 그러시면 집 사람 뜻대로 되게 해 주는 겁니다. 이미 일 년을 끌어왔기 때문에 도저히 합쳐질 수는 없을 겁니다.
뭔가가 있으니까 저렇게 나오지 않겠습니까? 다른 남자가 있다던가, 아니면 재혼을 하려 고 생각을 가지고 있다던가."
현철은 작은 아버지가 화를 내자 힘을 내어 말하고 있다.
"맞아요, 작은 아버지 현철이 말이 일리가 있습니다. 만약에 다른 남자와 결혼을 하려고 한 다면 마음을 돌릴 수는 없을 겁니다. 시간을 질질 끌다가 바람을 피울 때 현장을 덮쳐서
간통죄로 고소하면 위자료도 주지 않고 이혼을 할 수가 있습니다."
현건이 말하자 사촌 형이 말을 이었다.
"여자가 아이를 낳으면 음력이 세져서 참을 수가 없다고 하던데 어떻게 일 년을 참을 수 가 있단 말이냐? 정말 독한 년하고 결혼을 했구나."
작은 아버지는 머리카락이 다 빠져서 대머리에 난 땀을 손수건을로 닦으면서 쯧쯧! 혀를
차면서 말하고 있다.
"작은 아버지 제 동창중에 하나가 강력계 형사 반장을 정년 퇴직한 친구가 있는데 그 친구에게 부탁 좀 해야 할까봐요?"
사촌 형인 승건이는 해결할 수 있다는 듯이 말하고 있다.
"어, 그래. 무슨 부탁?"
반가운 듯이 작은 아버지는 어서 말하라는 듯이 반문하고 승건을 쳐다본다.
"먼저 전화 감청을 해야겠어요. 그래야 어떤 계획을 가지고 있는지 알 것 아니겠어요?"
"감청이 뭐냐?"
"전화를 도청하겠다는 거지요. 그러면 누구하고 어떤 얘기가 오고 가는지 다 알 수가 있고 또 녹음을 해서 증거를 삼아 녹취록을 만들어 법정에서 유리하게 이끌 수가 있는 겁니다."
"그거 아무나 할 수가 있는 거예요?"
현철은 희색을 띄며 묻는다.
"뭐 간단해. 청계천에 가면 돈 이 삼백만원이면 아마 설치할 수가 있을꺼야. 청계천에는 없는게 없고 또 구해 달라고 하면 외국에서 수입해다가 구해 줄거야. 돈만 많이 준다면 아마
권총도 구해 줄꺼다."
"그래. 좋은 생각이구나. 그러면 꼬투리를 탁 잡아서 요년을 돈 한 푼을 안주고 보따리 하나만 달랑 줘서 내쫓아 버릴 수가 있겠구나."
"맞어요. 그러면 최악의 상황에 이르렀을 때 최소한도 우리 입맛에 맞게 돈을 주고 이혼을 할 수가 있어요."
형인 현권이 눈을 빛내며 말한다.
현철은 잔을 가져다가 돌려가며 술을 따른다. 그리고 나서 말한다.
"작은 아버지, 건배를 해요."
"그래, 우리 모두 건배를 하자."
네 사람을 술잔을 들어 부딫힌다.
"건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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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철아, 어머님도 아시냐?"
사촌형이 물었다.
"아직 모르셔, 아무것도."
"그래, 연세가 많으셔서 말씀을 드리지 않는 게 낫겠다."
"나도 그렇게 생각되서 말하지 말라고 했어요."
"그래, 괜히 노인네 한테 근심을 드리지 말아야지."
작은 아버지가 술잔을 내려놓으면서 말한다.
"그런데 남자야 여자 생각이 나면 오입을 하면 된다지만 여자는 안그렇거든 어떻게 일 년을 홀로 독수공방을 지킬 수가 있냐는 말이다.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월급을
타서 꼬박꼬박 집으로 송금을 하면 마누라들은 춤바람이 나서 땀흘려 보내온 돈을 카바레 다 뭐다 해서 제비족하고 눈이 맞아 탕진하는데 걔는 참 신기하기도 하다. 여자가 아이를 낳으면 처녀 때 보다 더 남자 생각이 간절하다고 하는데 너 일하는 사이 바람피는 것 아니 냐? 서방질 하는 것 아니냐구. 내가 보기에는 그런 것 같구나."
작은 아버지는 틀림없다는 듯이 말하고 있다.
"그럴리야 있겠어요? 그 여자도 명문대를 나온 여자인데..."
현권이 말을 받았다.
"야, 명문대 나온 얘들이 더 까졌다는 것 몰르냐? 남자와 여자 사이에는 궁극적에는 그런 학벌이 큰 문제가 되는게 아닌 법이다. 그건 결혼을 생각하고 처녀 때 시절 이야기지 지금은 얘가 딸리고 다른 남자와 사는 게 급한데 명문대가 무슨 얼어죽을 명문대냐, 명문대가
해결해준다냐?"
사촌형인 승일이 말한다.
"그럼 지금 재혼 할 남자가 나타났다는 말이냐?
작은 아버지가 묻는다.
"그럴 확률이 높다는 거죠. 약국을 하다 보면 별의별 이야기가 다 있어요."
"사람을 시켜서 미행을 해봐야 겠어요. 그러면 알지 않을까요?"
현권이가 말하자 사촌형이 대답한다.
"그것도 좋은 방법이지. 전화를 감청하고 미행을 하면 제 년이 꼬리가 잡히지 않고 서방질을 할 수가 있겠어."
"잡히기만 하면 두 연놈의 모가지를 팍! 비틀어버려야지."
현철은 씩씩대며 거친 숨을 들이쉬며 말한다.
"안돼, 손대면 큰일나. 오히려 구실을 만들어 주게 돼, 그러니 참고 견디는 것 만이 이기는 거야. 손대서 무슨 불상사라도 생기면 법정에서 여자에게 폭력을 사용했다는 것은 지기
마련이야. 여지껏 전례가 여자에게 폭력을 해서 이긴 적은 아무도 없어.
시간을 끌어서 둘이 착 달라붙었을 때 급습을 해서 바로 간통죄로 고소하는 거야. 그리고는
옷 보따리만 달랑 줘서 내쫏는 거야."
사촌형이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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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아, 형 말이 맞아. 설사 바람을 피우는 일이 없다고 하더라도 이왕 그 년이 몸을 안주면
남의 품에 안길 여자이니 위자료를 줘서 내보낼 필요가 없지. 시간을 몇 년이고 끌면 제
년 스스로 견디지 못하고 바람을 피우던가, 아니면 제발 위자료 필요가 없으니 도장만이라
도 찍어 달라고 사정을 할 때까지 두고 보는 거야. 너는 여자 생각이 나면 술집에 가서 바람 피우면 되잖아. 남자는 바람을 마음대로 피울 수 있지만 여자는 이 시점이 되면 간통이라는 멍에를 벗어나지 못하지."
현권이 말한다.
"그래, 어찌됐던 고런 년에게는 아주 따끔한 맛을 보여줘야 해, 여기가 어디라고 까불고 있어. 우리를 얼마나 우습게 봤으면 그래, 현철이도 지금부터는 괴롭혀서 달달 볶아. 그러나 절대로 폭력을 쓰면 안돼. 성질만 사납게 만들어 제풀에 발버둥치게만 만들고는 어머님
집에서 자고 출근 하도록 해라. 그러면 제년이 가만히 있지 못하고 다른 남자를 찿아 돌아다니겠지. 그 때가 언제가 될지 모르겠지만 어쩌면 우리가 생각하는 것 보다 더 빨리 올지도 모른다. 독수공방이라는 것은 아무나 지키는 것이 아니니까."
작은 아버지가 결론을 짓듯이 말한다.
준호는 서초관에서 일하면서 차츰 일이 익숙해져갔다.
현철은 준호가 들어오고 부터는 매상도 늘고 수익도 좋아져 준호를 지배인으로 앉히게 하고
자신은 친구들과 술마시러 다니고 골프를 치러 다니고 있다.
선경은 현철이 성묘를 다녀온 후로부터는 많이 변했다는 것을 느꼈으나 어찌할 도리가 없다. 그전에는 자신이 현철의 성질을 글겄지만 지금은 오히려 자신이 약이 오르는 일이 많아
욕을 해대며 싸움을 걸어도 현철이는 약만 올려놓고는 휙 하니 나가서 들어오지도 않는 일이 허다했다.
언제까지나 이렇게 하여야 될지 선경은 마치 감옥이 갇혀 사는 것처럼 느껴져 하루하루가
길기만 하였다.
아이는 어느새 돌이 지나고 있건만 현철과의 다툼은 별로 달라진 것이 없다.
서초관에 가보니 들어온지 얼마되지 않은 사람이 지배인이 되어 자연히 선경의 관심을 끌게
되었고 선경은 준호를 볼 때마다 호감이 가게 되었다.
아이는 친정 작은 어머니에게 맡기고 선경은 서초관에 나와서 있는 시간이 많게 되었고 점심도 서초관에서 먹을 때가 많았다.
"오 지배인 나 점심 부탁해요."
선경은 준호의 눈을 바라보면서 말한다.
"녜, 사모님 이쪽으로 앉으십시오."
준호는 깍듯이 말한다.
"같이 식사하지 않을래요?"
선경은 후리후리한 준호의 몸을 아래 위로 훑어보면서 말한다.
"저는 직원들고 같이 하는데요."
"괜찮아요, 자, 이리 앉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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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녜, 그러지요."
준호는 대답을 하고 선경과 마주보고 앉는다.
준호는 말없이 식사를 하고 있는데 선경이 질문을 한다.
"여기 어떻게 오게 되었죠."
"녜, 사장님의 사촌형인 제일약국 약사님이 소개해서 왔습니다."
"그랬군요, 지금 나이가 어떻게 되지요?"
"36세입니다."
"어머, 우리 오빠하고 동갑이네. 그 전에는 무얼 했나요?"
"무역회사 다니다가 환경업에서 세일을 하다가 조금 막일도 했습니다."
"대학을 안나왔나요? 막일을 하게."
"대학을 졸업했지만 약간의 사정이 있어서 막일을 하게 되었습니다."
"여기서 일을 해보니 어때요?"
"좋습니다. 사장님도 좋고 직원들도 친절한 것 같습니다."
"잘되었군요. 내가 오빠로 삼아야겠네."
"별말씀을 다..."
준호는 어쩔줄몰라 말끝을 흐렸다.
"집은 어디에요?"
"삼선교 근처입니다."
"아, 현사장 사촌형이 약국을 하는 동네 말이지요?"
"그렇습니다."
준호는 퇴근을 하고 고시원으로 와서는 곰곰히 생각하며 선경이 왜
그렇게 자신에게 관심을 가지고 질문을 퍼부어 대는지 알 수가 없다.